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로 제품에 생명을 불어넣는, 사운드 디자이너 박도영 선임
얼마 전, 가까운 지인이 저에게 “당신의 인생에 있어 가장 의미있는 소리는 무엇인까요?”라는 질문을 해오셨습니다. 제가 몇 년째 하는 일이 휴대폰의 사운드 디자인 업무이기 때문일 것 같은데요, 왠일인지 그 질문이 한참 동안 제 머리 속에서 떠나지를 않더군요. 나에게 ‘소리’란 어떤 의미일까… 이것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잠시 저의 과거로 돌아가보았습니다.
2002 한일 월드컵과 함께 사운드 디자인을 만나다

2002년 7월. 온 나라가 ‘2002 한일 월드컵’으로 떠들썩했던 바로 그 즈음, 저는 휴대폰 사운드 업무를 처음 시작했습니다. 친구들과 만나면 ‘네 폰은 몇 폴리니?’’하고 물어가며 벨소리 폴리 수로 휴대폰의 우열을 가리던 시기였죠.
제 전공이 작곡이긴 하지만, 막상 소리를 직접 만들 기회는 많이 없었습니다. 당시에는 사운드 담당자가 달랑 저 혼자였던 터라 연간 100여 개 가까이 출시되는 모든 휴대폰에 탑재되는 사운드의 전 공정을 관리하기만도 벅찼거든요.
휴대폰 사운드 업무는 크게 기획(어떤 사운드를 만들 것인가) – 디자인(사운드 만들기) – 튜닝(각 모델의 스피커에 맞게 음압과 음질 최적화 작업)의 3단계로 나눠볼 수 있는데, 저는 주로 사운드 기획과 프로젝트를 리딩하고, 작곡, 편곡, 작사, 연주자 섭외, 녹음, 믹싱, 튜닝 등은 역량있는 외부 전문업체의 도움을 받는 방식으로 진행됐습니다.
리얼그룹, 엔니오 모리코네와의 잊지 못할 콜레보레이션
제가 주로 집중한 분야는 다양한 국내외 음악가들과의 협업을 통해 얼마나 새롭고 멋진 사운드를 우리 LG 휴대폰에 접목하느냐였고 첫번째로 스웨덴의 리얼그룹(The Real Group)과의 공동 작업을 통해 LG 휴대폰만의 ‘A Cappella Sound’가 탄생했습니다. 이미 성공한 뮤지션들이면서도 음표 하나 선율 하나 가사 하나마다 쏟아냈던(?) 저의 피드백을 빼놓지 않고 받아줬던 리얼그룹은 정말 존경받아 마땅한 멋진 분들이었죠. [관련 포스팅: 2009/05/25 – 아카펠라 그룹, 리얼그룹과 휴대폰이 만난 사연]
오늘은 조금 색다르게 초반에 작업했던 데모(demo)와 최종 완성된 버전을 비교해서 들어볼까 합니다. 많은 분들의 아침을 깨워주고 있는 ‘Good Morning’ 모닝콜과 LG의 슬로건인 ‘Life’s Good’에서 모티브를 얻어 만든 곡인데요, 잘 들어보시면 두 버전 간의 분명한 차이가 느껴지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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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보다 오랜 기간 동안 진행하느라 힘들었던 엔니오 모리코네(Ennio Morricone) 선생님과의 공동작업도 결코 빼놓을 수는 없겠죠. 함께 작업하면서 정말 거장(maestro)이라는 칭호는 아무에게나 붙는 것이 아니구나 느낄 수 있었는데요, 어릴 때부터 선생님의 음악을 들으며 자란 저로서는 어떻게 해야 기분 상하지 않게 제 의견을 전달할 수 있을까 긴장을 많이 했었는데 정작 선생님은 ‘네 녀석이 하라면 해야지 어쩌겠니~’라고 웃으면서 받아 주셨답니다. ^^ [관련 포스팅: 2010/12/13 – 엔니오 모리코네와 함께 한 휴대폰 사운드 제작 뒷이야기 ]
휴대폰 사운드가 얼마큼 새롭고 상큼해질 수 있는지를 증명해보였던 인디 뮤지션들과의 즐거운 추억들도 빼놓을 수 없겠는데요, 롤리팝 프로젝트 여러분도 기억하시죠?
내 인생의 소리, 내일의 소리를 찾아서
자,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제 직업인 ‘사운드 디자인’이란 업무 경험들을 떠올려보면서 ‘제 인생의 소리’가 무엇인지를 생각해보았는데요, 제가 내린 결론은 바로 ‘내일의 소리’라는 겁니다.
그동안 사운드 디자인을 해오면서 제 머릿속에서 항상 떠나지 않은 고민은 어떻게 기존과 다른 새롭고 좋은 소리를 휴대폰을 통해 사람들에게 들려줄 것인가였습니다. 과거에 어디선가 들어봤음직한 소리가 아닌, 내일 처음 들을 수 있는 ‘새로운 소리’가 바로 제 인생의 소리인 것이죠. 어찌보면 현재 완료형이 아닌 미래 진행형이라고 해야할까요. ^^
최근에 기회가 되어 휴대폰 외의 다른 전자 제품을 위한 미래 사운드 프로젝트에 참여할 기회가 있었는데요, 오늘은 그 중 몇 가지의 데모 버전을 여러분에게 들려드리고자 합니다.
먼저, LG 휘센 에어컨의 숲속 바람 기능이 작동될 때의 소리를 한번 데모로 만들어 보았는데, 어떠신가요? 기존의 에어컨 전원음과는 다른 숲속 바람의 느낌이 나는지 궁금하네요. ^^a
두번째는 요즘 많은 분들이 애완동물(pet)이나 동거인(?)으로까지 여기신다는 로봇청소기를 위한 사운드 데모입니다. 처음 제품 박스를 열고 로봇청소기 전원을 켰을 때 생명의 첫 탄생(?) 개념의 ‘Living’과 청소를 다 끝내고 충전기로 돌아가는 ‘Homing’을 위한 사운드입니다. 중간에 나오는 목소리는 가수 ‘타루’씨의 특별 출연입니다. 아쉽게도 둘 다 제품에 언제 적용될지 여부는 미지수입니다. ^^;
마지막으로, 하반기 출시 예정인 LG 휴대폰에 탑재될 새로운 벨소리 두 곡을 들려드리며, 이번 포스팅을 마칠까 합니다. 오늘도 저는 내일의 소리를 만들고 있습니다.! : )
10 (demo) Blackout.m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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