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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 튀는 디자인, 고객을 사로잡다 – ‘LG 클로이 홈’ 로봇 편

2018-09-11 반재광 선임연구원

Social LG전자 블로그에서 LG 제품 디자인을 집중 조명해 보는 ‘디자인 스토리’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제품 디자인으로 고객에게 제공하고자 했던 가치와 에피소드 등 흥미진진한 디자이너들의 현장 이야기를 ‘LG전자 전문 필진’들을 통해 생생하게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디자인 스토리 #9] LG의 상징이 된 귀여운 디자인! ‘LG 클로이 홈’ 로봇

‘LG 클로이 홈’ 로봇은 LG전자의 첨단 기술과 사용자 UX의 결정판입니다. 인간을 이해하고, 인간과 감성적인 커뮤니케이션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 최신 인공지능과 하드웨어 기술을 결합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기술의 결정체이기 때문이죠. 이러한 점 때문에 2017~2018년 2년 동안 CES 무대는 ‘LG 클로이 홈’ 로봇으로 새로운 LG전자 로봇 시대의 포문을 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CES 2017′ LG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처음 공개한 ‘LG 클로이 홈’ 로봇

l ‘CES 2017′ LG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처음 공개한 ‘LG 클로이 홈’ 로봇

여기서 잠깐! ‘LG 클로이’란?
LG전자의 로봇 포트폴리오를 총칭하는 브랜드입니다. ‘클로이’는 ‘똑똑하면서도(CLever&CLear) 친근한(CLose) 인공지능 로봇(Operating intelligence)’을 의미합니다. LG전자 서비스 로봇이 추구하는 이미지는 ‘일상생활에서 스스로 생각하고 고객과 교감하며 편의를 제공하는 동반자’입니다.

‘LG 클로이 홈’ 로봇에는 로봇 개발에 참여했던 담당자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제품들을 개발하는 LG전자 임직원의 꿈과 희망이 담겨 있습니다. 사람들을 행복해질 수 있게 더 친절하고 더 도움되는 제품을 개발하고자 하는 꿈 말이죠.


기계에서 로봇으로 가야 하는 이유

로봇은 ‘기계의 의인화’라고 할 수 있는데, 아직 사람처럼 생긴 기계를 부담스러워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처음 로봇 콘셉트 개발을 시작할 때부터 ‘왜 굳이 기계가 로봇이 되어야 하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는데요. 기계가 사람에 가까워지고 닮아가야 하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사람이 가장 상대하기 편하기 때문이죠.

‘LG 클로이 홈’ 로봇

기계가 사람을 닮으면 별도로 컴퓨터 언어를 익히지 않고, 복잡한 컨트롤러를 다루지 않아도 이미 오래 전부터 학습되고 축적된 인간의 자연스러운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우리도 기계를 위해 무언가를 새롭게 배우지 않아도 되고, 인간이 가진 능력 그대로를 사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죠. 로봇은 ‘인간을 위한 기술의 미래’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계와 사람 사이의 무언가를 디자인하라!

가정용 커뮤니케이션 로봇을 기획할 때 디자인적으로 가장 먼저 고려한 부분은 우리에게 친밀감을 주고, 우리가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전통적으로 로보틱스 디자인과 관련해 일본 동경공업대 교수인 ‘모리 마사히로’의 ‘언캐니밸리’라는 유명한 이론이 있습니다.

여기서 잠깐! ‘언캐니밸리’이론 이란?
1970년에 ‘모리 마사히로’가 발표한 로봇 디자인 이론입니다. 기계가 동물이나 사람과 같은 형태로 닮으면 닮을수록 로봇 디자인에 대한 호감도가 점점 올라 가지만, 지나치게 생물의 형태와 같아지면 오히려 호감이 ‘비호감’으로 전환되는 ‘언캐니밸리(불쾌한 골짜기)’에 빠진다는 내용입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완벽하게 사람이나 동물의 형태가 되면 비호감은 다시 급호감으로 전환됩니다. 로봇 디자인뿐만 아니라 애니메이션 캐릭터 디자인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이론입니다.

'기계가 동물이나 사람과 같은 형태로 닮으면 닮을수록 로봇 디자인에 대한 호감도가 점점 올라 가지만, 지나치게 생물의 형태와 같아지면 오히려 호감이 ‘비호감’으로 전환되는 ‘언캐니밸리(불쾌한 골짜기)’에 빠진다는 내용입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완벽하게 사람이나 동물의 형태가 되면 비호감은 다시 급호감으로 전환됩니다. 로봇 디자인뿐만 아니라 애니메이션 캐릭터 디자인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이론에 대한 설명을 그래프로 나타낸 이미지
l ‘언캐니밸리’ 이론

이 이론은 두 가지 교훈을 줍니다. 지나치게 기계스러운 디자인은 무미건조해서 사람들에게 호감을 불러 일으키기 어렵고, 지나치게 생물과 비슷하면 오히려 사람들에게 혐오감을 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결국 의인화를 하되 지나치게 생물스럽지 않은 중간의 적정한 지점을 찾는 게 관건이었죠. 여기에 LG전자 제품 디자인의 핵심인 심플한 조형미도 고려해야 했고요. 기존에 해오던 일반적인 제품 디자인과는 차원이 다른 새로운 도전이었습니다.

'LG 클로이 홈' 로봇 초기 설정 디자인

l ‘LG 클로이 홈’ 로봇 초기 설정 디자인

그렇다면 기계를 생물의 형태로 만든다면 어떤 생물의 형태를 적용해야 할까요? 저희들은 고심 끝에 ‘LG 클로이 홈’ 로봇의 콘셉트를 ‘집사’로 정했습니다. 미래에는 로봇이 사람의 명령을 받아 집안의 모든 IoT 기기와 가전제품들을 컨트롤하는 역할을 총괄해야 하기 때문에 동식물보다는 사람의 형태를 모티브로 하는 것이 맞다고 처음에는 생각했습니다.

'CES 2018' LG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선보인 'LG 클로이 홈' 로봇으로 가전들을 컨트롤하는 모습

l ‘CES 2018’ LG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선보인 ‘LG 클로이 홈’ 로봇으로 가전들을 컨트롤하는 모습

그러나 실제 디자인하는 과정에서 제품의 조형미를 심플하게 할 필요가 있었고, 눈만 있어도 인격체로 인식하는 사람들의 심리적 특성을 고려해 특별히 사람의 형태를 강조할 필요는 없었습니다.

저희들은 친근하고 귀여운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라운드 형상으로 만드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했고, 특히 ‘빈버드(BeanBird)’라는 캐릭터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습니다. ‘빈버드’는 LG전자의 웹OS TV 기능을 설명해주는 애니메이션 캐릭터로 상당한 인기를 끌었었죠. ‘LG 클로이 홈’ 로봇에는 빈버드 캐릭터 특유의 동그란 머리와 허리 라인이 반영돼 있습니다.

빈버드 캐릭터와 빈버드 GUI 적용한 'LG 클로이 홈' 로봇 모습

l 빈버드 캐릭터와 빈버드 GUI 적용한 ‘LG 클로이 홈’ 로봇 모습


버려야 할 것은 과감히 버려라! 최대한 심플하게!

처음 폼팩터(Form factor, 제품의 구조화된 형태를 뜻함)를 구성할 때도 사람의 전신 중 어느 부분까지 표현해야 할지를 고민했습니다. ‘팔 다리가 있어야 할까?’, ‘얼굴에 눈, 코, 입을 물리적으로 표현해야 할까?’ 등의 고민이었는데요. 문제는 SF 영화들의 영향으로 로봇이라고 하면 당연히 팔 다리가 있어야 하고, 사람처럼 동작을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았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현재 기술 수준으로는 팔 다리를 넣을 때 비용이 높아지는 것에 비해 실제 사용할 수 있는 기능이 제한적이고, 안정성 또한 크게 저해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에 그다지 실용적이지 않은 팔다리 같은 부분들을 과감하게 제외하고, 얼굴의 눈, 코, 입도 물리적인 형상보다는 디스플레이상에서 이미지로 깔끔하게 표현하기로 했습니다.

최대한 핵심적인 부분에만 집중하기 위해 선택과 집중을 했고, 머리와 상반신만으로도 충분히 훌륭한 폼팩터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것만으로도 이미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핵심 요소들을 충분히 갖추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CES 2017'에서 공개한 다양한 버전의 ‘LG 클로이 홈' 로봇
l ‘CES 2017’에서 공개한 다양한 버전의 ‘LG 클로이 홈’ 로봇


동작과 표정까지 디자인 하라!

저희들은 로봇이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데 있어서 표정과 동작이 매우 중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사람은 음성 언어로만 커뮤니케이션 하지 않죠. 얼굴 표정으로도 커뮤니케이션하고, 몸 동장으로도 의사표현을 합니다. 심리학 분야 연구를 보면 비언어적 표현(몸짓, 표정, 제스처)이 전체 의미 전달의 55%를 차지한다는 결과도 있습니다.

이는 음성만을 전달하는 AI 스피커보다 표정과 몸짓을 가진 로봇이 더 많은 의사 전달이 가능하고 더 친밀감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에 어떻게 하면 최소의 움직임으로 가능한 한 최대의 동작을 표현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고, 또 심플한 형태에서 다양한 표정이 가능한 디자인이 가능할지를 고민했습니다. 최대의 심플함과 최대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이라는 정반대의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과 같았죠.

처음 만났을 때 고개를 끄덕이고 웃으며 인사하는 동작과 표정은 어떻게 구현해야 하는지, ‘좋다’, ‘싫다’, ‘화난다, ‘부끄럽다’등과 같은 감정표현과 ‘맞다’, ‘틀리다’와 같은 의사표현 동작은 어떻게 보여줘야 할 것인지 등 다양한 상황별 움직임을 동작으로 표현하려면 어느 부분이 어느 방향으로 움직여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모터가 어떻게 작동해야 하는지도 고민해야 했고요.

이 외에도 이러한 부분을 얼굴 표정으로 보여주기 위해 화면상의 GUI는 어떻게 구현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했습니다. 우리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디자이너뿐만 아니라 애니메이션 전공자들과 기구 엔지니어들이 모여 며칠씩 아이디어 워크숍을 하면서 문제를 하나씩 풀어 나갔습니다.

‘LG 클로이 홈' 로봇


눈에 보이지 않는 기술까지 디자인 하라!

‘LG 클로이 홈’ 로봇은 외형이 매우 단순하고 심플해 보일수 있지만 수많은 기술 검증을 거쳐 만들어진 제품입니다. 음성인식과 비전인식 등 AI 기술의 현재 수준과 앞으로 발전 가능한 수준에 대해 수십명의 사내외 로봇 전문가들과 함께 검증작업을 거쳤고, 수많은 사용 시나리오를 만들어나가며 현재 기술 수준으로 가능한 기능과 가능하지 않은 기능들을 구분해 기술 발전 로드맵을 그렸습니다. 그리고 여기에 맞는 최적의 디자인을 만들어내기 위해 제품 디자이너와 GUI 디자이너들이 노력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첫술에 배부르지 않다!

‘LG 클로이 홈’ 로봇 컨셉과 디자인은 하루 아침에 나온 게 아닙니다. 이전에도 다양한 부서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참여했던 많은 로봇 관련 프로젝트들의 실패에서 나온 경험과 과거의 많은 연구조사에서 나온 지식의 결과물입니다.

'LG 클로이 홈' 로봇 디자인을 위해 다양한 부서에서 모인 LG전자 직원들

l ‘LG 클로이 홈’ 로봇 디자인을 위해 다양한 부서에서 모인 LG전자 직원들

‘LG 클로이 홈’ 로봇이 나오기 전에 매년 반복되는 로봇 관련 선행 프로젝트에 참여할 때마다 결과도 나오지 않을 일을 왜 계속하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 때마다 대답은 같았습니다. 언젠가는 꼭 실현될 것이고 그것을 내 손으로 만들어보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LG 클로이 홈’ 로봇은 이제 막 첫 발을 내디뎠을 뿐입니다. 기술적으로도 더 성숙해져야 하고 활용할 수 있는 어플리케이션도 더 충실해져야 할 것입니다.

LG 로봇사업의 미래와 로봇 상용화를 위해 노력했던 수많은 사람들의 꿈을 담아 부디 더 높이 날아오르기를 기대해 봅니다.

[시리즈 보기] 디자인 스토리
#1. ‘LG 공중부양 스피커’ 편
#2. ‘LG SIGNATURE 올레드 TV W8K’ 편
#3. ‘LG 프라엘’ 편
#4. ‘LG 그램’ 편
#5. ‘LG 시네빔 레이저 4K’ 편
#6. ‘LG G7 씽큐’ 편
#7. ‘LG 클로이’ 배송로봇 편
#8. ‘LG 클로이’ 청소로봇 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