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지락꼼지락 모드의 문화, 모드의 인재가 온다
2013년, 모든 것이 발명되고 모든 것이 만들어진 것 같은 성숙한 IT 사회. 이 사회의 문화를 의미있게 탐닉하는 좋은 방법이 뭐가 있을까요? 여러가지가 있겠습니다만, 가장 첨단유행의 기분이 나는 것은 아마도 ‘모드(mod)’에 빠지는 일일 겁니다. 저도 여기에 빠져있습니다. 소프트웨어도 모드해 보고, 하드웨어도 모드해 보는 겁니다.
모드, 그러니까 이 MOD라는 말 아직 낯섭니다. 개조를 뜻하는 영어 단어 modification에서 나온 말이 분명한데, 외래어라서라기보다 아직 우리에게는 이 모드의 문화가 충만하지 않기 때문일 것입니다.
[김국현의 문화탐닉] ② 꼼지락꼼지락 모드의 문화, 모드의 인재가 온다.
현대 디지털 문화를 만들어 온 수 많은 요소 중 모드의 역할은 실로 지대했습니다. 모드란 말 그대로 내 마음대로 고쳐 보는 것입니다. 공장에서 대중을 위해 양산된 제품의 획일성을 자신만의 개성과 센스로 조정해 새로운 가능성을 여는 일이 바로 모드입니다.
게임에서 특히 흥했는데, 게임 파일의 일부를 개조해서 더 쉽고 편하게 한다거나 새로운 캐릭터를 넣는다거나 아예 게임의 엔진을 빌려 새로운 아트를 창조하는 일까지 감행합니다.
모드는 그런 의미에서 핵(hack)과도 일맥상통합니다. 한때 웹2.0 이야기가 유행하던 시절 대유행의 전제조건으로 해킹가능성(hackability)이 주목받은 적이 있습니다. 뭔가 뜯어 고칠 여지를 만들어 놓은 제품이 꼼꼼하고 빈틈없는 제품보다 사람들의 마음을 휘어잡는다는 거지요. 서비스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체완결적인 것도 나름 훌륭하겠습니다만, 어딘가 함께 뒤섞여 같이 크고 싶은 제품이 결국은 플랫폼의 영예를 차지하는 일들이 실제로 많이 있었습니다.
요즘의 게임들은 온라인으로 다른 플레이어와 경쟁해야 하고, 또 과금까지 엮여 있기 때문에 모드하기 쉬운 게임은 찾기 드뭅니다만, 고전 게임들에는 그런 여유가 있었습니다. 예컨대 ‘개조 마리오’라고 그 유명한 수퍼 마리오를 개조해서 노는 것은 한때 하나의 문화가 되기도 했습니다.
뜯어보고 개조하고 만드는 즐거움
돌이켜 보면 뜯어서 고쳐 보는 것, 성장기 인간의 본능입니다. 누구나 어려서 한번쯤 장난감을 분해했던 기억이 있을 겁니다. 성장이란 결국 시행착오의 연속이고, 그 대상을 찾아 마음껏 저질러 볼 수 있는 특권이 있었던 것이지요. 손 때가 들어 망가졌지만 그렇게 나의 역사가 묻어 있는 장난감은 어느 무엇보다 애착이 갑니다.
사실 성장도 애착도 아이들만의 전유물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언제 어디서나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할 수 있는 것이 놀이이고, 놀이 중에서도 궁극의 최종 스테이지가 바로 뜯어보고 재결합해 보는 것이니까요.
어른인 저도 뜯어 보고 만들어 보며 유희를 즐깁니다. 얼마 전에는 휴대폰을 분해해 블루투스 안테나를 알루미늄 호일로 확장해 넣었습니다. 블루투스 이어셋을 즐겨쓰는데, 이제 전화기를 방에 두고 거실로 나가도 잘 들립니다. 개발자이고 또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보니 소프트웨어의 모드는 더 친숙한 편입니다. 오픈소스 문화란 결국 누군가의 것을 내가 조금 모드하는 일에서 시작된 것이니까요.
굳이 본격적인 개발자가 아니라도 모드는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예컨대 스마트폰의 롬을 바꾼다거나, 아니면 루팅을 해 모듈을 바꿔 색다른 폰으로 탈바꿈하는 것도 훌륭한 모드입니다. 어쩌면 굳이 이렇게 위험한 경계선을 넘지 않더라도 아이콘을 바꾸는 것, 배경화면을 바꾸는 것, 나만의 꾸미기를 한다는 것도 가장 초보적인 모드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물론 이 꾸미기는 양산품의 예측 범위 안에서 벌어지는 일이기에, 본격적인 모드라고 보기는 힘들 수 있겠습니다만, 여하튼 점점 나만을 위한 제조물로 바꿔 간다는 그 철학에서는 동일선상에 놓여 있다고 하겠습니다.
양산품 제조사의 입장에서 모드에 대한 생각은 다양합니다. 잡스처럼 자신 스스로가 모드의 끝을 보았다고 믿기에, 제조사의 감성을 절대 신봉하라는 동네에서라면 타인의 모드는 꼭 ‘탈옥’을 해야만 가능한 위험한 일로 치부합니다.
<손바닥에 쏙들어 가는 어엿한 PC. 수많은 모드 애호가들의 마음을 설레가 하는 Raspberry Pi의 활용례>
<라즈베리 파이로는 이 정도는 만들어야 모드?>
반면 라즈베리 파이와 같은 제품의 경우를 보면, 제품은 제품인데 이미 시작부터 벌겨 벗겨져 있습니다. 모드를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셈이지요. 그리고 그 극단의 원점에는 아마 레고 문화가 있을겁니다. 뭐든지 만들어낼 수 있는 재료니까요.
모드의 새로운 지평을 열 거물이 서서히 시장을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바로 3D 프린터입니다. 이제 나만의 블록을, 나만의 부품을, 내가 바로 찍어낼 수 있으니까요. 앞으로는 책상 위에서 손으로 만져지는 사물도, 즉 하드웨어도 뚝딱 만들어 내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앞으로 조직에 충성하며 무리를 통솔하고 이끄는 인재가 중용되는 시대에서, 책상머리에서 무언가를 꼼지락거리며 만들어 내는 모드의 인재가 빛을 발하는 시대가 올 지도 모릅니다. 실제로 소프트웨어로 뒤바뀐 세상, 그리고 그 혁명을 이끈 인재들이 이를 증명했듯이 말입니다.
취미공학에 관심이 많고, 무엇인가를 만들고 싶어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바로 응용할 수 있는 기계공학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담고 있다. 풍부한 예제로 풀어내는 쉬운 설명을 따라가다 보면 기술에 관한 배경 지식 없이도 편하게 읽을 수 있다…
시리즈의 다양한 서적과 잡지들은 ‘모드의 마음’이 우리 안에서 어떻게 형성되는지 잘 보여줍니다. 본서는 누구나 할 수 있는 가정용 기계공학 입문서.
뉴스레터 구독하기 | 최신 트렌드를 빠르게 만나보세요!
LiVE LG 뉴스레터 구독하기LiVE LG의 모든 콘텐츠는 자유롭게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다만 일부 글과 이미지는 저작권과 초상권을 확인하셔야 합니다.운영정책 보기
관련 콘텐츠 리스트
-
[라이프스타일 속 LG전자] #14 고양이 알레르기 있는 집사로 산다는 것!
2023.03.17
-
-
소상공인 사장님들의 전방위 광고 솔루션, 머스타드(MUST-AD)를 만든 사람들
2023.03.02
-
무드업 냉장고를 재해석한 키네틱 아티스트, 최도진 디렉터를 만나다
2023.02.23
인기 콘텐츠 리스트
-
LG전자, ‘지속가능한 주거생활’ 제시한다
2023.03.02
-
-
-
Sync to You, Open to All, 새로운 스크린 경험 속으로!
2023.0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