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LG 휴대폰에 대해 묻고 싶었던 것들

2010.09.09 LG전자
지난 주부터 더 블로그를 통해 블로거, 고객, 임직원 등 보다 다양한 분야의 애정과 기대, 바람과 질책을담아 듣기 위해 신설된 ‘The Blogger’s View’. 오늘은 그 다섯번째 주인공으로 ‘더 블로거(The BLOGer)‘ 1,2기로 활약하고 계시는 IT블로거 자그니(http://news.egloos.com)님이 LG전자의 스마트폰 디자인에 대한 칼럼을 보내왔습니다.
<외부 블로거의 기고는 본 블로그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The Blogger’s View (5)  거리로 나가자, 키스를 하자, IT 블로거 자그니</sp an>

 가끔, LG 휴대폰에 대해 묻고 싶었던 것들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2~3대를 제외하면 거의 LG 휴대폰만 써왔습니다. 특별히 충성도가 높은 고객이었던 것은 아니고, 그저 ez한글 입력 방식에 익숙해져 있었던 것이 가장 큰 이유라면 이유겠네요.
ez한글을 빼면, LG 휴대폰을 고집했던 가장 큰 이유는 누가 뭐래도 디자인과 그 디자인 안에 담긴 어떤 새로움이었습니다. 흑백 액정 시절  iBook 은 정말 멋진 폰이었죠. LP3000도 괜찮았습니다.  시크릿은 (지금 생각해도) 디자인이 좋고, 아르고폰은 폰을 사용하는 새로운 재미를 안겨줬습니다.
왜 이리 장황하게 제가 써왔던 LG 휴대폰에 대해서 늘어놓냐구요?
에이, 아시면서요. 쓴 말을 하기 위해선 언제나, 먼저 칭찬을 늘어놓는 다는 사실을
기백이 살아있던 폰은 어디로 갔을까?
사실 그동안 LG 휴대폰을 쓰면서, 그리고 최근 스마트폰이 줄기차게 출시되면서, 가지고 있었던 불만이 적지 않습니다. 예전에 사용하던 휴대폰에서 느껴지던 어떤 새로움, 또는 멋드러짐을 느끼기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또는 그 폰이 가지고 있는 매력을 제대로 이끌어내 주지 못하고 있다고나 할까요.
예를 들어 LG 휴대폰에는, 비록 나중에 잔고장이 많다는 평판을 듣더라도, 어느 한 순간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쏟아버린듯한 느낌을 주는 그런 폰들이 있었습니다. 적당히 잘 팔리는 모범생이 아니라, 어딘가 살짝 엇나간 천재 같은 폰들이.
휴대폰 사진
iBook도 그랬지만, LP3000은 그런 면에선 대표적인 모델이었죠. 슬림, 또 슬림!을 외치던 당시 추세에 어긋나게 Mp3 플레이 기능, 64화음, 듀얼 LCD에 130만화소 CCD를 때려박아 넣은 녀석이었으니까요. 거기에 덩치는 매머드급. 슬림 따윈 안중에도 없다는 포스의 중장갑형 휴대폰. 게다가 폴더를 열었을 때 그 왕눈이 디자인이라니!
하지만 그런, 시대의 흐름을 앞질러가는 녀석들이 좋았습니다. 트렌드 따위는 다 필요없다는 그 배짱이, 그동안 숱한 휴대폰 회사들이 변명처럼 늘어놓은 말들- 휴대폰에 30만 화소이상 되는 카메라가 무슨 필요있어요~ Mp3 플레이 기능 넣으면 음반사들이 싫어해서 안되요~ 대세는 새끈함이에요~등등 따윈 다 필요없어! 라고 외치는 그 기백이.
휴대폰 사진
LG 휴대폰 디자이너들에게 정말 묻고 싶었던 것들 

스마트폰 사진

그런데 요즘, 그런 기백이 살아있는 폰을 보기가 어렵습니다. 그 다음에 초콜릿이 너무 히트해버렸던 탓일까요. ‘자칭’ 럭셔리 폰들은 계속 나오는데, 겉모습에 신경 쓴 아이들은 계속 등장하는데, 얹혀갈려는 녀석이 아니라 앞서 나가는 녀석, 그래서 보는 것만으로 두근거리게 만들어주는 아이들은 많지 않았죠. 요즘엔 옵티머스Q 정도일까요.
거기에 LG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 장착된 UI를 보고, 솔직히 조금 실망했습니다. 안드로이드폰 사용법이 다른 스마트폰에 비해 좀 어렵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제 LG 특유의 디자인 감각이 스마트폰 소프트웨어에도 녹아들어가기 시작할 거라고 기대했던 탓입니다.
….그런데 그다지 발상의 전환을 이룬 부분은 많아보이지 않았습니다. 좀 더 냉정하게  얘기하자면, 너무 쉽게 가려 한 것은 아닌지 고민될 정도였습니다. 스마트폰 준비가 늦어졌다는 것은 다들 아니까 넘어가지만, 그럼 늦어진만큼 뭔가 ‘정말 다른 것’ 하나 정도는 보여줘야 했을 텐데…
그런 정말 다름이, 아이폰에서 히트쳤던 어플리케이션의 안드로이드 버전을 마련해 사전 탑재해 준 정도라면, 슬프잖아요. 오죽하면 요즘, 제 입에서 계속 이 말이 간질간질하게 맴돌았겠습니까.
‘디자인 하신 분들, 스마트폰을, 정말, 사랑하나요?’
마음씀을 가진 휴대폰 보고 싶다  

가장 좋은 폰이요? 그거야 당연히, 내가 써보니 좋았고, 좋았으니 너도 한번 써봐-라고 하면서 흔쾌히 권할 수 있는 그런 폰이죠. 그 다음으로 좋은 폰은 이거 하나 만들려고 만드는 이들이 엄청 마음 썼구나-하는 그런 폰입니다. 만지다보니 어느 순간 정들고, 아무 생각 없이 될까? 싶었던 것들이 어어? 되네? 하고 반응해주는 그런 폰이.
간단히 예를 들어 요즘 수많은 안드로이드 OS를 채택한 폰들에 가지게 되는 불만은 이런 겁니다. 안드로이드폰 상단의 알림창은 끌어내리면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해 주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왜 끌어내리는 ‘당김 줄’이 없을까요? 어플리케이션 모음은 서랍(drawer)이라고 불립니다. 상식적으로 서랍에서 뭔가를 꺼낼 때, 화면 하단에 서랍 모습이 조금이라도 남아있는 것이 정상 아닐까요? 보통 사람들도 쉽게 쓸 수 있는 스마트폰을 만든다면서, 왜 보통 사람들이 가장 많이 쓰는 휴대폰 버튼인 ‘통화’키와 ‘종료’키를 물리적으로 만질 수가 없을까요?
… 제 말은 그냥 예시일 뿐입니다. 그렇지만 왜 이런 마음 씀씀이를, 아무 폰에서도 볼 수 없는 걸까요.
휴대폰 사진
이쯤에서 당연히 고백하실, 개발 과정의 어려움 기타 등등은 나중 얘기로 돌립시다. 자고로 사랑에 빠진 사람들은 눈 앞에 보이는 것이 없는 법이니까요. 결혼하거나 애 낳을 때쯤 되면 정신차리고 현실에 눈을 돌리기도 하지만… ^^
저는 다시, 살짝 미친 스마트폰을 보고 싶습니다. 입니다. 예쁘고 춤도 잘추는 그런 아이돌 가수 같은 폰이 아니라, 듣는 순간 소름 끼치는 소리를 들려주는 아티스트같은 스마트폰을. LG가 아예 작정했구나-라는 소리가 절로 나오는. 이건 정말 장난 아닌데? 라는 소리가 절로 나오는 스마트폰을.
…내가 들고 쓰고 만지는 순간 나를 놀라게 하는, 그런 마음이 담긴 디자인을 가진 스마트폰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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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사진The BLOGer

디지털 스타일리스트. 대학에서 철학과 문화연구를 공부했다. 2006년 이후 다음과 올블로그, 이글루스를 비롯한 각종 포털 사이트와 메타블로그의 탑100 블로거로 여러 차례 선정된 바 있다. 현재 YTN 라디오 YTN 매거진에 고정 게스트로 출연중. 블로그를 비롯하여 여러 곳에 디지털 라이프 스타일과 인터넷 문화에 관련된 글을 쓰고 있다. 최근 저서로는 <디지털 세계의 앨리스 – 앨리스 세대 춤추고 소통하고 즐겨라 >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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