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까지 따스하게 해주는 홍제동 개미마을

2016.02.12 멀티라이프

차갑다 못해 시린 바람이 불어오는 겨울날, 어디를 갈까 고민하다 홍제동 개미마을을 떠올렸다. 알록달록 고운 색이 피어올라 마음을 따스하게 감싸주는 마을의 풍경을 떠올리며 지하철에 올랐다. 개미마을은 사계절 중 관광객이 적어 여유롭게 둘러보기에는 겨울이 딱이라는 생각이 든다.

가볍게 둘러보고픈 마음에 무거운 디지털 카메라 대신 LG V10을 들고 홍제동으로 나섰다.

멀티라이프의 도심 속 힐링여행 ⑦ 홍제동 개미마을 

지하철 3호선 홍제역 2번 출구로 나와 마을버스 7번을 타면 거침없이 아슬아슬한 오르막을 달린다. 사람들은 다 내리고, 혼자 남아 내린 곳은 종점, 개미마을. 내 발아래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풍경이 펼쳐진다.

다음 운행시간을 기다리는 7번 버스의 모습

다음 운행시간을 기다리는 7번 버스

삶의 모습과 벽화가 어우러진 개미마을은 서울의 동피랑 마을이라 불리기도 한다. 홍제동 개미마을을 둘러보는 방법은 2가지다. 7번 버스를 타고 종점에서 내린 후, 내려가면서 둘러보는 방법과 중간 지점인 슈퍼에서 내린 후 올라가면서 보는 것이다.

7번 마을버스 종점에는 공원이 있다.

7번 마을버스 종점에는 공원이 있다.

인왕산 가는 길목의 개미마을 끝자락에는 작은 공원도 마련되어 있다. 산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이곳은 쉼터가 되기도 하고, 동네 주민들에게는 운동을 할 수 있는 장소가 되기도 한다.

스트랩 파우치가 있어 휴대성이 좋은 LG 포터블 스피커 클래식(모델명: MC5558)의 모습

스트랩 파우치가 있어 휴대성이 좋은 LG 포터블 스피커 클래식(MC5558)

지난 폭설과 한파의 여파가 공원 한 켠에는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벤치에 앉아 잠시 음악을 틀어본다. 볼륨을 작게 놓고, 혼자만의 여유를 잠시 동안 느껴보았다. 사람이 사는 마을인지라 블루투스 스피커로 음악을 틀고 다니는 것은 민폐임에 분명하기에 공원에서 홀로 음악 몇 곡을 들으며 감성을 충전한 다음 발걸음을 옮겼다.

개미마을의 공중화장실의 모습이다.

개미마을의 공중화장실

종점에는 공중 화장실도 마련되어 있다. 마을에 화장실이 없는 집이 꽤 있어서 공중화장실을 만들었다고 한다. 방문자를 위한 것이 아니라 마을 주민을 위한 것이라는 것이 독특했다. 눈이 녹긴 했지만 자갈이 있는 내리막길은 꽤 위험해 보였다. 겁을 먹어 조심조심 내려가는 내 모습이 재밌었는지, 할머니 한 분이 웃으면서 말을 건다.

“길이 많이 위험하진 않아. 젊은이가 그리 겁이 많아서 어쩌누.”

“아… 보기보다 경사가 심해 보여서요.

이런 가파른 길을 매일매일 다니는 어르신도 있는데, 괜히 겁먹고 조심조심 내려가던 내 모습이 부끄러워졌다. 가파른 길에 고정되어 있던 시선을 옮기자 그제야 다른 풍경들이 들어왔다. 내리막길 좌우로는 슬레이트 지붕의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있고, 담벼락에는 꽃이 피어있었고, 웃음이 묻어나고 있었다.

개미마을의 다양한 벽화 모습

개미마을의 다양한 벽화

곳곳에 연탄과 빨래 등 살림살이가 나와있는 집들이 많은 개미마을. 연탄을 이렇게 많이 보는 것도 정말 오랜만이다. 마치 80년대 그 시절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 든다. 한국전쟁 이후 사람들이 이곳에 몰려들어 야산에 천막을 치고 살기 시작했다. 그 풍경이 인디언 마을 같아서 그랬는지 처음에는 ‘인디언촌’이라 불리기도 했었다. 천막이 판잣집이 되었고, 판잣집들은 가파른 경사를 따라 들어서기 시작했다. 70년대에는 몇 차례 철거를 시도했지만, 80년대 들어 토지비를 낸 이들에게 땅을 불하했고 이후 이름도 개미마을로 바뀌었다. 부지런히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을이라는 뜻인데, 왠지 모르게 그 부지런함이 짠하게 다가온다.

홍제동 개미마을 한 켠에 연탄이 쌓여있다.

낡은 유리창 좌우로 순한 강아지들이 웃고 있다. 화분에는 식물의 흔적만 남아있다. 봄이 오면 이 화분에 초록색 생명의 기운이 다시 솟아나겠지.

영화 ‘7번방의 선물’에서 예승이가 아빠를 기다리던 정류장

영화 ‘7번방의 선물’에서 예승이가 아빠를 기다리던 정류장

영화 ‘7번 방의 선물’에서 이 정류장이 잠깐 나왔었다. 페인트칠이 벗겨지고, 많이 낡았지만 이 정류장은 개미마을의 포토존이다. 영화 속에서 바가지머리의 용구(류승룡)이 출근하려고 나설 때 예승이(갈소원)이 따라나서는 장면이 바로 여기다. 영화 속에서 개미마을은 아주 잠깐 나왔지만 그 영향은 어마어마했다. 7번 방의 선물 영화 이후로 많은 이들이 개미마을을 찾았다. 2009년 한 건설회사의 후원으로 서울에 있는 미술학과 학생들이 마을 곳곳에 벽화를 예쁘게 그리면서 마을의 운명은 완전히 달라졌다. 어둡고 음산했던 마을이 밝고 명랑한 분위기로, 많은 사람이 찾고 사랑하는 마을로 바뀌게 된 것이다.

홍제동 개미마을의 다양한 풍경

인적이 드문 골목길을 걷는 것은 무서운 일이기도 하다. 만약, 이 길에 벽화가 없었다면? 낮이라도 쉽사리 걷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알록달록 형형색색의 벽화가 있어서 왠지 모르게 든든해졌다.

7번 버스가 종점인 개미마을을 향해 올라오는 것이 보인다.

벽화를 구경하며 내려가다 보니 7번 버스가 종점인 개미마을을 향해 올라오는 것이 보였다. 밤이면 정류장 구분 없이 내려주는 마을버스는 이곳 시민들의 발이 되어 주고 있었다.

홍제동 개미마을에서 올려다 본 하늘의 모습

어느덧 개미마을 초입까지 내려왔다. 마을 약도 역시 대학생들의 재능기부로 그려졌다. 홍제역까지는 약 2km 정도로 쉬엄쉬엄 걸어갈 수 있는 거리였다. 마을버스 덕분에 힘들었을 개미마을 여행을 쉽게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교통카드, 블루투스 스피커, 휴대폰 하나 들고 간단하게 떠난 도심 속 골목여행. 날씨는 추웠지만 주민들이 열심히 생활하는 모습이 이 마을 속에, 벽화 속에 오롯이 담겨있는 것 같아 마음이 따스해졌다. 

# 이 포스팅의 모든 사진은 LG V10으로 촬영했습니다.

 

 

뉴스레터 구독하기 | 최신 트렌드를 빠르게 만나보세요!

LiVE LG 뉴스레터 구독하기

LiVE LG의 모든 콘텐츠는 자유롭게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다만 일부 글과 이미지는 저작권과 초상권을 확인하셔야 합니다.운영정책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