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테리어 가전’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미적인 요소를 의미하는 ‘인테리어’와 성능적인 요소를 의미하는 ‘가전’이 결합한 단어입니다.
여러 가지를 뜻하는 포괄적인 개념이지만, 세부적으로 보면 디자인과 가전 제품의 만남입니다. 오디오 분야에도 ‘장전축’이라 불리는 제품들이 있습니다. 가구를 의미하는 ‘장’과 오디오를 의미하는 ‘전축’이 결합된 조어입니다. 어떻게 보면 인테리어 가전은 오디오에서 시작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5~60년대 최고의 가구 디자이너 임스(Eames) 부부를 모셔온 ‘트루소닉(Trusonic)’, 거대한 흉물이 될 뻔한 스피커를 감탄이 자아나는 가구 포름(형태)으로 완성한 디자이너 아놀드 울프(Arnold Wolf)의 ‘JBL 파라곤(Paragon)’이 대표적이죠. 이 제품들은 압도적인 미감을 선사하는 마스터피스(masterpiece)로 여전히 프리미엄이 붙어 고가에 거래됩니다.
l LG 오브제 앞에서 사진 촬영을 하는 스테파노 지오반노니
이런 트렌트를 읽어내 다시 한 번 가전과 가구의 결합을 시도한 브랜드가 바로 ‘LG 오브제(LG Objet)’입니다. 세계 3대 산업 디자이너이자 살아있는 거장으로 불리는 스테파노 지오반노니 (Stefano Giovannoni)를 낙점하여 디자인을 한껏 끌어 올렸죠.
LG 오브제는 가습공기청정기, 냉장고, 오디오, TV 등 4개의 라인업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그 중 가장 관심을 갖는 모델은 영국 하이엔드 오디오 메이커 메리디안(Meridian)이 사운드를 매만진 LG 오브제 오디오입니다.
음악 산업의 혁신 대명사, 메리디안
l 밴드가 공연하는 모습
2차 세계 대전 이후 오디오 시장은 승전국 미국이 경제 부흥을 기반으로 이끌어나가는 형세가 됩니다. 하지만 1964년 비틀즈(The Beatles)의 ‘브리티시 인베이젼(British Invasion, 영국 가수가 미국에서 큰 인기를 얻었던 현상)’을 시작으로 판세가 바뀌죠.
연이어 등장한 퀸(Queen), 롤링 스톤즈(The Rolling Stones), 핑크 플로이드 (Pink Floyd) 등으로 영국 오디오 산업은 급격한 발전을 이룹니다. 아티스트들이 추구한 새로운 음악을 만들기 위해서는 기존보다 높은 수준의 레코딩 환경이 필요했고, 이 점이 자연스레 오디오 기술의 혁신으로 이어진 것이죠.
l 출처: 오디오매거진(http://audiomagazine.co.kr), 메리디안 창업자 밥 스튜어트
영국의 오디오 빅뱅은 케임브리지 대학(University of Cambridge)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대학생들이 습작을 만들며 창업했기 때문입니다. 청년 창업 붐이 영국 오디오 산업을 세계의 중심으로 올라서게 만든 셈입니다.
캠브리지 오디오(Cambridge Audio), 아캄(Arcam), 미션(Mission), 하베스(Harbeth), 린(Linn) 등이 모두 이 시대에 탄생했습니다. 그리고 1977년, 디지털 프로세싱 엔지니어 밥 스튜어트(Bob Stuart)와 산업 디자이너 앨런 부스로이드(Allen Boothroyd)가 메리디안을 창업하며 이에 가세했습니다.
l 출처: 오디오매거진(http://audiomagazine.co.kr), 메리디안의 세계 최초 타이틀 이력
메리디안은 창업과 동시에 결정적 호기를 맞이합니다. 세계 최초의 디지털 음악 기록 매체인 CD가 탄생한 것이죠. 1983년 이들은 세계 최초 하이엔드 CD 플레이어를 발매하며 시장을 휩씁니다. 이후 세계 최초 홈오디오 디지털 스피커, 세계 최초 디지털 컨트롤러 등 음악 관련 주요 타이틀을 모두 메리디안이 차지합니다.
메리디안은 개발 과정에서 얻어진 기술들을 업계에 공개합니다. 특히 처녀작인 MLP 기술은 발표와 동시에 DVD의 오디오 원천 기술로 쓰일 정도였죠. 이를 탐낸 돌비(Dolby)가 라이선스를 취득해 해당 기술을 쓰고 있으며, 확장한 것이 지금의 ‘돌비 애트모스(Dolby Atmos)’입니다.
l 스트리밍 음악 서비스에서 MQA를 지원하는 아이콘 표시
밥 스튜어트는 노년에도 혁신적인 음악 기술을 세상에 내놓습니다. 바로 ‘MQA’입니다. 현존하는 오디오 파일포맷 중 용량이 가장 작으면서도 최고의 음질을 재생할 수 있죠. ‘MQA’는 고음질 스트리밍 기술로 인정받으며 현재 오디오 시장의 표준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장점뿐인 메리디안에도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하이엔드 오디오 시장에 주력해 보다 많은 이들이 메리디안 사운드를 즐기기 어렵다는 사실이죠. 이 아쉬움을 메워주는 것이 바로 LG전자와의 콜라보레이션입니다.
l 출처: 소셜LG전자(https://bit.ly/2KpnhuP) 메리디안 기술이 들어간 LG 오브제 TV및 오디오
LG전자는 2017년 하반기에 출시된 스마트폰 LG V30를 시작으로 스피커, 사운드바, LG 시그니처 올레드 TV R (롤러블 TV)까지 메리디안과 협업 범위를 확장했는데요. 평소 접하기 힘들었던 메리디안 사운드를 LG전자 제품으로 손쉽게 즐길 수 있게 된 것이죠.
메리디안 X LG 오브제 오디오
메리디안은 LG 오브제 라인업 중에선 TV와 오디오를 함께 담당했습니다. 특히 오디오는 사운드가 중요한 만큼 메리디안의 음향 기술이 어떻게 녹아있는지 궁금해지는 부분이죠. LG 오브제 오디오는 과연 어떤 수준의 음향을 들려줄까요?
LG 오브제 오디오는 카테고리를 분류하자면 거치형 블루투스 스피커에 속합니다. 기본적으로 스마트폰, 태블릿과 무선으로 연결해 음악을 듣는 형태죠. 라디오, AUX, USB 등 다양한 슬롯을 갖추고 있어 사용 편의성이 높으며 최대 192kHz / 24bit의 고해상도 음질을 지원합니다. 참고로 USB 메모리에 고음질 음원을 담아 재생할 경우 보다 풍부하고 고급스러운 음질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유닛은 0.75인치 트위터 2기, 4인치 미드레인지 2기, 7인치 우퍼스피커 1기로 이루어진 2.1채널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총 160W 출력의 파워앰프가 오디오를 구동합니다.
직접 감상한 LG 오브제 오디오의 사운드는 대단히 놀라웠습니다. 2~3배 가격의 블루투스 스피커와 음질로 겨루어도 좋을 수준이었습니다. 마치 잘 튜닝된 하이엔드 스피커를 듣는 것 같았죠.
동급 스피커를 들을 때 경험하게 되는 벙벙거리는 저역, 귀를 아프게 하는 고역과 같은 단점을 좀처럼 찾기 힘들었습니다. 메리디안과 LG전자가 세심하게 사운드를 튜닝했다는 인상입니다. 동급 체급에서 기대하기 힘든 저음의 표현력도 특기할 만합니다. 과거 영국의 북쉘프 스피커의 통울림을 연상시키듯 풍성하면서도 자연스러운 저역이 일품이죠.
전격 리뷰! LG 오브제 오디오 (with 뮤직 플레이 리스트)
동영상 원고
Chirs Jones “Roadhouses & Automobiles”
Vers 1:
It’s a long row of zeros,
shining in that dashboard light,
another millions miles in some rental cars,
another highway in the night.
another day, another week, another month,
away from my family,
but I’ll be lying if I told you,
there’s somewhere I rather be.
Living in roadhouses and automobiles,
There’s a poor boy hunting june bugs,
And I know just how he feels.
Living out of suitcases,
Living out of fantasy,
There won’t be nothing left, when this road gets done,
with me.Vers 2:
Now it’s a long road that brings me here,
a lot of pain and folks (left) behind,
and if the music hadn’t pulled me through,
I’d have probably lost my mind.
I bet (hope) my woman she understands it,
our little daughter understands it too,
they both love me for who I am,
and separable from what I do.
I’m a stranger to my children,
I’m a stranger to myself, sometimes,
but that don’t mean it’s just another sad song,
to read between the lines.
Between the lines it’s just…
Vers 1 (repeated) (some words added):
a long road of zeros,
shining in that dashboard lights,
another millions miles in some rental cars,
another highway in the darker night.
another day, another week, another month,
away from my family,
but I’ll be lying if I told you,
there’s somewhere I rather be.
LG V50 씽큐와 블루투스로 연결해 크리스 존스(Chris Jones)의 ’Roadhouses & Automobiles’ (16bit / 44.1kHz, Flac)를 감상해봤습니다. 먼저 스테이지 표현력에 깜짝 놀라는데요. LG 오브제 오디오는 모노 스피커의 형태임에도 스테레오 스피커의 넓은 음역대가 전해졌습니다. 스피커 뒤로 제법 넓은 무대를 그려내며 보컬과 악기가 또렷한 정위감을 묘사합니다. 단품 블루투스 스피커로서는 놀라운 성취라고 생각합니다.
동영상 원고
Lately, I find myself out gazing at stars
Hearing guitars like someone in love
Sometimes the things I do astound me
Mostly whenever you’re around me
Lately I seem to walk as though I had wings
Bump into things like someone in love
Each time I look at you
I’m limp as a glove
And feeling like someone in love
Lately I seem to walk as though I had wings
Bump into things like someone in love
Each time I look at you
I’m limp as a glove
And feeling like someone
Feeling like someone
Feeling like someone in love
이번엔 다이아나 크랄(Diana Krall)의 ‘Like Someone in love’ (96kHz / 24bit, MQA)입니다. 보컬은 정중앙에 위치하고 각 악기로 좌우로 펼쳐집니다. 체급 한계상 좌우 스테이지 폭이 좁긴 하지만, 전후로는 깊은 무대를 그려냅니다. 보컬과 악기의 표현은 뛰어난 해상력을 보여주면서도 자연스럽습니다.
다소 아쉬운 공간 묘사를 파워업해주는 기능이 ‘사운드 효과’인데요. 대부분 공간감을 얻는 대신 해상력을 망치는 빌런급 기능으로 존재했습니다. 하지만 LG 오브제 오디오는 달랐습니다. 스테이지를 한층 확장시키면서도 좀처럼 해상력을 잃지 않습니다. 사용자에게 반드시 쓰기를 권하고 싶은 기능입니다.
종합적으로 LG 오브제 오디오는 재즈처럼 소편성 음악에는 출중한 능력을 보여줍니다. 다만 오케스트라와 같은 대편성 음악에는 다소 아쉬움이 있습니다. 오디오 1대를 더 추가해 스테레오 페어링을 할 수 있는 기능이 추가된다면 더 좋을 것 같은데요. 물론, 팝이나 대중 음악 등 소편성 음악을 주로 감상한다면 실제로 체감하는 일은 드물 거 같습니다.
명장들의 손길이 만난 LG 오브제 오디오
LG 오브제 오디오는 오랜만에 디자인과 음질 모두를 만족시키는 기기였습니다. 스테파노 지오반노니의 디자인과 메리디안의 사운드가 만난 사실만으로 명작 반열에 오르기에 손색 없는데요. LG 오브제 오디오는 ‘음’만으로 동급 블루투스 스피커를 단번에 압도할 수 있는 존재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인테리어로서의 아름다움과 하이엔드 오디오 품질을 동시에 즐기고 싶다면 LG 오브제 오디오의 일청을 권하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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