
『볼드 무브』 매거진에는 자신의 삶과 경험으로 세상을, 스스로의 가능성을 다시 보게 된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그 이야기의 바다에서 여러분과 꼭 나누고 싶었던 문장들을, 정성스레 길어 올려 공유합니다.
“주목해야 할 것은 우리가 서로를 비교하고 평가하며 분류하는 ‘잣대’가 아니다. 그보다는, 여기 있는 삶, 각자의 삶의 고유함, 그 삶 속에서 만들어지는 디테일들을 서로 어루만져주는 무한한 다정함이다. 우리가 봐야 할 것은 머릿속의 ‘관념’이 아니라, 눈앞의 사람이고, 눈앞의 삶이다.”
_정지우 작가, 46p
정지우 작가의 글은 담백하지만 대담합니다. 한국 사회의 자화상, 기술 발전으로 인한 변화 등에 대한 관점을 꾸준히 공유해왔는데요. 그런 그가 『볼드 무브』에 담은 메시지는 ‘기준의 종말’입니다. 소득 수준이나 아파트 평수, 직장 이름 같은 잣대가 절대적이지 않다는 것이죠. 자신의 어류 연구가 완벽하다고 믿었지만, 과학적으로 무의미하다고 판단된 과학자의 이야기를 담은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처럼요. 남과 나를 비교하는 게 당연해진 지금, 더더욱 중요한 문장이라고 생각해 선정했습니다.
“만약 물고기가 물에서 제대로 헤엄치지 못한다면, 사실 민물고기가 바다에서 헤엄치고 있어서 그럴지도 모릅니다. 중요한 것은 그럴 때 물고기에게 계속 헤엄치라고 강요하는 게 아니라 물을 변화시키고, 새로운 강을 발명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단 한 마리의 물고기를 기점으로 만들어진 물, 즉 사회는 다른 물고기들에게도 헤엄치기 편안한 장소로 바뀝니다.”
_사와다 도모히로, 54p
예전보다는 나아졌지만, 세상은 여전히 장애를 ‘개인의 책임’으로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사와다 도모히로는 그런 관념에 정면으로 반대하며 변화를 만들어왔죠. 사회를 물에, 개인을 물고기에 비유한 그의 메시지는 직관적이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무의식중에 장애를 남의 일이라고만 여기지 않았는지, 사회가 충분히 제 역할을 다하고 있는지 사람들에게 되묻죠.

“내가 마주한 다름은 결코 약점이 아니었다. 그것은 내게 세상을 보는 새로운 시선을 주었고, 나를 자유롭게 했다. 동시에, 자유로워질수록 더 많은 것을 보고 더 많은 것을 갈망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것은 나만의 자유가 아닌, 모두의 자유를 위한 여정이 되었다.”
_ 74p, 주성희 사단법인 무의 선임 매니저
세상의 시선으로 인해 스스로를 ‘배려가 필요한 불편한 존재‘처럼 느껴졌던 주성희 매니저. 그러나 대학에 입학하고, 일본과 호주 등으로 여행을 떠나며 더 나은 세상을 꿈꾸게 되었다고 말합니다. 본인을 바라보는 관점도 달라졌죠. 그렇기에 장애인을 넘어, 모든 사람이 편리하게 살 수 있는 가능성을 현실로 만들고 싶다는 그의 문장에는 남다른 힘이 느껴집니다.
“내가 만났던 시각장애인 건축가 크리스 도우니의 말을 빌리자면 “모든 사람의 경험에는 아름다움과 기쁨이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의 사용자 경험을 우선적으로 생각해 보는 것이 유니버설 디자인이다. 그리고 흥미롭게도 이들의 사용자 경험이 충족된다면 보편적인 대다수의 사용자 경험도 자연스레 충족된다.”
_김병수 미션잇 대표, 97p
접근성이 모두의 삶을 편리하게 만들어준다는 메시지가 담긴 문장입니다. 한국에서는 접근성이 이제 막 자리 잡기 시작해서, 약자를 배려한다는 개념으로만 받아들여지기도 하는데요. 사용자 경험을 오랫동안 연구해 온 김병수 대표는 장애인과 고령층의 입장을 생각한 디자인이, 실제로 더 나은 세상으로 이어진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그 결과물들은 턱을 없앤 경사로, 영화 자막, 오디오북 등 이미 우리 곁에 있다고도 강조하죠.
“’칭찬은 속삭임처럼 듣고, 비난은 천둥처럼 듣는다’는 말이 있어요. 누군가 우리에게 한 말을 빗대 표현한 건데요. 내가 잘한 건 위축해 생각하고, 못 한 건 크게 질책하는 분들이 많아요. 그들을 위해 스스로 다독일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아요. 우리에게 용기는 실로 대단한 무언가를 할 때에만 부르는 거로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고 믿거든요.”
_ 남형도 기자, 164p
사회적으로 소외되거나 주목받지 못하는 현장을 직접 경험하고 기사로 쓰는 ‘남기자의 체헐리즘.’ 남형도 기자는 자신의 약점 덕분에 그런 글을 쓸 수 있었다고 말합니다. 정이 많고 오지랖이 넓은 성격을 바탕으로 기존 언론들이 조명하지 않은 세상을 담백하게 취재하고, 차분한 필체의 기사로 만들어왔죠. 그런 남 기자가 생각하는 대담함은 ‘어쨌든 해 보자’입니다. ‘이리저리 해보면 되겠지’라는 마음으로 시작한 것처럼요. 하루에도 몇 번씩 ‘내가 잘하고 있나’를 고민하는 여러분에게, 저희가 꼭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이기도 합니다.

내가 정말 잘하고 있는지 의구심이 들 때. 나다움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고민될 때. 내 모습에 자신감을 느끼기 힘들 때. 우리 모두 한 번 쯤은 겪는 순간들이죠. 오늘 선정한 문장들이, 여러분이 자신의 고유함을 믿고 나아갈 수 있도록 힘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변화를 이끌어줄 더 많은 문장들이 『볼드 무브』 매거진에서 여러분을 기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