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펠라 그룹, 리얼그룹과 휴대폰이 만난 사연
영화를 말할 때 1편보다 나은 속편 없다고 한다. 속편 성공하게 하기 싫은 영화감독 있으랴마는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는 뜻이리라. 사운드 디자이너 8년 차인 나에게도 영원히 잊지 못할 달콤쌉싸름한 한 편의 추억이 있다.
지역과 국가를 뛰어넘는 사운드 콘셉트를 찾아라!
때는 2005년 가을. LG만의 새로운 사운드 디자인 콘셉트 기획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노키아는 Nokia tune이라는 대표 벨소리를 지속적으로 앞세워 소리로 제품과 브랜드를 인식하게 하는 이른바 소닉 브랜딩(Sonic Branding)을 하고 있었고, 특히 프리미엄 라인인 8800 모델 전용으로 일본 음악가 류이치 사카모토가 만든 사운드를 적용하여 업계에 적지 않은 파장이 일던 시기였다. 휴대폰 분야의 후발 주자였던 LG 역시 국가와 지역을 뛰어 넘는 LG만의 특별한 사운드 디자인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그날도 하루 종일 사운드에 대한 고민을 하다가 집에 돌아온 나에게 첫 아이를 임신 중이었던 아내가 불만스럽게 입을 열었다.
아내 : 누구누구 아빠는 복중 태교를 어찌어찌 하는데, 날마다 노래도 불러주고, 동화책도 읽어주고..(이후 생략)
나 : 그래? 그렇다면 나도 못할 것 없지. (아내 뱃속의 아기를 향해) 아빠가 일하러 회사에 갔어. 밥을 먹었어. 맛이 있었어. 그리고 아빠가 퇴근했는데 많이 피곤하네. 내일 다시 만나자. 응?
아내 : *%*#($)(^)$(@#*@&*#($ !!!
나 : -.-a
아내 : 아기가 말뜻은 못 알아 듣지만 당신 목소리만 듣고도 무슨 생각을 갖고 어떤 얘기를 하는지 다 느낄 수 있다고!!! 똑바로 못 해!!! @#$%^%$^&!!!
볼륨이 두 배로 커진 아내의 잔소리에 몸을 움츠리던 그 때 번뜩 스쳐가는 생각 한 가지.
‘비언어로도 메시지 전달이 가능하다구? 여기에 음악적인 요소까지 더해진다면? 아~ 아카펠라???’
여기서 잠깐! 아카펠라를 사운드 콘셉트로 할 경우 어떤 장점들이 있을까?
[#M_자세히 보기|접기|1. 자극이 적고 자연스러운 느낌으로 감성 친화적이다.
2. 다양한 음색과 자유로운 악상 구현이 가능하다.
3. 휴대폰이 고객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현재의 상황과 메시지를 내포할 수 있다.
4. 비언어(non verbal) 스타일로 언어와 국적을 초월할 수 있다.
(*구체적인 메시지 전달이 필요한 일부 사운드에 한해 쉬운 단어 위주의 영어 사용)
5. 아직 휴대폰 분야에서는 본격 시도되지 않은 사운드 콘셉트이다.
6. 아카펠라를 통해 LG를 연상시키고, 주변의 잠재 고객들의 눈과 귀까지 사로잡을 수 있다.
7. 유행에 민감하지 않아 중장기적으로 활용이 가능하다.
_M#]
당연하게도 아카펠라는 우리가 원했던 바로 그 특별한 사운드의 콘셉트가 되었다.

리얼그룹(The Real Group)과 함께 창조한 LG 아카펠라 사운드
콘셉트가 확정된 후 파트너로 스웨덴 출신의 인기 아카펠라 그룹 ‘리얼그룹(The Real Group)’을 떠올린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우선 나 역시 그들의 팬이었고, 그들이 20년 이상 전 세계 아카펠라 그룹과 교류하면서 아카펠라 계의 실질적인 리더 역할을 하면서도, 여전히 새로운 무언가를 찾으며 열정을 불태우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또한 그들은 LG의 주력 시장 중 하나인 유럽 출신으로,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에서 큰 인기를 누리면서 북미 지역에서도 지속적으로 활동하고 있었기 때문에 글로벌 고객들이 공통으로 선호할 수 있는 사운드에 대한 충분한 지식과 경험을 보유하고 있었다.

무작정 홈페이지를 통해 연락을 했고 한국 에이전트를 통해 만남이 성사되었다. 결국 리얼 그룹은 우리의 제안에 큰 관심을 보이며 흔쾌히 수락해주었고, 수개월의 준비 기간을 거쳐 해를 넘긴 2006년 5월, 본격적으로 아카펠라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스톡홀름의 리얼그룹 소속사 사무실에서 LG 브랜드와 휴대폰 산업 및 기술 전반에 대한 오리엔테이션 및 토의가 있었고, LG전자 측에서 준비한 사운드 디자인 가이드 문서 리뷰를 통해 세부적인 제작 계획 수립과 디자인 초안 제작에 돌입했다.
이미 오래전부터 잡혀 있던 그들의 공연 일정이 있었기 때문에 작업은 공연 중간중간 짬이 날 때마다 시간과 장소 구분 없이 진행되었다. 매일 아침이면 간밤에 도착한 작업물을 확인하고 피드백 자료를 주는 일이 생활화 되었고, 처음에는 당황스럽기만 했던 ‘전화 듣기 평가’도 나름 익숙해졌다.(전화 듣기 평가: 간혹 자리 전화가 울려 받아보면 멤버 중 한 명이 시안 몇 가지를 직접 불러서 들려준다. 나 역시 어쩔 도리 없이 피드백을 멜로디로 불러줄 수밖에.)
리얼그룹은 내가 본 그 어떤 사람들보다 인간적으로나, 업무적으로나 정말 멋진 사람들로 기억된다. 수많은 제안에 대해 내가 ‘No’하거나 수정을 요청해도 단 한 번도 싫은 내색없이 다음 번에 더 훌륭한 결과물로 나를 감동시켰다는 T.T
5개월 후인 9월이 되어서야 마침내 벨소리 13종, 효과음 30종, 뮤직 3종의 모든 작업이 완료되었다. 우리의 결과물이 최초로 적용된 모델은 당당히 ‘아카펠라 폰’이라는 이름으로 명명되어 국내 및 해외에 동시에 런칭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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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2월에 서울에서는 리얼그룹의 성대한 런칭 공연이 벌어졌고, 이후에도 2008년 8월과 2009년 5월에 리얼그룹은 한국을 다시 찾았다. 인도, 중국, 유럽, 북미 쪽에서도 이를 활용한 다양한 마케팅 활동이 벌어졌다.
최초 런칭 이후 3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아카펠라 사운드는 LG 폰의 사운드 아이덴티티(Sound Identity)의 일부로 세계 곳곳에서 고객을 잠에서 깨어나게 하고, 부드러운 화음으로 메시지 수신을 알리며, ‘Life’s Good’ 이라는 LG 모토를 힘차게 울리고 있다.
사족 : 가끔 리얼그룹과 연락이 닿으면 아카펠라 후속작은 뭐냐며 궁금해한다.
음…음… 영어로 속편의 징크스가 뭐지?? ㅎㅎㅎ
어쨌든 속편의 징크스여!! 나에게서 어서 떠나가 주길~~~~~
# 아카펠라 폰 마이크로 사이트를 방문하시면 이완과 함께 리얼그룹의 다양한 음악을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박도영 선임은 작곡을 전공한 음악도로 MC연구소 UI 개발실에서 사운드 디자인을 담당하고 있으며, 리얼그룹과의 공동 작업을 직접 진행해 아카펠라폰을 탄생시킨 주역이다. Innovative Sound Creator라는 그의 직함에서 알 수 있듯이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LG만의 새로운 사운드를 만들기 위해 계속 노력 중이다. 자동차와 야구에 대해 얘기하는 것을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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