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의 창의성을 억압하는 통제의 문화
지난 글에서 직원들이 창의성 발휘를 막는 세가지 문화적 압력을 제시하고 그 중에서 첫 번째로 ‘초과근무’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 지난 글 보기 : 직원들의 창의성을 억압하는 조직문화(1) – 초과근무 문화
이번에는 ‘통제의 문화’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좀 무거울 수도 있는 주제입니다만, 이것은 우리 사회와 여러 조직에 만연된 중요한 문화적 특성 중 하나이고, 이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사람은 거의 없기 때문에 여러분과 함께 이를 주제로 잠시나마 사색의 시간을 가져보도록 하겠습니다.
[류한석의 피플웨어]⑬ 직원들의 창의성을 억압하는 조직문화 (2) 통제의 문화
지난 글에서 사람들이 창의적으로 일하기 힘든 요인으로 ‘절대적인 여유시간의 부족’을 꼽았습니다만, 해당 요인과 더불어 사람들의 심리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게 바로 ‘통제의 문화’입니다.
창의성이란 무언가를 기획하거나 설계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기존 방식에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방식으로 생각하고 구현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그렇다면 통제의 문화가 만연한 조직에서 사람들은 과연 어떤 메커니즘을 통해 창의성을 상실하게 될까요? 이에 답하기 전에 먼저, 통제의 문화가 만연한 조직의 몇 가지 속성들을 살펴보도록 하죠.
- 모든 중요한 일들이 상사에 의해 일방적으로 결정된다.
- 회의시간은 주로 상사의 얘기를 듣거나 또는 돌아가면서 보고를 하는 형태로 이뤄진다. 토론 따위는 하지 않는다(상사와의 질문답변은 토론이 아님).
- 절차와 규칙의 준수는 무엇보다 중요하며, 만일 지키지 않으면 불이익 또는 처벌을 받는다. 무의미하거나 업무에 방해가 되는 절차와 규칙이 다수 존재하지만 그것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 상사가 직원들의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권한위임을 하기보다는, 주로 명령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 조직에서 가장 잘 나가는 사람은 절차와 규칙에 잘 따르고 충성심이 강한 사람이다.
- 상사가 설사 부당하거나 비합리적인 결정을 할지라도 따라야 하는 분위기이며, 실제로 선배들도 그런 결정을 따른다.
통제를 중시하는 조직이 빠지기 쉬운 위험
조직이 통제를 중요시한다는 말은 곧, 직원들이 절차와 규칙을 준수하는 걸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뜻입니다. 통제 자체를 무조건 나쁘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적절한 수준의 통제는 조직 운용에 필요한 법이죠. 하지만 통제가 필요한 것과 통제가 1순위인 것은 다릅니다. ‘통제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순간 이미 적정 수위를 지키는 건 어려워지게 됩니다.
통제는 필연적으로 권위주의를 동반하게 됩니다. 왜냐하면 사람들에게 통제를 따를 것을 지시하고, 사람들이 통제에 제대로 따르는지를 감시하고, 따르지 않을 경우 처벌하는 역할을 수행할 사람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통제는 필히 처벌을 수반할 수 밖에 없고 그래야만 실질적인 통제가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어떤 법이 무언가를 못하도록 막고 있는데 그에 대한 처벌조항이 없다면 무용지물일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통제가 위력을 발휘하려면 통제를 따르지 않는 사람에 대한 처벌이 따라야 합니다. 그러한 처벌은 명백한 형태일 수도 있고 은근한 형태일 수도 있습니다.
통제의 문화를 갖춘 조직에서는 ‘해야 하는 일’과 ‘해서는 안 되는 일’에 대한 엄청난 양의 목록이 존재합니다. 일부는 공식화되어 있지만 또 일부는 암묵적으로 존재합니다. 후자를 ‘불문율(unwritten rule)’이라고 하죠.
통제의 문화가 강하면 강한 조직일수록 불문율이 위력을 발휘하는데, 최고의 불문율은 바로 ‘사전에 허가 받지 않은 일은 그게 무엇이든 절대 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그런 내용이 문서에 기록되어 있는 건 아니지만, 사람들의 마음 속에 강력히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그것을 따르지 않을 경우 불이익이나 심지어는 처벌을 받을 것이라는 두려움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조직이 통제를 중요하게 생각하면 할수록, 통제를 따르지 않을 경우 불이익을 받거나 처벌을 받을 것이라는 두려움이 점차 사람들의 마음에 심어지게 됩니다. 또한 감시자의 힘이 커지면서 그것이 무럭무럭 자라게 되죠. 그러다 보면 조직에 충성하기보다는 개인에게 충성하는 현상도 나타납니다(감시자의 힘이 강해지면 사람들은 두 가지 충성을 혼동하게 됩니다).
이제 권위주의를 소울메이트로 맞이한 통제의 문화는 날이 갈수록 그 기세가 등등해집니다. 절차와 규칙을 준수하고 조직과 개인에 충성하는 것이 모든 것을 압도하게 되면, 창의적인 사람은 더 이상 견딜 수 없어 조직을 떠나거나 또는 자신의 역량을 감춘 채 조직의 분위기에 맞는 사람을 연기하게 됩니다.
그러한 조직에서는 창의성 발휘의 기회 자체가 거의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직원들은 자신이 얼마만큼의 창의성을 갖고 있는지 조차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설사 창의성을 발휘할 기회가 주어진다고 해도, 창의성을 잘못 발휘하게 되면 처벌을 받게 됩니다(또는 그렇게 믿습니다). 그런 과정을 통해 직원들의 창의성은 사라지고, 이는 결국 조직의 창의성이 상실되는 결과로 나타납니다.
조직의 창의성과 민첩성을 향상시키려면?
특히 대기업은 직원의 수가 많고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하기에 통제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그런데 직원들이 창의성을 발휘하려면 그에 적합한 환경이 제공돼야만 하는데, 그러한 환경의 핵심은 ‘통제를 최소화하고 직원들에게 유연한 사고와 행동을 할 수 있는 자유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많은 대기업이 통제의 수준을 유지하면서(심지어는 통제를 강화하면서) 직원들의 창의성을 독려합니다. 이는 이율배반적이며, 대기업이 창의적이기 어려운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만일 조직이 미래 비즈니스의 승부가 창의성에서 갈린다고 믿는다면, 그래서 창의성을 정말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통제의 문화’를 ‘자율의 문화’로 바꾸어야만 합니다. 그런 근본적인 문화의 변화가 아닌 다른 방법이 과연 존재할까요? 사실, 이것은 일개 조직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내용입니다.
자율의 문화는 창의성뿐만 아니라 민첩성까지 향상시켜 줍니다. 최근 시장의 변화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으며 소비자들의 기호 변화에 따라 제품의 라이프사이클 또한 계속 짧아지고 있습니다. 그런 경영 환경에서 기업에게 요구되는 가장 중요한 역량은 경쟁자를 압도하는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어 내는 ‘창의성’과 그것을 적시에 신속하게 실행하는 ‘민첩성’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기존의 전통적인 조직 구조에서는 소수의 고위층에 의해 전략이 수립되고 대부분의 직원들은 그것을 충실히 수행하는 역할을 담당할 뿐이었습니다. 기회를 발견하고 문제를 해결할 권한이 직원 개개인에게 있지 않았습니다. 각자의 역량을 발휘하기 어려웠고 타인으로 대체될 수 있는 자원에 불과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개인의 창의성과 민첩성은 그리 중요한 요소가 아니었으며 당연하게도 그것이 조직문화에 확립될 수도 없었죠.
그렇지만 이제는 치열한 시장 경쟁과 급변하는 경영 환경으로 인해 조직의 창의성과 민첩성이 극단적으로 중요한 시대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물론, 산업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소비재 산업 그리고 지식노동 위주의 산업일수록 그러한 현상이 도드라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앞으로 조직의 차별화된 경쟁력은 일상적인 비즈니스 활동에 있다기보다는 예상치 못한 문제에서 신속하게 기회를 발견하고 그것에 어떻게 대응하는가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조직의 창의성과 민첩성 발휘는 결국 직원들을 통해 이뤄지는 것입니다. 평범한 직원은 일반적인 환경에서 예상 가능한 방법으로 업무를 완수하는 반면에, 탁월한 인재는 일상적이고 반복적인 업무보다는 문제를 해결하는 활동에서 진가를 발휘합니다. 즉, 탁월한 인재일수록 문제 해결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탁월한 인재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들이 가득한 환경에서 독창적인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놀라운 성과를 만들어냅니다.
그런 탁월한 인재들이 창의적이고 민첩하게 일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자율성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창의적인 조직들은 통제를 최소화하고 자율성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기존의 통제 수준을 유지하거나 심지어는 강화하려는 노력은 창의성을 배척하는 주문일 뿐입니다. 조직에 창의성 확산을 바란다면 바로 이러한 ‘통제와 창의성의 트레이드오프(trade off)’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우선돼야 할 것입니다.
다음 시간에는 마지막으로 ‘위험 및 실패를 감수하지 않는 문화’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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