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표, 동전, 피규어, LP…
일상에서 스치고 지나가는 평범한 물건들이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추억이자 취미, 보물이 되기도 합니다.
가전도 마찬가지입니다. 시대에 변화 속에서 골동품이라 불릴 수도 있지만, 누군가에겐 과거의 소중한 추억으로, 현재의 행복한 일상으로, 미래의 역사적인 자산이 되기도 하는데요. 세월을 뛰어 넘어 특별한 기록을 남기고 있는 금성사(GoldStar, 골드스타) 컬렉터, 샤과쌤을 함께 만나볼까요?
레트로 가전 크리에이터 ‘샤과쌤’
Q. 이력이 상당히 독특한데 닉네임은 어떤 의미인가요?
고등학교 때 가고 싶은 대학교와 학과에서 이름을 따 닉네임을 ‘샤과쌤’이라고 했어요. ‘샤’대학 사회’과’학과… 샤, 아시죠?(웃음) 진학은 다른 대학으로 했지만, 처음으로 지은 닉네임인 만큼 그대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과학을 가르치는 교사로서 학생들에게 우리나라 최초의 과학기술에 대해 설명해주고 싶었어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한국의 위상을 드높인 금성사 제품들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금성사 제품 위주로 수집하게 되었습니다.
Q. 수집은 언제부터 시작했나요?
수집은 초등학교 때부터 좋아했어요. 지금은 쓰이지 않는 1원, 5원짜리 동전이 신기해서 하나 둘 모으던 것이 국산 미니카 수집으로 옮겨왔고, 끝내 금성사 수집으로 이어지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군대에서 무전기나 전화기를 사용하는 일이 많아 자연스럽게 무선통신 기술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어요. 그래서인지 라디오가 친근하게 느껴지면서 애착이 생겼고, 본격적으로 수집하려고 마음먹었죠. 자연스레 라디오 역사도 알아봤는데, 우리나라 최초의 라디오를 개발한 곳이 금성사였죠. 그렇게 금성사와 인연이 시작되었습니다.
레트로 가전이 주는 전지적 공감 시점
Q. 그래서 집 옆에 직접 창고를 만드신 거예요?
아니요. 부모님이 만들어 주셨습니다. (웃음) 막상 수집해온 금성사 제품을 보시더니 생각이 달라지셨던 거 같아요. 옛 생각이 나서 그런지 흐뭇해하셨는데 오래 전 할머니, 부모님 세대에는 혼수 대부분을 금성사 제품으로 구입하셨다고 해요.
부모님은 제가 수집해온 금성사 제품을 보면서, 그 시절엔 금성사 가전이면 늘 믿고 쓸 수 있었다며 엄지를 치켜드십니다. 그때의 좋은 기억 때문인지 지금도 가전제품을 바꿀 때면 항상 LG전자부터 찾으시더라고요. (웃음)
Q. 그럼 어릴 적 기억나는 금성사 제품이 있나요?
그럼요! 아무래도 어린 시절 많은 즐거움을 주었던 TV가 아닐까 합니다. 금성사 TV로 디즈니 만화동산이나 전설의 고향, 명화극장 등을 보며 자라 왔거든요. 그렇게 가족과 행복했던 어린 시절이 떠오를 때마다 하나 둘씩 제품을 모은 게 지금이 되었어요. 이렇게 돌아보니 금성사는 저에게 유년시절 그 자체였네요. 금성사, LG전자를 떠올리면 ‘가족’이라는 단어가 가장 먼저 생각나죠.
레트로 가전으로 이어지는 세대 교감
Q. 아이들 반응은 어떤가요?
너무나 갖고 싶은 장난감을 보는 느낌이랄까요? 금성사 제품을 볼 때마다 이것저것 가리키며 물어보곤 하죠. 아무래도 이야기로만 듣는 것보다 실물을 같이 보니 아이들도 재미있어 하는 거 같아요.
웃고 있는 아이들 모습을 보면 괜히 뿌듯해요. 제가 수집한 금성사 제품들로 아이들과 이어지는 느낌이죠.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제가 수집한 제품들로 아이들을 위한 전자 박물관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Q. 블로그, 유튜브도 운영 중이신데 크리에이터로서의 꿈도 있나요?
한국 사회의 발전 속도가 빨라지면서 점점 세대 간 의사소통이 어렵다고 합니다. 하지만 같은 관심사가 있으면 그 간격도 줄어들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수집한 금성사 제품으로 부모님 세대는 추억을 느끼고, 아이들 세대는 호기심을 느꼈듯이 말이죠.
블로그와 유튜브에선 금성사 제품을 수집하고 수리하는 과정을 콘텐츠로 보여드리고 있는데요. 부모님 세대에게는 그때 그 시절 옛 추억을, 자녀 세대에게는 부모님이 그 시절에 어떻게 살았는지 엿볼 수 있는 의사소통의 창구가 되었으면 합니다.
샤과쌤의 금성사 제품 수집에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담겨있습니다. 금성사가 샤과쌤 삶 전반에 공존하며 따뜻한 기억을 만들어 준 것처럼, 샤과쌤 역시 이를 매개체로 세대를 넘어선 소통과 교감을 이어가고 있는데요. 아마도 금성사는 샤과쌤에게 오랜 시간 곁에서 변하지 않으며 신뢰할 수 있는 동반자같은 존재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