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렵에서 배우는 인생
안녕하세요, 필디 과장입니다.
아스팔트가 지글지글 끓으면서 아지랑이(?)가 올라가고, 흘러내리는 육수(?)가 현기증을 유발하는 여름이 다가왔습니다. 전력 위기에 빠진 나라도 구하고, 험난한 더위를 피하기 위해 계곡 여행을 다니는 제가 바로 애국자 아닐까요?
[필디 과장의 취미 열전] 어서 와, 천렵은 처음이지?
저는 운동하면 빨리 죽는다는 굳은 신념을 가지고 세상의 모든 공놀이를 거부하는 사람입니다. 움직이기조차 싫어하는 제가 왜 천렵이라는 취미를 가지게 되었을까요?
오늘은 계곡에 가서 할 수 있는 최고(?)의 스포츠인 천렵에 대해서 이야기하려 합니다.
‘천렵’이란?
[사전적 정의] 川獵 – 강, 계곡과 같은 냇물 등에서 고기잡이하는 일.
– 주로 어포기, 족대, 투망을 이용하는 것으로 낚싯대를 사용하는 낚시와 구별해서 사용하는 단어이기도 합니다
1. 천렵은 본능이다
천렵은 원시시대부터 인류의 피속에 흐르는 사냥과 포획의 본능을 자극합니다. 도구를 사용하여 작은 물고기들을 포획했을 때의 그 성취감은 ‘그래도 내가 물고기 보다는 똑똑하구나’ 하는 안도감(?)을 줍니다. 잡은 다음에는 먹냐고요? 그럴리가요. 손질하기 귀찮아서라도 그냥 놓아줍니다. 이래뵈도 제가 자연주의자랍니다.
천렵을 시작하시는 여러분도 포획한 물고기를 자연으로 돌려 보내주세요. 작은 통에 오래 두면 산소부족으로 죽기 쉽습니다. 낚시 바늘없이 잡았기 때문에 놓아주기만 하면 잘 살 수 있답니다. 나보다 약한 존재에게 사랑과 자비를 베푸는 것 또한 인간의 본성입니다.
2. 천렵은 쉽다.
대한민국에서 유행한다 하는 취미 중 흔히 ‘장비발(취미를 위해서 장비에 큰 비용을 들이는 행위)’ 없는 취미가 없습니다. 요즘 유행하는 캠핑도 처음에는 소박하게 시작하지만, 캠핑장 두어 번만 다녀오면 곧 장비 구입에 열을 올리게 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천렵은 큰 비용 없이 쉽게 즐길 수 있어 저 같은 서민도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취미입니다. 나름 풀셋(Full Set)이라고 갖춘 저의 장비는 족대 1개, 어포기 4개, 투망 1개를 합쳐 10만원이 넘지 않습니다.
또한 특별히 어려운 기술 없이 간단한 검색과 설명으로 즐길 수 있을 만큼 진입 장벽이 낮은 취미가 바로 천렵입니다. 가격 대비 최고 효율성있는 취미로서 가족 구성원 모두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습니다.
<천렵을 위한 도구>
① 뜰채
가장 다루기 쉬운 도구로써 폭이 좁은 계곡 등에서 작고 이동 속도가 느린 미꾸라지, 모래무지 등을 잡기에 적합합니다. (2,000원~ 5,000원)
② 반도
천렵하면 생각나는 대표 도구로써 폭이 좁아지는 길목을 한 명이 지키고 여러 명이 물고기들을 몰아서 잡는 도구입니다. 물에 들어가기 전에 어로(물고기 이동 경로)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5,000원 ~ 10,000원)
③ 어포기
입구에 떡밥을 발라 물고기들을 유인해서 잡는 함정 도구입니다. 어포기가 푹 잠길만큼 깊고 유속이 느린 곳에서 매우 큰 효과를 거둡니다. 유속이 빠른 곳이라면 큰 바위 등으로 벽을 쌓아서 유속을 느리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어포기 설치 후에는 사람이 근처에 자주 나타나지 않도록 해주세요.
사진과 같이 접어서 휴대가 간편한 비닐 어포기와 휴대는 불편하지만 설치가 매우 간편한 플라스틱 어포기가 있습니다. (3,000~6,000원)
④ 투망
단시간 내에 가장 많은 고기를 포획할 수 있지만 가장 다루기 힘든 도구 중 하나가 투망인데요, 처음 하시는 분에게 추천하지는 않습니다. 많은 연습을 해야만 멀리, 그리고 동그랗게 원을 그리면서 던질 수 있답니다. 또한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투망 행위가 불법인 경우가 있으니 투망 전에는 해당 도청 등에 미리 문의하시기 바랍니다. (50,000 ~ 100,000원)
⑤ 떡밥
많이 익숙한 단어죠? 물고기들이 좋아하는 냄새를 가진 분말 형태의 유인 먹이입니다. 물에 반죽하여 어포기 입구에 붙여서 사용하거나 어로 등에 미리 가루를 풀어서 물고기들을 모이게 하는 역할을 합니다. 물을 조금만 넣어서 오랜 시간 반죽하여 단단하게 만드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3. 천렵은 아버지다.
저는 어릴 때 아버지와 자주 계곡을 찾아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아버지께서는 멀리서 제가 있는 쪽으로 힘들게 물고기를 몰아 포획의 모든 공을 저에게 몰아주셨는데요, 그 마음을 제가 아빠가 되고 나서야 느끼고 있습니다. 천렵을 할 때마다 따뜻하고 고마운 그 추억이 떠올라, 아버지가 생각납니다.
아직 전력에 도움은 안되지만 아빠를 도와주겠다고 물고기를 반대로 몰아주는 만행(?)을 하는 아들의 모습에서 제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답니다. 아버지가 제게 베풀어 주셨던 그 고마움과 기쁨을 이제 제 아들에게 전해주려 합니다.
천렵이라는 단어가 젊은 사람들에게는 생소하죠? 잊혀져 가는 고전 스포츠이지만, 저에게는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은 추억입니다. 3대째 천렵을 즐기는 저희 가족의 몸 속에는 어부의 피가 흐르는 것이 아닐까요? ^^
4. 천렵은 인생이다.
물고기는 흔히 멍청하다고 하지만 사실은 그 반대입니다. 그런 물고기를 단순한 도구로 잡으려면 꽤 많은 것들이 필요합니다.
인기척에 도망가지 않도록 마치 돌부처처럼 물 속에서 오랜 시간 기다릴 것, 쏜살같이 도망 다니는 물고기들의 어로를 파악하기 위해 부지런하게 움직이고 집중할 것 등입니다.
또한 아무리 비누로 손을 씻어도 최소 하루는 없어지지 않는 지독한 냄새의 떡밥을 만지고 민물 특유의 부유물의 더러움을 이겨내야 합니다. 또한 차가운 물속에서 1시간 이상 인내심을 가지고 버텨내야 합니다. 아무리 더운 여름이라도 오랜 시간 계곡에 있다 보면 어느새 몸이 으슬거리기 시작합니다.
막상 잡으면 어떡하냐고요? 민물고기 특유의 비린내와 미끄러움에서 느껴지는 징그러움을 견디며 옮겨 담아야 합니다. 정말 운이 좋으면 모를까 이런 노력 없이는 한 마리 잡기도 쉽지 않습니다. 물고기들은 매우 영리하고 민첩하기 때문입니다. 천렵을 추천한다고 하는 글의 서두는 어디로 가고 부정적인 이야기만 나오는 결론을 어찌 받아들여야 하는지 고민이 되실 겁니다. (하라는 거야? 말라는 거야?)
기다림, 부지런함, 집중, 인내심, 견뎌내기, 버티기…
그런데 여러분들은 천렵에서 성공하기 위한 요소들을 이미 한 번쯤 경험해 보신 분들입니다. 천렵은 수많은 물놀이 중 하나일 뿐이지만 인생을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요소들이 곳곳에 숨겨져 있습니다. 항상 게으르고 인내심 부족한 저에게는 천렵이 이런 저의 부족한 면들을 돌아보고 개선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고마운 취미가 되었습니다.
어른이 되고서도 아버지의 도움 없이는 한 마리도 못 잡던 제가 요즘은 나섰다 하면 한 두 시간 내에 수십 마리씩 성과를 거두곤 합니다. 그렇게 되기까지 2년 이상이 걸렸으니 저는 기본 소양이 부족한 사람이었나 봅니다.
수지청자 상무어(水之淸者 常無魚)라는 고사성어가 있습니다. 맑은 물에는 물고기가 없다는 뜻인데요, 깨끗함과 편리함만 찾지 말고 가끔은 불편함과 더러움도 이겨낼 줄 아는 도량을 가지고 산다면 그런 소양을 가진 좋은 사람들 또한 많이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저는 오늘 밤에도 주말 천렵 장소를 물색해봅니다. 함께 즐거운 시간을 만들어 주는 제 귀여운 아들도 “아빠 최고”를 외치겠지요? ^^
▶ 민물고기가 많은 장소 찾는 요령
1. 백로와 같이 대형 육식 조류가 있는 곳.
2. 햇빛이 잘 비치는 곳 보다는 다리 밑과 같이 그늘진 곳.
3. 수초가 많거나 큰 바위 밑의 숨을 곳이 있는 곳.
4. 낮은 물가에 보이지 않을 만큼 작은 치어들이 많은 곳.
5.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곳.
▲ 출처 문화콘텐츠닷컴 (문화원형백과)
▶ 민물고기에 대한 정보 얻는 법
해양수산부 중앙내수면연구소 “한국담수어종도감”이라는 안드로이드 앱을 추천합니다. 한국의 모든 민물고기의 분포지와 사진을 볼 수 있어 유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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