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2016 결산, 자동차도 새로운 가전이다
지난 1월 첫째 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6 현장 취재를 다녀왔다. 지난해 취재할 때만 해도 “많이 바뀌었다. 근본적인 변화의 해다”고 생각했는데 올해 보니 또 변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언론에도 많이 언급됐듯 올해는 ‘자동차(전기차, 자율운전차, 커넥티드 카)’가 전시의 중심으로 부상한 것이 특징이고 드론, 가상현실(VR), 스마트홈, 사물인터넷, 웨어러블, 디지털 헬스, 로봇 등 이머징 기술이 그 어느 때보다 많이 소개됐다.
[손재권의 디지털 인사이트] ⑩ CES 2016 결산, 자동차도 새로운 가전이다
지난해는 이머징 기술이 하나의 이벤트로 인식되고(여전히 가정에서는 TV, 일상에서는 모바일 기기가 메인 디바이스이기 때문) 넓게 보더라도 ‘시장화 가능성’ 그리고 약간의 ‘기술 과시’의 의미가 있었다면, 올해는 이머징 기술이 돌출하는 이벤트가 아닌 미래 비즈니스 지도를 바꿔놓을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는 의미가 있었다.
가상현실(VR), 디지털 헬스, 로봇 등 신기술 총출동
올해 전시장을 돌아보니 지난 2012년 1월 CES 취재 갔을 때가 생각이 났다. 2012년은 모바일(스마트폰, 태블릿)이 글로벌 비즈니스 모델을 뒤집어 놓고 있을 때였다. 2010년대만 하더라도 CES의 주인공은 명실상부하게 TV와 PC 그리고 냉장고 세탁기 등 가전제품이었다. 2012년이 되자 모바일이 본격적으로 세상을 삼키기 시작한 것이다.
LG전자 등 주요 업체들은 새로운 스마트폰과 태블릿PC를 경쟁적으로 선보였으며 가전, TV, 오디오 및 주변기기도 모두 모바일 기기와 연동되는 제품이 나왔다. 스마트홈도 있었으나 개념에 불과했다. 당시 하이얼, TCL, 창홍 등 중국 업체들도 나왔으나 한국 제품을 따라하기 급급했으며 큰 존재감을 나타내기엔 힘들었다.
이로부터 4년 만에 글로벌 정보기술(ICT) 산업이 또 한번 크게 바뀌었다. 선진 시장에서 스마트폰이 포화되고 기술적 장벽이 사라지자 글로벌 기업들이 ‘이머징’기술에서 승부수를 띄웠고 기자, 애널리스트, 유통 업체들도 여기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기업들의 ‘파괴적 혁신’이 새로운 핵심 흐름으로 자리잡아
이번 CES 2016는 여러 가지 산업 변화를 암시하고 있다. 먼저 ‘파괴적 혁신’이 핵심 흐름으로 자리 잡았다. 미래 먹거리는 자율운전차(전기차), 인공지능(알고리즘), 드론, 가상현실(VR), 1인용 이동 수단(퍼스널 모빌리티) 등 신기술이다. 이 기술의 특징은 언제 돈이 될지 모르고 막대한 투자가 동반되는 분야라는 것이다. 또 현재 산업 구조를 흔들고 기업들을 무너트릴 수 있는 파괴적 혁신을 기반으로 한다. 전통적인 자본 유치 방식을 따라지 않고 크라우드 펀딩으로 모으고 확고한 비즈니스모델을 갖추지 않더라도 시장에 나가서 테스트를 먼저 하는 등 기존 기업의 경영 방식을 따르지 않는다.
여기에 이번 CES에서는 인텔, 도요타 등 글로벌 강자도 ‘파괴적 혁신’의 대열에 동참을 선언도 특징이었다. 인텔은 이번 행사 직전 드론 회사를 인수, 전시하는 등 파괴적 혁신을 주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으며 도요타는 프레스 콘퍼런스에서 신차 대신 약 1조 원을 들여 만든 연구소(TRI) 계획을 발표했다.
전통적인 가전의 정의와 역할이 변하고 있다는 점도 확인했다. 가전은 영어로 ‘Consumer Electronics’인데 주로 TV, 냉장고, 세탁기, 진공청소기 등 전통 백색가전을 통칭했다. 말 그대로 집에서 쓰는 전자기기라는 뜻이다. 가전이 가격이 낮아진 이후 등장한 이후 일상생활은 혁명을, 주부에게는 가사 노동으로부터 해방을 가져다줬다. 근대화, 산업화 이후 맞벌이 부부, 워킹맘이란 개념이 등장하고 여성의 사회 참여가 높아진 것은 냉장고, 세탁기, 청소기, 오븐, 전자레인지 등 가전의 등장과 맥을 같이 한다. 가전 기기의 발전 없이 여성의 사회 참여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CES에서 로봇, 드론, 가상현실 기기가 주인공이 됐다는 의미는 이제 그것이 가전이 됐다는 뜻이다. 로봇이 개인 비서가 돼 일상 업무를 도와줄 것이고 드론이나 가상현실 기기로 인해 시공간의 제약을 넘나드는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가전의 확장이기도 하고 가전의 변신이기도 하다.
실제로 CES 2016에서는 ‘개인비서(퍼스널 어시스턴트)’ 역할을 하는 로봇이 등장했다. IBM 회장 기조연설 때 등장한 소프트뱅크 페퍼(Pepper) 로봇은 이 기술이 이미 상당 부분 진화됐음을 알려줬다. 또 1인용 운송수단으로 유명했던 세그웨이와 나인봇을 결합시켜 로봇으로 변신시킨 ‘나인봇 세그웨이’는 CES 최고상을 수상하는 등 많은 주목을 받았다. 어떤 로봇이 등장하면 빨래, 요리, 설거지, 청소 등의 집안일을 맡기고 가족은 온전하게 서로에게 집중할 수 있을까? 맞벌이하느라 힘든데 가사 노동을 현존하는 가전보다 더 도와줄 수 있는 로봇이 등장할 수 있을까? 지금까지는 ‘글쎄..’였지만 IBM 인공지능을 더한 페퍼나 나인봇 세그웨이는 ‘예스!’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모든 것이 연결되는 스마트가전
전통 가전도 점차 ‘스마트 허브’로 변하고 있다는 점도 포착됐다. 가전의 스마트화는 오래전부터 구상된 것이고 그동안 수많은 전시, 이벤트에서 단골로 등장했다. 하지만 올해 다른 점은 자체로 완결된 ‘스마트 디바이스’가 되기보다는 연결해주는 허브 역할에 충실한 제품이라는 점이다.
LG전자는 올조인(AllJoyn) 호환 제품을 공개, 연동성을 강화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새롭게 제시된 연결된 가전은 지금까지 나온 작동상태를 모니터링하거나 원격 조정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인터넷으로 이용자에게 최적의 이용 방법이나 관련 부가정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로로 활용되는 것이다. 가전 업체들이 스마트 가전기기를 통해 새로운 고객을 발굴하고 신규 수익원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다. LG전자는 ‘매직스페이스’라 불리는 도어를 두 번 두드리면 내부 조명이 켜지면서 투명창을 통해 식재료를 확인할 수 있는 기능을 선보여 주목을 받았다.
CES를 주관하는 단체인 전미가전협회(CEA)는 올해부터 이름을 전미기술협회(CTA)로 바꾸었다. Consumer Electronic Show가 더 이상 맞지 않다는 판단 때문이다. 가전의 개념은 바뀌고 진화하고 있다. 심지어 자동차도 새로운 가전(Car is new Consumer Electronics)이 될 것이다. 우리는 지금 변곡점을 지나고 있다는 신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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