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조각가 배리엑스볼(Barry X Ball)이 한국을 찾았습니다. 프리즈 아트페어 역사상 아시아 최초로 열린 ‘프리즈 서울(Frieze Seoul)’에서 LG전자와 협업한 첫 번째 NFT 작품을 공개하기 위해서인데요. 물리적인 조각 작업에 집중하던 그가 디지털 NFT 아트 세계로 뛰어든 이유를 인터뷰로 만나봤습니다.
Q. 안녕하세요. ‘현대의 미켈란젤로’를 만나게 되어서 영광입니다.(웃음) 이런 별칭을 들으면 어떤 기분이 드시나요? 또 작가님에게 미켈란젤로는 어떤 의미인지 궁금합니다.
미켈란젤로는 저에게 있어 단순히 좋은 작품을 남긴 거장 이상의 의미를 가진 인물이에요. 젊었을 적 피렌체에서 ‹다비드› 조각상을 보는 건 마치 종교적 순례와도 같았어요. 그를 존경하는 마음에서 제 아들의 이름도 미켈란젤로라고 지을 정도였죠. (웃음)
밀라노에서는 미켈란젤로가 죽기 직전까지 작업했던 ‹론다니니 피에타›상을 3D 스캐닝 해볼 수 있는 귀한 기회가 있었어요. 미켈란젤로의 작품을 기반으로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 볼 수 있었는데, 마치 500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그와 함께 컬래버레이션(collaboration) 하는 느낌이었어요.
미켈란젤로는 제가 한 사람의 예술가로서 목표를 설정하도록 만들어주는 존재예요.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조각품과 견줄 수 있을 만한 작품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하죠. 예술은 친목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삶 그 자체에요. 미켈란젤로는 이에 대한 아주 좋은 예시라고 생각해요.
Q. 작가님은 고대 거장의 작품 또는 실제 살아있는 인물의 모습을 3D 스캔 후 다양한 재료를 이용해 새롭게 해석하는 작업으로 잘 알려져 계신데요. 이런 작업 방법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거의 모든 작가는 거장의 작품을 모방하는 것에서부터 예술에 입문하기 시작해요. 미술관이나 박물관에 가면 작품 앞에 이젤을 두고 그림 그리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죠. 그런데 사실 모방은 또 다른 형태의 해석이에요. 왜냐하면 모두 각자의 ‘손’을 통해 구현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변화가 생기고, 모방하는 사람의 흔적이 남죠. 그래서 저는 ‘모방의 객관성’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어요. 그러면서 ‘3D 스캐닝’ 기술에 관심을 가졌죠. 3D 스캐닝은 정말 날 것의 데이터를 다루는 일이에요.
‘역사적인 작품을 직접 이용해 작품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유럽을 여행하며 역사적인 예술작품이 주는 영감에 취해 있던 어느 날, 베네치아에서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로스앤젤레스에서 제 두상을 3D 스캐닝으로 스캔해본 경험과 함께, 베네치아 곳곳에 있는 조각상을 스캔해 작품을 만드는 아이디어가 떠올랐어요. 그 후 많은 사람들에게 제 생각을 전하고, 더 많은 작품들을 접해볼 수 있도록 도움을 청했죠. 그렇게 저는 데이터를 모으기 시작했어요.
‘모방의 객관성’을 중시한 이유는 작가로서의 어떠한 제스처도 보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어요. 기존의 명작이 지니고 있는 특유의 힘을 잃지 않으면서, 알아차리기 어려울 정도의 미세한 변화를 주어 저만의 결과물을 만들고 싶었죠. 장난스러운 태도로 원본을 해석할 수도 있지만 농담은 시대를 초월하는 울림을 갖지 못해요. 후대에도 계속 살아남을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어요.
Q. 그럼 이런 작업 방식을 통해 만들어진 작품에는 어떤 작가님의 메시지가 함축되어 있나요?
사람들은 흔히 불완전함에서 인간미를 발견할 수 있다고 말해요. 저는 여기에 의문을 품었어요. 그렇다면 완벽한 기술로 유럽의 대성당을 만들어내던 사람들은 비인간적이었던 걸까요? 그들에게는 오히려 초인적이라는 표현이 합당하죠.
몇백 년 전과 비교했을 때 우리는 더 좋은 환경에서 더 좋은 도구를 사용하고 있어요. 그러므로 예전 거장들이 만든 것보다 훨씬 더 좋은 작품을 만들어내야 하죠. 저희 팀은 1년에 대략 5개 정도의 작품을 완성하는데요. 그때마다 이런 생각을 해요. ‘한 사람의 작가로서 내가 가진 모든 것을 걸고 창작할 때, 만들 수 있는 결과물은 어느 정도의 수준일까?’ 작품에 담긴 내용, 뛰어난 현시대의 기술, 이를 표현하는 전문가 등 작품을 둘러싼 모든 것들이 서로 협업할 때, 과연 어느 수준까지 도달할 수 있는지 확인하고 싶어요. 저는 이 모든 것들이 합쳐진 작품을 만들어 보여주고 싶은 거죠.
Q. 이번에 처음으로 선보인 NFT 작품에 대해 궁금합니다. 2005년 서거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이 그 주인공인데요. 그를 첫 번째 작업 소재로 삼은 이유가 있나요?
로마에 있는 ‘성 베드로 성당’을 방문했을 때, 그곳에 있는 거장들의 작품을 보고 큰 감명을 받았던 적이 있습니다. 밖에서 안으로 깎는 형식의 조각품 대신, 안에서부터 만들어내는 조각에 대해 생각해 봤었어요. 재료로 돌을 사용하는 조각품은 외관을 깎고 뚫으면서 세부적인 요소를 추가하는데요. 저는 조각품을 안에서부터 만들기 위해 돌 대신 금속을 이용해야겠다고 생각했죠. 그러면 훨씬 더 복잡한 형태의 작품도 만들 수 있으니까요. 이때 문득 요한 바오로 2세가 떠올랐어요.
그가 뉴욕에 방문했을 때 행렬을 본 적이 있는데 굉장히 인상적이었어요. 요한 바오로 2세는 생전 굉장히 드라마틱한 삶을 살았어요. 폴란드에선 공산주의에 대항한 인물이었고, 종교 대통합을 위해 예루살렘을 방문한 첫 번째 교황이었죠. 암살 시도를 받기도 했고, 가톨릭에서 비롯된 논쟁적인 면도 가지고 있었죠. 교황치고는 활발한 성격이라 스포츠를 좋아해서 스키도 탔고, 희곡을 집필하기도 했고요. 한마디로 설명할 수 없는 매우 복잡한 인물이란 점이 매력으로 다가왔어요.
Q. 고인(故人)의 경우, 3D 데이터를 얻기 힘들었을 텐데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저희 스튜디오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은 조각 전문가에요. 조각을 전공했고 석사 학위까지 땄으니 조각에 대한 이해가 풍부한 사람들이죠. 게다가 우리는 첨단 기술의 도움까지 받고 있어요. 이 외에도 요한 바오로 2세는 교황이었기 때문에, 그를 전담하는 포토그래퍼가 항상 동행했어요. 덕분에 몇만 장에 이르는 인물 사진이 있었죠. 덕분에 다양한 사진을 활용해 그의 두상을 3D 데이터로 구현할 수 있었어요.
Q. 3D 모델링을 뿌리 삼아 실물 작업에 들어가기 때문에 NFT 아트에 필요한 기본적인 요건을 충분히 구비한 상황이었군요. 그래도 NFT 아트라는 새로운 세계로 작업을 확장하는 데에는 큰 용기가 필요했을 것 같은데요. NFT 아트에 도전하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사실 저는 기존에 존재하는 NFT 아트의 퀄리티에 무척 실망하고 있었어요. 넷플릭스에서 방영하는 시리즈 영상 그래픽 수준의 NFT 작품을 왜 미술계에서 찾아볼 수 없는지 의문이 들었죠. 그래서 NFT 아트에 도전해 할리우드 제작사 수준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가장 중요했던 건 ‘실물 조각과 동일한 퀄리티로 NFT 아트 작업을 구현할 수 있는가?’였어요. 나아가 실물에서는 드러나기 쉽지 않은 부분까지 명확하게 보이도록 표현하는 것도 중요했고요.
그런 면에서 LG전자를 파트너로 만난 건 행운이었어요. 제가 원하는 수준의 디지털 작업을 구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기 때문이었죠. 프로덕션 하우스 ‘밀’의 도움도 컸고요.
Q. NFT 아트에 깐깐한 작가님이 첫 번째 NFT 아트 작업의 파트너로 LG 올레드 TV를 선택한 이유가 더욱 궁금해지네요.
사실 저는 LG 올레드 TV에 대해 잘 알고 있었어요. 여러분이 믿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요. (웃음) 하나의 조각품을 만들어낼 때 정교한 장비들이 수없이 많이 필요해요. 특히 디스플레이를 빼놓을 수 없는데요. 어떤 디스플레이가 좋을지 수많은 조사를 진행했었고, LG 올레드 TV가 가장 정교하다는 결론이 나왔죠. 그래서 저희 스튜디오에 LG 올레드 TV 두 대를 구비해 두었어요. 물론 ‘내돈내산’이었고요. (웃음) 그중 하나는 스튜디오 앞쪽에 설치해서 여러 실험을 진행했죠.
새롭게 알게 된 사실 중 하나는 디스플레이에 있어 검은색이 매우 중요한데, 거기서부터 모든 차이가 시작한다는 것이었어요. LG 올레드 TV는 제가 원하는 수준의 검정을 아주 선명하게 드러내 주었죠. 그래서 LG전자에서 NFT 아트 작업을 함께 만들자는 제안을 해주었을 때 무척 기뻤어요. 물론 그전에도 많은 곳에서 제안을 받았던 적은 있었어요. LG전자와의 협업을 선택한 이유는 뛰어난 디스플레이 기술이 저의 예술적인 안목과 융합해 제대로 된 NFT 아트 작업을 만들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에요. 바로 이런 점 때문에 제가 마음의 결정을 내리게 됐죠.
Q. NFT 아트를 구현할 때 작업의 섬세함을 표현하느라 고민이 많았을 것 같아요. LG 올레드 TV는 작가님께 어떤 도움이 되었나요?
무엇보다 가장 좋았던 점은 ‘퀄리티’였어요. NFT 아트는 관람객에게 작품을 선보이는 디스플레이가 가장 중요한데요. 그런 면에서 LG 올레드 TV는 제가 충분히 만족할 만큼 최고의 이미지 품질을 보여줬어요. 같이 일할 수 있어서 정말 흡족했던 이유죠.
Q. 이번 LG 올레드 TV와의 협업을 시작으로 NFT 아트에 본격적으로 매진하실 것 같습니다. NFT 아트만의 매력을 꼽아보신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앞으로의 NFT 아트에 대한 작가님의 의견도 궁금합니다.
제가 NFT 아트의 세계로 뛰어든 이유는 기존의 NFT 아트 작품보다 더 아름답고 흥미로운 것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던 부분도 있어요. 지금까지 스크린을 통해 대중에게 작품을 선보인 적이 없었으니까요. ‘내가 이 분야에서도 특별한 작품을 만들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갖고 있었고, 결과적으로 LG 올레드 TV 덕분에 제 작품을 아주 아름답게 선보일 수 있었죠. 게다가 제 기존 작업은 워낙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짧은 기간에 마음에 드는 수준으로 NFT 아트 작품을 만드는 경험은 무척 흥분되는 일이었어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실물 조각을 만드는 데 10년이 걸린 반면 NFT 작업은 단 3개월에 모든 것을 끝냈거든요. 작품 하나를 작업하는 데 기본적으로 년 단위가 걸리는데 완전히 새로운 경험이었어요.
지금까지 NFT 작품은 일종의 사이드 프로젝트처럼 여겨지곤 했지만, 앞으로 작가들이 자기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경우 분명 제2의 물결이 나타날 거예요. 앞으로 인류가 지닌 디지털 기술을 극대화해 우리가 어떤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확인하는 시도가 중요해요. 그리고 NFT 아트를 단지 돈으로만 보지 않고 내재된 아름다움을 알아보는 노력 또한 필요해요.
Q. 마지막으로 작가님은 사람들에게 어떤 창작자로 기억되고 싶으신가요?
인류 문명을 되돌아보면 기술과 아름다움이 결합해서 한 몸처럼 움직일 때 예술이 급격히 발전할 수 있었어요. 저는 최첨단 기술을 활용해 새로운 방식과 형태로 작품을 구현하고 싶어요. 결국, 불멸하는 작품을 제작한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 거죠.
수백 년 전 네덜란드에서 탄생한 유화 물감으로 회화 작업을 하는 것도 의미가 있겠지만, 미래지향적인 창작에는 말로 형용하지 못할 아름다움이 숨어있어요. 홀로그램, NFT 등 다양한 기술로 존재하지 않던 작품을 창조하는 장면을 생각해 보세요. 그런 점에서 시각적인 아름다움을 너무 잘 표현하는 LG 올레드 TV의 기술력은 무척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드디어 회화에 대한 관심을 줄이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기반을 마련해 줬으니까요.
‘현대의 미켈란젤로’라고 불리는 세계적인 조각가 배리엑스볼(Barry X Ball)과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그와 LG전자의 협업은 관람객들에게 새로운 영감을 선사했는데요. 앞으로 선보일 새로운 예술 작품이 기대됩니다. 아름다움을 더 생생하게 표현하는 LG 올레드 TV, 앞으로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