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을 울리는 F1의 포효와 함께 한 2박 3일

2010.10.28 LG전자
세이프티 카(Safety car)인 은색 SLS55AMG가 날개를 펴고 그리드 맨 앞에 위풍당당하게 서 있다. 거세게 내리던 비가 조금씩 잦아들면서 그리드에 있는 머신들도 긴장한 모습이다. 미케닉들이 순식간에 서킷을 벗어나자 머신들의 으르렁거림이 더욱 거세진다. SLS55AMG가 날개를 접고 비상하는 순간 기다렸다는 듯이 머신들이 튀어 나간다. 마치 수면을 스치는 물수리들처럼 물보라를 일으키며 머신들은 서킷을 질주하기 시작한다.

차도 사진

07:30
아침 일찍 숙소를 나와 서킷으로 향한다. 오전 레이스가 보통 10시 반에서11시경에 시작하는 관계로 이른 아침 서킷의 모습은 다소 한산하다. 곳곳에 진행요원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그날의 일정을 브리핑받고 각자의 위치로 흩어지는 모습이 보인다.

F1 전경 사진

메인 그랜드스탠드 뒤편에 위치한 Merchandising Area에 있는 LG전자 전시 부스에는 제품상태를 챙기고 바닥을 닦는 스태프의 발걸음으로 분주하다. 도우미들도 곧 모습을 드러내고 밖에는 이미 성격 급한 일부 관람객들이 안쪽을 기웃거리고 있다. 외부에 전시를 해야 하는 관계로 대형 천막을 견고하게 친 부스 안에는 3D TV와 3D 노트북, 3D 프로젝터 및 스마트폰 등 다양한 제품들이 관람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10:00

패독 클럽도 VIP를 위한 손님맞이 준비를 시작한다. 
고급스럽지만 심플하게 단장된 웰컴 존의 LG전자 전시 부스에도 도우미가 자리를 잡는다. 72인치 세계 최대 3D TV와 홈씨어터가 위풍당당한 위용을 뽐내는가 하면 홀 중간에는 1cm도 채 안되는 초박형 나노 3D TV의 모습도 보인다. 바에는 먹음직스러운 뷔페 음식들이 하나씩 들어와 자리를 잡고 테이블도 깔끔하게 정리된다. 

패독 클럽 현장패독 클럽 현장
14:30
세이프티 카가 몇 바퀴를 주행하며 머신들을 이끌다가 이윽고 피트 레인으로 빠진다. 이 순간 먹이를 발견한 치이타처럼 머신들이 치고 나간다. 비 때문에 시속 120~150km 정도로 안전 주행을 하던 머신들이 시속 200km 이상으로 속도를 높인다.

F1 경기 현장
비 때문에 미끄러워진 서킷에서 평소처럼 직선구간 시속 300km를 넘기기는 쉽지 않지만 육안으로는 속도감을 정확히 느끼기에 힘들 정도다. 코너 곳곳에서 사고가 속출한다. 경기를 시작한 지 얼마되지 않아 LG전자가 후원하는 레드불 팀의 마크 웨버의 머신이 빗길에 미끄러지며 경기를 포기한다. 
F1 경기 현장
피트 레인에는 헬멧을 쓴 미케닉들이 각자의 위치에 서서 대기하고 있다. 바퀴를 교체하기 위해 피트레인으로 들어오는 머신이 서자마자 바퀴당 3명이 달라붙어 순식간에 바퀴를 교체한다. 3초~5초 사이에 이뤄지는 이 순간이 우승을 좌지우지 할 수도 있는 중요한 포인트다. 오른쪽 앞바퀴를 담당했던 미케닉이 실수를 하는 통에 1~2초를 더 손해를 본 머신도 있다. 그 미케닉은 경주 내내 자책감을 느낄 것이다.

15:00 
패독클럽 내부는 F1의 라이브한 경주를 느끼기에는 2% 아쉽다. 그래서 옥상으로 한걸음에 내닫는다. 옥상으로 나가는 문을 여는 순간 아찔한 엔진음이 고막을 뒤흔든다. 메인 그랜드 스탠드 천정에 부딪힌 머신들의 으르렁거림이 패독클럽 옥상으로 쏟아져 내리기 때문이다.
귀마개를 단단히 막아놓고 서킷에 시선을 꽂는다. 서킷위 물살을 가르며 무서운 속도로 다가왔다 멀어져가는 머신들. 그리고 그들의 포효하는 사운드의 조합. 이것이 가슴을 두드리는 F1의 참맛이다.

F1 경기 현장
16:00 
LG전시 부스에는 F1 머신이 눈길을 끈다. 아니 머신과 함께 있는 레이싱 걸이 더 인기일 것이다. 한국사람이나 외국사람이나 멋진 레이싱걸을 향한 카메라 놀림은 분주하다. F1은 아니지만 자동차 경주 게임으로 간접 체험을 하기도 하고 3D 영상들을 체험해보는 관람객도 있다.

레이싱카와 레이싱걸 사진
자동차 경주 게임에서 선물받은 LG의 F1 기념 모자로 멋을 내는 꼬마도 귀여움을 더한다. 머신이 머무르는 개러지 뒤쪽에는 타이어들이 쌓여 있다. 수천만 원에 이르는 바퀴 4짝이 고급 승용차 한 대 값이다. 개러지 안에는 미케닉들이 엔진을 점검하고 튜닝하는 모습이 분주하다.

바쁘게 움직이는 미케닉들에게 걸리적 거리지 않도록 벽에 바짝붙어 움직이며 주위를 둘러본다. F1 머신은 자체 시동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컴퓨터로 시동을 걸고 끈다. 엔진, 바퀴, 차체 등 이 안에서 모든 것이 해결된다. 그야말로 하나의 공장인 셈이다.  

레이싱 사진레이싱 사진

17:00 
비도 그치고 해가 기우는 서킷을 등 뒤로 하고 전시 부스 철수 작업이 한창이다. 3일간 수많은 관람객의 흔적들을 간직한 제품을 소중하게 포장하고 정리한다. 한국에서 처음 열린 F1의 역사적 순간을 함께했던 제품과 사람들의 추억도 함께 포장한다.

21:00
두시간 반이 넘게 걸려 목포역에 도착했다.
다들 지쳐  있는 모습이지만 눈빛에서 아직 가시지 않은 흥분을 감지할 수 있다. 국내에서 처음 경험해본 모터 스포츠의 진수. 아직은 저변이 확대되기에는 여러 가지 장벽이 있겠지만, 서킷을 찾은 수만 명의 가슴 속에 울리는 F1의 포효는 쉽게 잊히지 않을 것이다.

새벽녘 도착한 서울역.
BOYS II MEN의 <end of the road>를 들으며 집으로 가는 길에 슬며시 엑셀에 힘을 줘본다. 속도계는 시속 180km를 조금씩 넘어서고 있었다. 내년에 영암 F1 경기 현장을 다시 찾을 수 있기를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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