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트 빨리 와!', 영화 속 무인 자동차가 현실로
필자는 지난 2015년 1월 4일(한국 및 현지시각) 인천공항을 떠나 미국 LA를 거쳐 라스베이거스로 ‘입성’했다. 1월의 라스베이거스는 전 세계에서 몰려든 6,500여 개 매체, 약 1만 명 가까운 테크 저널리스트에게는 ‘입성’이란 표현이 가장 잘 어울린다. 바로 세계 최대 가전 및 정보기술 전시회 ‘CES(Consumer Electronic Show)’ 얘기다. 1월 초, 한 해의 포문을 여는 CES는 소비자 가전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가장 큰 행사로 자리매김해왔다. 하지만 2010년대 들어 모바일 혁명이 가속화됨에 따라 TV, 냉장고, 세탁기, 홈시어터 등의 가전이나 PC보다 정보기술(ICT) 트렌드를 파악할 수 있는 전시회가 돼 왔다.
[손재권의 디지털 인사이트] ④ 자율 주행차의 시대가 열리다
4일 라스베이거스에 도착하자마자 가장 먼저 한 일은 엔비디아에서 개최한 ‘기자회견’에 참석하는 것이었다. 정식 개막(6일)보다 이틀이나 먼저, LG전자, 삼성전자, 도요타, 파나소닉 등 유력 전자회사의 기자 회견보다 하루 먼저 선수를 친 것이다. 이는 2만개에 달하는 새 제품이 4일간 쏟아지는 상황에서 미디어 및 관람객의 주목을 받기란 쉽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이 회사는 ‘스마트카’란 화두를 내세웠다. 스마트카는 정보기술(ICT)과 자동차가 융합돼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제품으로 꼽히며 TV를 제치고 CES의 주인공으로 부상했다. 영화의 아카데미상으로 친다면 작품상과 남우주연상을 휩쓴 것이다. CES를 마친 뒤 일주일 후에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모터쇼’에는 상대적으로 관심을 얻지 못했다는 점이 아이러니다.
자율 주행차 ‘잭’ CES의 남우주연상을 받다
컴퓨터 그래픽칩으로 유명한 엔비디아는 이날 ‘자동차용 슈퍼칩’을 발표,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 회사는 불과 1~2년 전 만해도 ‘모바일칩’ 발표에 온 힘을 기울였다. 하지만 이날은 ‘자동차’였다. 마치 이 분야에 200km 이상 가속 페달을 밟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자동차는 가장 진화한 컴퓨터가 될 것이다. 더 많은 디스플레이가 탑재될 것이다. 모든 차에 카메라와 센서가 달린다. 이렇게 되면 차를 둘러싼 카메라를 움직이는 슈퍼칩이 필요하다. 모든 자동차는 싱글 컴퓨터가 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 회사는 자사 칩(테그라 X1)이 내장된 자동차가 거리를 다니면서 도로 표지판과 신호등, 보행자, 거리를 돌아다니는 차량의 종류 등을 인식하면서 이를 처리하고 있는 모습을 시연해 기자들을 놀라게 했다.
이 칩이 내장된 차가 바로 ‘자율 주행차’다. 자율 주행차는 이번 CES에서 큰 화제가 됐다. 구글이 만든 구글카로부터 나온 자율주행 차 아이디어는 ‘CES2015’에서는 눈 앞에 펼쳐졌다. CES현장에서 아우디의 무인자동차 시연 행사에서 울리히 하켄베르크 아우디 연구개발 수석이 LG전자의 스마트워치를 이용해 아우디의 무인 자동차를 무대 위로 불러내 눈길을 끌기도 했다.
ㅣ사진 출처 : THE VERGE
실제 아우디는 CES에 맞춰 특별한 이벤트를 했다. ‘잭(Jack)’으로 이름 붙여진 아우디 A7 컨셉트 카가 자율 주행으로 실리콘밸리의 심장 팔로알토에서 CES 전시장인 라스베이거스까지 약 900km 구간을 직접 운행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팔로알토에서 라스베이거스까지는 일반 자동차로도 7~8시간 걸리는 거리다. 아우디 A7은 12시간 넘게 시간이 걸렸지만 자동 주행 자동차가 실제 거리에서도 운전자의 어떤 개입도 없이 운행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어서 큰 의미를 지닌다(물론 사람이 타고 있었지만 어떤 개입도 하지 않았다). 아우디는 A7에 기존 센서 외에 신호등, 거리 행인, 앞뒤 자동차, 자동차 종류, 주변 상황, 주변 차의 속도 등을 인식할 수 있는 20여 개의 특수 센서를 내장, 이 실험을 성공시킬 수 있었다
원리는 이렇다. 자율 운전차 ‘잭’은 전방 차량 움직임과 연동, 주행할 수 있는 크루즈콘트롤(ACC)과 측면보조 시스템, 전후방 및 측면 레이더 센서를 이용, 차량 주변 360도 전체를 모니터링 한다. 이렇게 취합된 센서 정보는 중앙운전자보조제어장치(zFAS)를 통해 통합 처리된다. 이 제어장치가 차량 주위의 종합적인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안전한 자율 주행 제어가 가능하도록 판단한다. 이 제어장치 안에 내장된 칩에는 자동차 이미지 인식이 가능한 뉴런이 들어가 있다. 무려 1000종류의 이미지를 동시에 분류할 수 있다고.
아우디 뿐만 아니라 벤츠도 자율 주행차를 선보여 흐름을 이어갔다. 메르세데스 벤츠의 디터 체체 회장도 ‘CES 2015’ 기조연설에서 자동주행 차 ‘F015 Luxury in Motion(F015 럭셔리 인 모션)’을 공개했기 때문. 벤츠가 선보인 자동 주행 차는 세련된 디자인은 물론, 4도어에 터치스크린, 디지털 대시보드 등이 있어 그동안 상상하던 미래 자동차 그대로였다.
체체 회장은 이날 기조 연설에서 “자동차의 전성기는 이제 시작이다. 이동하면서도 차 안에서 책이나 신문을 읽는 등 자유를 누리고 싶은 꿈이 이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BMW는 스마트 워치로 자동차를 발레 파킹 하는 기술을 시연했다. 운전자가 건물 입구까지만 운전하면 자동차가 알아서 주차장에 주차하는 기술이다. 자동차 및 정보기술 업계에서는 자율 주행차 기술 못지않게 무인 주차를 완성하는 것도 ‘기술적 성취’라고 인정받고 있다.
꿈을 현실로, 인간에게 이로운 자율 주행차의 미래
완성차 업체들은 오는 2020년을 자율 운전차 상용화의 원년으로 잡고 있다. 이정도면 1980년대 전 세계에서 유행했던 드라마 ‘전격 Z 작전(원제 : 나이트라이더)’이 생각난다. 주인공인 데이비드 핫셀호프가 인공지능 자동차인 ‘키트(Kit)’를 타고 다니며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그린 작품인데 이 자동차가 실제 거리를 돌아다니는 일이 머지 않았다.
왜 자율 주행차일까? 바로 사람에게 더 이롭기 때문이다. 인간은 60km 제한속도 거리에서 70~80km, 심지어는 100km 과속운전을 한다. 하지만 자율 주행차 ‘잭’은 주어진 제한속도를 벗어나지 않는다. 빨간 불에서 당연히 서고 신호와 법규에 맞춰 주행한다. 위험한 것은 인간이다. 인간은 음주운전을 해서 사고를 내지만 ‘잭’은 (당연히) 음주운전을 하지 않는다. ‘잭’이 운전을 하는 동안 인간은 책을 읽을 수 있고 공부를 할 수도 있다. 출퇴근 시간이 낭비하는 시간이 아니라 새로운 업무공간으로 변할 수 있다. ‘CES 2015’에서 시범을 보인 자율 주행차는 단지 영화에서나 보던 ‘멋진 신세계’ 속 장면이 아니다. 더 안전하고 더 생산성 높은 세계로 만들기 위한 인간의 기술적 성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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