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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TECH CONFERENCE 2023]#9 알아서 비켜주는 로봇의 비밀, 로봇 내비게이션 기술 살펴보기

2023-06-16 김형록 연구위원
LG전자 CTO부문 로봇선행연구소 김형록 연구위원

KAIST 기계공학과에서 로봇을 전공하고 현재 LG전자 로봇선행연구소에서 로봇 자율주행 기술 개발을 리딩하고 있습니다. 인간과 공존하는 로봇의 미래를 위한 기술을 탐구하고 있습니다.
LG TECH CONFERENCE 2023 현장에서 마이크를 잡고 발표하고 있는 김형록 연구위원의 모습
LG TECH CONFERENCE 2023 현장

기술이 발달하면서 로봇의 활용 범위가 커져가는 오늘날, 로봇에게 기대하는 핵심 가치 중 하나는 주변 환경에 물리적인 변화를 인간의 도움 없이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최초의 로봇은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기 위해 고안 되었고, 지금도 로봇이 주변 대상물의 위치, 형태, 상태를 변화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개발·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죠.

인간과 로봇의 ‘이동’과 ‘조작’(출처: 셔터스톡)

인간에 대한 설명은 순서대로 인간지능 HI, 감각, 조작, 이동

로봇에 대한 설명은 순서대로 인공지능 AI, 센서, 조작, 주행
인간과 로봇의 ‘이동’과 ‘조작’(출처: 셔터스톡)

이러한 물리적 변화를 만들어내는데 가장 필요한 동작은 인간의 손과 발이 하는 동작인 ‘이동’과 ‘조작’으로 볼 수 있는데요. 각각에 해당하는 주행(Navigation)과 조작(Manipulation)이 로봇 공학에서 가장 오랫동안 탐구하고 응용이 개발되어 온 분야로 볼 수 있죠. 지난 3월 LG 테크 콘퍼런스 2023에서 획기적 기술로 보편화되고 있는 오늘날 로봇 내비게이션 기술의 동향과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살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일상 속 반복적인 이동 작업을 줄여준 로봇청소기의 변화 (출처: LGE.COM)

아이로봇(iRobot)세계 최초 청소 로봇  단순히 작은 먼지만 치우던 청소 로봇

LG 코드제로 오브제컬렉션 R9 · M9 쓸고, 닦고, 먼지까지 자동으로 비우는 로봇
일상 속 반복적인 이동 작업을 줄여준 로봇청소기의 발전 (출처: LGE.COM)

로봇의 내비게이션은 로봇이 스스로 주변 환경을 인지하고 판단하여 안전하고 빠르게 목적지로 이동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입니다. 사람들은 로봇이 스스로 이동하는 기능을 탑재해, 우리를 반복적인 이동 작업에서 해방시켜 주고, 다양한 물건을 원하는 곳으로 이동시켜 사람의 이동 능력을 뛰어 넘기를 기대하죠. 우리가 일상에서 겪는 반복적인 이동 작업 중 대표적인 ‘청소’를 예로 들어볼까요? 미국의 아이로봇(iRobot)사에서 2002년에 세계 최초 청소 로봇을 출시했습니다. 단순히 작은 먼지만 치우던 청소 로봇은 LG전자의 R9과 M9처럼 현재는 쓸고, 닦을 뿐 아니라 먼지도 자동으로 비우는 로봇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공장, 재난 지역 등 다양한 곳에서 활용되는 로봇 (출처: Boston Dynamics/britannica/nasa)

좌측부터 시계방향으로  LG전자 클로이 캐리봇, 보스턴 다이내믹스 스트레치, 화성 탐사 로봇, DARPA 서브 T 챌린지 참가 로봇
공장, 재난 지역 등 다양한 곳에서 활용되는 로봇 (출처: Boston Dynamics/britannica/nasa)

로봇은 공장과 물류 창고에서 생산품이나 배송해야 할 물건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운반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LG전자의 클로이 캐리봇(CLOi CarryBot)은 물류 창고에서 작업자를 도와 물류 효율을 높이는데 도움을 주고 있으며, 보스턴 다이내믹스(Boston Dynamics)의 스트레치(Stretch)는 트럭에서 물건을 상·하차하는 작업을 지원하는데 도전하고 있죠. 인간이 활동하기 어려운 재난지역이나 지구 밖 행성에서는 로봇의 자율 주행 능력을 구조 및 탐사에 활용하기도 합니다. NASA의 수많은 탐사 로봇들이 화성에서 스스로 이동하고, 방위고등연구계획국 DARPA의 ‘서브 T 챌린지1)’에서는 사람이 접근하기 힘든 수 km의 동굴에서도 로봇이 스스로 지도를 만들고 이동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1) 서브T챌린지(Subterranean Challenge) : 실제 로봇이 인공터널, 자연동굴, 도심 지하공간 등에서 경쟁을 벌이는 시스템즈대회와 가상 로봇이 시뮬레이션 환경에서 벌이는 가상대회

AI 영상 인식과 SLAM 기술 기반으로 주변 환경을 이해하며 청소하는 LG 코드제로 R9
AI 영상 인식과 SLAM 기술 기반으로 주변 환경을 이해하며 청소하는 LG 코드제로 R9

청소 로봇에서 상업적으로 활용된 초창기 로봇 내비게이션 기술은 센서와 주행 지능의 제약으로 벽에 부딪히면 임의의 방향으로 회전하여 이동하는 아주 단순한 방식이었습니다. 이러한 방식은 반사적으로 움직이는 곤충과 같은 움직임을 이용하는 것으로, 목적지에 빠르고 효과적으로 도달하는 목적에는 맞지 않는 방식이죠. 로봇의 스마트한 자율 주행을 위해서는 로봇 스스로 주변 환경의 지도를 만들고 자신의 위치를 정확히 아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기술을SLAM(Simultaneous Localization and Mapping)이라고 해요. SLAM 기술을 기반으로 로봇이 이동 계획을 세우고 정확하고 꼼꼼하게 청소가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SLAM 기술은 공항, 식당, 창고와 같이 점점 복잡하고 넓은 공간에서, 또 실외에서도 활용 가능하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위치를 정확히 알고 나면 주변의 장애물도 정확히 파악해야 하죠. 카메라, 3D 센서, LiDAR2) 등 다양한 센서와 인공 지능 기술을 결합해 주변 물체의 위치와 종류를 정확히 인식하고, 그 움직임을 추적해 어디로 피해야 할지 정확히 판단할 수 있게 됩니다. 이를 기반으로 가정 내에서 청소를 위한 주행뿐만 아니라 도심과 실외 공간에서도 자율 주행이 가능하도록 발전하고 있죠. 우리 일상에서 공항, 식당, 창고 등에 사용되는 로봇 내비게이션 기술을 살펴볼까요?

2) LiDAR(Light Detection and Ranging) : 빛을 통한 검출과 거리 측정을 의미, 근적외광 및 가시광, 자외선을 사용하여 대상물에 빛을 비추고, 그 반사광을 광 센서를 통해 검출하여 거리를 측정하는 리모트 센싱 (떨어진 위치에서 센서를 사용하여 검출) 방식

1) 영상/LiDAR 융합 SLAM : 영상과 LiDAR 2종 센서 정보를 통합적으로 최적화해 복잡하고 변화가 심한 환경에서도 정확한 지도를 만들고 위치를 인식하게 하는 기술

복잡하고 변화가 심한 환경에서도 정확하게 위치를 인식하는 영상/LiDAR 융합 SLAM 기술
복잡하고 변화가 심한 환경에서도 정확하게 위치를 인식하는 영상/LiDAR 융합 SLAM 기술

2) 혼잡 상황 경로 계획 및 주행 제어 기술 : 복잡한 장애물 조건에서 로봇이 이동 가능한 여러 후보 경로 중 최선의 경로를 빠르게 선정하고, 로봇의 구동 성능을 고려한 최적의 이동 방향으로 제어하는 기술

복잡한 장애물 속 최적의 이동 방향으로 제어하는 혼잡 상황 경로 계획 및 주행 제어 기술
복잡한 장애물 속 최적의 이동 방향으로 제어하는 혼잡 상황 경로 계획 및 주행 제어 기술

3) Cloud/AI 기반 SLAM : 영상과 관성 센서 정보를 결합한 빠른 움직임 측정과 Cloud 서버 기반의 비주기적인 정확한 지도 위치 측정을 결합하여 위치 인식 성능을 향상 시키는 기술

MultipleEye사와 공동 개발 중인 Cloud/AI 기반 SLAM
MultipleEye사와 공동 개발 중인 Cloud/AI 기반 SLAM

현재까지의 SLAM 기술은 공간 거리 정보를 중심으로 지도를 정확하게 만들고 위치를 측정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만이 목적일 때는 거리 정보만으로 충분하지만 ‘왜’, ‘무엇’을 위해 이동해야 하고, 어떻게 이동하는 것이 최선인지를 판단하기에는 충분하지 않죠. 따라서 공간을 구성하는 객체들의 의미를 포함하는 SLAM을 ‘시멘틱 슬램(Semantic SLAM)’이라고 합니다. 현재 로봇 청소기에서 청소 후 인식한 가구의 위치를 알려주고 공간을 방, 주방, 거실 등으로 구분해주는 것이 시멘틱 슬램의 기초적인 모습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LG전자에서는 시멘틱 슬램을 통해 가정, 상업 공간, 산업 현장에서 활용하는데 필요한 효과적인 데이터 구조 등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공간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더 지능적으로 상황을 대처하는 로봇의 미래

공간의 의미를 로봇이 이해한다면?

대화형 명령 TV 앞에 청소해줘!
유연한 대응 비 오는 날 웅덩이가 생기는 곳은 멀리 가더라도 피하자!

혼잡 환경 대처
사람들은 많지만 이곳의 지도는...
공간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더 지능적으로 상황을 대처하는 로봇의 미래

로봇이 공간의 의미를 이해하게 된다면 이동을 기반으로 한 서비스 과정에서 지능적으로 대처하고 유연성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점점 더 발전하고 있는 음성 인식 기술과 결합한다면 대화형 청소 명령도 가능해질 것입니다. 예를 들어 ‘TV 앞에 먼지를 치워줘’라고 이야기하면 TV가 어디 있고, 앞이 어느 공간을 의미하는지 로봇이 스스로 이해하고 청소를 할 수 있게 되는 거죠. 또 고객이 주문한 음식을 싣고 있는 배달 로봇이 거리가 멀더라도 주행에 방해가 되는 장애물이 더 적은 경로를 선택하여 이동하게 되는 것처럼 공간에 존재하는 객체들의 속성을 기반으로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주행 계획을 변경하고 수행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공간의 의미를 기반으로 지도를 더욱 정확하게 만드는데도 이용할 수 있습니다. 로봇이 지도를 만드는 과정에서 보행자와 같은 움직이는 대상은 항상 그 자리에 있는 것은 아니므로 정확한 지도를 만드는데 방해가 되기도 하죠. 이러한 객체를 정확하게 분리하여 공간에 고정적으로 존재하는 대상만을 이용해 정확한 지도를 만들 수 있게 됩니다.

라이다 센서와 3D 카메라가 공간을 인식하며 주행 영역이 확대된 ‘LG클로이 서브봇’
라이다 센서와 3D 카메라가 공간을 인식하며 주행 영역이 확대된 ‘LG클로이 서브봇’

로봇의 자율주행 기술에 ‘공간 지능’이라고 이름을 붙이는 것은 로봇의 궁극적인 목적이 우리의 생활 공간에서 로봇이 이동 능력을 활용해 우리에게 도움을 주게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복잡한 시내에서 서로 부딪히지 않으면서도 원하는 곳으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경우에 따라서 모여서 담소를 나누는 사람들 가운데로는 지나가지 않는 센스를 발휘하기도 하죠. 이렇게 눈치껏 이동하는 능력이 공간 지능을 가지게 된 로봇에게 기대하는 자율 주행의 모습일 것입니다. 이를 위한 공간 지능 기술은 센서, 인공 지능, 제어 기술의 통합을 기반으로 SLAM과 환경 인지 및 주행 제어 기술이 점차 고도화 되며 가능하게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