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현의 스마트워크] IT와 Life 그리고 행복
20년 전 대학 다닐 때 1시간이나 걸리는 통학 버스 맨 뒷자리에 앉는 즐거움은 타는 사람들, 내리는 사람들, 길거리 풍경과 거리를 걷는 사람들을 구경하는 일이었습니다. 연신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사람들의 움직임을 관찰했었죠.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 지루할라치면 신문이나 잡지, 책을 들고 흔들리는 버스 안에서 읽곤 했었습니다. 학교에서 만나는 동기가 제한적이고 접하게 되는 정보가 학년마다 정해져 있다보니 복잡한 생각없이 1학년 때는 열심히 소개팅하고 술마시면서 청춘을 즐겼고, 2학년때는 군대갈 고민, 3학년 때는 학점 신경쓰고, 4학년 때는 취업 고민에 빠지는 것이 비슷한 또래들의 공통된 운명이었습니다.
다들 마찬가지셨죠. 그런데, 지금 대학생들은 그때보다 더욱 치열해진 것 같습니다. 그것은 사회가 변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접하게 되는 정보가 많아졌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 정보는 IT 기술의 발전 덕분에(탓에?) 갈수록 늘고 있으며 그로 인해 우리네 삶도 더욱 복잡하고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김지현의 스마트워크 4회] IT와 Life 그리고 행복
IT 기술이 워낙 빨리 진화하다보니 우리의 삶과 몸 담고 살아가는 사회 그리고 직장은 해가 갈수록 더욱 빨리 변하고 있습니다. IT 업계에 몸담고 있는 저로서도 너무 빨리 변하는 이 현실에 하루도 여유를 가질 수 없을만큼 혼란스러운데 非IT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은 오죽할까 싶습니다. 3편의 연재를 통해 IT가 바꾼 우리네 삶과 사회 그리고 산업에 대해 성찰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려 합니다.
10년 주기 IT 플랫폼의 변화
1990년대 ICT 환경은 PC통신이 지배했고, 2000년대는 WWW이 지배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2010년대는 모바일이 지배하고 있죠. 공교롭게도 대략 10년 주기로 ICT 플랫폼이 변하고 있습니다. 키보드 중심의 PC통신에서 마우스 중심의 웹으로, 이제 손가락 터치를 이용하는 스마트폰으로 조작 방식이 바뀌었습니다. 키보드를 이용해 하이텔, 천리안, 나우누리를 이용하던 시절에는 MS DOS 환경에서 이야기라는 소프트웨어를 이용했습니다. 당시 컴퓨터는 486, 펜티엄 등이 주력 기종이었죠. 그리고, PC통신에 연결하기 위해 모뎀이라는 장치를 이용했습니다.
즉, 486 컴퓨터(HW)와 MS DOS(OS), 모뎀(NETWORK)으로 구성된 PC통신이라는 플랫폼에서 키보드를 조작해서(UI) 이야기(SW)라는 프로그램을 이용했습니다. 이 시절을 지배하던 기업은 통신사였습니다. 하이텔은 KT, 천리안은 데이콤이 소유하고 있었고 PC통신을 사용할수록 통신요금을 유선 통신사에 지불해야 했기에 통신사가 가장 수혜를 받던 시절이었죠.

하지만, 1998년 웹이 등장하면서 PC통신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습니다. 그때 가장 먼저 변화한건 컴퓨터 하드웨어입니다. 펜티엄 MMX가 출시되면서 컴퓨터에 멀티미디어 처리 기능이 강화되었습니다. 당시 그래픽카드, 사운드카드, CD-ROM 드라이브가 컴퓨터에 기본 장착되면서 멀티미디어 PC가 대세였죠. 그러면서 윈도우 98 출시 이후 화려한 Graphic User Interface가 주목받고 이를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마우스가 주력 입력장치가 되었죠. 그렇게 변화된 UI에 맞게 PC통신도 변해 PC통신 전용 에뮬레이터들이 각광을 받았습니다.하지만, PC통신보다 더 큰 신세계를 만나게 해주는 전세계의 인터넷 서비스들(TELNET, FTP, GOPHER, IRC, E-MAIL, WWW)이 등장하면서 PC통신은 위축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마침 모뎀을 이용해 SLIP/PPP 방식으로 연결하던 인터넷을 보다 빠르고 저렴하게(정액제) 사용할 수 있도록 한 두루넷의 케이블 모뎀이 등장하면서 멀티미디어와 GUI를 제대로 지원하는 WWW이 PC통신의 뒤를 이어 메인 IT 플랫폼으로 자리를 잡게 됩니다. 펜티엄 MMX(HW), 윈도우 98(OS), 초고속 인터넷(NETWORK)로 구성된 WWW 플랫폼에서 마우스를 조작해(UI), 넷스케이프와 인터넷 익스플로러(SW)라는 브라우저를 이용하는 새로운 시대가 펼쳐진 것이죠. 이 시절을 지배하던 기업은 무료로 인터넷 서비스(한메일, 카페, 세이클럽, 미니홈피, 검색 등)를 제공한 인터넷 서비스 기업들이었죠.

그리고, 세상은 다시 또 변화했습니다. 컴퓨터는 스마트폰으로(HW), 윈도우는 iOS와 안드로이드로(OS), 초고속 인터넷은 WiFi, 4G LTE 등의 무선 인터넷으로(NETWORK) 바뀌어 모바일 플랫폼 시대가 시작된 것이죠. 웹 기반에서 운영되던 수 많은 홈페이지들은 모바일에서 수 많은 앱으로 동작되고 있으며, 마우스가 아닌 손가락을 이용하는 UI의 시대로 접어들었습니다. 게다가 스마트폰 이외에도 태블릿, 스마트TV 등의 다양한 디바이스들이 인터넷에 연결되는 N스크린의 시대가 도래하며 과거 20년보다 더 복잡한 컨버전스 시대가 되었습니다. 기술은 빠르게 진화하고 있으며 기술이 만들어준 IT 플랫폼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스마트폰으로 잃어가는 우리의 기억이렇게 IT가 변하면 우리의 컴퓨팅, 인터넷 사용 습관도 바뀌기 마련입니다. 책상 위를 차지하던 컴퓨터를 이용하기 위해 책상이 있는 방 중심의 거주환경이 지배하다가(이전 TV가 지배했던 시절에는 거실이 활동의 중심 공간이었죠), 손 안에서 동작되는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지금은 장소를 가리지 않는(침대 위, 탁자 위, 버스 안, 지하철 안..) 삶 속에 살고 있습니다. 스마트폰 이전에는 컴퓨터를 사용할 때에만 인터넷(가상계)에 연결할 수 있었기에 컴퓨터가 있는 그 공간에서만 가상계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현실계 어디서든 바로 가상계와 만날 수 있다보니 정작 현실계에 있으면서도 몸만 현실에 있을 뿐 정신은 모두 가상계에 빠져 있습니다.컴퓨터는 24시간 켜 있는 것이 아닌데다가 부팅을 하려면 30초에서 1분 정도는 기다려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고 컴퓨터가 있는 곳까지 가야 하는 시공간의 제한이 있어, 이를 극복할만한 동기가 있어야 사용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스마트폰은 주머니에서 언제든 꺼내 즉각 인터넷 연결이 가능하다보니 특별한 동기없이도 심심하기만 하면 꺼내 보게 됩니다. 그래서, 학교나 회사에서 돌아와 가장 먼저 방에 들어가 PC부터 켜는 것이 습관화되었던 우리의 삶이 이제 어디에서든(엘레베이터, 회의실, 화장실 등) 작은 스크린에 온 정신을 집중하는 것이 당연시되고 있습니다.버스 정류장 앞은 물론 카페 안에서 거리를 걸으며 모두 고개를 숙이고 화면에 열중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일상이 되었습니다.
언제든 바로 인터넷에 연결해 필요 정보나 서비스를 취할 수 있고 즉각 사람과 연결할 수 있다보니 시간이 단축되고, 효율적인 판단과 정확한 정보 획득이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데이터를 저장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인간의 대뇌피질이 담당하는 역할을 클라우드가 하게 되고, 스마트폰은 필요할 때마다 수시로 클라우드에 연결해 전뇌가 필요로 하는 의사결정을 하기 위한 정보를 가져다 주고 있습니다. 그렇다보니 정작 정보와 기억을 입력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해마는 현실계에서 획득되는 수 많은 정보를 폐기하고 대뇌피질로 전달하지 않게 됩니다.
이제 우리는 친한 친구의 휴대폰 번호마저도 스마트폰에 기억시킬 뿐 우리 대뇌에 저장해두지 않습니다. 모든 길은 T맵에 있으니 기억하지 않아도 되고, 스케줄은 캘린더 앱을 믿으면 됩니다. 업무와 교육을 통해 획득된 정보는 에버노트를 믿고 대뇌엔 휴식을 줍니다.
이로써 우리는 많은 것을 저장하며 뇌를 혹사시키지 않아서 스트레스가 없어진 것일까요? 스마트폰이 없으면, 아니 정전이나 인터넷 오류로 연결이 되지 못할 경우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기술에 과하게 의존하게 된 현실에 개인의 존재감을 걱정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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