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희, 원빈, 현빈 등 쟁쟁한 스타가 거쳐간 LG휴대폰 광고
2011.03.11
LG전자
LG전자가 3월 2일부터 국내 휴대폰 대표 사이트를 ‘LG Mobile(www.lgmobile.com)’로 변경해 LG휴대폰 대표사이트 ‘LG 모바일’로 통합했다. 이로써 LG전자의 국내 휴대폰 브랜드는 역사 속으로 사라진 것이다.
‘CYON’은 LG전자의 국내 휴대폰 브랜드로 1997년 ‘귀족의 자제’라는 영어 단어인 ‘cion’에서 출발했다. 출시 초기 컴팩트한 디자인과 합리적인 가격, 실용적인 제품력을 보유한 브랜드 이미지로 호감을 얻었다. 2000년 ‘Cyon(cyber on)’으로 로고를 변경한 이래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스마트폰 모델에 CYON 브랜드 없이 LG옵티머스 시리즈로, 피처폰의 경우 제품의 콘셉별 제품명을 사용해왔다.

2002년 여름부터 2005년까지 약 3년 반 동안 싸이언 광고 담당이었던 필자가 Looks Good 캠페인에서 CYON Idea 캠페인까지의 재미있는 뒷이야기들을 펼쳐본다.
2002년 여름. 심플한 휘파람 소리를 배경으로 늘씬한 각선미를 선보였던(물론 대역이었지만) 신애의 광고였다. 경쟁적으로 요란한 배경 음악과 기술력을 강조하던 휴대폰 광고들 속에서 잔잔하면서도 고급스러움이 묻어나는 이 광고는 은근히 화젯거리가 되기 충분했다. 필자가 홍보팀에서 싸이언 광고담당으로 자리를 옮기기 직전 ‘Looks Good’ 캠페인은 그렇게 런칭이 되었다.
Looks Good.
CYON.
CYON.
뒷모습으로 떠났다가 탑모델로 돌아온 강동원
Looks Good 캠페인을 이끌던 모델 신애의 상대역으로 캐스팅되었던 강동원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당시 신제품이던 스타일리시하고 콤팩트한 휴대폰 콘셉트와 맞는 신인 모델을 찾던 중 수많은 프로필 속에서 까무잡잡한 피부에 우수에 찬 듯한 눈빛을 가진 강동원은 독특한 매력을 발산하고 있었다. 매우 저렴한(?) 모델료로 6개월 계약을 해서 슬라이드 다운 방식 휴대폰 광고로 그럭저럭 괜찮은 데뷰를 한 강동원은 두번째 광고에서 신애의 상대역으로 뒷모습만이 등장하는 굴욕(?)을 겪게 된다.
지금 톱스타로 성장한 그에게도 이같은 신인 시절이 있었고 그런 과정을 거쳐 현재의 강동원이 존재하는 것이리라. 아이러니한 것은 몇 년이 지난 후 김태희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톱스타로서 다시 싸이언 모델로 돌아왔다는 것. 그리고 신인시절 보여주지 못했던 톱스타의 간지(?)를 제대로 보여주었다.
Looks Good.
CYON.
CYON.
<
‘Looks Good’, 경쟁사를 긴장시키다!
Looks Good 캠페인으로 싸이언에 대한 이미지, 특히 디자인이 뛰어난 휴대폰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기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긴장한 것은 경쟁사였다. 국내 휴대폰 시장 1위였던 경쟁사의 광고담당 부서에서 ‘이번 캠페인을 통해 고객들이 싸이언을 사야할 이유가 생겼다.’라고 분석한다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후발주자인 싸이언이 시장에서 1위를 위협할 존재로 떠오르는 기반이 다졌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는 것이었다. 차별화된 디자인으로 고급스러움을 살린 제품에 대한 엣지(Edge)있는 콘센트로 ‘Looks Good’을 뽑아낸 것이 성공 요인이었다. 사실 이 컨셉은 ‘Something Good’이라는 큰 틀에서 디자인적 요소를 강조한 슬로건이며, 이후 ‘Sounds Good’, ‘Feels Good’으로 이어지게 된다.
장동건의 프로정신
강동원에 이어 신애의 새로운 파트너는 장동건이었다. 촬영장에서 처음 만난 장동건은 사람 좋은 미소로 맞아주었고 우리는 함께 식사를 했다. 광고는 신애가 미지의 공간에서 어디론가 도망치듯 사라지는데 장동건이 그를 뒤쫓으며 핸드폰으로 동영상을 촬영하는 내용이었다. 검은 벽을 양쪽으로 50여 미터를 세워 통로를 만들고 두 사람이 달려가는 씬을 촬영하는데 문제는 검은 공간을 만들기 위해 바닥에 연탄가루를 두텁게 깔아놓았다는 것.
Looks Good.
CYON.
CYON.
두 모델이 반복해서 달려가고 선풍기로 바람까지 일으키니 세트장 안은 온통 검은 연탄가루 폭풍이었다. 장동건은 신애를 뒤쫓아 가다가 넘어지지만 핸드폰을 꺼내 멋진 모습으로 촬영하는 장면에서는 무릎이 다 까질 판이었다. 그러나 장동건의 프로정신은 쉬는 시간에 발휘되었는데, 모두 맑은 공기를 찾아 잠시 밖으로 나가있는 사이에 세트장 안에서 달리고 넘어지고 또 달리고 넘어지며 자기만의 포즈를 완성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나도 그날 촬영 이후 3일간 콧속에서 시커먼 연탄재가 나왔으니, 장동건은 어떠했을지 상상이 간다.
엄친딸 김태희와 꽃미남 원빈의 만남
제대 후 제 2의 전성기를 구가하며 최근 LG 인피니아의 모델로 전격 발탁된 꽃미남 원빈은 2004년 이미 싸이언의 모델로 LG와 인연을 맺었다. 원빈의 여자 파트너 모델로는 당시 잘나가던 모델들이 거론되었으나 실무진은 과감하게 신인으로 눈을 돌렸다. 신애의 성공사례도 있었지만 고급스럽고 세련된 이미지에 더해 기존 모델이 가지지 않은 싸이언만의 신선한 이미지를 만들어 보고자 하는 의지 때문이었다. 수많은 프로필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신인배우로 주목받던 ‘엄친딸’ 김태희를 찾아냈다.

두 선남선녀의 만남은 Looks Good 캠페인의 가히 절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촬영장에서 처음 만난 두 선남선녀는 어색한 인사를 주고 받았지만, 카메라가 돌아가자 연인들처럼 뜨거운 눈길을 주고받으며 멋진 장면들을 연출해주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것이 Looks Good 캠페인의 마지막이었다.
원빈 : 짜장면 먹고싶지 않냐?김태희 : 분위기 깨지게 무슨 짜장면이야?
원빈 : 나, 네 짜장면 집이죠?
김태희 : 스파게티 먹자.
원빈 : 짜장면 먹자.
김태희 : 나 스파게티 먹고싶어.
원빈 : 짜장면.
김태희 : 스파게티.
원빈 : 짜장면.
김태희 : 스파…
원빈 : 피클이랑 단무지랑 같니?
김태희 : 아~ 스파게티!
원빈 : 알았어, 우리 이걸로 결정하자.
어느 것을 먹을까요 알아맞춰 봅시다.
짜장면.
김태희 : 딩동댕 왜 안 해.
나레이션 : CYON idea
끝내 데뷰하지 못한 비운의 모델 테이
‘사랑은 향기를 남기고’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신인 가수 테이. MP3가 휴대폰에 내장되기 시작하면서 음악에 대한 관여도가 높아져 가수 모델이 필요하던 차에 캐스팅되었다. 테이는 2편의 광고를 촬영했지만 불행히도 한편도 전파를 타지 못했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제작되는 모든 광고가 전파를 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유야 어쨌든 회사나 모델이나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망가진 선남선녀들의 새로운 아이디어 ‘CYON Idea’?
약 3년간 싸이언 브랜딩을 다져온 Looks Good 캠페인은 이제 새로운 도약을 기다리고 있었다. 두 선남선녀 모델들에 대한 이미지도 정체된 느낌이 들 무렵 이들의 색다른 모습에서 신선한 충격을 발견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싸이언만의 색깔을 뒤틀어서 엉뚱함으로 승화시키는 새로운 전략. 고급스러운 이미지의 두 사람이 엉뚱한 행동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깎아내리기보다는 ‘어~ 이런 모습도 있어? ‘하며 새로운 즐거움과 밝은 이미지를 더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CYON Idea 캠페인은 이렇게 시작되었고 두 모델이 각각 어딘가에 머리를 부딪치는 순간 어떤 아이디어를 떠올린다는 프리 런칭 광고부터 상당한 반향을 일으켰다.
김태희 : 아…, 아!나레이션 : CYON idea.
원빈 : 아…,출연자 : 옴메 왜 거기 서 계셔?
나레이션 : CYON idea.
이어 ‘짜파게티폰’ 광고와 ‘레이싱폰’ 광고, ‘게임폰’ 광고 등이 연이어 히트를 했다. 하지만, 원빈의 입대로 공백이 생기자 김태희에게 두 남자가 찾아오게 되는데…바로 최근 까도남의 대명사로 최고의 인기 반열에 올라선 현빈과 귀족스러움이 묻어나는 다니엘 헤니였다.
현빈이 창밖에 걸린 원빈의 대형 브로마이드를 보며 ‘원빈?현빈?’이라고 말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두 ‘빈’과 김태희가 만들어낸 CYON Idea 캠페인은 승승장구하며 광고계의 핫 이슈가 되었다. 그러나 이 무슨 운명의 장난인지. CYON Idea 캠페인을 이끌었던 두 미남 모델들이 이제는 경쟁자 TV광고의 모델이 되어 서로의 가슴에 총구를 겨눌 줄이야.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두 사람 모두 멋진 모습으로 광고를 통해 선의의 경쟁을 펼쳐주길 바란다. ^^
현빈 : 원빈…, 현빈, 원빈, 현빈, 원빈, 현빈, 원빈, 현빈, 원빈, 현빈.나레이션 : CYON idea.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CYON 광고를 통해 필자를 거쳐간 모델들만 신애, 강동원, 장동건, 원빈, 김태희, 현빈, 박주영, 테이, 다니엘 헤니, 김디에나, 박혜원, 고은아 등 10여 명이다. 이들 중에는 당대 최고의 모델도 있었고 신인도 있었다. 신인에서 CYON 모델로 활약하며 현재 최고의 모델로 성장한 김태희, 현빈, 강동원을 보면 뿌듯함마저 느낀다.
이후에도 CYON 광고는 많은 모델과 이야기들을 남기며 이어져왔지만 이제 새로운 시대를 맞아 또다른 비상을 준비하고 있다. CYON 시대의 한복판에서 톱 스타들과 함께 CYON의 이야기들을 만들어온 한 사람으로서 가슴 한쪽이 먹먹해짐을 느낀다. 하지만, 어떤 모습이든 그 본질은 바뀌지 않을 것이고 LG의 피가 흐르는 멋진 광고들이 새로운 얼굴들과 함께 우리 곁을 찾아오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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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홍석 부장(아키라)은 CYON과 WHISEN 광고 제작 담당을 거쳐 e-sports 마케팅을 추진해 왔으며, 현재 한국마케팅본부 브랜드커뮤니케이션팀에서 휘센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을 맡고 있는 SF 영화 매니아다. twitter:@laputa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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