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니오 모리코네와 함께 한 휴대폰 사운드 제작 뒷이야기
제가 10년 가까이 사운드 디자인이란 일을 하면서 이번만큼 블로그의 첫 문장을 고민한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이 일로 인해 참으로 긴 시간 동안 많은 일이 있었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은데요, 오늘은 제가 처음 휴대폰 사운드에 대한 아이디어를 떠올린 지 4년 만에야 비로소 LG의 프리미엄 스마트폰인 옵티머스 마하와 옵티머스 2X에 실려 세상에 선보이게 된 길고 긴 사연을 들려 드리려고 합니다. 바로 영화 음악의 거장 ‘엔니오 모리코네’와 함께 한 오케스트라 테마의 휴대폰 사운드 제작 프로젝트(Encore with Ennio Morricone)에 얽힌 뒷이야기입니다.
오케스트라 사운드를 최초로 휴대폰에 접목하라!
지난 2006년 9월 말, 리얼그룹과 함께했던 아카펠라폰 런칭 기념 콘서트 뒤풀이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는 차 안에서 다음 프로젝트의 테마는 오케스트라라고 다짐하던 때가 기억이 납니다. 왜 뜬금없이 오케스트라였느냐는 질문을 지금도 종종 받곤 합니다. 굳이 그 이유를 말씀드리자면, 그동안 휴대폰에서 울리던 인위적인 전자 음향에서 벗어나 인간의 입을 통해 아날로그 음향에 의미 있는 메시지를 더한 것이 ‘아카펠라폰’이었다면, 오케스트라는 그 연장 선상에서 여러 악기들의 솔로와 앙상블 연주를 통해 발생하는 다양한 어쿠스틱 음향 구현에다가 음악의 역사 속에서 꾸준히 발전, 변형되어오면서도 뚜렷하고 분명한 존재감을 가지고 있는 오케스트라 사운드를 최초로 휴대폰에 접목해보자 하는 것이 제 의도였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온갖 디지털 기술의 결정체라 할 수 있는 작은 휴대폰에 아날로그 음악의 최대 스케일인 오케스트라 사운드를 넣겠다고 하는 것이 어찌 보면 비효율적이고 애초부터 무리였는지, 이 일이 드디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기까지 그리도 수많은 밤을 새워야 했던 것일까요 ^^;
수없이 많은 시행 착오와 좌절
2006년 연말까지 부지런히 기획안과 오케스트라 예비 리스트를 만든 저는 새해가 되자마자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 유명 작곡가와 지휘자, 그리고 오케스트라와 차례로 접촉했습니다. 가능하면 우리나라의 음악가분들과 같이 작업해서 그 결과물을 한국뿐만이 아닌 세계에 알리고 싶은 욕심이 있었거든요. 하지만, 몇 번의 미팅 끝에 아쉽게도 이들과의 인연은 더 이상 진척이 어렵게 됩니다.
다음은 아시아 출신이면서 세계적으로도 명성이 매우 높은 뮤지션과 음반 회사를 만났습니다. 몇 차례의 데모 작업까지 했지만, 결국 양쪽이 원하는 해답을 찾지 못한 채 헤어지게 되어 많이 아쉬웠습니다. 이후에도 여러 국가의 다양한 음악가를 계속 만나서 의향을 타진해봤지만, 결과적으로 좋은 결론에 다다르지는 못했습니다.
‘왜 하필 오케스트라입니까? 오케스트라는 여러모로 무리가 많이 되는 분야인데…’
‘휴대폰의 작은 스피커에서 웅장한 오케스트라 사운드가 과연 제대로 날까요?’
‘솔직히 오케스트라는 요즘 한물 갔어요…’
그렇게 2년에 가까운 시간이 지나가자 점점 주변에서 그만두라는 회유와 압박이 시작되자 점점 힘들어지더군요. 몇 달은 아예 이 일을 놓고 다른 일에만 몰입도 해봤지만, 머릿속 한편에서는 오케스트라 프로젝트 생각이 떠나지를 않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정말 굳게 마음을 먹고 오케스트라 프로젝트에 대해서 원점에서 다시 생각해보았습니다. 프로젝트 명칭도 아카펠라의 성공 체험을 다시 재현하자는 의미와 누구나 들었을 때 다시 한번 듣고 싶어하는 소리를 만들자는 의미와 다양한 지역의 글로벌 고객들이 공감하고 함께 앙코르를 외칠 수 있게 하자는 의미를 담아 ‘Encore’로 정했습니다. 그동안의 수많은 예비 파트너 리스트도 모두 지우고 새롭게 다시 시작합니다. 그리고 마침내…그 분을 만나게 됩니다.
영화 음악의 거장, 엔니오 모리코네와의 운명적 만남
한평생을 음악 속에서 살아왔고, 이 분의 이름은 몰라도 이 분의 음악은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봤을 만한, 이 분의 음악을 들을 때면 추억 속의 한 장면이 떠오르기도 하는, 83세의 고령에도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 의식과 열정만큼은 누구보다도 뜨거운 바로 그분. 바로 마에스트로 ‘엔니오 모리코네’ 말입니다.
작업하는 과정에서 엔니오 모리코네가 LG의 뉴 초콜릿폰을 살펴보면서 관심을 보이기도 했는데요,(제가 살짝 찍은 사진이랍니다.) 엔니오 모리코네를 가까이에서 뵈었던 이야기나 프로젝트에 대한 뒷이야기는 다음에 따로 소개해볼까 합니다.
엔니오 모리코네님에 대한 소개를 간단히 드리자면, 1928년 이탈리아에서 출생해 석양의 무법자, 옛날옛적 서부에, 미션, 씨네마 천국, 러브 어페어, 말레나 등 수많은 영화의 OST를 작곡한 영화음악 작곡가 및 지휘자로 2007년에는 아카데미 영화제 평생공로상을 받았으며, 최근에는 본의(?) 아니게 한국에서 ‘넬라 환타지아’의 원곡 작곡가로 새삼 회자되고 있는 분이시랍니다.
이번 프로젝트는 LG 휴대폰만을 위해 엔니오 모리코네가 새롭게 작곡하신 3개의 테마 멜로디를 기반으로 15곡의 벨소리와 3곡의 감상용 음악, 그리고 몇 가지 효과음을 만들고, 동시에 기존의 유명한 OST 중에서 10곡을 골라 벨소리로 편집하는 작업 순으로 진행되었습니다. 테마 멜로디를 기반으로 여러 개의 파생 버전을 만들어가는 작업 스타일은 기존에 해오신 영화음악에서도 많이 사용하신 방식이라 하시더군요.
자 그럼, 주요 결과물 중에서 벨소리 몇 곡 들어보실까요?
넬라 환타지아의 원곡에 해당하는 영화 미션 OST 중 ‘Gabriel’s Oboe’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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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우리나라에는 ‘석양의 무법자’라고 알려진, 원 제목은 ‘The Good the Bad the Ugly’인 영화의 주제곡입니다. 나이가 조금 있으신 분에겐 좀 더 익숙한 멜로디가 아닐까 싶네요. 벨소리로 쓰기에 적합한 구간만 골라서 편집을 한 버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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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마 천국… 정말 이 영화에 대해서도 설명이 필요할까요? 물론 제 주변에 있는 신입사원 한 명은 처음 들어보는 영화제목이라고도 했습니다만…저에게는 일생 동안 정말 잊지 못할 감동을 준 영화 중 하나인데요, 영화 OST에는 없는 새로운 편곡 버전이기 때문에 처음 들으시는 분들도 계실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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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유명 OST를 편집한 벨소리는 3곡만 들려 드리려고 했는데, 이 곡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아서요. 제 기억으로 3번 정도 몰입해서 봤던 영화, 러브 어페어 OST의 벨소리 편집 버전입니다. 다소 음압이 작긴 하지만, 조용한 벨소리를 선호하시는 분들께 좋을 것 같아 포함을 시켰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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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터는 LG 휴대폰만을 위해 엔니오 모리코네님께서 새롭게 작곡하시고 오케스트라가 연주한 벨소리를 들려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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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떠신가요? 벨소리로 사용할 때 잘 안 들릴 것 같다구요?? 그래서 만들어주셨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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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파악은 어려우시겠지만 앞서 설명 드렸듯이 기본이 되는 3개의 테마 멜로디가 변주되어 각각의 벨소리로 만들어졌습니다. 그래서 모든 벨소리들이 테마 멜로디와 연관성이 있지요. 아래 곡은 1번 테마송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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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2곡의 벨소리는 개인적으로 이번 프로젝트의 결과물 중 제가 가장 맘에 들어 하는 벨소리입니다. 사실, 엔니오 모리코네의 음악이 서정적인 곡들 위주로 많이 알려져 있긴 합니다만, 잘 찾아 들어보다 보면 예상 외로 현대음악적인, 아방가르드적인 색채를 띈 작업도 많이 하신 것을 알 수 있답니다.
아래 벨소리들이 그 경우에 해당할 것 같은데… 어떠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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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포스팅에서 소개해 드린 것 외에도 엔니오 모리코네와 LG가 만든 더 많은 새로운 사운드가 12월 중순에 출시될 옵티머스 마하와 옵티머스 2X 모델에 탑재될 예정이니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마지막으로, 레코딩 스튜디오에서 제 똑딱이 디카로 찍은 마에스트로의 육성이 담긴 영상을 살짝 공개하며 4년이나 걸려 완성된 아카펠라 후속의 LG Signature Sound Project 2탄, Encore with Ennio Morricone에 대한 소개 포스팅을 마무리할까 합니다. 기회가 된다면 다음 포스팅에서는 제가 만난 엔니오 모리코네와 프로젝트 진행 과정의 뒷이야기들을 전해드릴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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