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 DX)을 아시나요? 클라우드·빅데이터·인공지능 등 신기술을 활용해 기업 운영과 비즈니스 전반을 혁신하려는 움직임을 말합니다. 제한된 분야에 적용되는 기술 혁신과 달리, 기업 경영 전반에서 이루어지고 비즈니스 모델을 변화시킬 수 있는데요. 재택근무, 원격수업, OTT(Over The Top; 온라인동영상서비스) 등 디지털 기반의 언택트 문화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디지털 전환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고 있습니다.
성공적인 디지털 전환을 위해서는 기업의 전략적 의사 결정과 제품, 서비스의 끊임없는 혁신이 필요합니다. 또한 이 혁신을 고객이 실제로 체감할 수 있어야 하죠. 이를 위해 LG전자도 2019년 DXT(Digital Transformation Technology) 센터를 개편하면서 앞장서고 있는데요.
DXT센터는 클라우드뿐 아니라 빅데이터, 서비스플랫폼, LG ThinQ 앱 등 차세대 사업을 추진하는 중심 부서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LG전자가 데이터 중심의 비즈니스 회사로 탈바꿈하기 위해 앞장서는 김동욱 DXT센터장을 만나봤습니다.
Q1. DXT센터는 2019년 클라우드센터에서 개편됐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클라우드 시대로의 전환이 곧 디지털 전환의 시작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기업이 클라우드를 도입한다는 의미는 단순한 기술적 변화가 아니라, 다양한 제품을 연동시키고 IT시스템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입니다.
클라우드가 만능은 아닐지라도, 어질리티(민첩성, agility)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의 도입과 활용은 필수라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 DXT센터는 LG전자 내 클라우드를 누구보다 빠르게 적용해보고, 타 부서와 협업해 전파하는 역할을 도맡고 있습니다.
Q2. 클라우드를 도입한 후 체감하는 변화가 있나요?
크게 ‘비용 절감’과 ‘업무 방식의 변화’가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전통적인 환경에서 공기 질 모니터링 서비스, 고객 상담용 챗봇 서비스, 에너지 모니터링 서비스 등을 하려면, 인프라팀과 개발팀을 따로 만들고 서버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는데요. 제품이 전 세계로 팔리고 있으니 서버도 지역별로 구축해야 하죠.
이런 상황에서 ‘서버리스(Serverless) 클라우드’가 있다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서버리스 클라우드는 우리 입장에서 스스로 관리해야 하는 서버나 컨테이너가 필요 없습니다. 서비스 사업자가 서버를 관리해주는 형태지요. 절감 비용을 정확히 말할 수는 없지만, 기존 방식보다 80%까지 절감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도 시제품이나 신규 서비스 출시할 때 활용하고 있죠.
또한, 신규 서비스 하나를 출시할 때 돈이 많이 드니 개발부서에서 뭔가 새로운 시도를 주저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실제 사업적 의사결정에서 초기 IT인프라 투자 비용이 많이 들면 사업 자체를 접어버리는 경우도 있었죠. 그렇다고 신규 서비스를 출시하지 않으면 시장을 뺏길 수 있어 시도는 필요한데요.
DXT센터는 이런 고민을 하는 부서에 클라우드를 도입하여 ‘서비스가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를 때까지 돈이 들지 않고, 만약 이용자가 없어 실패해도 드는 비용은 0’이라고 말합니다. 이렇게 하니 사업 외적인 걱정이 줄어 추진 속도도 높아졌죠.
업무 방식도 달라졌습니다. 클라우드 환경에서 일하다 보니 제품 개발부서와 초기부터 논의하는 자리가 쉽게 마련될 수 있는데요. 어떤 문제에 대해 각 부서의 의견을 빠르게 수렴하고 함께 해결 방안을 모색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클라우드 상에서 함께 개발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Q3. 클라우드를 도입하는 데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LG전자의 모든 구성원들이 클라우드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데이터 관리와 판독이라 생각합니다. 가전제품들을 IoT로 연결하는 것도 쉽지 않지만, 여기서 쏟아지는 데이터를 판독하는 건 완전히 다른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고객이 관심을 갖지 않아도 기기 데이터가 쏟아지니 쌓이는 데이터 양도 페타급(1Pbps; 1초당 1000조 이상 연산)을 넘어섭니다. 이러한 데이터를 정확히 읽기 위해선 제품에 대한 도메인 지식(Domain Knowledge, 자신이 몸담은 산업에 대한 전문지식)이 중요하기 때문에 개발부서 담당자와의 협업이 자주 일어납니다. 저 역시 도메인 지식의 파워를 느낀 적이 있는데요.
DXT센터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놓고 그 의미를 알 수 없어 씨름한 적이 있는데, 관련 분야 담당자는 단번에 데이터의 의미를 간파하더군요. 이러한 경험을 통해, 에어컨, 공기청정기, TV, 냉장고 등 가전 특성에 따라 수집 데이터와 분석 가치가 달라지기 때문에 부서 간 협업은 필수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Q4. 대표적 성공사례를 꼽는다면 무엇인가요?
LG전자의 가전 진단·관리 서비스 ‘프로액티브 케어(PCC; Proactive Customer Care)’를 꼽을 수 있겠네요. IFA 2019와 CES 2020에서 선보였던 AI 기반 가전 사전진단 서비스입니다.
클라우드에서 가전제품의 고장 정보를 AI로 분석해 고장 상태와 진행 정도를 파악해, 애프터서비스 기간을 줄이고 사용자 편의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올해 100만 대 이상의 기기에 프로액티브 케어 서비스를 탑재할 계획입니다. 프로액티브 케어 서비스가 본격 탑재되면, 고장 진단을 넘어 가전기기 간 연결이 더 수월해지고, 모든 가전을 연결하는 홈 IoT 시장을 여는 초석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이 가전 제품들이 LG ThinQ로 하나의 생태계로 연결될 것입니다.
Q5. LG ThinQ에 대해 자세히 설명한다면 무엇인가요?
LG ThinQ는 인공지능과 스마트 기술을 통합한 플랫폼입니다. AI 가전을 표방한 브랜드로 출발했으나 단순히 가전만을 위한 브랜드가 아닙니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사용자 경험’에 맞춰 기계를 똑똑하게 만드는 것이었는데요. 소비자는 맥락 없는 기능에 열광하지 않고, 색다른 기능이 있다고 해서 돈을 더 쓰지도 않기에, 소비자에게 필요한 기능을 제공하기 위한 플랫폼입니다.
사용자가 기존 기능도 더 똑똑하게 쓰는 혁신 – LG ThinQ는 여기에 주목한 것이죠. 이를 위해서는 사용자들의 경험 데이터를 모으고 분석해야 하는데요. 라이프스타일을 바꾸려면 하나의 가전이 아닌 모든 생활 가전을 융합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클라우드 기술이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이유입니다.
Q6. LG ThinQ의 핵심 역할은 무엇인가요?
LG ThinQ는 신기술과 기계를 엮는 역할을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LG전자가 보유한 다양한 제품과의 호환이 필수적입니다. 2018년 LG전자 가전의 글로벌 누적 판매량은 스마트 TV 7000만 대, LG ThinQ 관련 가전제품만 500만 대를 넘어섰습니다. 여기서 쏟아지는 빅데이터가 엄청나게 쌓이고 있는데요. 이 데이터가 나타내는 ‘사용자 경험’을 더욱 편리하고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제안하는 역할을 하죠.
Q7. LG ThinQ를 사용하는 고객에게 어떤 가치를 전달하고 싶으신가요?
LG ThinQ를 출시한 이유와 맞닿아 있습니다. LG전자는 일상에 가장 맞닿아 있는 가전을 공급하는 회사입니다. 인간의 근원적인 욕구들, 깨끗한 공기를 마시거나 안전하게 식품을 보관하며 영상 콘텐츠를 즐기고 싶어하는 걸 충족시켜주죠. 여기에 LG ThinQ 앱으로 고객이 더 나은 삶을 누리게 하고 싶습니다.
일례로 글로벌 식품 업체인 네슬레, 크래프트 하인즈 등과 협력하고, 스마트폰으로 주문한 식품의 바코드를 찍으면 최적의 조리법을 찾아주는 ‘스캔 투 쿡(국내 명칭: 인공지능쿡)’ 기능도 내놓았습니다. 앞으로도 다양한 기능을 선보일 예정이죠.
Q8. (클라우드 도입을 생각하는) 다른 기업에 조언한다면 어떤 말을 해주고 싶으신가요?
정답은 없습니다. 하지만 제조 분야 기업이라면 단순한 하드웨어 공급자로 인식되기 전에 도입해볼 것을 권합니다. 그래도 부담스럽다면 일부 부서에만 클라우드를 도입하는 것도 좋습니다. 클라우드 도입은 시작일 뿐, 누가 어떻게 활용하냐는 해당 기업의 몫인데요. 클라우드 활용에 성공했다면 기업 내 다른 부서로 확대하는 선순환 구조로 바꿔도 될 것입니다.
Q9. 자체 서버 인프라가 있어도 클라우드를 도입하는 게 좋다고 생각하시나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명확히 하는 게 중요합니다. ‘둘 중 어떤 것이 더 효율적이냐’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우리 가전과 서비스 이용자가 폭증할까’를 고민해야 합니다. 저희는 LG ThinQ 생태계를 확장하고 싶었고, 그 방안이 클라우드 도입이었습니다. 생태계를 확장할 수 있다면 그 어떤 것도 수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혁신의 시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