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이 상상하는 로봇은 어떤 모습인가요? 영화 속 로봇은 자유자재로 날아다니며 지구를 구하지만, 현실의 로봇이 사람과 한 공간에 존재하며 스스로 위치를 파악하고 장애물을 피하게 된 것은 최근의 일입니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그만큼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로봇. 로봇 기술로 우리의 삶을 더욱 편리하고 안전하게 바꾸고 있는 LG전자 로봇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이성범 연구위원, 홍재명 실장, 김지형 팀장을 만났습니다.
비전 AI 전문가인 이성범 위원은 로봇 주행기술 연구를 총괄하고, 홍재명 실장은 로봇 제품 개발, 로봇 기구 및 HW 시스템 개발을 맡고 있습니다. 김지형 팀장은 사업·기술 전략을 수립하며 로봇사업과 관련된 전 파트가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게 지원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기술을 넘어 사람 곁으로
LG전자가 본격적으로 로봇을 선보인 것은 2017년, 국제전자제품박람회인 CES에서였습니다. 당시만 해도 선행 연구의 결과물이었지만, 이듬해 인천국제공항 가이드봇 국책과제를 성공적으로 완수하며 LG의 로봇이 본격적으로 외부에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2019년엔 대표이사 직속 조직으로 로봇사업센터를 출범해 본격적인 로봇 연구개발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올해 로봇사업센터는 비즈니스솔루션(BS)사업본부에 편입되며 그동안 쌓아온 기술 역량에 영업력과 글로벌 유통망이라는 날개를 달았습니다.
Q. 로봇 기술은 현재 어느 정도 수준에 와있으며, LG전자의 로봇 개발과 사업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요?
이성범 연구위원(이하 이성범): 로봇 하면 로봇 태권브이나 아톰처럼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수준까지 기대하지만 그런 수준과 비교하면 상용화된 로봇들은 아직 시작 단계라 말할 수 있습니다. 사람을 완벽하게 대체하진 못하지만 사람을 도와 보조하는 역할은 할 수 있습니다. LG전자 로봇사업담당은 주행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상업용 서비스 로봇들을 주로 개발, 출시하고 있는데요. LG 클로이 가이드봇, 서브봇 등이 대표적입니다.
김지형 팀장(이하 김지형): 사업적인 측면에서는 사업화할 수 있는 영역을 찾고 있는 단계이고 일부에서는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다른 분야에 비해 아직까지는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2017년부터 내실을 다져왔기 때문에 실제로 필드에 내놓을 수 있는 로봇 양산 역량은 국내에서 최고 수준이라고 자부합니다.
Q. 양산 역량을 말씀하셨는데 로봇 양산을 위해 필요한 핵심적인 요소는 무엇인가요?
홍재명 실장(이하 홍재명): 프로토타입을 선보이는 것과 실제 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의 로봇을 만드는 것은 품질 면에서 상당히 큰 차이가 있어요. 제품으로서 얼마나 신뢰성 있고 안전한 제품인가가 중요합니다. 그것을 보장할 수 있는 기술 역량과 품질 관리 프로세스를 갖추고 있어야 하고, 이들을 아우르는 것도 필요하지요.
LG전자는 그동안 가전과 모바일 분야에서 쌓아온 하드웨어 역량과 소프트웨어 역량, 고객 눈높이에 맞춘 좋은 품질 관리 역량을 모두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역량을 기반으로 서비스 로봇 기술을 개발해 양산하고 현장에 적용해 운영한 경험도 많고요. 그런 면에선 저희가 상당히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Q. 그동안 어떤 로봇들이 출시되었나요? 출시된 로봇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어떤가요?
김지형: 안내, 서빙, 배송, 살균, 조리 같은 지능형 서비스 로봇이 출시되어 레스토랑과 호텔/리조트, 병원, 대형 쇼핑몰 등에서 활용되고 있습니다. 병원을 예로 들면 의료진들을 대신해서 로봇이 검체나 약품을 운반하는데 사용자 입장에선 업무 부담이 줄고 환자 케어에 집중할 수 있어 매우 반응이 좋습니다. 아직 로봇이 보급되는 초기 단계다 보니 내원하는 고객들도 신기해 하며 말을 걸거나 이름을 지어주는 등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고요. 로봇들은 자연스럽게 병원의 마스코트가 되었습니다.
이성범: 최근 2세대 LG 클로이 가이드봇도 삼성동 코엑스몰에서 시범 운영을 하고 있어 매일 개발자들이 나가서 반응을 살피고 있는데요. 정말 많은 분들이 먼저 다가와서 로봇에게 말을 걸고, 로봇에 탑재된 기능으로 사진을 찍는 등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가장 똑똑하지만, 가장 안전한 로봇을 만듭니다
서비스 로봇은 일반적인 가전제품과 달리 한 곳에 설치되거나 머물지 않고 필요에 따라 끊임없이 움직여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만큼 로봇 기술에선 주행기술이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LG 로봇은 기존의 위치인식 기술에 AI를 적용한 ‘비전 슬램(Vision SLAM)’ 기술을 탑재해 타사 대비 월등히 뛰어난 주행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Q. LG전자 로봇에 탑재된 주행기술에 대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이성범: 로봇이 자율주행을 하려면 자기가 어디에 있는지, 가야 할 곳은 어디인지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 대부분의 상업용 로봇은 천장에 마커를 붙여놓고 그것을 보면서 위치를 인식하죠. 그런데 천장이 높거나 울퉁불퉁할 경우, 마커를 이용한 위치인식 기술은 무용지물이 되고 맙니다. 그 다음으로 많이 활용되는 기술이 라이다(Lidar)를 활용해 벽에 레이저를 쏴서 벽과의 거리를 파악하고 장애물을 피하는 기술인데, 이 방법은 난반사가 심한 환경이거나 벽면이 유리일 경우 인식률이 떨어진다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로봇이 실내를 이동할 때는 슬램(SLAM, Simultaneous Localization and Mapping)이라는 기술을 사용해서 공간에 대한 지도를 만들고 그 지도를 기반으로 자신의 위치를 인식합니다. LG전자는 여기에 AI를 더해 사람이 눈으로 환경을 인식하는 것처럼 카메라에 찍힌 이미지로 내 위치를 알아내는 ‘비전 슬램’ 기술을 세계 최초로 상업용 로봇에 적용해 타사보다 높은 수준의 주행기술을 구현하고 있어요. 일례로 배달 전문 서비스와 협업할 땐 다른 로봇들이 운행하지 못하는 공간에 LG 배송로봇이 투입되어 임무를 완수한 적도 있고요. 비전 슬램 기술은 아직 타사에선 상용화하지 못하고 있는 LG전자의 독자적인 기술입니다.
Q. 로봇엔 종합 기술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여기엔 어떤 기술이 들어가나요?
홍재명: 사람이 걸을 때 뼈와 근육을 사용하고, 오감을 이용해 장애물을 피하고, 어떤 길로 갈지 판단하고, 옆 사람과 대화하는 것처럼 로봇도 똑같아요. 이를 위해선 로봇 기구 구조 설계와 구동 회로 설계, 센서 회로 설계, 데이터를 받아들여서 처리하는 프로세싱 시스템 설계, AI 같은 소프트웨어 알고리즘까지 들어가죠. 동작 고도화나 다른 로봇과의 통신을 위해 클라우드 시스템도 들어가고요. 이 관점에서 보면 로봇은 모든 기술의 집약체인 셈이죠.
이렇게 하나에 다양한 기술이 통합된 제품이 많지 않아요. 로봇 기술을 고도화하고 여기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다면 나중에는 세탁기나 냉장고도 똑똑하게 만들 수 있을 거예요. 가령 공기청정기에 바퀴를 달아 스스로 공기가 안 좋은 곳을 찾아 다니면서 작동하게 할 수 있고, 세탁기에 팔을 달아 세탁이 끝나면 알아서 세탁물을 꺼내게도 할 수 있죠. 결국 로봇 기술이 발전하면 향후엔 우리가 사용하는 가전까지 연결될 것이라고 봅니다.
Q. 로봇 개발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요? 가전제품과 달리 특히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이 있다면요?
이성범: 로봇의 성능과 안전은 서로 상충될 때가 많은데 저희 내부의 높은 품질 기준을 만족시키면서 안전까지 고려해서 기술을 개발하는 게 상당히 어려워요. 하지만 개발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안전이에요. 우리가 로봇을 만드는 목적이 사람들의 삶을 더 편하고 윤택하게 하기 위해서인데 우리 서비스가 혹여나 사람을 위험하게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거니까요. 안전을 최우선 순위에 두고 성능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것이 가장 큰 숙제예요.
김지형: 가전제품의 경우 이미 판로가 개척되어있고 오랜 기간 동안 고객에게 제품이 판매되었기 때문에 고객의 니즈와 다음 모델에서 개선하거나 혹은 집중해야 할 USP(User Selling Point) 같은 것들을 파악하기가 용이해요. 하지만 로봇의 경우 기술도 처음 개발해 사용화 되는 부분들도 많고, 판로도 계속 개척해나가야 하기 때문에 고객의 니즈나 개선점을 찾는 것이 쉽지만은 않죠.
홍재명: 하나의 제품이나 사업이 성숙하면 그와 관련된 부품 산업도 함께 성장해요. 더 많은 옵션이 생기고, 더 좋고 싼 부품이 개발되고 활용되면서 제품 개발의 용이성도 커지죠. 하지만 아직 로봇 제품과 시장, 서비스는 새로 시작하는 단계라서, 우리가 목표로 하는 서비스를 구현하기 위해 필요한 것에 딱 맞게 설계된 부품이나 센서 등이 적다 보니 개발 단계에서는 항상 이것을 고민하면서 만들어야 하고, 규격이나 규제 등도 검토할 것이 많아요. 품질 또한 기존에 없던 제품과 서비스를 검증해야 하는 등 헤쳐나가야 할 일들이 많고요. 그런 면에서 시장성, 서비스, 개발, 품질까지 전 분야가 함께 길을 찾고 있고 시간이 지나고 경험이 쌓이면 안정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Q. LG전자 로봇의 개발 방향성과 향후 계획을 말씀해 주세요.
이성범: 가이드봇을 시작으로 LG전자의 서비스 로봇 기술은 딜리버리 중심으로 개발되어 왔어요. 구동 플랫폼을 공용화하면서 위에 올라가는 변동부는 배송이나 안내, 서빙 등 용도에 맞게 변경하는 방식으로 개발하는 방식이었죠. 로봇 기술 개발의 최종 목표는 너무나 무궁무진해서 현재로선 예상할 수 없지만, 다음 제품으로 실내외를 자유롭게 오가는 배송 로봇을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홍재명: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관점에서 보면 처음에는 단순한 기계로서의 로봇에서 이젠 지능을 가진 똑똑한 로봇을 개발하고 있어요. 각종 센서와 로봇 동작을 통해 들어오는 정보들을 어떻게 해석하고 판단할 것인가가 한 축이고, 또 다른 축으로는 효율성의 측면에서 한 가지 서비스나 목표 기능을 위해 개별로 하나의 제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로봇 플랫폼을 기반으로 빨리, 다양한 로봇을 만들어 실질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소프트웨어를 통해 로봇을 지능화하고, 다양한 서비스를 더 빨리 개발하고 제공하기 위해 플랫폼화하고, 이 둘을 결합해 솔루션화하는 세 가지 방향으로 앞으로의 로봇 기술을 개발할 계획입니다.
Q. 앞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와 계획을 말씀해 주세요.
홍재명: 본격적으로 사업화를 시작한 만큼 로봇 사업을 꼭 성공시켜서, 로봇 사업도 더 성장해가며 LG전자 내에서 기술적으로, 사업적으로 더 기여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어요. 연구자로선 저희가 만드는 로봇이 소비자들에게 친구같이 친근한 존재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저희 로봇의 가장 큰 특징이 ‘눈’이거든요.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돕고, 눈을 맞추며 교감하고 위로해 줄 수 있는 로봇을 만들고 싶습니다.
김지형: 저희가 하는 일이 신사업이라 당장 큰 성과를 내는 건 아니지만 많은 분이 저희한테 기대하시고, 가끔 질책도 하시면서 응원해 주시거든요. 그런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 빨리 결실을 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저는 사업지원팀이니까 개발, 상품기획, 영업하시는 분들께서 각자의 영역에서 잘 일하실 수 있게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습니다.
이성범: 많은 사람들이 로봇이 일자리를 뺏을 것이라고 우려하지만 실제로 로봇은 사람이 쉽게 하는 일을 못 하기도 하고, 사람이 힘들어하는 일을 쉽게 하기도 해요. 사람을 대체하거나 일자리를 뺏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하기 힘들거나 위험한 일을 대신하는 로봇으로 사람들이 더욱 가치 있는 일에 집중할 수 있게 돕고, 이를 통해 삶을 윤택하게 만드는 데 기여하고 싶습니다.
※ 이 원고는 LG 사이언스파크 네이버 포스트(클릭) 내용을 일부 각색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