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기부를 해보신 경험이 있으신가요? 막상 들으면 쉬워 보이지만 선뜻 실행하기 어려운 것이 기부인데요. 최근,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약을 걸었다가 자신의 월급 전부를 기부할 뻔한 LG전자 직원이 큰 화제를 모으고 있는데요. 1,000원으로 1,300만원이라는 큰 금액을 기부하게 된 기적의 주인공을 직접 만나봤습니다!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LG전자 한국영업본부 구독영업담당 최정현 선임입니다. 본캐는 LG전자 영업맨이고, 부캐는 LG전자 홍보맨입니다.
Q. 유튜브 채널, ‘MZ전자’를 운영하시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채널을 시작하게 된 계기와 방향성이 궁금합니다.
*주니어보드 활동의 일환으로 개인 SNS를 통해 우리 회사의 즐거운 조직문화를 알려보고자 유튜브 채널 운영을 시작했습니다. 아무래도 외부의 시선으로는 ‘대기업’이라는 이미지가 ‘딱딱한 조직문화’로 비춰질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편견을 타파하고 LG전자의 수평적이고 열린 조직문화를 자랑하고 싶었습니다. MZ들도 다니고 싶은 회사에 맞게 MZ다운 회사생활을 보여드리고자 채널명도 ‘MZ전자’로 정했습니다.
*주니어보드(Junior Board): LG전자의 자발적 사원대표협의체로, 임원 등 경영진과 구성원들간 소통의 가교 역할을 담당
Q. 영상의 썸네일과 제목이 굉장히 눈길을 끄는데요. 기획, 촬영, 편집까지 모두 직접 하시는지? 그리고 주로 어디에서 영감을 얻으시는지 궁금합니다.
기획, 연출, 섭외, 촬영, 편집, 썸네일 제작 모두 혼자서 직접 진행합니다. 다만, 모든 영상의 맥락에는 ‘다니고 싶은 LG전자’라는 메시지를 남기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는데요. 영상 컨텐츠 제작을 위해 유튜브 Shorts, 인스타그램 릴스를 많이 참고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요즘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밈을 많이 접할 수 있죠. 특히, ‘홍보의 신’으로 유명한 ‘충주시 홍보맨’님의 영상을 모두 정주행하면서 ‘밈’과 ‘홍보’를 엮어내는 센스를 배우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소방관 삼촌’, ‘한국철도TV-미스기관사’, ‘양산시’, ‘강북구’ 등 크리에이티브한 홍보 전쟁을 치루고 있는 유튜브 채널들을 참고하고 있습니다.
Q. 유튜브 촬영 중에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나 해프닝이 있다면?
카메라를 들고 혼자 중얼거리는 게 정말 쉽지 않더라고요. 게다가 영상 속 제 목소리를 들으면 어색하게 느껴졌어요. 같은 영상을 여러 번 찍으면서 조금씩 극복해 나가고 있습니다. 한 번은 스탠바이미를 소개하는 영상을 찍다가 아파트 단지의 경비 아저씨에게 걸려 민망했던 적이 있습니다. ‘언제 어디서나 내 옆에 있어주는 스탠바이미’를 표현하기 위해 단지 정원에서 강아지가 나오는 영상을 틀어놓고 혼자 떠들고 있었는데요, 경비 아저씨께서 무슨 일이냐고 물으셔서 유튜브 촬영 중이라고 말씀드렸죠. 그러면서 이참에 저를 촬영해달라고 부탁까지 드렸습니다. 흔쾌히 촬영을 허락해주신 아저씨, 정말 감사합니다. (웃음)
Q. 채널을 운영하면서 장단점이 있을까요?
‘생산자(능동적)’로서 제 인생에서의 ‘주체성’을 찾아가는 느낌이 가장 좋습니다. 시청자들의 반응을 살피고, 유행과 트렌드를 캐치하며 점점 더 나은 콘텐츠라는 ‘상품’을 만들어가는 것이 정말 재미있습니다. 반면, ‘회사원’이라는 본캐와 함께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다 보니 물리적으로 힘든 부분도 있습니다. 퇴근 후에는 콘텐츠를 고민해 촬영하고, 출퇴근길에는 모바일 앱으로 영상 편집을 하고 있죠. 가끔은 주변에서 본업을 소홀히 하고 유튜브에만 신경 쓰는 게 아니냐고 생각할까 봐 막연한 두려움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본캐와 부캐 모두 훌륭하게 소화해낼 것입니다! 부캐가 본캐가 되는, 이른바 ‘덕업일치’의 순간을 상상해보기도 합니다.
Q. 주위에서 영상에 대한 피드백이나 의견을 자주 받으시나요? 혹시 가족이나 지인이 제안한 아이디어 중 실제로 적용했던 사례가 있나요?
유튜버가 되는 건 정말 쉽지 않습니다. 흔히들 알고리즘(AI) 신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고 하죠. 첫 영상이 기부 캠페인으로 뉴스에도 소개되며 큰 이슈가 되었지만, 외부 유입 때문인지 이후 영상들은 잘 노출되지 않더라고요. 아마도 유튜브가 아직 MZ전자 채널을 분석 중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도 고민이 많았습니다. 가족이나 지인의 의견보다는 시청자의 의견이 가장 정확하다고 생각해, 유튜브 커뮤니티를 통해 MZ전자 채널 구독자들의 의견을 듣고 있습니다. ‘경쟁사 구내식당 리뷰’, ‘2차 기부 공약’ 등 자극적인 콘텐츠를 원하는 분들이 많아서 아직 실제로 적용해보지는 못했습니다. 제 신분상 시청자들의 기대에 부응하면서도 선을 지키는, MZ스러운 콘텐츠를 고민하고 있는 중입니다.
Q. 영상 중에 CEO가 되고 싶다고 하셨는데, LG전자 CEO가 된다면 가장 하고 싶은 일은?
사원, 선임들에게 업무적으로나 비업무적으로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고 싶습니다. LG전자 같은 대기업은 개개인의 능력이 돋보이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특히, 연차가 쌓일수록 배워야 할 프로세스도 많고, 개인의 의견이나 능력이 받아들여져 공감을 얻기까지는 많은 업무 관련자들을 설득해야 하죠. 그래서 개인의 능력을 발굴해 최대한 이끌어낼 수 있는 유기적인 조직 체계를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또한, 책임 직급의 대우가 결국 사원과 선임들의 회사에 대한 로열티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책임 직급의 ‘프로페셔널’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리더로 성장할 수 있는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고 싶습니다.
Q. 100만 유튜버 MZ전자 vs 1년에 100일만 일하는 LG 사무직 중 선택한다면? 그 이유는?
무조건 100만 유튜버 MZ전자를 선택하겠습니다. 매일매일 고민하고 격무에 치이더라도 ‘내가 살아있는 느낌’을 받는 것이 제 가치관에서 훨씬 중요합니다.
Q. MZ전자가 가장 추천하는 LG 제품은?
개인적으로 세탁기와 건조기를 합친 혁신 가전, 워시타워를 추천합니다. 아이 둘을 키우는 입장에서 정말 빨래가 많이 나오는데요. 위에는 건조하면서 아래는 세탁을 할 수 있어 주말에 쉬지 않고 세탁, 건조기를 돌리고 있습니다.
Q. 충주시 홍보맨님, 미스기관사님, 소방관 삼촌, 양산시 홍보띰잔님에게 한마디
끝내주는 콜라보 아이디어를 많이 가지고 있으니 조만간 한번 만나 뵈면 좋겠습니다. 오직 LG전자 한국영업본부 소속인 저만이 할 수 있는 콘텐츠들이 가득합니다. 홍보의 대명사이신 분들이라 공사가 다망하여 정식 스케쥴을 잡기는 어려울테니 영업인의 정신으로 직접 찾아가서 협업을 요청드리겠습니다.
Q. 최근 기부 캠페인으로 화제 인물이 되셨는데 LG전자 기부 키오스크 소식을 어떻게 접하셨는지?
회의 일정으로 LG전자 트윈빌딩에 방문했을 때, 퇴근하며 게이트를 나가다가 우연히 기부 키오스크를 발견했습니다. 마침 우리 회사의 홍보 콘텐츠를 찾고 있던 중이라 즉흥적으로 영상을 촬영하게 되었죠. 이렇게 즉흥적으로 시작한 기부 캠페인이 과분한 관심을 받을 줄은 몰랐습니다. 사실 처음에는 장난스러운 마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LG전자 임직원들의 간편한 기부문화 실천’이라는 선한 취지를 대중들에게 알리게 되어 뿌듯합니다.
Q. ‘구독자 1명당 1000원 기부’ 캠페인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특별한 사연이 있었나요?
LG전자의 즐거운 직장문화와 조직문화를 유쾌하게 소개하는 것이 MZ전자 유튜브 채널의 목적이었습니다. 따라서 ‘LG전자 임직원들의 간편한 기부문화 실천’이라는 선한 취지와 함께, 소위 말하는 ‘어그로’를 끌기 위해 ‘구독자 1명당 1,000원 기부’라는 공약을 내세웠죠. 많은 사람들에게 영상이 전달되기를 바랐지만, 이렇게까지 폭발적인 반응이 있을 줄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Q. 기부 캠페인이 화제가 되면서 구독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는데 혹시 이러다 거덜나겠다 라는 걱정은 없으셨는지?
기부 챌린지 중간에 제가 커뮤니티에 게재하였던 내용이기도 한데요. 몇 천명의 구독자가 생긴 이후, 구독자 수가 1만명을 빠르게 돌파할 것으로 예상하여 “제 능력(월급)을 아득히 벗어난다면, 회사 내 임원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겠습니다.” 라고 플랜B를 공지했습니다.
Q. 많은 분들의 댓글과 관심이 쏟아졌는데요. 그 중에서 특히 기억에 남는 댓글이 있을까요?
“기부 맛집”, “사장님이 맛있고, 음식이 친절해요”, “니 돈으로 기부하러 왔습니다.”, “책임 없는 쾌락(기부)”, “딸-깍” 등이 있습니다. 너무나 웃긴 댓글이 많았습니다. 저를 놀리시면서도 다같이 즐겨주신 덕분에 더 많은 사람들에게 영상이 전달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Q. 회사 임직원들도 기부 캠페인에 동참하셨다고 들었습니다. 개인의 활동이 조직 전체로 확산되었을 때, 어떤 느낌이 드셨는지?
“개인의 영향력은 정말 위대하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직 생활을 하다 보면 내 뜻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부분은 개인의 의견이 꺾이고, 받아들여지는 몇 가지만이 주류가 되는 것처럼 느껴지죠. 하지만 ‘개인’의 의견이 없다면 ‘조직’도 결코 존재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이번 경험을 통해 한 개인의 영향력이 무한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먼 훗날 제 인생을 되돌아본다면, 이번 캠페인이 제 인생을 바꾼 전환점이었지 않을까 싶습니다.
Q. 처음 캠페인을 시작했을 때와 현재, 주변 동료들이나 가족들의 반응에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일단 주변에서 유튜브 수익에 대해서 가장 많이 물어보시는데요. 예상보다 훨씬 많은 구독자가 모여 생긴 당연한 궁금증이 아닌가 싶습니다. 아쉽지만 수익은 전혀 없습니다. 수익창출 조건이 생각보다 많이 어렵거든요. 다만, 항상 저의 성장만을 응원해주셨던 하늘에 계신 아빠, 엄마께서 무척이나 자랑스러워 하실 것 같습니다.
Q. 기부 키오스크를 통한 캠페인이 사내 기부문화 확산에 어떤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시나요?
한국영업본부 내에서 기부 키오스크를 담당하는 ID마케팅팀에서 제 사례를 이슈로 보고하셨더라고요. 또한, LG그룹 내에서도 기부 키오스크의 구매나 대여에 대한 문의가 많이 들어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적어도 이번 영상을 통해 기부 키오스크의 존재는 확실히 알린 것 같습니다. 1,000원씩 기부해봤다는 분들도 계셨고, 좋은 일에 동참해야 한다며 임원들께서 키오스크로 기부하시고 저에게 알려주신 경우도 있었는데요. 한 직원의 작은 행동이 선한 영향력을 발휘해 자발적인 기부 문화가 형성된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Q. 소셜 미디어를 통해 개인과 기업의 선한 영향력을 보여주셨습니다. 앞으로의 활동 계획이 궁금합니다.
영상 콘텐츠에서는 가장 영향력 있는 SNS 채널인 유튜브를 통해 LG전자의 ‘좋은 점’을 많은 대중에게 알리는 활동을 하겠습니다. 주변에 생각보다 기업의 긍정적인 면을 소개하는 채널이 많지 않더라구요. 채용 시장에서도 기업의 일방적인 소통 외에 긍정적인 면을 알려주는 곳이 잘 없는 것 같습니다. 게다가 정보를 접하는 개인 입장에서는 그 정보가 사실인지 판단하기도 어렵죠. MZ전자 채널에서는 사실적이고 즐거운 표현으로 ‘LG전자를 다니는 직장인의 삶’을 그리고 싶습니다. LG전자가 대학생들이 다니고 싶은 회사 TOP 1에 오를 때까지 열심히 기여하겠습니다.
Q. 끝으로 하고 싶은 말씀 있으면 뭐든 좋습니다.
인터뷰를 읽고 계신 모든 분들께 부탁드립니다. 아직 MZ전자 유튜브를 구독하지 않으셨다면 *좋/댓/구/알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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