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버설 디자인이란 다양한 특성을 가진 사람들이 모두 함께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것을 말합니다. 처음에는 장애인의 건축물과 시설물에 대한 공평한 사용을 위한 하나의 설계 방법으로 시작되었으나, 지금은 모든 제품과 서비스, 정보, 환경까지 아우르는 범위로 확대되었죠. 또한 사용자도 장애를 가진 사용자 뿐 아니라, 고령자와 어린아이들, 외국인 등, 말 그대로 다양한 특성을 가진, 보다 넓은 스펙트럼의 사용자를 의미한답니다.
유니버설 디자인 (Universal Design): 국적, 문화, 연령, 성별 등 누구나 상관없이 구애받지 않고 사용할 수 있는 보편적 설계. 영국에서는 ‘인클루시브 디자인(inclusive design)’이라고 한다.
유니버설 디자인은 모든 사람을 위한 디자인(Design for All), 또는 포용적 디자인(Inclusive Design) 등과 같은 의미로 사용되기도 하는데요. 이러한 디자인이 추구하는 방향성은 모두 동일하나, 사회적, 배타적으로 소외되는 사용자 계층이 없도록, 누구나 공평하고 편리하게 사용 가능한 시설물과 제품, 서비스, 환경 등을 설계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사실 설계자와 생산자, 그리고 운영자 모두에게 적용하기 매우 어려운 게 현실이죠.
보통 기업이 제품을 기획하고 생산할 때에는 판매의 대상으로 염두에 두는 특정 타겟 소비자가 있습니다. 제품의 기능과 디자인 등은 모두 이러한 타겟 소비자에 맞춰지게 되는데요. 일반적인 기능만 담을 것인지, 특별한 첨단 기능을 담을 것인지, 고급스러운 디자인을 채택할 것인지, 특정한 색상을 칠할 것인지 등. 제품이 시장에 소개되기 전, 기업 내부에서 결정하게 되는 많은 제품의 특징들은 모두 판매의 타겟이 되는 소비자에게 맞추게 됩니다.
그렇다고 제품의 특정한 타겟이 되는 사람들만 그 제품을 사용하는 소비자가 되지는 않습니다. 다시 말해서, 특정 타겟의 사람들에게 초점을 맞추어 기획하고 디자인한 제품일지라도, 기업이 소비자를 선택하지는 못한다는 것이죠. 소비자가 기업의 제품을 선택하고, 기업들은 그런 다양한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서 최선을 다해 서로 경쟁하게 마련입니다. 제품의 판매에 따른 기업의 수익은 얼마나 많은 제품을 얼마나 많은 소비자들에게 꾸준하게 판매하는가에 따라 결정됩니다. 기업은 더 많은 소비자에게 제품을 판매하기 위해 홍보와 마케팅 비용을 투자하고, 고객 확보를 위해 꾸준하게 반복적으로 개선된 제품을 제공하고자 고객 확보를 위해 심혈을 기울이게 되죠.
기업의 제품을 구매할 능력이 된다면 누구나 고객이 될 수 있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기업이 고객을 선택하는 것이 아닌, 고객이 기업의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시장의 원칙인데요. 따라서 더 다양한 고객의 요구조건과 선호를 이해하고 이를 제품에 고루 반영할 수 있는 기업의 제품은 더 다양한 고객에게 선택될 기회가 높아지게 됩니다. 유니버설 디자인은 더 다양한 특징을 가진, 여러 유형의 사용자를 배려한 제품 디자인이기에 그러한 의도로 기획되고 디자인된 제품은 더 많은 고객을 확보할 수 있죠.
단순히 제품의 기획과 디자인 과정에서 고객의 요구사항을 반영하는 것으로만 끝이 난다면, 소위 ‘충성고객’의 확보는 쉽지 않습니다. 사후 지원 서비스 또한 다양한 유형의 고객들을 대상으로 충실하게 제공되어야 그 많은 고객들이 모두 충실한 충성 고객이 될 수 있습니다. 비싼 제품을 구매해서 멋지게 쓰고 싶었는데, 사용 방법을 이해하기도 어렵고, 사용설명서나 홈페이지에서, 또는 고객지원센터로부터 도움을 얻기 힘들어서 결국 제대로 사용하지도 못하게 된다면, 누가 다시 그 제품을, 아니 그 기업의 제품을 또 구매하고 싶을까요? 기업으로부터 대우받지 못한 고객이라는 느낌이 든다면, 조금 더 친절하고 배려하는 다른 기업의 제품으로 눈을 돌리는 것이 당연하겠죠. 그 때문에 기업이라면 이윤의 극대화와 장기적인 생존을 위해서 고객 누구에게나 친절하게 다가가야 하는 것이 기본적인 자세라고 생각됩니다.
자칫 유니버설 디자인이 제품과 시설물의 기능에 대한 접근을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서 설계와 생산의 단계에서만 적용되는 디자인 방법으로 오해하기 쉬운데요. 기업은 다양한 유형의 소비자를 고려한 활동을 해야 하고, 단순 제품 판매가 목적이 아닌, 고객의 다양한 요구에 대응하며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합니다.
소비자가 제품을 사용하면서 겪는 모든 과정, 이를 제품의 생애 주기라고 하는데, 그 생애 주기의 전 과정에서 기업은 고객과 함께 해야 합니다. 앞에서 말한 특정 타겟이 되는 소비자 집단을 대상으로 제품의 디자인과 기능을 기획하고, 제품을 생산한 후 홍보/판매를 진행하며, 상담 및 사후 수리가 필요한 서비스를 지원, 제품의 업그레이드 또는 업데이트를 제공하고, 새로운 모델이 나오면 알려주고 교체해 주거나 재판매를 하여 인연을 이어가고자 노력하고 있답니다.
유니버설 디자인은 이 전 과정에서 항상 적용되어야 합니다. 장애를 가진 고객에게는 이러한 전 과정에서의 기능과 서비스에 대한 접근이 그 누구보다 필요하기 때문에 제품의 기능에 대한 유니버설 디자인의 적용을 필수적인 요소라고 하면, 그 이외의 전 생애 주기에서의 사전 및 사후 서비스에 대한 유니버설 디자인의 적용은 충분 요소라고 볼 수 있답니다. 필수적이고 충분한 조건이 모두 갖추어야 완전한 유니버설 디자인이 될 수 있죠.
LG전자가 장애를 가진 고객에게 제공하는 서비스 중에는 시각장애인 고객을 배려한 가전제품의 음성 안내 기능 제공이 있는데요. 일반적으로 시각적으로 제공되는 디스플레이 등 주요 사용단계를 음성으로 제공하여 시각장애인들이 앱을 통해서 내용을 파악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는 유니버설 디자인이 적용된 중요한 사례랍니다. 그 고객이 누구가 되었든 기업이 절대 포기하고 방치하지 않는다는 좋은 메시지를 주는 것. 특히, 약하고 어려움을 겪는 소비자에게 이러한 배려는 기업이 주는 든든한 믿음이 되고, 이러한 믿음을 통해 충성 고객이 쌓여가는 것이죠.
청각장애인들이 경험하는 생활의 어려움은 생각보다 심각합니다. 우리는 청각장애인들이 문자를 읽는 등의 시각 정보를 받아들일 수 있으므로 다른 유형의 장애인들보다 어려움을 덜 겪을 거라 생각하기 쉬운데요. 그러나 청각장애인, 특히 전농인들은 비장애인인 일반인들과의 의사소통이 매우 어려운 게 현실이랍니다.
LG전자가 의사소통이 어려운 청각장애를 가진 고객을 위해 동영상 튜토리얼에 수어 해설을 제공하고 화상 통화를 통한 수어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유니버설 디자인의 좋은 사례입니다. 우리는 흔히 제품의 기능에 접목된 유니버설 디자인에만 집중하기 쉽죠. 그러나 우리가 간과하기 쉬운 사용설명서, 사후 지원 상담 서비스 또한 제품의 내용을 구성하는 중요한 일부이기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서는 반드시 필요한 부분인데, 이렇게 필요충분한 요소에서 장애인 소비자가 경험하는 기업의 배려와 책임감은 그들의 팍팍한 삶에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줄 수 있습니다.
미디어를 통해 자주 접하게 되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 그리고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유니버설 디자인이 적용된 건축물과 제품, 그리고 서비스 사례들. 주위를 둘러보면 실제로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도약하고 있고, 사회가 많이 발전하고 있다는 것을 체험하고 느끼게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장애인들과 고령자들은 아직 사회에서 살기 힘들고 일상생활이 불편하다고 말하고 있는데요. 우리는 정말 많은 노력을 기울여서 유니버설 디자인을 사회 곳곳에 적용했다고 자부하지만, 아직 우리 사회에서 장애인들은 비장애인들처럼 동등하게 대접받으면서 독립적인 삶을 살기 어렵습니다. 유니버설 디자인의 7원칙 중에서 가장 중요한 첫 번째 원칙, 동등한 접근과 사용이 얼마나 어렵고 고민스러운 것인지 증명하는 현실이죠.
사회적 약자를 포함한 모든 사람이 동등하고 공평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 유니버설 디자인이 필수라고 하면, 유니버설 디자인은 아마 이제 겨우 첫걸음을 뗀 것일 뿐일지도 모릅니다. 또한, 국민의 안전과 행복을 책임지고 있는 정부가, 소비자의 삶의 질을 선도하는 기업이 그 걸음을 바른 방향으로 지속적으로 이끌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