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시대, 사진 인화의 사회학
지난 세기말 OA(Office Automation, 사무자동화)가 유행하면서 ‘페이퍼리스(Paperless)’란 것이 큰 화두가 된 적이 있습니다. 미래의 사무실에는 종이가 필요 없어질 것이다, 모두들 화면을 들고 다니고, 서로에게 화면을 건네며 이야기할 것이다. 이렇게 당시 기분으로는 다분히 SF적 공상과 같은 선언이었으나 꽤나 진지했습니다. 이 공상은 10년도 되지 않아 스마트 시대, 그리고 태블릿 시장으로 현실이 되었습니다만, 사무실에서 복사기도 프린터도 사라지지는 않았습니다.
[김국현의 문화탐닉] ⑧ 스마트 시대, 사진인화의 사회학
디지털 기술이 세계적으로 급속히 확산, 보급되고 있지만 전 세계 종이 소비량은 줄어들기는 커녕 해마다 2~3%씩 계속 늘어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의 연간 종이 소비량도 3~5% 정도 계속 증가해 왔다. 국내 인쇄용지 소비량은 2001년 163만 톤에서 2008년 224만 톤으로 약 37% 늘어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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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전자 문서’는 지금도 끊임 없이 종이 위에 뽑혀 나옵니다. 원래 디지털 문서였던 것이 분명한 서류가 인쇄되고 다시 디지털로 스캔되고 또 다시 아날로그로 출력되는 진자 운동을 하기도 합니다. 환경을 생각하는 에코 기분으로 첨부된 PDF는 여지 없이 인쇄됩니다. 인쇄한 사실 자체를 잊고 혹은 배려의 마음으로 중복 출력되기도 합니다. 종이 소비량은 그렇게 늘어납니다. 정보가 온라인에서 폭증할수록, 그 정보는 오프라인에서도 자기 자리를 찾고 싶어 하나 봅니다.
사진은 어떨까요? 분명한 것은 동네 어귀마다 있던 사진관은 급감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디지털 카메라가 대세가 되었고, 다시 스마트폰이라는 뜻밖의 경쟁자가 시장을 삼켜버립니다. 손만 번쩍 들면 자기 사진을 스스로 찍을 수 있고, 효과를 넣어 모두와 공유할 수도 있습니다. 사진이란 마치 공기와 같은 당연한 존재가 되어 버린 것입니다. 필름을 맡기고 인화를 기다리던 풍경은 LP판처럼 추억이 되어 갑니다. 하지만 …
LP시장처럼 오히려 인화 시장은 성장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쇼크를 경험한 다른 모든 시장과 마찬가지로 사라지는 것은 적응하지 못한 이들 뿐입니다. 지난 3년간 찍힌 사진의 양이 그 이전 인류가 찍었던 사진의 양보다 많다고 합니다. 이 사진 중 아주 극히 일부만 오프라인으로 돌아올 수 있어도 성장할 수 있는 셈이니까요.
종이에 잉크를 찍어낸다는 상식으로부터 벗어난다면 또 전혀 다른 세계가 열리기도 합니다. 벽에 찍어 보면 어떨까요, 금속에 화학물질로 찍어 보면 어떨까요, 도자기에 문양을 그리거나 알루미늄 호일에 인쇄할 수 있으면 어떨까요? 이 극단의 상상력은 이미 현실일 수도 있습니다. 급성장하는 3D 프린터 시장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사진이란 것은 결국 디지털 정보, 이 정보를 아날로그로 가져 오는 방식은 무궁무진한 셈입니다.
사실 매년 우리 가정에서도 수 기가(GB)씩 사진 파일은 늘어나지만 그 안에 어떤 추억이 있는지 좀처럼 되돌아 볼 기회는 많지 않습니다. 지나친 풍요로움은 그 하나하나의 소중함을 잊게 만드나 봅니다. 그렇다면 기념 삼아 한 장 뽑아 벽에 붙여 보는 것은 어떨까요?
이왕이면 스마트폰에서 간편하게 바로 인쇄를 하는 방법을 찾아 봅시다. 애플의 iOS는 AirPrint로, 안드로이드 단말들은 ‘구글 클라우드 프린트’를 설정하면 스마트폰에서도 바로 인쇄가 가능합니다. 물론 프린터가 직접 지원하는 최신 모델이면 금상첨화이겠으나, 구형 프린터에도 그 프린터가 물려 있는 PC를 경유한다면 설정할 수가 있습니다.
Mac OSX application that allow you to print from your iPods, iPads and iPhones on legacy printers that do not support the AirPrint protocol.
Netputing » handyPrint (AirPrint Activator) [www.netputing.com]
프린터 앞에 누워서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다가 터치 한 번으로 종이에 찍혀 나오는 사진을 보는 일은 의외로 뿌듯합니다. 이조차 번잡하다면 폴라로이드 기분이 되는 법도 있습니다. 제가 1세대를 거쳐 2세대째 쓰고 있는 LG 포켓포토는 21세기적 폴라로이드 기분에 취하게 해 줍니다.
2×3인치의 포켓포토 사진을 키세스 초컬릿의 은박 두장으로 뒷면을 감싸면 간단하게 액자를 만들 수 있습니다. 그 사이에 다이소에서 1,000원에 60조각을 파는 마그네트 접착시트를 넣으면 훌륭한 냉장고용 자석이 완성됩니다. 스티커로 되어 있어서 은박 없이도 언제 어디서나 붙일 수 있는 가족 사진이 완성됩니다.
아무리 우리 삶이 온라인으로 흡수되어도 여전히 인화가 의미가 있는 것은, 만질 수 없는 디지털을 현실의 촉감으로 만들어 주기 때문일 것입니다. 지갑에 들어 있는 빛바랜 사진 한 장. 지금은 돌아가신 외할머니 지갑에서 우연히 발견된 빛 바랜 어린이의 사진. 어려서 일찍 타계한 외삼촌의 사진이었습니다. 만질 수 있는 사진이기에 우리는 수 십년을 만지작거리며 때때로 그리워할 수 있겠지요. 어쩌면 인류가 사진에게 바란 것은 그런 것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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