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으로 배우는 초간단 시간 관리법

2014.02.04 자그니

겨울입니다. 크리스마스도 설도 다 지나가고, 조금 있으면 발렌타인 데이까지 있네요. L양과 토요 모임을 시작한지도 어느덧 1년 가까이 된 것 같습니다. 겨울에 만났는데, 다시 겨울이네요. 아, 오해하지 마세요. 그냥 우린 정말… 공부하려고 만난 거니까요. L양이 스마트폰에 대해 가르쳐 달라고 해서 만난거니까요. 아마 L양에겐 다른 마음은, 눈꼽만치도 없을 겁니다. 확신합니다. 제가 많이 당해봐서 알….

L양과 G군의 초간단 스마트폰 활용법이라는 제목으로 LG의 L과 G를 L양과 G군으로 캐릭터화 시켜 보여주고 있다.

아무튼 전 지금 도쿄에 와 있습니다. L양을 보러 왔어요. L양이 이번엔 몇 주간 도쿄에 일 때문에 머물게 되서, G2군과 함께 잠깐 놀러가기로 했었거든요. 그런데 이 나쁜 G2군… 공항에서 만나자마자 울상입니다. 왜냐고 물으니 여권을 잃어버린 것 같다고 합니다. 그러길래 아침에 잘 챙기라고 안하던 전화까지 했는데! 급히 오다가 택시에 놓고 내린 것같다고 합니다. 그리곤 헤헤 웃으며 떠나갔습니다…ㅜ_ㅜ 

왼쪽 사진은 G2의 외관 모습을 담고 있고 오른쪽은 일본의 허름한 마을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결국, 혼자 이곳에 도착했습니다. 그런데 여기, 진짜 도쿄가 맞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나리타 공항에서 무려 3시간. 한국보다 더 시골 같아요. 허름한 집도 많고 뭔가 인적도 드문 편입니다. 게다가 하늘엔 별까지 보여요. 정말 여기까지 찾아오느라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ㅜㅜ 여행을 자주했다면 자주한 편이지만, 여길 찾아오는 것은 정말 고생의 연속이었습니다. 그렇게 한숨을 푹푹 쉬며 마중나온 L양에게 하소연하고 있는데, L양이 딱 한마디 합니다.

L양 “G군 오빠야. 겨우 한번 기차 갈아타고 그런 소리하고 앉아 있냐? -_-+”

 

그렇죠. 나리타에서 도쿄역, 도쿄역에서 오우메역까지…시간은 길었지만, 갈아탄 것은 딱 한번이군요. 흠흠.

G군 “그런데 대체 이 먼곳에서 생활하는 이유가 뭐야?”

L양 “아는 분이 공짜로 머물수 있는 곳이 있다고 해서 그렇지!”

 

뭐 찾아오기까지 너무 멀어서 그렇지, 여기도 괜찮아 보입니다. 한적하지만 있을 건 다 있습니다. 산중턱에 있어서 경치도 좋구요, 조금만 내려가면 강도 있습니다. 근처에 공원도 많네요. 알고보니 주위가 죄다 골프장이라고 합니다. 거리에 재미있는 손 간판도 걸려 있습니다. 

오우메 역근처의 모습으로 하늘 위엔 구름이 가득 떠있고 우측에는 손간판도 보인다.

이 작은 도시에서도 관광객 유치를 위해 엄청나게 노력하고 있군요. 그런데 오랫만에 만나 맥주 한잔마시며 반갑게 한참 수다를 떨던 L양, 갑자기 걱정스런 표정이 됩니다.

L양 “요즘 너무 느긋해진 것 같아서 걱정이야.”

G군 “응? 너 일이 있어서 여기에 온 거잖아.”

L양 “일이 잠깐 딜레이가 됐거든. 오래 끌 것 같지는 않은데 일본은 이것 저것 준비하는게 많네. 한국보다 훨씬 신중하달까. 마침 그 동안 바빴겠다, 숙박비도 들지 않겠다 그래서 쉬고는 있는데, 그냥 저냥 시간만 흘려보내는 것 같아.”

G군 “너 혹시, 시간 사용 기록은 하고 있니?”

 

오랫만에 L양에게 뽐낼 시간이 생겼습니다. 그 동안 L양이 너무 청출어람이라, 말이 스마트폰 모임이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니 딱히 가르쳐 줄 것이 없었거든요. 마침 가지고 간 탭북을 펼쳐 구글 캘린더를 열어서 보여줍니다.

구글 캘린더의 모습으로 색색으로 표시되어 하루의 일과를 보여주고 있다.

G군 “이게 내가 사용하는 시간 기록부야. 구글 계정은 여러 개의 복수 계정을 만들어서 한명이 같이 쓸 수 있거든. 그래서 나는 일반적인 용도로 하나, 데이터 기록용 하나를 만들어서 사용하고 있어.”

L양 “응? 이렇게 일일이 다 기록해?”

G군 “실은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사람들을 위한 건데… 프리랜서들에겐 시간 활용이 무척 중요하거든. 스스로 생활을 통제하지 않으면 나태해 지기도 쉽고. 그래서 이런 시간 기록부를 만들어서 사용해.”

L양 “색이 각각 다르네? 특별한 의미가 있는 거야?”

G군 “응. 빨간색은 낭비. 회색은 자는 시간. 파란색은 휴식 및 일상적인 시간, 주황색은 업무 및 생산적인 시간. 분홍색은 나를 충전하는 시간을 나타내고. 녹색은 운동이나 뭔가를 배울 때 쓰는 색이야. 그 밖에 차안에 앉아 멍하니 있는 시간은 갈색으로 따로 표시하고.”

L양 “와 너무 복잡한 것 아냐?”

G군 “아냐. 어차피 라벨의 색은 처음에만 설정해 주면 되니까, 처음에 규칙을 잡을 때 좀 머리를 쓰는 것을 빼면 따로해 줄 일이 없어.”

L양 “이렇게 색으로 표시해 주는 이유는 뭐야?”

G군 “한눈에 파악되라고. 난 나를 위해 쓰는 시간과 일을 위해 쓰는 시간이 균형 잡히길 원하거든. 이렇게 색으로 표시해 놓고, 일주일 주간 기록을 보면 한눈에 이번 주는 어땠구나 하고 파악하는 것이 가능해.”

L양 “이렇게 기록을 해 주는 이유는 뭐야?”

G군 “이건 비밀인데…”

L양 “시끄럽다-_-+”

 

아아, 간만에 나왔습니다. L양의 눈빛이 또 쓸데없는 소리를 한다는 눈빛으로 빛나기 시작합니다. 하여간 농담을 못해요. ㅜ_ㅜ

G군 “시간은, 신경쓰지 않으면 인식되지 않거든”

L양 “그건 또 무슨 소리야?”

G군 “시간은 인간이 만든 규칙일 뿐이라서, 그것이 흘러가고 있다는 것을 저절로 알게 되는 것이 아냐. 매 시간 확인해 줘야지. 그래서 이렇게 기록을 하다 보면 내가 뭘 했는지를 알게 되고, 딴 짓하다가도 정신차리게 되지.”

L양 “그거 괜찮네? 그런데 기록하는 것이 귀찮지는 않아?”

G군 “구글 캘린더의 ‘설정’을 보면 ‘기본 회의 길이’라고 있거든? 여기서 길이를 ‘30분’으로 설정한 다음, 30분 단위의 블록으로 기록하면 쉬워. 제대로 하려면 15분 단위로 해야하는데, 네 성격에 그랬다간 중간에 때려치울 걸…”

L양 “잘 아네. 그런데 스마트폰에서도 쓸 수 있어?”

G군 “응.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도 구글 계정을 여러 개 추가 할 수 있거든. ‘시스템 설정 > 일반 > 계정 및 동기화’를 누르고 계정 추가를 해 주면 스마트폰에서도 일정 관리와 일정 기록을 동시에 할 수가 있어. 대신 기록할 때 일정에 붙이는 라벨이 많아지기 때문에, 조금 귀찮아지는 면은 있어”

L양 “오케이. 나중에 새로 하나 만들어서 추가 해야겠다.”

G군 “가장 중요한 것은, 일주일에 한 번씩 이번 주는 어떻게 살아왔는지, 기록을 보고 리뷰하는 일이야. 리뷰를 하지 않으면 기록이 의미가 없어.”

L양 “그러니까 이번 주엔 일을 몇 시간 동안 어떤 것을 했고, 어떤 쓸데없는 일을 했는지 보고 반성하라는 거지?”

 

…역시 L양. 콩이라 말해도 팥이라 찰떡같이 알아듣는 재주가 있습니다. 제가 흐뭇한 표정으로 쳐다보는데, 갑자기 L양이 입을 엽니다.

L양 “그런데 오빠야, 우리 여기까지 왔는데 계속 스마트폰 얘기만 하고 있어야 하나?”

G군 “응? 응?”

L양 “여기와서 생각한건데, 가끔 하루종일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고 있으니까, 그것도 참 좋더라구.”

G군 “그래서 내가 메신저로 말 걸면 한나절 있다가 답장하는구나? -_-+”

L양 “지금 여기서 중요한게 그거냐? -_-+”

G군 “아, 아니지 말입니다…;;”

L양 “그래도 한국에서 계속 안부 물어주는 사람은, 오빠 밖에 없다.”

 

으으응? 어어어? 이게 무슨말입니까?

L양 “엄마랑 O양 언니랑 G2군 빼면 말이지”

 

…에에? 거기서 대체 G2군이 왜 튀어나옵니까? 이 나쁜 녀석!! 나한테 말도 안하고 L양이랑 연락하고 있었단 말이지? 이 녀석, 내가 한국에 돌아가면 가만 놔두지 않으리라. 어쩐지 갑자기 여권도 잃어 버리고, 이상하다 싶었어! 혹시라도 낯 부끄러운 상황이 벌어질까봐 미리 도망친 거였어! 응? 그런데 L양, 갑자기 배시시 웃으며 나한테 뭔가 묻습니다.

L양 “근데…그때 대체 왜 그랬어?”

 

…취한 걸까요?

L양 “쪽팔리게…남자가 게임 메시지로 고백하냐?”

 

악. 갑자기 낯이 확 달아 오릅니다. 술 기운이 머리 끝까지 뻗치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그게요…옛날에 L양이랑 같이 온라인 게임하다가 L양이혼자 몰래 서버를 옮기고, 저는 나중에야 그 사실을 알고 게임을 접었던 그때.. 그때 바로, L양에게 게임 속 편지함으로 고백 했었거든요. 근데 그걸 이미 봤었던 거네요…ㅜ_ㅜ 내가 미쳤지.. 아아, 어디 쥐구멍에라도 들어가 숨고 싶습니다. 그게 대체 언제적인데, 그때 이야길 이제야 꺼내 나요…ㅜ_ㅜ

L양 “근데 그래놓고 한번도 연락 안하고!”

G군 “… 채인 것 아는데 내가 어떻게 먼저 연락하냐…ㅜ_ㅜ”

L양 “한 번도 먼저 데이트 신청 안하고!”

G군 “…그러니까 내가 채였는데 어떻게…ㅜ_ㅜ”

L양 “그래서 맨날 내가 먼저 데이트 신청하게 만들고!”

 

….네?

L양 “지금까지 1년 동안, 오빠가 단 한번도 나한테 먼저 보자고 한 적 없는 것 알아? -_-+”

 

…네네?

L양 “난 같이 사는 언니도 소개시켜 주고, 내가 춤추는데도 데려가고, 내 고민도 얘기하고 막 그랬는데 오빠는 맨날 스마트폰만 보고! 엉뚱하게 일 해결하라고 친구만 부르고! 맨날 모른다고 구박하기만 하고! 내가 구박받기 싫어서 아오 진짜!”

 

…사, 살려주세요ㅜ_ㅜ

L양 “그러니까 여기있는 동안은, 제가 당분간 오빠 스마트폰 압수하겠습니다~! 이의는 기각합니다~!”

 

괜찮아요. 저는 탭북도 가져왔으니까요. …아, 그런데 생각해보니…여기선 인터넷을 어떻게 연결하는지 모르는군요. 털썩.

좁은 선반 위에 LG 탭북이 열려있다.

**** 

뚜르르르~ 라이프이즈굿(Life is Good)~ 라이프이즈굿(Life is Good)~

G2군 “와, 형 일본 잘 갔다 왔어요? L양도 잘 지내죠? 선물은?”

G군 ‘야’

G2군 “아 왜요. 나도 못가서 억울해 죽겠다구요. 그때 갑자기 여권이 없어질 게 뭐람. 나 참. 분명히 챙겼었거든요? 그런데…”

G군 ‘일부러 그랬지?’

G2군 “에이, 무슨 일부러 그래요”

G군 ‘O양이 다 얘기해 줬거든요? 자기가 날 일본에 보내라고 하긴 했다는데, 정말 그랬을 줄 몰랐다고.’

G2군 “아하하. 에이. 그래도 잘 됐잖아요. 어여 국수나 먹여 주…”

G군 ‘비행기 값 보내라. 그거 전세기라 당일에 취소할 수 없다고 말했지?’

G2군 “에이. 형 왜 그래요~ 나 아니었으면…”

 

뚜.뚜.뚜.뚜

G2군 “허, 뭐야 이 형? 도와줬더니 보따리 내놓으라고 하네?”

 

띵똥. 메세지가 도착했습니다.

G군 ‘나 몰래 L양이랑 연락하고 있었던 벌이닷. 나중에 잘 되면 양복 한 벌 사줄께. 아무튼 덕분에 고맙다~! ㅋㅋㅋㅋ’ 

 

G2 군이 스마트폰을 소파에 집어던지며 혼자 중얼거립니다.

G2군 “에혀. 이 밴댕이 속 알딱지 같으니라고…이 형님 여태 연애 못했던 이유가 여기 있었구나…이거 나 진짜 잘 한거 맞는 거야?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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