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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에 브랜드를 입히는 소리의 마술사! LG전자 사운드 디자이너

2024-07-02 LG전자

LG전자 세탁기에서 흘러나오는 이 익숙한 세탁 종료음. 어디서 많이 들어본 적 있으시죠?
세탁기는 물론 식기세척기, 스타일러, 오븐 등 LG전자 제품 곳곳에 담긴 소리들이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서 탄생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경쾌한 멜로디에 숨은 비밀, LG전자 디자인시스템팀이 직접 알려드립니다!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디자인경영센터 UX연구소 디자인시스템팀 정수연 책임연구원(왼쪽)과 정병주 책임연구원
디자인경영센터 UX연구소 디자인시스템팀 정수연 책임연구원(왼쪽)과 정병주 책임연구원

정병주 책임연구원
디자인경영센터 UX연구소 디자인시스템팀 정병주 책임연구원입니다.
음향 엔지니어와 게임/광고 사운드 디자이너로 활동하다가 2008년부터 LG전자에서 UX 사운드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습니다.

정수연 책임연구원
디자인경영센터 UX연구소 디자인시스템팀 정수연 책임연구원입니다.
2009년부터 LG전자에서 사운드 디자이너로 일했고, 창작국악 작곡가 활동도 소소하게 겸하고 있습니다.

Q. 사운드 브랜딩이란 무엇인가요?

정병주 책임연구원
사운드 브랜딩이란 제품을 사용하면서 자연스럽게 자주 듣게 되는 사운드로 고객에게 브랜드를 각인하는 것입니다.
버튼을 누를 때 나오는 소리나 동작이 끝났을 때 나오는 종료음, 이상을 알려주는 알림음 등 사용자가 제품을 사용할 때 나는 소리를 통해서요.

요즘처럼 다양한 형태의 매체가 존재하는 시대에 노골적인 광고는 피로감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제품을 사용하는 지점에 브랜드의 본질을 담은 시그니처 사운드를 적절히 삽입하는 것이죠.
제품의 사용 과정에서 무의식적인 브랜드 경험이 축적되면서 브랜드 이미지와 인지도가 형성되는 과정입니다.

Q. 가장 유명한 사운드 브랜딩의 사례를 뽑자면?

LG전자의 세탁기 종료 멜로디를 리코더로 연주하는 영상 (출처: LG Global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

정병주 책임연구원
LG전자의 세탁 종료 멜로디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저희 세탁기를 사용하는 분이라면 많게는 하루에 한 번 이상 매일 듣게 되는 소리일테고, 지금도 세계 어디선가 울리고 있을 텐데요.
특정 멜로디가 이만한 상징성을 갖기는 쉽지 않은 일입니다.
저희 세탁기 멜로디는 워낙 유명해서 SNS 채널에서 다양한 밈으로도 활용되고 있는데요.
기타로 직접 연주해 세탁기 작동이 끝난 것처럼 아내를 속이는 남편의 영상은 많이들 보셨을 겁니다.

LG전자 세탁 종료음을 기타로 연주하는 모습 (출처:Paul Neitsov 유튜브 채널)

Q. LG전자 사운드 브랜딩의 역사가 궁금합니다.

디자인경영센터 UX연구소 디자인시스템팀 정수연 책임연구원(왼쪽)과 정병주 책임연구원
디자인경영센터 UX연구소 디자인시스템팀 정수연 책임연구원(왼쪽)과 정병주 책임연구원

정병주 책임연구원
2019년 디자인경영센터 UX연구소에 신설된 전사 사운드 UX 담당 조직에서 전사 사운드 UX 가이드와 사운드 디자인, 사운드 브랜딩을 전개했고, 올해부터는 디자인시스템팀이 신설돼 디자인 시스템 관점에서 전사 사운드의 일관성과 브랜딩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전부터 각 사업부 중심으로 진행하던 제품 사운드를 전사 차원에서 표준화하고 아이덴티티를 부여하는 작업입니다.

2022년 이후 출시된 제품에 적용된 웰컴 사운드가 대표적인 결과물인데요.
‘Life’s Good’이라는 슬로건과 ‘Innovation for a better life’라는 브랜드 미션을 음악으로 표현했습니다.
세탁기 멜로디만큼 고객의 마음에 각인돼 누구나 소리만 듣고도 LG전자의 제품임을 알 수 있는 날이 오길 기대합니다.

Q. LG전자의 사운드란 무엇일까요?

 2024 iF 디자인 어워드 LG Sound UX 소개 영상

정병주 책임연구원
LG전자가 가진 따뜻한 느낌에 그동안 LG전자가 선보인 수많은 혁신 기술/제품을 의미하는 ‘Innovation’, 두 개의 키워드를 합쳤습니다.
‘Life’s Good’ 슬로건과 ‘Innovation for a better life’ 브랜드 미션을 담은 멜로디로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자사의 다양한 제품에서 공통적으로 많이 노출될 수 있는 전원음을 사운드 브랜딩의 영역으로 보고, LG의 느낌을 주는 멜로디를 구성하고자 했습니다.

정수연 책임연구원
밝고 긍정적인 느낌을 테마로 수십 개의 멜로디를 뽑은 후, 그 중에서 감성적 선호도나 음악이론에 따라 신나고 즐거운 느낌을 주는 멜로디를 골랐습니다.
그렇게 ‘미솔도시도’라는 다섯 개의 음으로 구성된 최종 멜로디가 선정됐는데요.
장조성을 강조해 밝고 긍정적으로 시작해, 으뜸음으로 상행하는 흐름은 ‘Better Life’를 향한 방향성을 표현합니다. 율동성을 더하기 위해 엔딩에는 당김음으로 변주를 줬죠.

Q. 사운드 디자인에서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요?

사운드 디자인의 6가지 핵심 요소
사운드 디자인의 6가지 핵심 요소

정병주 책임연구원
일관성과 아이덴티티를 먼저 고민합니다.
LG전자에는 다양한 제품들이 있습니다. 제품별 UX 경험이 일관되어야 하고,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드러낼 수 있도록 디자인해야 합니다.
또한 제품을 껐다 켰을 때 바로 알 수 있을 정도로 직관적이면서도 짧고 간결해야 합니다.
소리만으로 어떤 제품의 어떤 기능인지 파악할 수 있도록 제품 특성도 세분화해야 할 것이고요.
그래서 사용 씬과 공간에 따라 멜로디를 구분하기도 했습니다.
여러 제품에서 같은 멜로디가 나오면 ‘무슨 제품 동작이 끝난 건지 헷갈린다’는 고객의 목소리를 반영해서요.

정수연 책임연구원
무엇보다 고객에게 유용한 소리였으면 했습니다.
제품 사용에 있어 고객의 이해를 도울 수 있게 제품의 동작이나 제품 이미지를 형상화해 구성했습니다.
예를 들어 세탁기가 돌아가는 모습을 선율 윤곽으로 반영하고, 아래로 흐르는 물의 흐름을 지속되는 선율로 담아내기도 하고요. 나아가, 어떻게 하면 사용 공간을 적절히 반영할 수 있을지도 고민했습니다.
예를 들어 멀리 떨어진 베란다에 주로 설치하는 세탁기에는 길고 좀 더 높은 음역대의 종료음을, 가까운 안방이나 거실에 설치하는 스타일러는 짧고 간결한 종료음을 적용했죠.

LG ThinQ로 테마별 다양한 멜로디를 적용할 수 있는 LG전자 세탁기

정병주 책임연구원
사실 노약자나 장애인 분들이 소리를 더욱 적극적으로 쓰시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를 위해 고객 접근성도 반영했습니다. 예를 들어 저시력자 사용자들을 위해 세탁기 동작 시작음, 온도 조절 등 기능별 음의 높낮이를 살짝 다르게 적용했습니다.
개인의 음향 선호도를 반영할 수 있도록 세분화 기능도 적용했습니다.
음량 조절은 물론, ThinQ 앱으로 크리스마스 캐롤, 아이들을 위한 동요 등 다양한 테마 곡을 적용할 수도 있죠.
마지막으로는 음질입니다.
제품이 설치되는 공간을 고려해 소리가 왜곡되지 않고, 심미적으로 잘 들릴 수 있도록 다듬는 과정을 거칩니다.

Q. 사운드 브랜딩이 중요한 이유가 무엇인가요?

정병주 책임연구원
제품에 대한 애정이 높아지려면 성능과 디자인, 사운드 등 전체적인 구성에 조화가 필요합니다.
사운드는 고객 경험에 밀접하게 스며드는 요소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특히 가전은 한 번 구매하면 길게는 10년 이상 사용하기 때문에 장기간 반복으로 자연스럽게 브랜드 인식과 충성도에 기여합니다.

즉, 사운드 브랜딩은 직접적인 광고로 인한 피로감 없이 즐거운 멜로디로 자연스레 긍정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심어주는 장치입니다.
따라서 LG전자를 좀 더 감성적으로 표현해 고객과 정서적으로 교감하도록 신경 썼습니다.
게다가 수많은 LG전자 제품들에 일관되게 적용해 효율성과 편의성도 극대화했습니다.

이처럼 LG전자는 모든 가전 제품을 켤 때 자연스럽게 들리는 사운드 UX를 통해 브랜딩 전략을 실행하고 있는데요.
LG전자 브랜드 이미지를 전달하면서 반복해서 듣기에 거슬리지 않도록, 또 기능적으로도 충실한 사운드 UX가 되어야 하죠.

Q. 마지막으로 프로젝트 당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으신가요?

정수연 책임연구원
사운드UX 표준 가이드를 위해 거의 1년 이상 다양한 가전 인터페이스를 분석하고, 표준 인터페이스 사운드를 통합하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단순히 ‘띵’ 한음이 나오기까지 길이, 음높이 톤 등 수없이 고민했었죠.
특히 LG전자 브랜드 이미지를 담은 멜로디를 위해 수십 개 이상의 후보군을 만들고, 설문조사와 인터뷰 등을 진행했던 것이 기억나네요.

제가 의도한대로 사용자들이 선율을 인식하는 경우, 뿌듯하면서도 신기했습니다. 물이 흐르는 것 같은 느낌을 표현했는데, 실제로 고객들도 그렇게 느끼시더라고요.
고객의 의견에서 아이디어를 얻기도 합니다 멜로디를 많이 만들어보고 선호도를 테스트하면서 다양한 아이디어를 얻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