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디자인의 뉴 리더, 이건표 부사장을 만나다

2010.11.17 LG전자

디자인에 대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습니다. 이제 사람들은 단순히 멋진 디자인에서 탈피해 사용하기 편리하고 나아가서 그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해줄 수 있는 그런 디자인을 원하고 있습니다. 이에 새로운 사명을 띠고 지난 8월, 새로운 시대적 사명을 부여받아 LG전자 디자인경연센터의 새로운 리더로 선임된 이건표 부사장을 만나보았습니다. 


디자인 히어로즈 ⑤
LG전자 디자인경영센터장 이건표 부사장 

– 2010년 8월 16일 LG전자 디자인경영센터장(부사장)으로 임명
– 한국과학기술원 교수/ 학과장 역임, 인간중심 인터랙션 디자인 연구실 운영
– 중앙대학교, 미국 일리노이공대, 일본 쯔쿠바 대학 등에서 학, 석, 박사학위 취득
– 세계디자인 학회 사무총장, 국디자인학회 회장, 한국 감성과학회 회장, 대한 인간공학회 부회장 역임
 
성과학회 최우수 논문상, 제 2회 아시아 디자인 학술대회의 최우수 논문상
▲ 2005년 한국디자인 학회 학술대상, 2004년도 HCI 학술대회 최우수 논문상
▲ 2008년 일본 감성공학회 학술상, 제 1회 오사카국제 디자인 공모전 대상 공동수상
▲ 월간디자인주최 올해의 디자이너 금상 수상 (로봇청소 스탠드형 에어컨)

LG전자 디자인경영센터의 New Hero

제가 60에 접어든 나이에 25년 간 몸 담았던 학교를 떠나 기업으로 옮긴다고 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축하를 해줬지만 아내를 비롯한 일부 사람들은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저도 ‘과연 내가 국내 기업 중 맏형이라 할만한 LG라는 기업에서 디자인센터장이라는 중책에 적임자인가? 기업의 문화에 적응할 수 있을까?’ 등등…. 참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이건표 부사장 사진

그때 결국 저를 이곳으로 움직인 것은 바로 ‘도전’이었습니다. 우리나라는 디자인 연구와 산업, 이론과 실무가 다소 유리된 편인데, 저의 연구 경험을 기업에 잘 연결하는 브릿지 역할을 하고 싶었던 것이죠.. 교수에서 기업의 수장으로 옮겨오는 이런 파격적인 인사는 해외 기업에도 흔치 않은 사례로 주목을 받고 있어 저로서도 부담이 무척 큽니다. 

취임 후 달라진 LG에서의 나의 하루

제가 대학에서 LG에 자문을 하면서 LG는 치열한 기업 경쟁 속에서도 기업 철학이나 본질이 ‘인간을 중시하는 기업’이라는 것을 강하게 느꼈거든요. 저는 디자인 패러다임도 결국 ‘인간 중심’으로 변화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LG에서 제안을 받았을때 뭐랄까 조금 안도하는 그런 느낌이었요. 참 다행이죠. ^^ 변화가 있다면, 제가 지도하던 150명의 학생이 600여명의 직원으로 갑자기 늘어났다는 것과 매일 매일 긴장감 있고 빠른 의사 결정에 놀라고 있다는 것 정도일까요? 

이건표 부사장 사진

보통 아침 5시 반에 일어나 30분 정도 운동을 하고 아내가 만들어 준 요구르트를 먹고 7시 15분에 회사로 출근을 합니다. 컴퓨터를 켜면 가장 먼저 페이스북으로 해외 친구들과 대화하고 뉴스를 보기도 하면서 미리 하루의 계획을 세운 다음 하루를 시작합니다. 가끔 학회 활동이나 세미나, 해외 디자인 관련 키노트에 참가하기도 하구요. 보통 저녁은 식사를 겸한 비즈니스 미팅을 하고 9시쯤 귀가하는 틀에 꽉 짜인 일정이지만 그 속에서도 늘 변화를 즐기기 리프레시하는 마음을 가지려고 노력해요. 제가 처음 보면 포커 페이스처럼 보이지만, 알고 보면 농담을 좋아하고 일상에서 소소한 재미를 찾으려고 노력하는 재밌는 스타일입니다. 디자인에서도 크리에이티브와 유머는 서로 같은 맥락이니까요.  

기술 중심에서 인간 중심으로! One Next Big Thing

저는 대학을 졸업하면서 최초 국비 유학생으로 5년간 일리노이 공대에서 디자인 방법론을 배우면서 모양만 예쁜 디자인이 아닌 리서치를 통해 ‘사람이 쓰기 편한 디자인’에 최초로 관심을 가졌습니다. 이후 국내에 카이스트에 디자인과가 신설되면서 국내에서도 인간의 감성적 경험을 UX 디자인에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한국디자인학회 회장, 세계디자인학회(IASDR) 사무 총장 등을 맡아 한국의 디자인을 세계에 알리는 데에도 관심이 갖고 1년에 4~5회 해외 키노트에 초대받아 강연에 나서기도 합니다. 이것은 내 자신 뿐 아니라 LG의 글로벌 역량을 과시하는 활동이기도 합니다.  

저는 트위터와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미디어의 ‘디지털 구전’이 중요하다고 봐요. 특히, 트위터는 고객과 기업이 생동적이고 진솔하게 대화할 수 있는 기회를 주죠. 누군가 화두를 던지면 물수제비처럼 파장을 일으키면서 토픽을 선점하고 ‘꾼’들이 몰려듭니다. 요즘 고객들은 워낙 스마트하니까 그곳에서 듣는 것만으로도 배우는 것이 많아요.


 좋은 디자인은 사람을 향합니다 

많은 사람들은 좋은 디자인과 효과적인 디자인을 혼동하는 것 같습니다. 좋은 디자인은 사람들에게 맹목적으로 기능을 수행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자신도 모르게 다가서게 하고,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면서 몰입(Engaging)하게 하는 것이죠. 세탁기가 단순히 옷을 빨리, 깨끗히 세탁하는 기계가 아니라 디자인을 통해 세탁하는 ‘행위에 대한 기쁨’을 전달해줄수도 있거든요. 변기 사진

‘넛치(nudge)’라는 책에 보면 네덜란드 공항의 남자 변기에는 작은 파리가 프린트된 변기가 소개되어 있습니다. 사람들이 볼 일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파리에 적중시키도록 유도해 소변이 튀는 것을 막는 공항 측의 재밌는 발상이죠. 이처럼 사람들에게 예측 가능하지 않은 즐거움을 제공함으로써 기억에 남고 청결함도 유지하는 것, 이것이 바로 ‘좋은 디자인’인 것입니다. 

스타벅스가 커피에 대한 디자인을 통해 사람들에게 먹는 경험을 바꾼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TV라는 사각형 상자도 물건으로 보지 않고 ‘TVing’이라는 경험의 생태계로 보고 다른 것과의 연계성을 본다면 ‘스마트TV’라는 훨씬 도전적인 과제가 있는거이죠.


LG전자 디자인이 글로벌 리더가 되려면…

이건표 부사장 사진 저는 이미 LG가 디자인에서 글로벌 리더라는 사실을 추호도 의심하지 않습니다. 미국에서 수 백년동안 백색가전(White Goods)이라는 통념을 깨고 세탁기 등에 컬러를 부여한 것이 바로 LG입니다. 다만, 이전에는 LG가 남이 한 것을 재빨리 가져와 더 잘 하는 ‘first follower’의 역할을 했다면 이제는 게임의 룰을 바꾸는 디자인을 해나가야 합니다.
남들이 생각지 못한 시장을 새로이 열어서 완전히 새로운 패러다임의 주도권(initiative)의 역할을 할 때 진정한 글로벌 리더가 될 것입니다. 

좋은 디자이너의 두가지 덕목 

저는 디자이너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으로 ‘호기심’과 ‘사랑’ 이 두 가지를 꼽습니다. ‘호기심’은 내 주변의 것을 당연하게 보지 않는 것이죠. 질문 하나가 세상을 바꾸기도 하죠. TV는 왜 검어야지? 사각형이어만 하지? 하는 질문을 끊임없이 제기해야 합니다. 두번째, ‘사랑’은 그 답을 찾아 나가는 열정입니다. 다른 사람을 생각하고 이타적인 나누는 사랑이 없이 억지로 하는 디자인은 좋은 디자인이 될 수 없습니다. 


디자인과 요리의 공통점

이건표 부사장 사진저는 참 훌륭한 아내를 둔 복받은 사람입니다. 일만 하는 남편을 위해 평생 내조를 하고 아이들을 돌봐줬지만 제대로 애정 표현도 잘 못하죠. 요즘 나이가 들면서 저도 철이 드는지 가끔 ‘요리’를 해주기도 하면서 갚아 나가고 있습니다. 
전 요리를 참 좋아하는데요, 요리는 곧 ‘디자인’이기도 합니다. 오늘 누구를 초대했는지에 따라 식기를 고르고, 코스별로 어떤 요리로 놀라움을 줄 것인지 고민하고, 촛불과 음악을 준비하는 그 과정 자체가 경험 디자인인 것 같아요. 저는 와인을 무척 즐기는데, 두 아들이 태어난 해인 85년과 87년산 와인을 사두고 며느리를 맞을 그날을 고대하고 있을 정도랍니다.

LG에서 내가 이루고 싶은 3가지

저는 지난 9월 제 취임식때 3가지 키워드를 직원들에게 천명했습니다. 첫째, 디바이스 중심의 디자인에서
사용자 경험 디자인(UX driven design LG)을 이루겠다는 것입니다.
둘째, 
세계화(Globalization)입니다. 세계 각국의 문화적, 지역적 특성을 잘 알고 세계속의 LG 디자인의 역량을 키우고 위상을 높여나가고자 합니다. 
세째,
소통(Communication)입니다. 디자인 조직 내부적으로 디자인의 진정한 가치를 경영진과 직원간에 잘 소통하는 것도 중요하고, 외부적으로 고객, 이해 관계자와 제품에 담은 우리의 역할을 제대로 담아 소통하는 것도 중요한 역할을 다하고 싶습니다. 앞으로 많은 관심과 기대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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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정희연 차장 사진

정희연 차장(미도리)은 홍보팀에서 온라인 PR과 글로벌 사이트 운영을 담당하고 있다. 블로그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끊임없이 자극하며 배움을 넓혀가고 있다. 온라인에서 미도리라는 닉네임으로 기업블로그, PR 2.0, Media 2.0에 대한 스터디를 꾸준히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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