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달이 없는 프레임을 이용해 달리는 자전거 스포츠 ‘프레임 러닝(Frame Running)’. 전 연령대 장애인을 위한 운동으로 주목 받아 지난해 세계장애인육상선수권 대회에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었습니다. LG전자는 서울시 및 서울시체육회와 사회공헌 업무협약을 통해 뇌병변 장애인들의 마라톤 훈련과 대회 참여를 지원하고 있는데요. 최근 LG전자 임직원들이 직접 프레임 러너들의 페이스 메이커로 참여하며 LG전자의 ESG 비전 ‘모두의 더 나은 삶(Better Life for All)’을 실천했습니다. 지치지 않는 긍정의 힘으로 세상을 질주하는 주인공들을 소개합니다.
Q. 장애인 프레임 러닝 페이스 메이커 봉사활동에 참여한 계기가 무엇인가요?
김승엽 책임사실 거창한 이유는 없습니다. 취미로 달리기를 시작한 지 벌써 3년이 되었는데, 2년 전 한 대회에서 처음으로 장애인과 함께하는 페이스 메이커를 알게 되었습니다. 이후 혼자만의 만족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달리기를 하고 싶어, 개인적으로 장애인 러닝 페이스 메이커로 활동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LG전자에서 진행하는 봉사활동을 알게 되어 바로 신청했죠.
장진호 책임저는 회사에서 진행하는 대부분의 임직원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있어요. 특별한 계기가 있어서 시작했다기 보다, 회사가 제공하는 좋은 기회를 적극 활용해서 스스로에게 새로운 경험을 줄 수 있기 때문이에요. 이번에도 우연히 프레임 러닝 봉사활동 참가자 모집 공지를 보고 신청하게 되었습니다. 프레임 러닝에 대한 정보는 전혀 없었지만, 봉사와 마라톤을 병행할 수 있다는 생각에 도전했어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이번 봉사활동은 2024년 한 해 중 가장 뜻 깊은 활동으로 기억될 겁니다. 사실 봉사라기보다는 제가 많이 배우는 시간이었습니다. 제 파트너인 동현 군은 비교적 짧은 거리를 걸어서 완주하는 것이 목표라, 함께 천천히 걷으면서 대화하는 시간을 많이 가졌는데요. 매주 훈련 때마다 한 주 동안 겪은 일들과 다양한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며, 동현 군이 보고 듣고 경험하는 것들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Q. 두 분 다 공통적으로 배운 점이 많았다고 말씀해주셨는데, 좀 더 자세하게 설명 부탁드립니다.
장진호 책임요즘 날씨가 좋아서 친구나 가족들과 함께 달리는 시간을 자주 갖고 있는데요. 좋은 날씨를 장애인들도 동일하게 누릴 수 있는 기회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 파트너인 동현 군은 이번이 처음으로 두 발로 달려본 경험이라고 해요. 제게 “내가 이렇게 달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프레임 러닝이 있어서 가능했다”고 하더군요. 이 말을 듣고 평소 장애인들이 겪는 불편에 대해 고민하지 않았던 스스로를 깊이 반성했고, 모두가 함께 더불어 사는 사회의 중요성을 깨닫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또, 훈련할 때 길에서 마주치는 러너들이 한 목소리로 제 파트너를 응원하는 모습에 감동을 받기도 했습니다. 서로 전혀 모르는 사이임에도 “파이팅!”이라고 외치며 힘을 주는 모습을 보니 울컥하더라고요.
김승엽 책임제 파트너는 비교적 빠른 속도로 달리는 남자 프레임 러너 변진혁 군입니다. 진혁 군은 10km를 약 70분 안에 뛰어요. 주로 어떻게 하면 더 잘 뛸 수 있을지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나눴고, 진혁 군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열심히 훈련하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어요. 실제로 빠른 속도로 안정감 있게 달릴 수 있도록 메트로놈에 맞춰 BPM을 올리는 훈련을 하기도 했죠. 그 결과 처음엔 10km를 완주하는 데 90분 정도 걸렸는데, 마지막 훈련 때는 74분에 완주할 수 있었어요. 대회 때는 더 단축할 수 있었습니다. 비록 제가 큰 도움을 주진 못했지만, 진혁 군이 스스로 목표를 이뤄내는 모습을 보며 느끼는 뿌듯함과 보람은 매우 컸습니다.
Q. 훈련 과정에서 힘든 점은 없었나요?
장진호 책임페이스 메이커로서 힘든 순간은 대회가 끝난 후 찾아왔어요. 동현 군과 함께 햄버거 프랜차이즈 매장을 방문했는데, 매장 입구의 큰 턱을 넘어가는 과정이 정말 어려웠거든요. 제가 동현 군을 부축해서 걸어 들어가다 보니, 평소에는 아무렇지 않게 드나들던 일이 온 몸이 땀으로 젖을 정도로 힘들게 느껴졌어요. 이 경험으로 장애인들이 일상에서 겪는 어려움을 체감했고, 모두가 공평하게 사회 인프라를 누릴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Q. 장애인 러너 중에서 고된 훈련이 힘들어서 중도에 포기하고 싶은 생각을 했던 분들이 계셨나요?
장진호 책임동현 군은 근육 강직이 심해 매우 힘들어했습니다. 보통 다섯 발자국씩 힘을 주어 걷고 쉬는 방식으로 훈련했어요. 아주 천천히 꾸준히 가는 것이 아니라 힘을 내어 한 번 걷고 쉬는 식이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땀도 많이 흘리고 힘든 순간도 많았지만,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확고했습니다. 동현 군의 목표는 4km였는데, 대회에서도 주변 사람들의 힘찬 응원을 들으며 성과를 거둘 수 있었습니다.
김승엽 책임장애인 러너 분들의 의지력은 저희보다 훨씬 강합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더 뛰겠다는 강한 의지를 갖고 있죠. 그 덕분에 저희도 토요일 아침 훈련이 피곤할 때도 있었지만, 열심히 뛰어야겠다고 매번 다짐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훈련할 때마다 코치와 페이스 메이커들이 러너들의 컨디션도 세심하게 신경 쓰며 진행합니다. 러너 분들도 솔직하고 정확하게 본인의 상태를 알려주죠. 항상 뛰기 전에 “오늘 컨디션 어때?”, “어제 뭐 했어?”, “아침에 뭐 먹었어?” 등 질문을 하면, “오늘 컨디션 좋아요” 또는 “오늘 컨디션 나빠요”라고 답해줘요.
Q. 장진호 책임님께서는 LG전자에서 진행하는 임직원 봉사활동에 거의 다 참여하셨다고요. 이렇게 봉사활동에 꾸준히 참여하실 수 있는 원동력이 궁금합니다.
장진호 책임LG전자는 폐양말목으로 방석 만들기, 베리어프리 영화 자막 제작하기 등 다양한 주제의 봉사 프로그램을 구성해 직원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합니다. 저는 새로운 경험을 즐기고 좋아하는 편이라, 누군가를 위해 헌신한다기 보단 매번 다른 주제로 새로운 경험을 하는 재미로 봉사활동에 접근했던 것 같아요. 꼭 거창하거나 심각한 것이 아니더라도, 재미있게 즐기면서 가치 있는 활동에 동참할 수 있다는 게 좋았습니다. 덕분에 봉사의 의미를 보다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죠. 이러한 봉사 프로그램이 더 많은 임직원 분들께 알려졌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