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의 달인, 2010년 LG전자 슈퍼디자이너를 만나다

2010.04.22 정희연

언제부터인가 화이트 일색이던 주방이 화사해지기 시작했다. 순백의 냉장고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고 다양한 색과 문양의 예술작품으로 다시 태어난 ‘아트 디오스’는 이제 주부들에게 욕망의 대상이 되고 있다. LG전자의 디오스(DIOS)는 기술과 디자인이 잘 어우러진 매력적인 디자인과 감성적인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갖춘 LG의 주방 가전 브랜드이다. 2006년부터는 ‘순수예술과 제품 디자인의 만남’을 콘셉트로 한 아트 디오스는 주방을 단순 요리 공간이 아니라 가족의 문화공간, 즉 ‘갤러리 키친’으로 변화하고 있다.

가전 제품 디자인의 트렌드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이제 제품 디자인이 고객들의 제품 만족도를 높이고 실내 인테리어 요소에 큰 영향을 가지면서 중요한 구매 포인트가 되고 있다. 우리나라 주방 문화를 바꾸어온 아트 어플라이언스 개발의 주역이자 2010년 새로운 슈퍼 디자이너로 선임된 LG전자 디자인경연센터의 김선규 연구위원을 만나보았다.

디자인 히어로즈 ⑤
HAC디자인연구소 김선규 연구위원

sunkyuim

– 중앙대학교 대학원 산업디자인학과 석사
– 1991~現: LG전자 디자인 경영센터 근무 

– 2000~現: 대한민국 디자인전람회 추천디자이너
– 1998~2003 대한민국 디자인전람회 3회 연속 수상
– 2006 한국우수산업디자인(GD Mark) 심사위원
– 2009 3회 지식경제 오픈포럼 연사 (주제: 데카르트 마케팅)
– 국내 최초 PDP TV, 디오스 양문형 냉장고, 휘센에어컨 외 다수 디자인 개발
– 주요 수상경력
독일 iF,Reddot/일본 GD/한국GD/ 미국 CES 혁신상 외 다수 수상
▲ 1
998년 제33회 대한민국 산업디자인전람회 중소기업협회장상
1999년 제34회 대한민국 산업디자인전람회 산업자원부장관상
2000년 제35회 대한민국 산업디자인전람회 산업자원부장관상
2003년 한국산업디자인 대상 수상 (스탠드형 김치냉장고 R-308CA)
2008년 LG연구개발상 금상 수상 (로봇청소 스탠드형 에어컨)

 

디자이너 김선규, 가전 디자인과 만나다 

중앙대학교 학부와 대학원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하고나서 대학 3학년부터 LG전자에서 인턴 생활을 시작했는데 기업 문화가 너무 맘에 들어서 입사를 결정했어요. 91년 11월 입사한 뒤 냉장고 디자인을 처음 시작한 후로 국내 최초 40인치 PDP TV(1996), 빌트인 시스템을 거쳐 인터넷 디오스(1998), TV 양문형 냉장고 등 다양한 제품 디자인 분야를 경험했습니다. 에어컨은 라인이 간결하고 심플하기 때문에 변화를 줄 수 있는 부분이 적은 탓에 가전제품 중에서도 디자인하기가 힘들기로 유명하지만, 저는 저희 가족이 실제 생활에서 사용하는 가전제품에 애착이 많아요.

운명적인 고구려와의 데자뷰 – ‘오리엔탈 골드’ 에어컨

에어컨 사진
개인적으로는 고구려의 삼족오가 모티브가 된 ‘오리엔탈 골드(Oriental Gold)’ 스탠드형 에어컨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제가 2005년에 다음 해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동양적인 문화와 감성을 접목하고 싶었던 차에 우연히 신문을 보다가 고구려 코드를 주제로 한 10부작 연재 기사를 보고 디자인 모티브를 얻게 되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에어컨 디자인은 레드 계열이나 잔잔한 패턴의 제한된 컬러뿐이었거든요. ‘자연의 생명력’이라는 디자인 컨셉트로 제작된 ‘오리엔탈 골드’는 고구려 벽화에 등장하는 삼족오(三足烏, 세 발 까마귀) 문양과 봉황 무늬를 새겨넣어 화려하면서도 중후한 이미지를 살렸습니다. 고구려 코드로 설명되는 역사적인 심볼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하면서 한국적인 이미지를 풍부하게 살리려고 노력했죠. 그런데 실제 에어컨에 적용해보니 생각보다 더 멋스러운 것이 아니겠어요? 예상대로 이 에어컨은 출시 후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고 때마침 고구려를 배경으로 한 역사 드라마인 ‘주몽’의 인기로 휘센 삼족오 에어컨은 더욱 불티나게 팔려나갔습니다. 지금 생각해봐도 참으로 절묘한 타이밍인것 같아요~

디자인이 신기술을 만나 예술이 되다  
우리가 집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공간인 거실 한가운데에 놓여있는 에어컨은 바람을 통해 ‘기’를 불어넣어주는 물건이죠. 그래서 부를 상징하는 패턴인 오리엔탈 문양이 딱 들어맞았던 것 같아요. 이 디자인의 패턴이나 구현 기법 모두 당시로선 파격적이었기 때문에 개발 부서에서는 모두 난색을 표했어요. 할수 없이 디자이너들과 함께 기술을 구현할만한 업체를 발굴하기 위해 신소재 전시회 등을 다니면서 직접 추적을 하는 등 백방으로 수소문했어요. 생산성연구원에서 신소재 신공법 발굴해 지원을 해주기도 했구요. 까다로운 품질 테스트를 거쳐 양산에 이르기까지 정말 엄청난 시행착오를 거쳐야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에어컨 디자인이 다양한 혁신을 이뤄낼 수 있었던데는 생산 과정에서의 많은 어려움에도 처음부터 끝까지 ‘디자인 오리지널리티’를 지킬 수 있도록 노환용 사업본부장님과 같은 경영진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던 것 같아요.

광고 사진
LG기업PR광고 – 생활이 예술이 된다는 것(2007)

화려하게, 하지만 예술성과 대중성은 살린 ‘6인의 아티스트’
2007년인가…순수 예술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이 높아지던 차에 예술 작품에 LG가전 제품을 접목시켜보기로 했습니다. 평소에도 그림을 좋아하기도 했지만, 그때부터 양평, 파주, 인사동 등의 갤러리를 1주일에 한 번 이상 다니면서 본격적으로 그림을 보기 시작했어요. ‘꽃의 화가’로 불리는 하상림 작가의 작품을 만났을 때 ‘아하~ 바로 이거다.’ 싶은 느낌이 왔죠. 예술성이 있으면서도 집안에 10년 이상 둬도 질리지 않는 디자인으로 대중성이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작가에게 러브콜을 보내 하상림의 ‘꽃’ 시리즈가 탄생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2008년 탄생한 ‘6인의 아티스트 시리즈’ 스탠드형 에어컨으로 이후 <LG = 생활의 예술>이란 이미지가 만들어진 것이죠. 올해에는 화려하던 컬러에서 정교한 패턴으로 심플하게 변화하는 과도기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다양한 에어컨 사진
이상민(유리조각가), 김지아나(조형예술가), 하상림, 함연주(조형예술가), 수지 크라머(색채예술가), 빈센트 반 고흐

슈퍼 디자이너라는 이름의 ‘책임’
얼마 전 2010년에 유일하게 슈퍼 디자이너로 선임되는 영광을 안았습니다. 물론 가장 기뻐한 것은 아내였어요. 주위의 동료나 선배들도 진심으로 자신의 일처럼 기뻐해 주었고, 축하 이메일에 답장을 보내느라 밤잠을 설칠 정도였다. 좋은 점이요? 일단 제 책상이 좀 더 넓어졌고(웃음^^) 제품 하나하나를 보던 관점에서 홈 어플라이언스 사업 전체를 바라보는 관점으로 시각을 넓혀야하죠. 후배들을 코칭하는 것도 슈퍼 디자이너의 중요한 역할이랍니다. 슈퍼 디자이너라는 타이틀은 제 개인에겐 감투일 수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저와 동고동락했던 주변의 동료나 후배들에게는 상징적인 의미가 더 큰 것 같더라고요. 물론 연봉도 많이 올랐으니 당분간 소줏값이 많이 나갈 것 같아요 ㅎㅎ  

김치 냉장고 제품 사진

칠면조를 냉장고에 통채로 넣을 수 없나요?

미국에 가서 실제 고객 대상으로 냉장고 사용에 대한 블라인드 테스트(Blind Test)를 진행하면서 재미있는 점을 하나 발견했어요. 미국 사람들은 부활절이면 꼭 칠면조 요리를 해먹는데 고기를 사서 냉동실에 보관을 하는데 한 번에 안 들어가니 잘라서 넣는 둥 난리가 나는거에요. 일년에 한 두번이긴 하지만 무척 예민한 문제더라구요. LG가 미국에서 3Door 냉장고를 선보이면서 냉동 하반부에 ‘틸팅(Tilting)’ 도어를 적용해 부피가 큰 음식물도 옆으로 쉽게 꺼낼 수 있도록 인체공학적으로 디자인했을 뿐 아니라 에너지 절감 효과까지 더해 선풍적인 반응을 얻었습니다.

디자이너가 짜릿함을 느낄 때

액자형 에어컨 제품 사진
2009년도 액자형 에어컨

디자인은 나에게 있어서 오랜 ‘친구’와 같아요. 늘 내 곁에 머물며 기쁨과 슬픔 모든 희로애락을 함께 하는 그런 존재 같다고나 할까요. 모든 디자이너가 그렇겠지만, 가장 보람을 느낄 때는 주위에서 양산이 불가능하다고 말렸던 디자인 콘셉트를 제품에 성공적으로 적용하고 이것이 고객들에게 호평을 받았을 때가 아닐까 싶어요. 어떤 고객이 오리엔탈 골드 에어컨이 너무 맘에 들어서 집안 인테리어를 전부 다 바꿨다는 얘기를 듣고 그 어떤 언론 매체의 칭찬보다 더 가슴 찡한 감동을 느꼈다.

힘들었던 순간을 이기는 몇 가지 방법
야구와 자전거 타는 모습
전 스트레스를 많이 받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MTB를 하면서 자연을 몸으로 느끼기도 하고, LG전자 야구동호회 선수와 감독으로 활동하면서 스트레스를 풀기도 하죠. 개인 블로그에 좋은 글을 모아 읽으면서 마인드 컨트롤을 하곤 하는데, 좋은 글이 제게 힘을 주기도 하고 정화해주기도 하거든요.
2008년 휘센의 대표 모델이었던 이상민 작가의 작품을 에어컨에 구현하는데 꼬박 1년 반 이상 걸릴 정도로 힘이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입체적인 작가의 작품을 제한된 제품에 구현하려다 보니 한계를 많이 느꼈어요. 100% 만족하진 못해 아쉬움이 많이 남지만, 이런 경험이 다음에 더 좋은 제품이 나오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디오스 에어컨 제품 사진
2007년도 한국형 주얼리에어컨과 이상민 작가의 아트 디오스 에어컨

고객의 대한 배려가 스며든 것이 좋은 디자인
좋은 디자인은 한마디로 ‘배려’라고 생각합니다. 사용자를 위한 배려가 곳곳에 녹아있는 디자인이 좋은 디자인이죠. 다소 이상적으로 들리겠지만, 오감에 영감까지 식스 센스를 만족하게 할 수 있는 디자인이 좋은 디자인이 아닐까요? 형태적으로는 미적인 요소도 중요하지만 보고 만지고 듣는 오감의 영역에까지 디자이너의 배려가 스며들어 제품으로 승화된 것이 좋은 디자인이라고 봅니다. 모든 고객이 지불가치를 느끼는 즉, 제품을 사용하면서 선택에 대한 후회가 없고 지속적인 만족을 제공하는 디자인이 좋은 디자인 아닐까요? 

 

끝없이 고민하고 노력하는 디자이너가 되고파
김선규 연구위원 사진
앞으로도 지금처럼 꾸준히 노력한다면 10년 후에는 수석전문위원이 되지 않을까요? (웃음) 현직에 있거나 은퇴 후에도 선배 디자이너로서 후배들에게 도움이 되고 육성에 관심이 많아요. 같이 고민하고 경험을 공유하고 소통하면서 대한민국 디자인 발전에 조금이라도 이바지하고 싶습니다.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면 지구상에 나온 어플라이언스 가전 중에서는 가장 많이 팔리고, 가장 사랑받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 제 꿈입니다. 기네스 북에 오르거나 박물관에 딱 한 점만 소장되는 그런 역사적인 제품을 꼭 하나 남기고 싶습니다. 좀 황당한가요 ^^;;;


더 블로그(
http://live.lge.co.kr)에 한마디
디자이너로서의 삶을 자연스럽게 표현하고 디자인 관련 정보들을 동료, 후배 디자이너들과 함께 공유하고 싶어서 개인 블로그(디자이너 김선규의 세상 사는 이야기)를 시작했는데 시간을 내 꾸준히 관리하기가 쉽지 않네요. ^^
저는 더 블로그를 자주 방문하는 팬이에요~ 대학생 대상으로 특강을 나가서도 LG의 많은 디자이너들을 소개하는 더 블로그를 꼭 방문해보라고 하는걸요. 제가 바라는 점이 있다면, 히트상품 중심의 제품 디자이너 외에 패키지, UX, 그래픽 등 다양한 분야의 디자이너들도 더욱 많이 소개해줬으면 하는 것입니다. 전면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지는 못하지만 제품을 돋보이게 하는 숨은 주역들이거든요 ^^

인터뷰하는 내내 호쾌하면서도 장난기와 호기심이 가득한 눈빛으로 대화를 이끌어주신 ‘디자인의 달인’ 슈퍼 디자이너 김선규 연구위원님에게 다시 한번 감사 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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