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talk: 지난 9월 1일 열린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 IFA 2023에서 가전제품의 접근성을 높여 차별화된 고객경험을 제공하는 ‘유니버설 업 키트(Universal UP Kit)’가 공개되었습니다. 고객이 겪는 불편함을 찾아 선제적으로 해결함으로써 그 누구도 소외되지 않고 즐거운 가전 경험을 누릴 수 있도록 ‘유니버설 업 키트’ 를 만든 사람들, 그들을 만나보았습니다.
Q. 서로 다른 부서에서 모여 함께 유니버설 업 키트(Universal UP Kit)를 개발했다고 들었는데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하영수 리더 안녕하세요. LG전자 H&A사업본부 디자인 연구소, 뉴 익스피리언스 디자인 부서(New Experience Design Task)에서 리더를 맡고 있는 하영수 책임입니다. 이번 유니버설 업 키트 개발에서 디자인의 전체적인 기획·개발을 진행했습니다.
박세라 선임 연구원 LG전자 H&A사업본부 고객가치혁신기획파트에서 가전제품 접근성 개선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박세라 선임 연구원입니다. 모든 고객들이 LG전자 제품을 편리하게 사용하실 수 있도록 직접 고객 이야기를 듣거나 고객 사용성 조사를 통해 제품에서 개선되어야 할 사항들을 각 개발팀이나 디자인 팀에 요청하고, 개선이 진행될 수 있도록 컨트롤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제품의 사용성과 접근성에 대한 평가를 위해 장애인 자문단을 운영하며 그들의 목소리도 듣고 있죠.
이재걸 책임 저는 LG전자 CSO 부문 ESG 전략실에서 전사 접근성 전략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LG전자에서 어떤 방향을 가지고 접근성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해야 할 지 전체적인 전략을 짜고 있죠. 이번 유니버설 업 키트도 그 전략 중 하나입니다.
Q. 제품 변형이 아닌 제품 사용을 돕는 보조 장치라는 점이 신선했는데요. 유니버설 업 키트(Universal UP Kit)는 어떻게 기획하게 되었나요?
박세라 선임 연구원 고객을 먼저 만나기 시작했어요. 이전에 점자 스티커나 음성 매뉴얼, 수어 동영상 튜토리얼 제작, 가전학교 쉬운 글 도서 제작 등 콘텐츠를 만들면서 고객을 많이 만났죠. 제품을 사용하는 다양한 고객이 계시지만, 그 중에서도 다양한 스펙트럼의 시력, 청력, 운동능력, 인지력을 가진 고객을 대상으로 고민을 하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직접 고객을 만나거나 사용자 조사를 통해, 직접적인 고객의 목소리 속에서 불편함을 파악해 개선 사항을 찾을 수 있었어요. 실질적으로 제품이 다 바뀌거나 새로운 기획을 하는 것은 많은 시간이 소요되다 보니, 하루라도 빨리 많은 사람들이 제품을 편리하게 사용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되어 가전 제품 사용을 보조할 수 있는 탈 부착형 악세서리 유니버설 업 키트를 제안하게 되었어요.
하영수 리더 앞서 말씀하신 것처럼 LG전자에서 점자 스티커나 음성 매뉴얼 등의 서비스를 제공해왔습니다. 올해 초 모두를 위한 유니버설 디자인을 해야 하겠다고 계획을 세우고, 시청각 장애인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며 조사한 데이터를 보니, 시청각 장애인 이외 지체 장애인 분들도 계시더라고요. 이분들의 경우 물리적으로 제품 사용이 힘들 수 있기 때문에 점자 외에 보조 도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처음에는 이를 반영해 제품 자체를 기획하거나 바꾸려고 했지만 고객의 목소리를 들었을 때 유니버설 디자인의 장애인 전용 제품은 원치 않으시더라고요. 또한 가전제품은 한 번 구입하면 정말 오래 사용하잖아요. 이전부터 LG전자 제품을 사용해오신 분들의 사용성도 어떻게 하면 개선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누구나 자사 제품을 잘 사용할 수 있도록 기존 제품 구조를 변경하지 않고도 유니버설 업 키트를 통해 고객 접근성을 높이게 되었습니다.
Q. 고객 직접 만나보지 않았더라면 몰랐을 부분이었을 것 같은데요. 그렇다면 고객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알게 된 페인 포인트 중에서 인상 깊었던 것이 있었나요?
박세라 선임 연구원 안타까운 지점이 페인 포인트라고 하면 사용성에서 어떤 부분이 불편하다는 건데, 실질적으로는 아예 사용하지 못하시는 단계가 더 많았어요. 예를 들어 ‘이지 핸들 같은 게 왜 필요할까?’라고 생각하실 수 있는데, 손 사용이 어려우신 분들은 문을 여는 것조차 쉽지 않거든요. 비장애인 같은 경우에는 이거 좀 불편하다 정도지만, 장애인분들은 그런 작은 불편함이 아예 쓸 수 없는 그 단계로 극대화돼요. 그래서 저희가 가장 빠르게 이루고자 했던 것은 접근·사용할 수 있는 단계까지 넘어가는 것이었고, 그것이 유니버설 키트의 목적성인 것 같습니다.
Q. 유니버설 업 키트(Universal UP Kit)의 제작 과정이 더 구체적으로 궁금합니다.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었나요?
하영수 리더 보통 고객의 니즈를 바탕으로 아이디어가 나오면 종이나 나무로 모형을 만들어 보고 실제 그립을 확인해요. 요즘은 사내에 3D 프린트가 잘 되어있어서 하루 만에 확인이 가능하게 되었어요. 양산 제품 수준은 아니지만 핸들의 넓이나 깊이 등을 파악할 수 있죠. 세탁기 조작부에 부착하는 이지 다이얼도 특정 부분의 미세한 크기 차이에 따라 디스플레이가 가려질 수도 있고, 사람 키에 따라 제품을 사용하는 방식에 차이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내부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기준에 차이를 두고 테스트를 할 때 마다 결과도 다르게 나와서 기준점을 잡는 것에 어려움이 있었어요. 미세한 불편함이 감지되면 다시 만들고 테스트하는 과정을 반복했습니다. 주변 동료들도 함께 테스트를 해주며 어떤 점이 아쉬운지 의견을 주고, 좋은 아이디어도 많이 내주었죠. 많은 힘이 되었답니다.
Q. 제품 개발 과정에서 고려하셨을 우선순위가 궁금합니다. 어떤 점들을 우선순위에 두셨는지. 그리고 디자인도 상당히 공을 들인 것 같은데 기능과 디자인 중에선 어떤 것을 우선하셨는지. 디자인 원칙이 있었다면 어땠는 지도 궁금합니다.
하영수 리더 기능을 우선으로 하면서도 주변 인테리어와 조화가 되어야 한다고 판단해 디자인에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비장애인뿐만 아니라 장애인분들도 디자인에 신경을 많이 쓰신다고 앞서 말씀 드렸었는데요. 키트로 인해 공간과 제품이 조화롭지 못한 것을 안 좋아하시더라고요. 이왕이면 예뻤으면 좋겠다는 니즈를 파악해 누구나 키트를 장착했을 때 크게 어색하지 않도록 색깔도 제품에 맞추고, 라운드 쉐이프으로 안정성을 갖추는 등 신경을 많이 썼어요.
박세라 선임 연구원 개발팀보다 디자인팀이 먼저 움직였다는 것이 이 프로젝트의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개발에 초점을 두었다면 단순히 안전하고 위험하지 않게만 만들어졌을텐데, 시작이 디자인이었기에 기능적인 부분은 물론 조금 더 편의성 있게 그리고 미학적으로도 예쁘게 제작된 것 같습니다. ‘왜 필요해?’라는 의문을 가지실 수 있지만 비장애인이나 장애인의 모든 필요를 담을 수 있었던 것은 시작이 디자인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같아요.
이재걸 책임 제품을 사용할 때 신체 기능이 약하신 분들에게는 접근성만큼 안전성도 중요합니다. 하영수 리더님께서 유니버설 업 키트를 기획하실 때 인상 깊었던 부분이 안전성도 놓치지 않고 신경쓰신 점이에요. 이번에 기획한 키트들을 보면 안전에 관련된 키트가 많죠. 전자레인지 하단의 이동 선반이나 청소기 보조 같은 경우도 안전 쪽으로 고민을 많이 한 키트에요. 장애인분들이 단순 사용만 하는 게 아니라 디자인적으로도 어떻게 하면 좀 더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하신 것 같았죠. 리더님과 함께 일하면서 많이 배웠습니다.
Q. 유니버설 업 키트(Universal UP Kit)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라고 생각하시는 부분이 있다면?
박세라 선임 연구원 제가 보았을 때 가장 좋았던 것은 디자인적으로 기존 제품과 이질감이 들지 않고 조화를 이루는 점이 포인트라고 생각합니다. 제품에 키트를 부착하거나 떼는 것에 불편함이 없고, 일체형의 제품 같은 느낌이 들죠. 그렇게 때문에 신체적인 제약이 있어서 사용하기 보다는 제품 사용을 보조해주는 느낌이 들게 하는 것 같아요. 이것 또한 디자인이 주는 효과인 것 같아요.
하영수 리더 청소기를 구매하면 다양한 보조 키트가 별도로 제공되죠. 보조 키트는 서랍 어딘가에 넣어두고 잘 사용을 안 하게 되잖아요. 저희는 같은 키트를 부착했을 때, 사용할 때마다 꼈다 뺐다 하지 않아도 고정을 시킬 수 있으니 번거로움을 줄였죠. 이러한 편리성도 유니버설 업 키트의 중요 포인트라고 생각합니다.
Q. 유니버설 업 키트 개발을 통해 LG전자가 얻은 인사이트나 경험이 있을까요? 그리고 이것들이 앞으로 다른 제품 개발에 어떤 영향을 줄까요?
이재걸 책임 유니버설 업 키트에 대해 저희가 생각하고 있는 의미를 말씀 드리자면, 가전은 교체 주기가 길기 때문에 새로운 제품에 대한 고민 뿐만 아니라 기존의 제품에 대한 고민도 계속 진행해야 합니다. 이 때 ‘유니버설 업 키트’가 유용한 솔루션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나아가 유니버설 업 키트를 실제 사용한 고객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접근성 평가를 거쳐 다양한 피드백을 받으면, 그것을 바탕으로 새로운 접근성 기능 개발을 할 수 있는 선순환이 될 수 있죠. 이런 의미에서 ESG 전략실에서는 유니버설 업 키트를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하는 영역으로 보고 있습니다
Q. 현재 개발 중이거나 향후 선보일 제품들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박세라 선임 연구원 이번 유니버설 업 키트의 경우에는 다양한 스펙트럼의 운동능력, 특히 휠체어 사용자나 손 사용이 불편한 고객을 타겟으로 했어요. ’모두를 위한 가전’이라는 방향성을 가지고 제품을 디자인하고 개발하고 있는데, 궁극적으로는 타겟이 초 개인화되어 한 명, 한 명의 상황에도 맞춤화된 제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시각 장애만 하더라도 스펙트럼이 엄청 다양하죠. 조금씩 더 다양한 고객의 특성과 상황을 바라보면서 우리가 개발할 수 있는 것을 계속 검토하고 있습니다. 고객을 만나고, 테스트 하면서 나오는 좋은 아이디어는 다양한 부서 담당자들과 함께 구체화해서 기획하고 제안하고 있어요. 많은 제안에서 사용성이 향상되는 아이템을 다시 디자인하고, 만들고 테스트하는 과정들이 지금도 계속 진행되고 있습니다.
하영수 리더 저희는 고객이 불편하다는 제품이 있다고 하면 지속적으로 개발할 생각입니다. IFA 2023에서 공개한 라인업 외에도 다양한 제품군에 추가 적용이 가능한 업 키트를 개발·검토 중에 있습니다. 앞으로 어느 누구도 소외되지 않고, 모두가 함께하는 미래를 위해 더욱 발전해나갈 LG전자의 모습을 기대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