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는 어떻게 세계적 영향력을 갖게 되었나?
우리가 상식적으로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인맥이 넓거나 연결이 많은 사람이 반드시 영향력자가 아니라는 것은 여러 실증적 데이터 분석을 통해 확인되었으며, 폴 아담스의 ‘Grouped’라는 책에서 이러한 설화에 대한 다양한 연구 결과를 소개하고 있다.
최근 가수 싸이가 새 노래 ‘젠틀맨’을 발표해 나흘만에 유튜브 조회수 1억 건을 돌파했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유튜브를 통해 신곡을 보고 다른 사람에게 알릴 것인가 하는 점이 소셜 미디어를 연구하는 사람에게는 매우 흥미로운 대상이 되고 있다. 강남스타일 이후 이미 싸이는 국제적인 스타가 되었기 때문에 그의 비디오는 과거처럼 생각지도 못한 과정으로 세계를 놀라게 하지 않을 것이다.
[한상기의 소셜미디어와 사회변화] ⑤ 영향력자 찾기 – 싸이는 어떻게 세계적 영향력을 갖게 되었나?
강남스타일 확산을 분석하는 글이 많이 나왔지만 실제 내가 인정하는 분석은 폴 아담스의 저서 ‘Grouped’에서 주장한 것과 같은 두 개의 허브 역할론이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전세계로 확산되는 데는 1차적으로 커버 송을 하거나 리액션 비디오를 만들어 내는 혁신적 그룹이 있었고 이를 수 많은 팔로워에게 전파한 스크터 브라운이나 션 플롯의 역할이 그 다음 폭발적 확산에 기여한 것이다.
영향력을 논할 때 제일 중요한 개념은 나와 연결된 사람들이 내가 제시하는 정보를 쉽게 받아들이는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을 때 내 영향력은 좀 더 증가한다는 이론이다. 이러한 사람들을 ‘수용한계점’이 낮은 사람이라고 하거나 또는 ‘감염성’이 높은 사람이라고 부른다.
우리가 주목하는 첫 번째 허브는 수용 한계점이 낮은 (감염성이 높은) 그룹이 연결되어 있는 허브이다. 이러한 소수의 허브가 정보 확산의 시작점이 된다. 그러나 이런 그룹은 대중적 추종자가 많지 않은 경우가 빈번하다. 따라서 이런 그룹의 사람과 연결되어 있는 사람 중 대중적 추종자가 많은 사람이 두 번째 허브 역할을 한다.
두 번째 허브는 정보 감염이 쉽게 일어나는 혁신적 그룹의 일원을 통해 정보를 입수한 후 이를 매우 큰 규모의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스쿠터 브라운이 바로 이런 허브에 해당하는 사람인 것이다.
즉, 사회적으로 큰 확산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수용 한계점이 낮은 사람들이 연결되어 있는 누군가에 의해 촉발된 정보/행동/주장들이 1차적으로 사람들에게 전염되고 다시 이를 대규모의 사람에게 전달할 ‘대중적 추종자를 거느린 허브’에게 전달되는 과정이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다.

영향력 연구에서 나타나는 또 하나의 개념은 ‘우발적 영향력자’이다. 지난 칼럼에서도 소개한 던칸 왓츠 박사는 누구나 우연히 영향력을 발휘하거나 정보의 확산에 기여할 수 있음을 여러 논문을 통해 발표했는데, 유튜브의 확산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아주 우발적인 상황에 의해 공유와 확산에 기여한 개인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왓츠 박사는 이는 마치 들불처럼 어디서 발생할 지 예측할 수 없고, 갑자기 어디선가 불씨가 날라와 불이 퍼지는 것과 같다고 비유했다. 이런 영향력 발생에서 중요한 것은 타이밍, 근접도, 그리고 상황이었으며, 이를 ‘우발적 영향력자’라고 불렀다.
2010년 추석 폭우 상황을 언급한 트위터 내용을 분석한 서울대 장덕진 교수의 논문에 따르면 가장 많이 리트윗된 트윗 5개 안에 유명인이 전혀 아닌 계정이 포함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어떤 급작스러운 상황에서는 네트워크 상에서 전혀 허브의 역할로 보이지 않던 사람도 우발적으로 큰 영향을 끼치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소셜미디어 연결은 수가 아니라 질적인 특성이 중요
이러한 논의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사회 전체가 어떤 아이디어에 쉽게 감염되는 상황이 이루어져 있는가 하는 점이다. 그런 상황에서는 어느 정도 연결성이 있는 개인이나 단체가 얼마든지 폭발적인 이슈를 제기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스마트폰의 확산이나 그 전의 촛불 시위 역시 이러한 특성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한다.
영향력 연구에서 또 하나의 논쟁은 영향력이 급속도로 전파되는 것인가 하는 점이다. 내가 받은 영향을 또 누군가에게 다시 전파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영향력에 대한 이야기는 정보의 확산으로 파악될 수 있으며 이런 점에서 전염병의 확산 모델을 응용한 연구 방식이 많이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야후 연구진이 트위터에서 비디오나 뉴스의 전파 과정을 분석한 결과에서는 90%의 트윗은 단 한 단계로 밖에 전파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전염병 확산 모델이 적용되지 않을 수도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두 단계 허브 이론은 그 단계가 복잡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더 의미가 있을 수 있다.
결론적으로 소셜 공간에서의 연결 구조적 특징과 함께 연결의 성격이 영향력 확산에 기여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사람이 영향력 발휘에서 남들보다 큰 역할을 할까? 누구나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제 관심은 연결의 수가 아닌 연결의 질적 특성이어야 한다.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는 사람들은 우리와 공감을 많이 하는, 공통의 관심사를 갖는 사람들에 의하거나, 우리가 신뢰하는 사람들일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나와 연결되어 있는 사람들은 IT 정보에는 쉽게 감염되지만 화장품 관련 정보에는 수용 한계점이 매우 높을 수 있다. 이 경우 나는 IT 분야에서는 영향력을 발휘하지만 화장품 관련 영역에서는 아주 낮은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
즉 내 주변에 연결되어 있는 사람들이 어떤 정보에 대해 ‘감염성’이 높은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는 경우 내 정보를 쉽게 받아들이고 이를 공유하거나 확산할 수 있다. 이는 모든 정보가 아니라 내 주변의 사람들이 쉽게 수용하는 정보 유형이어야 한다. 페이스북의 스폰서 스토리 광고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내가 신뢰하거나 나와 유사한 사람들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소셜 공간에서의 영향력 확산이나 특성은 이제 대규모 데이터를 통한 실제 사용자들의 행동 분석을 통해서 조금씩 그 특징이 파악되고 있다. 최근, 2억5천3백만 명의 데이터 분석을 한 페이스북 연구팀의 연구에서는, 주변의 많은 친구들이 동시에 공유하는 정보를 내가 공유할 가능성이 높지만, 실제 영향력이 크게 나타나는 경우는 다른 친구는 공유하지 않는 매우 유니크한 정보일 경우라는 점을 발견했다.
또한 개개인에 직접적인 영향력은 친구나 가족과 같은 강한 유대관계가 크지만, 네트워크 전체로는 약한 유대 관계가 총체적으로는 더 큰 영향 효과를 보여준다는 점을 파악했다.
이와 같이 영향력 연구는 아직도 어떤 상황이나 환경을 바탕으로 분석하는가에 따라 여러가지 새로운 시각을 줄 수 있는 영역이고 정보 확산 연구와 함께 이루어지고 있다. 지금까지 학계에서 파악한 주요 특징은 다음과 같다.
- 나에게 개인적인 판단과 선택에 영향을 주는 사람은 나와 유사성이 높고 내가 쉽게 받아들이는 정보를 전파하는 강한 유대의 친구이다. 동시에 내 주변의 사람들이 내가 생성하거나 전달하는 정보를 쉽게 받아들이는 사람들이어야 내 영향력이 커질 수 있다.
- 소셜미디어 전체에 파급 효과를 크게 만드는 것은 두 종류의 허브의 역할 또는 약한 유대 관계를 통한 정보 확산 과정이 중요하다.
- 사회 전체에 큰 확산을 일으키는 상황은 그 사회 전체가 어떤 정보/행동을 받아들일 수 있는 수용 한계점이 낮아져 있는 경우이다.
- 고도의 연결성이 높은 최상위의 허브가 늘 사회적 이슈 확산과 정보 전파, 행동 유발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니다.
사회적 영향력은 마케팅 측면에서는 매우 훌륭한 도구로 활용될 수 있지만, 사회 전체로 봐서 지나치게 쉽게 영향을 받는 사람들 위주로 이루어진 사회는 다양성의 결여로 인해 집단지성을 발휘하기 어렵다는 또 다른 측면의 연구가 있다. 누구나 비슷한 생각을 하게 되는 하나로 쏠리는 현상은 지나친 영향력이 갖는 문제점으로 사회 전체로 극복해야 할 이슈이다. 그룹의 편향성 강화와 이에 의한 집단 사고의 문제는 다음 편에서 얘기하고자 한다.
※ 참고 도서: Grouped – 세상을 연결하는 관계의 비밀 (폴 아담스 저, 이지선 역) ☞ 상세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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