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가장 눈물났던 그 순간
나는 대학생활이나 군대생활 만기 전역 때까지도 여자를 단 한 번도 사귀어 보지 못한 그야말로 팔불출 같은 인간이었다. 지나치게 내성적인 성격 탓에 마음에 드는 여자 앞에 서기만 하면 왠지 한없이 쑥스러워지고 심지어는 온몸까지 떨려오는 증상을 어찌해 볼 도리가 없었던 것이다.
그러니 평소에 여자에게 먼저 말을 건네 본다는 것은 언감생심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었고 길거리에서조차 낯선 여자들과 시선을 제대로 마주치지도 못할 지경이었다. 그쯤 되면, 대인관계 부적응현상에 대한 정신과적 치료를 당연히 받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나는 여러 가지 여건 상, 그런 시도조차도 제대로 해 볼 처지가 아니었던 것이다.
아무튼 나는 쓸쓸하게 군 입대를 했던 그 때처럼 전역의 그날조차도 반겨주는 이(여자) 하나 없이–물론, 가족들은 있었지만–쓸쓸히 집으로 돌아오고야 말았었는데, 하늘도 그런 내가 너무나 가련해 보였던지 마침내는 그 며칠 후가 되어서야 드디어 생애 최초로 사랑스러운 그녀를 선뜻 내게 보내주었던 것이다.
그날 오전 나는 군 전역 신고 차 동사무소엘 들리게 되었던 바, 무심코 안으로 들어서며 주변을 둘러보자니, 민원인은 단 한 사람도 보이지 않고 그저 여자 직원 혼자서 호젓하게 책상 앞에 앉아 열심히 제 할 일을 하고 있던 참이었다.
그러다가 문득 고개를 들던 여자 직원과 내 시선이 딱 마주치게 되었다. 과거 같으면, 그런 여자의 직선적인 시선을 먼저 피하고 말았을 나였지만, 그나마 군 생활을 거치는 동안에 성격도 많이 변해있었던 것 같다. 그렇게 나 역시도 여자를 마주 응시하며 그 쪽으로 다가가고 있었고 그녀 역시도 내게로 향한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내가 그녀의 바로 앞에까지 다가갔을 때는 그녀의 얼굴빛에 가벼운 홍조기운 마저 올라와 있는 것이 아닌가. 한마디로 그녀와 나는 처음부터 단번에 서로에게 이끌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 때 나는 어떻게 그녀에게 민원신청을 했는지도 모른다. 다만, 내 민원신청에 응한 그녀의 손놀림이나 몸짓 등이 몹시 허둥대고 있음이 저절로 느껴졌다는 것 밖에는 말이다. 그러나 의외의 그런 그녀의 태도로 인하여 오히려 나는 지난날의 쑥스러운 기분마저 싹 가시는 느낌이었고 급기야는 나 자신조차도 믿기 힘든 그 엄청난 말이 불쑥 입 밖으로 흘러나왔던 것이다. 지금 생각해도 정말 황당하다는 생각이 든다.
“저, 몇……시쯤에 끝나십니까?”
그리고 다음 날 저녁, 기적과도 같이 나는 그녀와의 황홀한 데이트 약속 시간에 맞추어서 시내의 커피숍 쪽으로 천천히 걸어가고 있는 중이었다. 나는 그때에서야 비로소, 세상은 아름다운 것이라는 사실을 처음 깨닫게 되었다. 거리를 걸어가는 모든 사람들이 나를 바라보며 미소를 보내 주는 것 같았고 우뚝한 주변 건물들조차도 오로지 나를 위한 장식품처럼 느껴지는 것이었다. 심지어는 도로를 달려가는 자동차들의 날카로운 경적 소음까지도 매우 정겨운 느낌으로 다가오는 것이 아닌가.
그 날 나는 그녀와의 달콤한 데이트를 즐기면서도 몰래 살을 몇 번이나 비틀어보았는지 모른다. 진정, 지금 이 순간이 꿈이 아니길 간절히 염원하면서 말이다. 심지어는 그녀와의 첫 데이트를 마치고 돌아오면서도 그녀가 결코, 꿈속의 연인이거나 하늘나라 선녀 따위가 아니기를 간절히 소망할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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