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의 서바이벌 키트] 행복을 위해 ‘친구’가, 성공을 위해 ‘아는 사람’이 필요하다
전편에서 ‘내 편’이면서 ‘가상의 적’인 진정한 친구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 지난 글 보기: [김호의 서바이벌 키트] 우리 인생에는 세 가지 부류의 친구가 있다
이번에는 ‘아는 사람’과 ‘기타 부류’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죠.
[김호의 서바이벌 키트] ② 행복을 위해 ‘친구’가, 성공을 위해 ‘아는 사람’이 필요하다
아는 사람: 친구 못지않게 그들이 중요한 이유
한 때 ‘많은 친구’를 만들어봐야겠다고 생각하고 노력해본 때가 있었다. 하지만 역량(?) 부족인지, 사십 여년 살아오면서 내린 결론은 이렇다. 결국 ‘가장 친한 친구’란 논리적으로는 한 명이며, 현실적으로는 많으면 두 세 명이 될 수 있을 뿐이다.
사실 친구가 많아야 할 필요는 없다. 각자에게 주어진 시간과 공간 같은 물리적 자원이나, 다른 사람에게 쏟을 수 있는 관심과 애정 같은 ‘감정 자원‘은 매우 제한적이다. 우리는 많은 사람에게 ’친절할 수는 있지만‘ 모두에게 많은 애정을 동등하게 쏟을 수는 없다. 많은 사람과 페이스북에서 연결될 수는 있지만, 그들 모두와 긴 시간을 보내며 관심을 쏟을 수는 없다. 사랑하는 연인을 만나고, 진정한 친구를 만나는 것이 삶에서 행운인 이유는 다른 그 어떤 누구보다도 나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주고, 같은 공간에서 있어주며, 더 큰 관심을 주고 받는 상대를 만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대가 오래 동안 없을 경우 외롭거나 우울함을 느끼고, 심각한 경우 일상생활을 제대로 유지하기 힘들어지기도 한다.
우리 삶에서 알고 지내는 대다수는 그저 ‘아는 사람’일 뿐이다. 하지만, 이들의 존재는 친구 못지않게 중요하다. 이 중요성을 내게 알려준 것은 세계적인 사회학자인 마크 그라노베터(Mark Granovetter)가 1973년에 미국 사회학 저널(American Journal of Sociology, 78권, 6호)에 쓴 논문 “약한 연대의 힘(원제 The Strength of Weak Ties, 멋진 제목 아닌가!)”이다. 30년 전에 쓰여진 이 논문은 사회학 역사 상 가장 영향력 있는 논문 중 하나로 꼽히며, 소셜 미디어로 인한 네트워크가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면서, 지금도 많이 읽히고 있다.
그라노베터의 논문에는 매우 흥미로운 실험이 등장한다. 새로운 직장을 구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그들이 새로 일하게 된 직장의 일자리 정보를 준 사람과 어떤 사이였는지, 얼마나 자주 만나는 사람이었는지를 직접 만나서 물어본 것이다. 일반적으로 자주 만나고 친한 사람으로부터 일자리 정보를 얻었을 것으로 추측하지만, 사실은 그 반대였다.
그는 일주일에 최소 두 번은 만나는 사람을 ‘자주(often),’ 일 년에 한 번을 초과하거나, 한 주에 2번 미만 만나는 경우를 ‘어쩌다(occasionally)’, 그리고 일 년에 한 번 혹은 그 이하를 ’거의 만나지 않는다(rarely)’로 구분해보았다. 강한 연대(strong ties)라고 볼 수 있는 ‘자주’에 속하는 사람으로부터 새로운 직장에 대한 정보를 얻은 경우는 16.7%에 불과했다. 55.6%는 ‘어쩌다’ 만나는 사람으로부터, 27.8%는 ‘거의 만나지 않는’ 사이였다. 그가 인터뷰를 할 당시 ‘직장에 대한 정보를 친구가 주었는가?’ 물었더니, 많은 경우 응답자들이 ‘친구(friend) 말고, 아는 사람(acquaintance)’이라고 말하였다고 한다. 나 역시 최근 동료들과 모인 자리에서 이 실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간이 설문 조사를 해 보았는데, 소수만이 ‘자주’ 만나는 친구나 동료로부터 직장에 대한 정보를 얻었다고 답했다.
왜 이런 결과가 나올까? 그라노베터에 따르면, 자주 보는 사람보다는 어쩌다 보거나 거의 보지 못하던 사람으로부터 새로운 정보를 얻을 가능성이 높다. 곰곰이 생각해보자. 가족보다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장 동료들. 일주일에 무려 5일씩이나 함께 보내는 사무실 동료들. 같은 산업, 같은 회사, 같은 부서에서 일하며 만나는 사람들이다. 이들에게서 새로운 아이디어나 정보를 얻기란 좀처럼 쉽지 않다. 같은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그’가 알고 있는 정보는 나도 알고 있을 가능성이 무척 높다. 그가 ‘짜 낸’ 아이디어는 나도 어디에선가 한 번 생각해본 것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하지만, 일 년에 한 두 번 만나는 사이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가 알고 있는 정보가 내게는 새로운 것일 가능성이 높다. 일하는 환경이나 네트워크가 다르기 때문이다. 내가 가진 문제에 대해 그와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생각지 못한 아이디어를 얻을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라노베터의 이 실험 결과를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사실 제일 신경 안 쓰이고 편한 것은 매일 만나는 사람들과의 교류다. 반면 ‘아는 사람’들에게 1년에 한 번씩이라도 꾸준히 연락을 하고, 차 한 잔 나누기란 말처럼 쉽지 않다. 하지만, 자주 만나는 사람들과만 지내다보면 새로운 아이디어나 정보를 얻을 가능성은 줄어든다. 물론 페이스북과 트위터가 엄청나게 많은 ‘약한 연대’를 가능하게 하고 말 한마디라도 주고 받기 쉽게 만든 것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통해 우리는 얼마나 의미있는 대화를 나누는가? 소셜 미디어의 시대에 직접 얼굴을 맞대고, 차 한 잔을 하며, 대화를 나누어야 하는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여기에서 잠시 글 읽던 것을 중지하고 한 가지 ‘연습’을 해보자. 스마트폰에 저장된 연락처 리스트를 살펴보자. 지난 1-2년 동안 한 번도 연락을 주고 받지 않은 사람이 있다면, 지금 문자를 보내거나, 한 번 만나자고 전화를 하라. 물론, 전화번호가 바뀐 경우도 있을 것이고. 갑자기 뭐라고 문자를 보내야 할지 손발이 오그라들 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이렇게 이야기해보는 것도 좋다. ‘관계에 대한 칼럼을 읽다가, 최근 연락하지 않은 친구에게 안부를 물어보라는 부분에서 네가 생각 났다’고.
네트워킹을 잘 한다는 말은 ‘약한 연대’에 있는 사람들에게 일 년에 단 한 번이라도 ‘특별한 용건이 없는 상태에서’ 연락을 한 번씩 한다는 의미이다. 네트워킹을 잘 하는 사람들은 ‘약한 연대’에 있는 사람들에게 ‘연락할만한 이유’를 잘 찾아낸다.
친구와 ‘아는 사람‘은 다른 이유에서 모두 중요하다. 친구 혹은 강력한 연대는 비록 새로운 정보나 아이디어를 주지는 못할지 몰라도, 내게 마음의 평화와 행복을 주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외로울 때 옆에 있어주고, 힘들 때 손을 잡아준다. 아는 사람 혹은 약한 연대 역시 무시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만약 커리어에서 새로운 기회를 얻고 싶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갖고 싶다면 다양한 약한 연대와 모임을 가질 필요가 있다. 하지만 ’아는 사람‘은 신선한 정보와 아이디어는 주지만, 내가 힘들 때 도움을 쉽게 요청할 수 있는 대상은 아니다. 그러니 ’아는 사람‘들로부터 외로움을 해결하려거나 깊은 우정을 기대하지는 말라.
가장 중요한 것
‘영향력(influence)’에 대한 연구 분야에서 가장 ‘영향력있는(influential)’ 사회심리학자이자 밀리언셀러 ‘설득의 심리학’의 저자 로버트 치알디니(Robert Cialdini)는 지난 60여 년 동안 심리학이 밝혀낸 영향력의 비밀을 이렇게 털어놓았다. 평균적인 사람들은 남들이 나에게 베풀어 주면, 나도 그들에게 도움을 준다고 생각한다. 강력하고도 진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물들은 도움을 받기 이전, 달리 말하면 평소에 먼저 다른 사람들을 도와주려고 한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상황을 귀찮다고 생각하는 대신 자신의 영향력을 넓힐 수 있는 기회로 본다.
호감을 사는 것은 어떻게 내가 남들에게 사랑받는 인물이 될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것이 아니다. 그건 ‘평균적인’ 사람들의 접근 방식이다. 파워풀한 영향력자들은 내가 상대방을 어떻게 하면 좋아할지를 먼저 고민하며, 이를 위해 상대방의 장점을 찾아내고 먼저 칭찬을 하려고 한다.
‘아는 사람’들로부터 섣불리 우정을 기대하는 것은 ‘오버’이듯이, 친구는 ‘네트워킹’의 대상이 아니다. 친구와는 우정과 사랑, 고민과 기쁨을 맘 편히 나누면 될 것이다. 친구와의 이런 관계는 행복의 근원이다.
하지만, 세상은 가족과 친구들만의 관계로 살아갈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우리는 새로운 정보와 아이디어를 받아들여야 하며, 가까운 가족과 친구들이 제공할 수 없는 훌륭한 기회를 아는 사람과 주고 받을 필요가 충분히 있다. 물론 ‘아는 사람’이 훌륭한 ‘친구’가 되는 경우도 있다.
현실 속에서 우리는 혼자서 살 수 없다. 가족과 친구의 사랑과 우정만으로 살아갈 수도 없다. 수많은 사람과 조직 내외부에서 다양한 네트워크를 이루며 살아가야 하고, 이런 ‘아는 사람’들의 도움 없이는 성공은커녕 생존하기도 힘들다. 더 중요한 것은 내가 ‘아는 사람’들에게 먼저 도움을 주어야 신뢰받는 성공을 이룰 수 있다는 점이다. 아는 사람들에게는 가끔씩 연락을 하고, 만약 자신이 가진 능력으로 도와줄 것이 있다면 먼저 도와주는 것이 좋다.

세계 최대의 온라인 서점인 아마존에서 ‘성공(success)’이란 키워드로 검색을 하면 약 13만여 권의 책을 검색할 수 있고 ‘행복(happiness)’과 ‘행복한(happy)’으로 검색하면 6만여 권을 검색할 수 있다. ‘관계(relationship)’로 찾아보면 어떨까? 성공과 행복을 합친 숫자에 육박하는 19만권 가까이를 검색할 수 있다. 성공과 행복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IQ이거나 학벌이 아니라 ‘관계’이다. 하버드대에서 1937년부터 무려 70여 년 동안 추적 연구한 바에 따르면 50대 이후 삶의 행복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47세 무렵까지 만들어 놓은 인간 관계이다. 컨설턴트이자의 저자인 로버트 볼튼(Robert Bolton)은 “직장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사람들 중 80%는 이유가 한 가지다. 다른 사람과 관계 맺는 방법을 잘 모른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흥미로운 마크 그라노베터의 연구를 통해 ‘친구’와 ‘아는 사람’이 우리 삶에서 어떤 의미인지, 우리는 이러한 두 가지 다른 관계로부터 무엇을 기대할 수 있는지, 그리고 나 자신이 이런 두 가지 관계의 맥락 속에서 다른 사람에게 무엇을 ‘먼저’ 실행할 수 있을지에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인생에 있어 가장 중요한 ‘서바이벌 키트’는 바로 ‘사람’이다. 보다 정확히 이야기하면 그 사람과 나 ‘사이(間’)에 있는 ‘관계’이다. 행복해지려면 우리가 ‘먼저’ 누군가의 훌륭한 친구가 되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성공하려면 우리는 ‘먼저’ 누군가에게 좋은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성공과 행복의 비밀은 내가 ‘친구’와 ‘아는 사람’에게 어떻게 다가서는지에 달려있다.
[관련 글]
‘치알디니와 다이아몬드’ (한겨레 <김호의 궁지> 2012. 3. 13)
‘강희가 필요해’ (한겨레 <김호의 궁지> 2011. 5.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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