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스한 봄바람을 닮은 벽화가 있는 영등포 쪽방촌과 문래창작촌
봄바람이 불자, 옷차림이 가벼워지고, 발걸음도 덩달아 가벼워진다. 지하철을 타고 손쉽게 귀에 익숙한 이름 ‘영등포역’과 ‘문래역’. 지하철을 타고 다니다보면 자주 듣는 이름이지만 그냥 지나치기만 하는 곳 중 하나다. 롯데백화점, 타임스퀘어 등 화려한 건물 뒤편에 서울시 5대 쪽방 밀집지역 중 주거환경이 가장 열악하다는 영등포 쪽방촌이 있어서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의 골목에는 삶의 희망을 전하는 그림들이 곳곳에 그려져 있다. 영등포에서 문래역까지 이르는 3km정도의 길을 걸으며 곳곳에 숨겨진 벽화를 찾아보노라면, 내가 얼마나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지를 깨닫게 된다. 물론, 혼자가 아닌 둘이, 둘보다는 셋이서 걸으면 그 길이 안전하고 풍요롭다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멀티라이프의 도심 속 힐링여행] ⑤ 따스한 봄바람을 닮은 벽화가 있는 영등포 쪽방촌과 문래 창작촌
1. 작은 골목 사이에 펼쳐진 희망의 메시지, 영등포 쪽방촌
백화점과 지하철역, 기차역이 모두 모인 영등포역은 늘 사람들로 붐빈다. 영등포 6번 출구로 나와 큰 도로를 오른편에 두고 왼쪽 골목으로 걷다보면 번잡한 영등포역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가 펼쳐진다. 영등포 역전파출소를 지나면 이곳부터 쪽방촌 벽화골목이 시작된다. 물론 나쁜 사람은 거의 없지만, 사실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다. 이 부근은 혼자보다는 둘이 걷는 것을 추천한다.
|쪽방촌민들의 터전인 컨테이너하우스
길을 따라 좀 더 걷다 보면 고가도로 아래 마치 레고를 쌓아 놓은 듯한 컨테이너 집이 보인다. 알록달록한 컨테이너가 마치 예술작품처럼 보이지만 이곳은 쪽방촌 거주민들의 임시거주시설이다. 2012년 대한민국 공공건축상에서 국토해양부장관상을 받은 건물로, 거대한 고가도로 아래 회색빛 풍경을 완화시켜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영등포 쪽방개선사업이 완료될 때까지만 존재하는 시한부 건물이지만, 이 건물 하나만으로도 쪽방촌 분위기는 확 살아나고 있었다.
낮은 슬레이트 지붕이 벽을 내리깔고 앉아 있는 쪽방촌. 침울하고 무서울 수 있는 이곳에 벽화 하나만 있을 뿐인데 분위기는 달라졌다. 낯선 모습에 두려움이 느껴질 법도 하지만, 작은 골목에 펼쳐진 또 다른 세계는 봄 햇살만큼이나 따뜻한 느낌이다. 금이 가고, 빛바랜 쪽방촌 골목골목에는 희망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 두 사람이 걸어가면 꽉 찰 정도의 좁은 골목,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있고, 작은 창문 사이로 비치는 쪽방촌 사람들의 모습을 잠시 지켜보고 있노라면 고단하게 느껴졌던 내 삶이 달게 느껴지기도 하고, 봄처녀처럼 가슴이 아릿해지는 묘한 감정에 사로잡힌다.
2. 쇳소리로 가득하던 철제상가에 예술의 향기가, 문래창작촌
영등포 쪽방촌 골목의 벽화를 구경하고, 큰 도로로 나와 신도림역 방향으로 걷다 보면 에이스하이테크시티 건물이 보인다. 문래창작촌은 그 뒤로 문래동 우체국 주변 골목과 문래역 7번 출구까지 이어져 있는데, 이곳은 벽화를 비롯해 다양한 조형물들이 밝은 분위기를 주고 있다.
|좌 상단 : 문래창작촌 조형물, 그 외 : 철공소 셔터에 그려진 다양한 그림들
문래창작촌은 평일보다 주말에 돌아다니는 것이 볼거리가 많다. 평일에는 철제 상가가 다 영업을 하기에 셔터에 그려진 캐릭터부터 기하학적 문양까지, 다양한 그림을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주말에는 문을 연 상가가 그나마 덜해, 철문에 그려진 그림을 구경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철제 상가 골목골목을 누비면서 가게 문에 예쁘게 색칠된 그림을 찾아보는 보물 찾기가 지겨워질 때쯤에는 큰 길로 나와 골목 사이에 숨어있는 벽화를 찾아보자.
|상단 : 예술가의 작업실, 그 외 : 골목길에서 발견할 수 있는 다양한 벽화
문래동 우체국 맞은편의 골목과 문래동 우체국에서 문래공원 사거리 방면의 좁은 골목 역시 철공소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 골목 사이사이에는 귀여운 캐릭터 벽화는 물론 예술성이 가득한 벽화까지 다양한 것들로 가득 차 있어 많은 이들이 이 창작촌을 찾는다.
3. 걷다가 갈증이 날 때 쯤엔, 카페 수다에서 수다를….
철강점들이 빼곡한 창작촌이라 그런지 카페도 남다르다. 카페 앞의 벤치는 장도리, 출입문 손잡이조차 공구다. 문래창작촌의 분위기를 녹아낸 카페 ‘수다’에서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겨 보는 것도 괜찮다. 야외 테라스에서 따스한 봄볕을 쪼이며 커피 한 잔을 해도 좋고, 카페에 앉아 벽에 가득 꽂힌 책 한 권 꺼내 읽어도 좋다. 문래창작촌을 찾는 이들에게 카페 ‘수다’는 꼭 한번 들려야 할 카페, 명물로 자리 잡고 있다.
|문래창작촌임을 알려주는 다양한 작품들
카페에서 나와 문래역 7번 출구로 가는 길에도 다양한 조형물들이 반겨준다. 문래역 7번 출구 건너편에는 문래공원이 자리하고 있고, 봄날의 나들이가 아쉽다면 공원에서 봄 햇살을 쬐며 광합성을 하는 것도 좋다. 문래창작촌을 거닐다 보면 한낱 공구, 쇳덩어리에 불과할 것들이 예술이란 힘을 빌려 새로이 태어날 수 있다는 것에 깜짝 놀란다. 차가운 고철을 다루는 문래동이 뜨거운 예술을 만나 재미있고 오묘한 곳으로 변신할 수 있다는 것에 놀라움을 금치 못할 뿐이다.
골목마다 숨어있는 벽화를 찾는 재미, 문 닫은 가게를 찾아 셔터문에 그려진 그림을 발견하는 묘미, 걷는 것이 즐거워 영등포, 문래동에 이르는 골목길. 이 봄이 가기 전에, 봄바람을 타고 살랑살랑 걸어보는 것은 어떨까? 골목 속 그림들이 당신을 반겨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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