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간호 주제를 ‘관점의 전환’으로 정한 후, 저희가 가장 먼저 섭외해야겠다고 떠올린 사람이 있었습니다. 약점이 강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자신의 삶으로 증명해 온『마이너리티 디자인』의 저자, 사와다 도모히로 씨였는데요. 매거진 제작 초기부터 섭외를 위해 노력했고, 관점의 전환에 대한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사와다 씨는 일본 최대 광고회사 덴츠에서 카피라이터로 활동했습니다. 그러다 아들이 생후 3개월 만에 시각장애인이 된 것을 알게 됐죠. 이때를 계기로 그는 직장에 양해를 구하고, 200명이 넘는 장애인들과 가족들을 만났습니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역량을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써야겠다고 다짐했죠. 당시 심정을 그는 이렇게 기록했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아들은 이른바 소수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사회의 이런저런 곳에 숨어 있는 불완전한 면을 깨달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소수자가 구멍을 메우면 세계는 다수자들에게도 더욱 살기 좋게 바뀔지 모릅니다. …(중략) ‘마이너리티 디자인’. 소수자를 기점으로 삼아 세계를 더욱 좋은 곳으로 바꾸자. 조금은 허풍스러운 이 말이 제 인생의 콘셉트가 되었습니다.”
_사와다 도모히로, 『마이너리티 디자인』에서, 2021

이후 사와다 씨는 2015년, 신체 능력 관계없이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유루(느긋한) 스포츠’를 만들었습니다. 애벌처럼 기어다니며 플레이하는 럭비, 아기처럼 공을 다루는 농구 등 110여개 이상의 종목을 개발했죠. 누구나 편하게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 25만 명 넘는 사람들이 참여했고, 아식스 등 기업들도 손을 내밀었습니다. 지금도 사와다 씨는 소니, 세븐일레븐 등 여러 브랜드들과 다방면으로 일하는 중인데요. ‘누군가의 약점이 더 나은 세상의 시작이 될 수 있다’는 그의 대담한 목소리를 기록으로 옮겨봅니다.
“물고기가 제대로 헤엄치지 못하는 게 물고기 잘못은 아닙니다”
Q. ‘소수성이야말로 강점의 기반이 된다’는 철학을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요?
A. 사람을 물고기, 사회를 물이라고 생각해 보세요. 만약 물고기가 물에서 제대로 헤엄치지 못한다면, 사실 민물고기가 바다에서 헤엄치고 있어서 그럴지도 모릅니다. 그럴 때 중요한 것은 물고기에게 계속 헤엄치라고 강요하는 게 아닙니다. 물을 변화시키고, 새로운 강을 발명하는 것이죠. 그렇게 단 한 마리의 물고기를 기점으로 만들어진 물, 즉 사회는 다른 물고기들에게도 헤엄치기 편안한 장소로 바뀝니다.
Q. 여전히 장애를 극복의 대상, 그 사람의 정체성으로만 보는 경우도 많은데요.
이런 관점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요?
A. ‘개인’이 아니라 ‘사회’가 변해야 합니다. 개인이 장애를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가 장애를 극복해야 한다는 사고방식이 중요합니다. 우리는 지나칠 정도로 자신을 탓하곤 하지만, 사회에 더 많은 책임을 돌리고 사회를 바꿔도 괜찮지 않을까요. 저는 이를 ‘긍정적인 타책(다른 존재를 탓하는 것)’이라고 부릅니다.
“노인과 장애인에 대한 배려는 미래의 나를 위한 혁신입니다”
Q. 작가님이 생각하시는 유니버설 디자인의 가치는 무엇인가요? 전망에 대한 생각도 궁금합니다.
A. 고령자가 된다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장애를 겪는 것과 비슷해요. 누구나 나이가 들기 때문에, 모든 사람이 당사자가 될 수 있고요. 그렇기에 접근성은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겁니다. 우리 주변의 고령 인구와 장애인은 물론, 미래의 자신을 위해서도 필요하니까요. 이런 점을 신경쓰지 않는 건 사회적으로도 적절하지 않지만, 비즈니스 측면에서도 손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유니버설 디자인은 점점 더 당연한 가치가 될 것이라고 봅니다.
Q. 아직은 유니버설 디자인이 적용된 사례가 많지 않은 것 같은데요.
사회적 약자를 포용했을 때 얻을 수 있는 가치를 어떻게 설득할 수 있을까요?
A. 현재 일본 인구의 약 30%는 고령자입니다. 10%는 장애를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죠. 이 두 집단만 합쳐도 상당한 규모입니다. 이들을 배제하면 큰 기회를 놓치는 거죠. 또, 노인과 장애인 등 소수의 시선에서 세상을 바라보면 혁신적인 무언가를 만들 가능성도 높아집니다. 대다수는 생각 못했던 것들을 발견할 수 있으니까요.

“‘감당 가능한’ 약점부터 강점으로 만들어보세요”
Q. 이전보다 접근성, 다양성 있는 세상을 만들었다는 뿌듯함이 특히 큰 프로젝트는 무엇인가요?
A. 지난 10월 설립한 패션 브랜드 ‘원 핸드 매직(One Hand Magic)’이 떠오르네요. ‘한 손으로도 편하게 착용하는 것’을 최종 목적이 아닌 ‘출발점’으로 삼아 의류와 액세서리를 기획했습니다. 그 결과 장애인은 물론 비장애인 고객에게도 호평을 받았습니다. 전체 구매자의 95%가 비장애인일 정도로요. 장애인들만의 ‘소셜 시력’으로 이전에 없던 상품을 개발한 결과, 모두에게 만족스러운 브랜드가 된 겁니다.
* 원 핸드 매직: 사와다 도모히로와 일본의 통신판매 브랜드 훼리시모(Felissimo)가 함께 기획, 론칭한 의류 브랜드. 편마비(한쪽 신체가 마비되거나 근력이 약해지는 현상) 증상이 있는 사람들도 간편하게 착용할 수 있는 디자인을 지향한다.
Q. 개인이 자기를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는 게 쉽지 않을 텐데요.
더 나은 내일을 위해 할 수 있는 시도는 어떤 게 있을까요?
A. 약점도 종류가 다양합니다. 절대로 인정하고 싶지 않은 약점도 있지요. 그렇다면, 먼저 ‘내가 받아들일 수 있는 약점’을 찾아야 합니다. 저에게도 약점이 많이 있지만, ‘운동을 잘 못 한다’는 약점은 성인이 된 지금의 제가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 되었습니다. 이처럼 가벼운 약점을 먼저 찾고, 그것을 출발점으로 사회를 더 좋게 만드는 연습을 해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지금 우리 사회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능력주의, 각자도생일 겁니다. 끊임없이 내 능력을 발전시키고, 가치를 증명해야 하죠. 이런 분위기 속에서 내 약점을 알아주는 것, 다른 사람 입장을 생각하는 건 쉽지 않은 일입니다. 내 삶을 살아내는 것도 벅차니까요.
사와다 도모히로는 나와 타인의 약점을 알아주는 것이, 모두에게 더 큰 가치로 돌아온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유루스포츠, 원 핸드 매직 등의 결과물로 자신의 말을 증명해왔죠. 우리가 서로의 약점을 이해해줄 때 세상을 새롭게 보고, 숨겨진 기회를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을 사와다 씨는 인터뷰를 통해 전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