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서점보다 우리 회사 자료실이 더 좋은 이유

2012.08.22 신정철

직장인 여러분, 평소 책 많이 읽으시나요? 회사 다니면서 책 읽기란 생각보다 어렵죠. 일이 바쁘니 책 볼 시간이 부족하기도 하지만, 막상 책을 보려고 해도 무슨 책을 봐야할 지도 모르겠고, 읽을만한 책을 고를 여유가 없을 때가 많더군요. 서점에 가서 직접 책을 고르면야 좋겠지만, 서점에 직접 나갈 시간 내는 것도 힘들잖아요. 그랬던 제가 요즘 회사 덕분에 책을 많이 읽고 있습니다.

제가 근무하는 우면 R&D캠퍼스에는 ‘자료실’이란 곳이 있습니다. 이름만 들으면 왠지 업무와 관련된 재미없는 자료들만 있을 것 같은데, 실제로는 다양한 분야의 교양도서들로 채워진 작은 도서관입니다. 매달 새 책이 잔뜩 들어오기 때문에 따로 서점을 가지 않아도 됩니다.

우면 R&D 캠퍼스 자료실, 서초 R&D 캠퍼스 자료실 사진

▲ LG전자의 여러 연구소 및 사업장들에도 자료실이 있어요.

무엇보다 좋은 점은 읽고 싶은 책을 적어서 자료실 담당자에게 신청하면 구입해서 비치 해준다는 거죠. 요즘 책들 꽤 비싸잖아요. 자료실에 책을 신청하고 빌려보기 시작하면서 제 용돈이 조금은 더 넉넉해졌습니다. (물론, 책을 신청할 때 권장 기준은 있습니다. 너무 개인적인 취향보다는 다른 구성원들도 같이 보면 좋을 만한 책을 신청하도록 권장하고 있답니다.)

제가 애용하는 자료실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어 우면 R&D캠퍼스 자료실 담당자 이세인 주임을 만나 몇가지 물어보았습니다.

Q: 자료실에 매달 새 책이 들어오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한 달에 몇 권 정도가 들어오나요?

A:  매달 100권씩 새로운 책들을 구입해서 비치하고 있습니다.

Q: 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이 들어오네요. 100권의 책들은 어떤 기준으로 선정해서 구입하나요?

A:  알라딘, 리브로, 교보문고와 같은 대형 온라인 서점의 베스트셀러 목록이나 MD추천 목록 등을 참고하구요. LG인 추천도서, 시사인이나 매일경제와 같은 잡지의 추천도서도 참고해서 선정하고 있습니다.

Q: 직원들이 희망도서를 신청하면 구입해서 신청한 사람이 가장 먼저 읽게 해주시는데요. 전체 구입 도서 중에서 희망도서 신청 비율을 어느 정도인가요?

A: 희망도서 신청은 현재 매달 15~20권 정도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전체 구입 도서 중 20% 내외로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Q: 자료실을 운영하면서 느끼는 보람이나 어려운 점이 있다면?

A: 자료실을 자주 찾아주시는 분들이 많아져 익숙한 얼굴이 늘어날 때, 자료실이 그 분들의 독서 생활에 도움이 되는 것 같아 보람이 느껴져요. 그런데 현재 자료실 위치가 좀 구석진 곳이어서 잘 모르는 분들이 많고, 책을 보는 것이 노는 것처럼 비춰질까봐 찾지 않으시는 분들도 많이 계신 것 같아요. 좀 더 많은 분들이 자료실을 활용 하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어려운 점이라면…반납일을 지키지 않는 분들이 많아서 조금 힘드네요.

Q: 저도 연체를 자주 하는 편인데 앞으로는 주의하겠습니다. 제가 앞으로 쓸 글이 자료실 홍보에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그런데 자료실을 찾으시는 분이 늘어나면 일이 많아지는 거 아닌가요? ^^;;

매달 자료실 담당자분의 정성어린 책 선정을 통해 엄선된 책들이 들어오고 있었네요. 이렇게 매달 새 책이 들어와도 전체 책 보유량이 그렇게 많은 것은 아닙니다. 자료실 공간 자체도 작고 대형서점이나 일반 도서관과는 아예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의 작은 도서관이죠. 그렇지만 자료실을 애용하면서 저는 한 가지를 깨달았습니다.

행복한 책읽기, 회사 자료실이 딱이다!  

‘대형 서점보다 회사 자료실이 더 좋은 이유’를 알려드릴게요.

1. 자료실은 행복한 ‘만족자’가 되게 해준다.  

저는 대형 서점에 책을 사러 갔다가 둘러만 보고 결국 살 책을 고르지 못하고 그냥 온 적이 꽤 되는데요. 진열대에서 저를 유혹하는 그 많은 책들 중에서 어떤 책이 더 좋은지 고민하다 그냥 포기하고 오곤 했죠. 그런 상황이 자주 발생되는 데에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대형 서점 사진

대안이 많은 선택은 소비자들에게 결정과 관련된 노력을 더 많이 요구하기 때문에 만족감을 떨어뜨릴 수 있다. 그래서 소비자들은 결정을 포기하고 제품을 사지 않는다. 혹은 제품을 사더라도 결정하는 데 들어간 노력은 결과에 대한 만족을 줄인다. 그리고 대안이 많았을 때 사람들은 ‘실제로’ 선택한 것에 그다지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일부 선택하지 않은 것들의 매력이 선택한 것에서 비롯되는 기쁨을 감소시키기 때문이다.

<선택의 패러독스), 배리슈워츠 p.25

저만 그런게 아니었어요. 대형서점에서 책을 고르는 것은 노력에 비해 만족감이 떨어지기 때문에 원래 쉽지 않은 일인 거였습니다. 그럼, 회사 자료실에 가면 어떨까요? 제가 즐겨찾는 자료실의 ‘새로 들어온 책’ 진열대 모습입니다.

회사 자료실 사진

 

슬쩍 봐도 책이 별로 많지 않죠? (회전식이라 반대편에도 ‘공간’ 있습니다 ^^) 잠깐만 둘러봐도 어떤 책들이 있는지 금방 파악이 됩니다. 이 중에서 조금 더 관심이 가는 책을 몇 권 뽑아서 내용을 훑어 봅니다. 그리고 그 중에서 마음에 드는 책을 빌리면 됩니다. 책을 고르는 것이 전혀 부담이 되질 않습니다. 여기선 마음에 드는 책이 없어 그냥 자료실을 나오더라도 제 책임이 아니지만, 대형서점이라면 책을 고르지 못한 것이 제 책임입니다. 왜냐하면, 그 곳에는 모든 책이 다 있으니까요. 엄청난 선택의 기회를 줬는데 결정하지 못한 제 책임이 되는 거죠.

그래서 좀 더 적은 선택의 폭에서 충분히 좋은 것에 만족하는 ‘만족자(satisficer)’가 더 행복하다는 겁니다. 그런 면에서 회사 자료실은 책 읽기에 관해서 저를 ‘만족자’로 만들어 줍니다. 더 행복한 독서 생활을 할 수 있게 해주니까요.

2. 자료실은 소셜 큐레이션(Social Curation)이다.

저는 심리학 관련 도서를 좋아 하는데요. 언제부터인가 자료실을 가면 베스트셀러도 아닌데 제가 읽고 싶은 책들이 많이 눈에 띄는 거예요. 한번은 음악에 문외한이라 한 번은 음악 입문 도서를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그 때부터 자료실에 ‘클래식 입문’ 과 같은 책들이 들어오는 거예요.

온라인 서점이나 잡지 등의 추천 목록을 기반으로 자료실에 책이 들어온다고 할 때, 너무 대중적이거나 주류의 책들만 들어와서 책의 범위가 너무 제한적이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을 수도 있는데, 자료실 이용자들로부터 희망도서를 신청받아 비치하는 시스템으로 인해서 그 단점이 보완됩니다. 저도 한 달에 2~3권씩 제가 읽고 싶은 책들을 신청하는데, 자료실을 이용하는 분들 중에 제가 신청한 책을 읽는 분들도 생기게 되는 거죠.  다시 말해서 이용자들끼리 서로 책을 추천해서 돌려보는 환경이 자연스레 만들어 지게 됩니다. 자료실에서 희망 도서 신청을 통해서 이용자들이 추천해서 비치된 책들을 서로 돌려보게 되는 것, 이것이 바로 오프라인에서 이뤄지는 또 하나의 소셜 큐레이션(Social Curation)이 아닐까요? 같은 건물에 근무하는 서로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과 함께 저는 더 나은 책읽기 경험을 하게 됩니다.

제가 고등학교를 다닐 때만 해도 학교 도서관의 책들에는 도서카드가 꽂혀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도서카드에는 그 책을 읽은 사람들의 이름이 쓰여 있었죠. 좋아하는 여학생이 있으면 도서관에서 그 여학생의 이름이 적힌 책들을 찾아 보는 친구들도 있었죠. 이제 더이상 도서카드의 ‘낭만’을 찾아 볼 수 없지만, 저는 자료실에서 책을 빌려보다 보면 이 책을 또 누가 읽었을까 가끔 궁금합니다. 그래서 자료실 담당자 분께 한 가지 제안을 했습니다. 자료실을 자주 이용하는 분들을 한 자리에 모아 자리를 만들어 보면 어떻겠냐구요. 그동안 서로 모르고 각자가 추천한 책들을 나눠 읽었을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이면 약간 어색하겠지만 분명 재미있지 않을까요?

책 '신의 물방울' 사진

▲ ‘신의 물방울’ 같은 만화도 있답니다 ^^


자료실, 규모는 작아도 만족은 큽니다.   

이제 곧 독서의 계절 가을이네요. 혹시 여러분 회사에도 작은 자료실이 있다면 한 번 이용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좋은 책 많이 신청하시고 즐거운 독서 생활을 즐기세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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