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할리우드의 신화가 되었나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감독 JJ 에이브람스)가 지난 12월 17일 국내 개봉했다. 영화사에서 보낸 보도 자료는 에피소드 7에 해당하는 이번 영화가 크리스마스인 지난 25일 200만 명을 돌파했다고 전하고, 이는 역대 시리즈 가운데 최고 기록이라고 덧붙였다. 200만 명이 최고 기록이라고? 나는 내심 놀랐다. 그렇다면 그동안의 스타워즈가 한국에서 그다지 인기를 끌지 못했다는 얘기인가?
한편으로는 이해가 간다. 이번 편도 시리즈의 여섯 번째 작품에 해당하는 <스타워즈 에피소드3: 시스의 복수>(2005)가 나온 지 10년이나 지나 발표됐고, 유행의 흐름이 비교적 빠른 한국에서 시리즈의 방대한 서사시적 세계를 무려 38년이나 지켜보며 즐길 관객이 많지 않은 것은 어쩌면 당연한 건지도 모른다. 게다가 원안자이자 감독 조지 루카스는 시리즈의 에피소드 4,5,6편에 해당하는 영화들을 1970년대와 80년대에 걸쳐 먼저 선보였고(에피소드 5와 6은 각본과 기획에 참여), 그로부터 한참 뒤인 1999년 <스타워즈: 보이지 않는 위험>을 시작으로 에피소드 1,2,3편을 차례로 발표했다. 일일 드라마도 몇 번 거르면 이야기가 어찌 흘러가는지 따라 잡기 힘든 판에 16년의 세월을 보낸 뒤에 시리즈의 전과 후과 뒤바뀌었으니, 보통 이상의 충성심이 있는 관객이 아니라면 어리둥절할 수 밖에 없는 사정이었다.
한국의 사정과 별도로 <스타워즈> 시리즈가 미국인들에게 갖는 의미는 각별하다. 한마디로 일종의 ‘전설’과 같은 대우를 받고 있다. 개봉 며칠 전부터 극장 앞에 텐트를 쳐 놓고 대기하는 관객들이 있을 정도로 거대한 <스타워즈> 팬덤이 존재한다. 과연, 미국에서 12월 18일 개봉한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는 개봉 첫 주말에만 2억 4천 7백만 달러의 흥행 수입을 벌어들이며 역대 최고 오프닝 기록을 경신했다. 그만큼 미국인들에게 이 영화를 보는 것은, 일종의 ‘전설에 대한 경배’와 같은 행위와 동일시된다.
<스타워즈>는 늘 이런 자막과 함께 시작된다. “A long time ago, in a galaxy(옛날 옛적 은하계에는)”. SF 영화는 항상 미래 사회를 무대로 하고 있다는 고정관념을 깨는 자막임과 동시에, 이 영화는 전설 또는 신화의 세계를 우주로 옮겨 왔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그런만큼, <스타워즈>는 사실상 고대 및 중세 신화의 세계를 고스란히 옮겨 놓은 작품이다. 제다이 기사가 출연하고, 광선검이 등장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즉, 이미 스토리 구조 안에 신화성을 품고 있다는 얘기이다. 그래서일까? 비교 신화학자 조셉 캠벨의 저서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영화도 <스타워즈> 시리즈다.
문화적 전통을 이어가는 <스타워즈>
영화 자체의 신화성과 마찬가지로 <스타워즈> 시리즈는 미국 대중 문화의 역사 속에서도 신화적인 입지를 단단히 구축해 왔다. 이 시리즈의 힘은 1978년 맨 처음 선보였던 <스타워즈 에피소드 4 – 새로운 희망>을 보고 자란 지금의 부모 세대와 1999년 <스타워즈 에피소드 1 – 보이지 않는 위험>을 보고 자란 20-30대, 그리고 JJ 에이브람스에 의해 리뉴얼된 이번 영화 <스타워즈 에피소드 7 – 깨어난 포스>를 보게 될 청소년 간의 문화적 가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점이다. 신화의 보편적인 힘은 세대를 이어 유전된다는 것이다. 그 문화적 상속을 통해 공동체는 적어도 같은 코드를 공유할 수 있게 된다. <스타워즈>가 미국 문화에서 차지하는 힘은 바로 거기에 있다.
이를 통해 반문할 수 있는 것은, 과연 우리에게 <스타워즈>와 같은 문화적 신화가 존재하느냐라는 것이다. 지금의 10대들에게 서태지와 조용필은 전설이 아니다. 잘은 모르지만 어른들의 취향적 지향점의 하나로 짐작될 뿐이다. <무한도전> 덕분에 90년대 가수들이 반짝 재조명됐지만, 역시 유행 트렌드의 한 지점을 반짝 비추고 지나쳤을 뿐이다. 회고는 있으되 현재 진행형의 전설이 없는 것, 이것이 한국 대중문화의 지형도이다.
<스타워즈>는 그와 관련한 의미심장한 시사점을 안겨준다. 전통을 이어가는 힘은 텍스트의 힘에서 나온다. 즉, <스타워즈>는 이미 옛날 옛적 인간의 상상력이 만들어낸 신화의 세계를 우주라는 무대에 적용하는 담대함을 증명했다. 보편의 힘은 질기고, 그로 인해 신화가 되고 전설이 된다. 왜 우리의 문화는 한반도라는 국지성에 머물지 않으면 안될까. 왜 우리의 상상력은 우주로 뻗어나가지 못하는 것일까. 왜 우리의 대중문화에는 신화적 전통이 없을까. 글로벌을 외치는 게 다는 아니다. 우리는 유니버설한 세계에 대한 용감한 상상력을 길러내야 한다. 조지 루카스와 같은 엉뚱한 천재들이 제 멋대로의 상상을 풀어낼 시공간. 그걸 허용하는 사회에서만이 신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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