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에서 익명으로 비밀을 공유하는 사람들
소셜 미디어 특히 온라인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는 발전 과정에서 익명 기반과 실명 기반이 주기적으로 반복 성장했다. 싸이월드가 실명 기반이었지만 마이스페이스는 익명 기반이었다. 뒤이어 성장한 페이스북은 다시 실명을 기본 원칙으로 했고 구글 플러스 역시 이 흐름을 따랐다. 그러나 뉴스와 정보 네트워크를 표방하는 트위터는 다시 익명(또는 필명)을 기반으로 성장했다.
[한상기의 소셜미디어와 사회변화] ⑩ 익명 뒤로 숨는 소셜미디어 사용자들
국내의 경우도 카카오 스토리나 밴드는 실제 관계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에, 닉네임을 사용한다 해도 기본 정체성은 실제 자아이다. 반면 많은 모바일 채팅 사이트나 만남을 목적으로 하는 사이트에서는 자기를 숨긴 채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다. 한때 큰 인기를 얻었던 미투데이 역시 익명을 기본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서비스였다.
페이스북과 구글 플러스가 실명을 원칙으로 하는 데에는 두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로 자신의 정체성과 관계를 실제 세상에 반영하고자 했다. 대부분 관계의 출발은 기존 친구를 중심으로 하도록 한 것이다. 실제 친구 중심의 관계 설정은 사용자들이 허구나 지나치게 부풀려진 자아를 표현하는 것을 어렵게 만든다. 내가 잘 아는 사람이 아무리 허세를 부려도 우리는 그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믿지 않으며, 그에 따라 온라인 관계나 활동에 거짓이 포함하지 않도록 제재를 가할 수 있는 것이다.
두번째는 마케팅 목적이다. 마케팅 플랫폼이 되려면 실제 본인과 일치하는 모습과 관계를 갖게 만들어야 보다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가능한 많은 개인 정보와 성향, 취향과 활동을 표현하게 함으로써 광고주나 마케터에게 유용한 데이터를 제공하고자 하는 것이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액체 자아’의 등장
많은 사람들이 이런 자신의 노출과 프라이버시에 대한 우려, 때로는 어릴 때 어처구니없는 글과 사진을 올렸다가 나중에 문제가 되는 사례들, 국가 기관에 의한 감시와 도청 등을 알게 됨에 따라 실명을 기반으로 하는 서비스를 떠나 자신의 모습을 숨기고자 하는 흐름이 커지고 있다.
대표적인 서비스가 스냅챗, WUT와 같은 메시징 서비스, 위스퍼와 시크릿, 소셜 넘버같은 모바일 SNS, 포스트 시크릿같은 온라인 아트 프로젝트 등이다. 지금도 새로운 서비스가 속속 등장하고 있는데 이를 두고 SNS 3.0의 시대에 들어섰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특히 스냅챗은 이미 1억 명이 넘는 사용자와 매일 4억 개 이상의 스냅 (많은 수가 사진)이 교환되며, 이는 페이스북의 사진 업로드 수를 넘어선다는 판단이다. 특히 많은 사용자가 청소년 같은 젊은 세대이고 이들이 점점 페이스북을 떠나 실제 자신을 숨기고 있다는 것이 큰 변화인 것이다. 페이스북이 스냅챗을 인수하고자 30억 불의 현금을 제시했었다는 보도는 이런 흐름에 대해 페이스북도 매우 신경을 쓰고 있다는 증거이다. (이 글을 쓰는 동안 페이스북이 왓츠앱을 20조에 가까운 금액으로 인수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모바일에서 영토를 확장하거나 경쟁사를 인수해 버리려는 그들의 시도는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다.)
스냅챗의 공식 블로그(http://blog.snapchat.com)를 보면 우리가 소셜 미디어를 쓰면서 남기는 모든 기록물이 끝까지 남아있어야 할 이유가 무엇이며, 그런 기록에서 자유롭지 못함을 지적한다. 우리의 자아는 일정한 것이 아니라 흐름 속에서 변화되는 것이라는 학계의 얘기를 전하면서 ‘액체자아’의 개념을 도입할 수 있음을 선언한다.
이런 모든 새로운 흐름은 소셜 네트워크에서 느끼는 프라이버시의 지나친 노출이나 작은 실수가 잊혀지지 않음에 대한 반작용이라고 볼 수 있다. 동시에 남을 의식한 자기 검열, 과장, 피상적인 모습을 보여야 하는 것에 대한 피곤함과 속박감을 사람들이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익명을 기반으로 하는 앱들이 모바일 시대의 새로운 흐름이더라도 주류 SNS를 넘어설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다만 많은 젊은 세대는 지나치게 현학적이거나 잘난척하는 친구들, 늘 내 상황을 감시하는 가족이나 애인, 멋져보이려고 애쓰는 나 자신으로부터 해방되고 진정으로 솔직한 내 감성과 얘기를 모르는 누군가와 주고 받고 싶은 것이다. 이런 일탈과 해방을 늘 하는 것은 아니더라도 가끔씩 들어가서 쏟아내고 싶은 사람은 많을 것이고, 나만의 숨겨진 방이거나 일기장의 역할을 할 것이다. 다만 이런 서비스가 어떻게 돈을 벌 수 있는가는 아직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익명성이 온라인 문화로 자리잡기 위한 노력 병행돼야
싸이월드 시대에도 자신의 일기장은 비밀로 유지하려 했고, 과거 PC 통신 시대에 모르는 사람과 밤새 채팅했던 기억이 있는 사람들에게 이런 익명성은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주류의 SNS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공간일 것이다.
사람들에게 가장 상처를 주는 것은 늘 가족과 친구이며, 사람들은 만날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하는 타인에게 가장 빨리 자신의 속 마음을 털어놓고 얘기한다는 것은 이미 90년대 온라인 커뮤니티를 연구한 논문에서 밝혀진 사실이다.
인터넷 서비스는 늘 큰 싸이클을 이루며 흐름이 반복되기도 한다. 다만 익명의 공간은 지나친 일탈, 폭력, 노출, 트롤링에 의해 황폐화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런 공간이 주류 문화로 자리잡기 쉽지 않다. 하나의 문화를 형성하면서 사회의 하부 문화로 존재하려면 전체 사용자간의 암묵적인 규범이 형성되고 이를 지키고자 하는 노력이 같이 이루어져야 지속적인 서비스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국내에서 어떤 새로운 SNS가 다시 등장해 우리에게 해방의 느낌을 줄 지 기다려진다. 카카오 스토리의 아기 사진들과 밴드의 소속감이나 의무감에서 때로는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들기 때문이다. 다 나를 아는 사람들과 온라인에서 또 만나고, 늘 하던 얘기나 멋져보이려고 노력하는 것은 때로는 피곤한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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