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의 서바이벌 키트] 삶의 ‘굴곡’을 대하는 툴박스(toolbox)에 대하여(2)
전편에서 삶의 ‘굴곡’을 대하는 방법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이번에는 삶의 ‘굴곡’을 대하는 구체적인 툴박스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 지난 글 보기: [김호의 서바이벌 키트] 삶의 ‘굴곡’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김호의 서바이벌 키트] ④ 굿 뉴스 vs. 배드 뉴스
삶의 ‘굴곡’을 대하는 툴박스(toolbox)에 대하여
[Toolbox A] 굿 뉴스: 나 때문에? 남 때문에! – 나의 ‘굿 뉴스’는 절대 내 힘으로만 발생하지 않는다
성공(굿 뉴스)이나 실패(배드 뉴스)는 실은 하나의 ‘해프닝(이벤트)’일 뿐이다. 영원히 지속하는 성공이나 실패란 없다. 중고등학교 때 공부를 잘했다고, 사회에 나와서 반드시 성공하는 것도 아니고, 학교 때 ‘좀 놀았다고 해서’ 나중에 꼭 실패하는 것도 아니다.
사실 성공 안에는 실패의 씨앗이 담겨있다. 그게 무엇일까? 자기 자신이 그 동안 잘했기 ‘때문에’ 성공했다고 자기에게 공을 모두 돌리는 것이다. <포브스>지가 2009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경영사상가’로 꼽은 15인 중 한 명이자 월스트리트가 꼽은 세계 최고의 경영 교육자 10인 중 한 명인 마셜 골드스미스는 이렇게 말했다. 사실상 많은 리더는 그 동안 잘못한 것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승진을 하거나 좋은 결과를 얻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자기가 ‘잘했기‘ 때문에 성공했다고 생각하고 자만한다고.
성공이 과연 자기 힘만으로 가능할까? 승진만 놓고 봐도 자신을 인정해주는 사람이 있어야 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막는 사람이 적어야 한다. 우리는 흔히 “남의 결혼식에는 못가도, 장례식에는 가라”고 말한다. 남의 기쁜 일에는 함께 하지 못해도, 슬픈 일에는 함께 하라는 뜻이다. 하지만 이 말은 또 다른 방향에서 해석이 가능하다. 남의 슬픔(배드 뉴스)을 위로하기는 상대적으로 쉽다. 하지만 남의 행복과 성공(굿 뉴스)을 진심으로 기뻐하기란 훨씬 더 어려운 일이다. 친구나 동료의 승진을 축하하는 사람들의 표정을 유심히 살핀 적이 있다면 이 말에 공감할 것이다. 심지어 가장 가까운 가족인 자매나 형제의 ‘굿 뉴스’를 진심으로 기뻐하지 못하는 경우도 흔히 볼 수 있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라는 속담은 현실을 꿰뚫어본 말이 아닐까.
성공을 모두 자신의 능력으로 돌리고, 남들을 ‘루저’ 취급을 하는 순간부터 성공이란 ‘이벤트’는 그야말로 ‘해프닝’으로 끝나고 만다. 교수 출신의 한 정치가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는 교수 시절 여러 가지 외부 프로젝트를 따내어 동료 교수들의 부러움과 질투를 사게 되었다. 예상할 수 있듯 ‘험담’이 돌기도 했다. 하지만 사람들의 예상을 깨고 프로젝트를 통해 번 돈의 대부분인 수억 원을 학교 발전에 기부했다. 그로 인해 성공이라는 굿 뉴스가 배드 뉴스로 변할 위험을 미리 예방할 수 있었다.
2007년 한 헤드헌팅사의 사장과 만나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20년 이상 이 일을 해온 그녀에게 고위급 임원을 선발할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이 무엇인가 질문했다. 여러 가지 자질 중 그녀가 가장 중요하게 강조한 것이 ‘균형(balance)’이었다. 일과 삶의 균형 정도를 말하는 것이겠거니 했는데, 그녀는 더 깊이 있는 인사이트를 들려주었다. 균형이 잡힌 사람은 남을 무시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기 자긍심이 지나치게 드러나는 사람은 균형이 없다고 할 수 있는데, 사장 자리에 오르자마자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가고, ‘거들먹거리는’ CEO는 결국 오래 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방인이었지만 전쟁에서 공을 세운 최고의 장군이었고, 최고의 미인과 결혼한 오셀로를 질투한 부관 이야고의 이야기는 셰익스피어의 작품 뿐 만이 아니라 우리 삶 도처에서 발견할 수 있다. 굿 뉴스는 ‘질투’와 단짝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굿 뉴스가 생기면, 이를 즐기기 전에, 내게 굿 뉴스가 생기도록 도와준 사람들을 생각하라. 모든 굿 뉴스에는 최소 세 사람 이상의 조언자와 조력자가 있기 마련이다. 더 ‘오버’해서 생각해보면 당신에게 굿 뉴스가 생긴 것은 이를 ‘방해’하지 않은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굿 뉴스가 생기면 수첩에 당신을 도와준 사람이 누구이며 어떤 도움을 주었는지 한 번 써보라. 예를 들어보자. 내 인생에서 벌어진 굿 뉴스는 마흔이 되던 해에 하프타임을 갖고 새롭게 사업을 시작한 것이다. 여기에는 여러 명의 조언자가 있었다.
(a) 환갑도 아닌 마흔 나이에 ‘은퇴’를 결심하고 실행한 것은 한 신문사 논설위원으로부터 받은 자극 때문이었다. 내가 삼십대 중반 때 식사자리에서 해 준 이야기가 미래를 계획하는 중요한 ‘씨앗’이 된 것이다.
(b)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게 된 것은 내가 불과 14개월간 일했던 전 직장의 상사, 그것도 다른 부서의 상사 덕분이었다. 스타벅스에서 만나 50대에 사업을 시작한 어려움을 이야기하며, 이왕 새로운 도전을 해볼 거면 40대에 시작하라는 조언이 영향을 끼쳤다.
(c) 하프타임과 사업을 ‘저질러도 될지’ 망설일 때에는 내게는 멘토와 같은 존재였던 두 외국인의 조언과 격려가 큰 힘이 되었다.
(d) 사업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와 관련해서는 그 즈음 출장길에 만난 또 다른 외국인 상사로부터 좋은 조언을 들었다.
물론 이 밖에도 도움을 준 사람들이 꼬리를 물고 나타난다. 결정적으로 나의 모험을 방해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지지해준 당시 나의 ‘여친’(지금은 아내)의 힘도 컸다.
그들에게 단순히 ‘당신 덕분입니다’라고 말하기보다 기회를 만들어 진심 어린 감사를 표현하고 보답하는 것이 굿 뉴스에 제대로 반응하는 방법이다. 이렇게 할 때, 굿 뉴스가 보다 오래 연장될 수 있으며, 반복될 수 있다. 한 사람에게 발생한 굿 뉴스가 주위의 다른 사람에게도 굿 뉴스가 될 때, 사람들은 그를 더욱 도와주기 마련이다.
“좋은 일에 마가 낀다“는 옛 어른의 지혜는 살아가면서 맞이하는 굿 뉴스에 대처하는 매우 실용적인 가이드이다. 나에게 찾아온 굿 뉴스에는 반드시 ‘남의 덕’이 있었다는 점을 있지 말고, 그들에게 보답해야 한다.
[Toolbox B] 배드 뉴스: 받기 + 액션 + 친구
배드 뉴스에 대해서는 과거 <그의 갑작스런 자살에 관하여-서바이벌 키트에서 빠진 ‘그것’을 위한 리포트>란 제목으로 자세하게 쓴 적이 있기에 여기에서는 간단하게 요약만 해 볼까 한다. ‘배드 뉴스의 사용법’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직업적 이유가 있다. 기업의 위기 관리 컨설팅을 15년 동안 해오면서, 몇 차례 고객으로부터 ‘개인의 위기관리 컨설팅도 해보면 어떤가?’라는 질문 혹은 요청을 들은 적이 있다. 삶의 경험이 많지 않아 그저 어설픈 웃음으로만 답했지만, 이후 조직의 위기관리에 쓰이는 도구가 개인의 삶에도 적용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이 역시 다른 사람의 말 한마디가 계기가 된 좋은 사례라 할 수 있다).
배드 뉴스의 활용법은 크게 세 가지이다.
첫째, 배드 뉴스가 처음 내게 발생하게 되면 “왜 나에게 이런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하지만, 배드 뉴스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더 큰 배드 뉴스가 생기거나, 고통의 시간이 길어지기 마련이다. 모든 문제의 해결책은 이를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난 이후에 생기기 때문이다.
둘째, “이미 제게 생긴 암을 바꿀 수는 없습니다. 다만 그것에 대해 어떻게 반응할 지를 결정해야만 합니다. 카드를 바꿀 수 없고, 다만 (카드를 쥔) 손을 어떻게 쓸 지를 바꿀 수 있지요.” 많은 사람에게 감동과 힘을 주었던 故 랜디 포시 교수가 자신의 책 <마지막 강의>의 초반부에 한 말이다. 위기관리 컨설팅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졌는가(what happened)?’를 놓고 시간을 보내기보다 ‘(이미 벌어진 일에 대해서) 무엇을 할 것인가(what you do with what happened)?’에 집중하라고 강조한다.
결국, 배드 뉴스가 발생하면 일단 받아들이고, 그리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찾아 ‘액션(action)’해야 한다. 2010년 여름 시카고에서 ‘즉흥연기의 하버드‘라는 닉네임이 있는 50년 넘은 미국의 대표적 코미디 극단 ’세컨 시티(The Second City)’에서 교육을 받은 적이 있다. 즉흥연기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이 “Yes, and”이다. 무대에서 즉흥적으로 벌어진 상황은 무엇이든 그대로 받아들이고(yes), 거기에 나의 반응을 ‘더하는(and)’것이 중요하다. 살면서 맞이하게 되는 배드 뉴스에 대해서도 우리는 이런 ‘예스, 앤드’의 원칙을 적용할 수 있다.
셋째, “(배드뉴스)를 받아들이고, 액션을 취한다”는 말은 맞지만, 그게 그 상황에서 쉽냐고 의문을 제기할 분이 있을 것이다. 맞다. 쉽지 않다. 배드 뉴스를 맞닥뜨리게 되면 우리 뇌에서 논리적인 부분보다 감정적인 부분이 더 활성화되기에 도무지 침착할 수 없게 되고, ‘옳은 전략’을 실천하지 못하게 된다.
상황을 받아들이고 액션을 취하는 것이 배드 뉴스에 대한 ‘옳은 전략’임을 인정한다면, 이를 실천하도록 도와줄 사람을 찾아야 한다. 그런 사람을 우리는 ‘멘토’라고 부른다. 멘토는 전문적인 조언자일 수도 있지만, 많은 경우 ‘베프’(어려운 상황을 받아들이고 액션을 취하도록 조언해주는 최고의 친구라는 의미에서)일 수 있다. 사실 심리적 차원에서 보면, 배드 뉴스에 대해서 차분하게 털어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상대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배드 뉴스를 훨씬 더 잘 관리할 수 있게 된다. 그러니, 이런 지혜로운 친구가 꼭 필요하다.
결론: ‘엄살떨지 말자’
앞서 이야기한 ‘동전 던지기’에 관해 알려준 친구와 이 게임이 주는 진정한 의미에 대해 의견을 나눈 적이 있다. 여기에서 나온 중요한 의문은 ‘과연 누가 굿 뉴스와 배드 뉴스를 규정하는가’였다. 크게 두 가지 답이 존재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나는 ‘시간’이고, 또 하나는 ‘나 자신’이다. 가수 이승철이 KBS-TV 토크쇼 ‘승승장구’에 나와 대마초 사건은 가장 후회되는 사건이기도 했지만, 방송 정지 기간 동안 작곡과 연습을 통해 전화위복이 되었다고 말한 적이 있다. 군대를 두 번 간 싸이 역시 마찬가지이다. 대마초나 군대 이슈 모두 그들에게는 엄청난 배드 뉴스였지만, 시간이 지나 그것이 단지 배드 뉴스로 남지 않고, 굿 뉴스의 터닝포인트로 만든 것은 그들이었다(물론 다른 사람들의 도움도 있었을 것이다).
지난번 글에서도 썼지만, 미국 산타모니카의 선물가게에서 산 냉장고 자석에서 인생에 도움이 되는 중요한 문구들을 발견하곤 한다. 그 중 하나가 “결국 모든 것은 끝에 가면 다 괜찮아질 거야. 만약 괜찮지 않다면, 그건 아직 끝까지 오지 않았다는 의미지(Everything will be okay in the end. If it’s not okay, then, it’s not the end)”라는 말이었다. 이 말은 두고두고 내게 큰 힘이 되었다. 일이 뭔가 꼬이고 배드 뉴스가 생길 때, 이 말을 떠올리며 ‘아직 게임은 끝나지 않았어’라고 스스로에게 말하곤 했다. 나의 멘토 중 한 사람은 “실패란 길가에 튀어 올라온 돌 같은 것”이라고 알려주었다.
결국, 살면서 겪는 굿 뉴스와 배드 뉴스는 하나의 ‘이벤트’이자 ‘해프닝’이다. 중요한 것은 굿 뉴스와 배드 뉴스를 대하는 우리의 ‘태도(attitude)’이다. 굿 뉴스 앞에서 너무 ‘뻐긴다면’ 그 굿 뉴스는 곧 배드 뉴스의 시작이 될 수 있다. 배드 뉴스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옆에서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친구가 있다면 이는 굿 뉴스로 넘어가는 터닝포인트가 될 수도 있다.
싸이의 말처럼 삶에는 굴곡이 있기 마련이다. 그 굴곡은 외부에서 주어지기도 하지만, 그 굴곡에 굿 뉴스와 배드뉴스를 규정하는 것은 결국 우리의 태도이다. 굿 뉴스와 배드 뉴스를 대하는 서바이벌 키트의 핵심은 바로 그 태도이며, 한마디로 요약하면 박완서 선생의 말처럼 ‘엄살 떨지 않는 것’이다.
1) 이 칼럼은 필자가 2010년 8월 28일 연세대에서 열린 TEDxSinchon에서 발표한 ‘The blind sides of success and failure: Ideas from The Second City experience’를 기반으로 수정, 발전시킨 것이다.
2) “싸이 콘서트 ‘3만명 말춤’ 외국 취재진 몰려” (한겨레, 2012. 8. 12, 서정민 기자)
http://www.hani.co.kr/arti/culture/music/546748.html
3) “[이나리 기자의 사람 속으로] 불을 껴안은 얼음, 소설가 박완서 – 인생에 엄살떨지 마라, 비명도 교성도 지르지 말라” (신동아, 274-291쪽, 2003 년 07 월 01 일, 통권 526 호, 이나리 기자) http://goo.gl/8VlbJ
4)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화무십일홍: 커리어에 대한 지혜” (http://www.hohkim.com/?p=259) 참조
5) http://www.slideshare.net/hohkim/2-14149084 참조
6) “We can’t change it, and we just have to decide how we’re going to respond to that. We can not change the cards we are dealt, just how we play the hands.” (http://www.youtube.com/watch?v=ji5_MqicxSo)
7) http://live.lge.co.kr/view/opinions/toolbox_01/
8) 약간 다르긴 하지만, 영화 ‘매리골드호텔(Marigold Hotel)’에도 “Everything will be alright in the end, and if it’s not alright, then it is not yet the end!”란 대사가 나온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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