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 대전 유성구에 개관한 국립중앙과학관은 과학과 기술, 자연과학 분야의 전시와 교육을 통해 대중에게 과학 지식을 쉽게 전달하는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과학 박물관입니다. 그런데 최근 이곳에 LG전자의 에어컨 실외기 ‘팬(Fan)’이 등장해 관람객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LG전자의 에어컨 실외기 팬(Fan)은 국립중앙과학관 자연사관에서 진행 중인 ‘자연모사 특별전’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언뜻 평범해 보이는 에어컨 실외기 팬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자연에서 영감을 받아 설계한 혁신적인 기술이 숨겨져 있습니다. 바로 이 저소음·고효율 실외기 팬을 개발하기 위해 혹등고래의 돌기, 가리비의 표면 등 진화를 거듭해 완성된 자연의 형상과 원리를 적용한 것이죠.
해당 기술은 지난 2015년 LG전자와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공동 연구팀이 생물학적 특징을 응용한 생체모방 기술을 적용해 개발했습니다. 기존 에어컨 팬의 경우, 날개 구조에 따라 복잡한 공기흐름이 발생해 소음과 효율이 떨어졌는데요. 연구팀은 혹등고래와 가리비, 독수리 날개에서 그 해결책을 찾았습니다.
혹등고래는 무게가 약 30톤에 이르는 거대한 몸집을 가지고 있지만, 가슴지느러미 전단부의 독특한 ‘돌기’ 덕분에 재빠르게 사냥할 수 있습니다. 또 가리비 껍데기의 홈은 포식자를 맞닥뜨렸을 때 더 빠르게 도망칠 수 있게 합니다. 이런 특징들은 혹등고래 가슴지느러미 돌기와 가리비 껍데기 홈의 구조가 *유동박리(Flow eparation) 현상을 줄여 주기 때문입니다.
*유동박리: 유체가 물체의 표면을 따라 흐르다가 특정한 조건에서 유체가 표면으로부터 떨어져 유체의 움직임이 불안정해지는 현상.
또 독수리는 활강할 때 날개 끝 갈라진 깃털로 공기를 분산해 흐르면서 저항을 줄여 *양력을 생성하는데요. 이 독특한 구조가 주변 공기의 흐름을 효율적이고 안정적으로 바꿔줍니다.
*양력: 물체의 주위에 유체가 흐를 때 물체의 표면에서 유체의 흐름에 대하여 수직 방향으로 발생하는 역학적 힘
연구팀은 혹등고래 가슴지느러미 돌기 형상과 가리비 표면 홈 구조, 독수리 날개 끝 깃털 모양을 본떠 팬에 독특한 패턴을 적용했습니다. 그 결과, 공기 흐름을 더 매끄럽고 효율적으로 만들어 일반 실외기 팬 대비 소음은 최대 50%, 소비 전력은 최대 10% 줄일 수 있었습니다. 이 기술은 현재에도 LG전자가 출시하는 에어컨과 히트펌프 냉난방시스템 등에 적용하고 있습니다.
특히 LG전자 고효율 히트펌프 냉난방시스템은 글로벌 전기화, 친환경 트렌드에 탄소배출을 줄이는 솔루션으로 그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데요. LG전자는 북미, 유럽, 아시아 등 전 세계 주요 시장에서 지역 맞춤형 냉난방 솔루션을 앞세워 HVAC(냉난방공조) 시장을 공략하고 있습니다.
이 밖에도 자연모사 기술이 적용된 다양한 사례들을 살펴보면, 먼저 고속열차 KTX 산천은 산천어의 유선형 구조를 모방해, 공기 저항을 줄이고 속도를 높였습니다. 또 실린더 주사를 대체할 수 있는 약물 전달 패치도 ‘뒷어금니독사’가 모세관 현상으로 외력 없이 독을 침투시키는 원리를 적용했습니다. 이처럼 일상 속 자연모사 제품들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국립중앙박물관 소규모 자연모사 특별전은 12월 15일까지 열립니다.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며 혁신을 지속하는 LG전자. 앞으로 또 어떤 새로운 아이디어로 우리의 일상에 변화를 가져올지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