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3월 16일,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3년만에 개최된 LG그룹 최대 기술 콘퍼런스 ‘LG TECH CONFERENCE 2023(LG 테크 콘퍼런스 2023)’. 2012년 처음 시작한 ‘LG 테크 콘퍼런스’는 국내 이공계 R&D 인재들을 초청해 LG의 기술과 비전을 전하는 행사입니다. LG전자도 AI, 로봇, 미래 자동차 등 다양한 분야의 미래 기술 전문가들이 강연을 진행했죠. 과연 이들이 현장에서 전한 미래의 모습은 무엇일까요?
여러분은 애플의 가장 핵심적인 경쟁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제품의 ‘기능’과 ‘디자인’ 등 다양한 요소가 있겠지만, 필자는 대부분의 애플 기기에 최신 버전의 OS 업그레이드를 지원하는 것이 핵심 경쟁력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가장 최근 버전인 iOS 16은 2020년 출시된 아이폰SE(2세대)까지 지원하죠. 이를 통해 애플 생태계에 있는 앱들은 OS 버전 호환성에서 자유로워지고 이전 버전의 OS에 대한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기 보다는 최신 버전의 OS에 대한 하드웨어 별 호환성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최근 완성차 업체들도 차량 내 ‘카페이 시스템’, ‘OTA를 통한 데이터 업데이트’, ‘대형 스크린을 활용한 게임’ 등 서비스 중심의 가치를 극대화 하기 위해서 서비스 생태계에 다양한 앱 개발 업체들이 참여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앱 개발 업체들이 서비스의 가치 그 자체에 집중할 수 있게 하고, 서비스 생태계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도록 촉진하려면 추가로 발생하는 서비스 유지 보수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야 하죠.
지난 「LG 테크 콘퍼런스 2023」 현장에서 소프트웨어가 제공하는 서비스의 차별화된 가치에 집중한 오늘날 자동차의 핵심 기술, SDV(Software Defined Vehicle)에 대해 살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1.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 SDV란?
소프트웨어가 자동차에서 중요하다는 논의들은 이미 많이 진행됐습니다. 차량 제조사들이 차량을 운영하기 위한 소프트웨어를 ‘OS’로 정의하면서 본격적으로 SDV(Software Defined Vehicle: 소프트웨어 기반 자동차)라는 정의를 사용하게 되었죠. 전통적인 자동차는 출시 이후에 치명적인 버그 이외에는 거의 수정이 되지 않는 반면, SDV는 출시 이후에도 소프트웨어의 업그레이드를 자유롭게 할 수 있습니다.
그 전부터 SDV에 대한 언급들은 있어왔지만, 자율주행 자동차가 급부상하던 2021년 하반기에서 2022년 상반기 중 SDV가 급격히 부각되었는데요. 2021년 독일 슈트르가르트의 칼 벤츠 아레나에서 열린 AEK(Automobil Elektronik Kongress) 2021에서 주요 관련 업체들이 한자리에 모여 SDV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죠. 이 행사에 참여한 업체들이 현재 업계의 SDV로의 전환을 주도하고 있기도 합니다.
2. 기존 자동차와 SDV 차량의 핵심적 차이점은 무엇일까?
1) 차량 구조의 변화 측면
기존 자동차와 SDV 차량에는 우선 ‘차량 구조’ 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과거에는 차량의 E/E 아키텍처(E/E : Electric/Electronic Architecture)를 ‘플랫폼’이라고 불렀는데요. 차량의 전장 구조를 플랫폼화 하여 다양한 차종에 공통적으로 적용하고, 공통 부품을 모든 차종에 사용하여 비용을 효율화 했습니다.
이러한 ‘플랫폼’의 핵심은 다양한 기능의 독립된 부품을 모듈화 하고 이를 ‘통제 구역 네트워크(CAN : Controller Area Network)’라고 하는 차량 네트워크로 연결하여 전체를 구성하는 것이죠. 하지만 이러한 구조는 소프트웨어를 업그레이드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모듈 별로 제조사가 달라 일부 모듈의 소프트웨어 변경이 있을 때 다른 모듈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영역 기반 아키텍처(Zonal Architecture)’는 설계 단계에서부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개발이 별개로 이루어지는 것을 염두에 두고 고안되었죠. 크게 자동차를 좌전방-좌후방-우전방-우후방으로 나눈 뒤 각 영역에 필요한 기능을 영역전자제어장치(Zonal Electronic Control Unit)가 컨트롤합니다. 그리고 이들 영역전자제어장치를 하나의 중앙컴퓨터가 관리하는 구조입니다. 이전보다 배선의 복잡도가 줄어들고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무엇보다 이 중앙 컴퓨터를 업데이트 하는 것으로 차량 성능 개선이 가능합니다.
2) 개발 방식의 변화
개발 방식에서도 큰 차이가 있습니다. 전통적인 차량은 개발 초기 단계에 거의 모든 사양이 결정되게 되고, 완성차 개발 업체는 이를 구성하는 부품을 개발할 공급 업체를 선정하죠. 부품 개발 업체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포함하는 모듈 전체를 구현하여 공급하게 되고, 양산 이후에는 치명적인 버그와 같은 소프트웨어의 변경만이 이루어지는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
이에 반해 SDV는 양산 및 출시 이후에도 다양한 추가 기능을 소프트웨어 업데이트에 의해 제공할 수 있도록 고안되었습니다. 소프트웨어의 분리 개발이 용이하도록 하드웨어를 설계하여 차량을 구성하는 하드웨어 부품 공급 업체와 이를 운용하는 소프트웨어 개발 업체를 분리하여 선정하고 있죠. 양산 단계까지 하드웨어는 개발이 완료되나, 소프트웨어는 양산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가 가능하게 되는 구조 입니다. 자동차도 스마트폰처럼 주기적 업데이트를 통한 성능 개선이 가능해지는 것이죠.
소프트웨어 개발 방식도 기존의 순차적인 개발 프로세스에서 애자일 개발 프로세스로 변경되게 되었습니다. 애자일 개발 프로세스는 고객의 요구사항을 짧은 주기에 맞춰 적용하기에 적합한 방식으로 정기적인 업데이트를 통해 기능을 추가하고 개선하는데 유리한 장점이 있습니다.
3) 통합 컴퓨팅으로의 진화
결국 이러한 구조 및 개발 방식의 차이는 결국 ‘분산형 아키텍처’를 ‘통합 컴퓨팅 아키텍처’로 변화시키는 것을 가속화 하게 되었습니다. E/E 아키텍처를 구성하는 부품이 통합됨에 따라 높은 대역의 데이터 전송을 위해 기존에 각 부품을 연결하던 CAN 기반 차량 네트워크를 차량용 이더넷(Ethernet)이 대체하는 형태로 변화되고 있습니다. 이 같은 통합 컴퓨팅 구조는 특히 AD/ADAS1) 및 차량 내 인포테인먼트 기능이 소프트웨어 형태로 통합된 컴퓨팅 하드웨어에서 동작하게 설계되었죠. 이에 따라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한 기능 개선 및 추가가 용이해졌습니다.
또한 빠르게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기 위해 소프트웨어 구조 측면에서eh SOA(Service Oriented Architecture)2)를 적용하고 있습니다. 즉, 기존 개발 방식처럼 단일 소프트웨어의 개발과 배포가 아닌, 제품의 배포 후에 점진적 개선과 업데이트를 하는 방식입니다. 또한 소프트웨어의 구조를 마이크로서비스의 형태로 정의하여 설계했기에 각 서비스를 담당하는 개발팀 별로 소프트웨어 개발 및 업데이트를 다른 서비스들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기민하게 진행할 수 있게 됩니다.
1) AD/ADAS(Autonomous driving/ Advanced Driver Assistance Systems) : 자율주행 및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
2) SOA(Service Oriented Architecture) : 네트워크에서 공통의 통신 언어를 사용하는 서비스 인터페이스를 활용하여 소프트웨어 구성 요소를 다시 사용할 수 있게 만드는 소프트웨어 설계 유형
3. 변화하는 생태계 속 앞서가는 LG전자의 비전
LG전자의 VS사업본부는 이렇게 SDV를 중심으로 전환하는 생태계에서 앞서 나아가기 위해 우선 ‘고객 중심의 진화 방향 센싱’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활동에는 고객을 분석하고, 새로운 기술 분석 및 시스템 설계 이후 이를 프로토타이핑 하여 고객에게 소개하고 피드백을 받아 보완하는 사이클을 통해 적확(的確)도를 보다 정교화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이를 위해 필요한 업체들과의 협업도 강화하고 있죠. 고객으로부터 다양한 요구 사항과 관련한 기술을 개발하고, 협의를 통해 필요 기술에 대한 내재화 활동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통합 컴퓨팅 영역에서의 핵심 기술의 내재화와 더불어 애자일 소프트웨어 개발 내재화를 위한 역량 강화를 병행하여 추진 중입니다.
이러한 SDV 중심의 전환은 진화 방향에 대한 불확실성이 있는 만큼 리스크가 큰 과제이기도 합니다. 이에 대비해 다양한 방향에서 협업 생태계가 구축되고 있는데요. 여기서 핵심은 ‘개방성’을 통해 많은 업체들이 진화의 방향에 동참하는 것입니다. LG전자도 다양한 활동을 통해 이 같은 전환을 주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