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메타버스의 시대가 찾아오면서 산업 전반이 새로운 미래에 대한 기대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2년이 지난 2023년 현재 상황은 많이 달라졌는데요. 메타버스와 관련된 기업의 주가는 떨어지고 관련된 기업에 대한 투자도 줄어들었습니다. 급기야 회사 이름까지 바꿨던 ‘메타’ 역시 관련 프로젝트를 중단하거나 축소하기 시작했죠. 과연 2000년까지 인터넷의 발달을 이끌었던 닷컴 버블처럼 메타버스 또한 하나의 거품에 지나지 않았던 걸까요?
과거에 메타버스에 대한 과도한 관심이 쏠렸던 것은 사실이지만 막연한 기대를 품고 성장했던 로블록스와 같은 ‘게임형 메타버스’나 가상현실에서 사람과 협업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게더타운과 같은 ‘업무형 메타버스’는 현재 한계에 부딪히고 있습니다. 하지만 진정한 의미에서의 현실을 뛰어넘는 확장 세계인 VR과 AR 기반의 메타버스는 지금부터 시작입니다. 왜 기존에 인기있던 제페토, 로블록스, 게더타운과 같은 메타버스는 한계에 부딪히는 반면, VR과 AR 기반의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은 다시금 커지고 있는 걸까요?
새 시대를 맞이하는 메타버스 2.0
기존의 메타버스가 가지고 있는 한계는 아주 명확합니다. 2021년 메타버스가 관심을 받은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코로나로 인한 ‘팬데믹’이라는 특수한 상황이 작용했기 때문입니다. 직접적으로 만날 수 없는 상황으로 인해 많은 기업들이‘ZOOM’과 같은 화상회의 시스템을 도입하게 되면서 일과 일상의 경계가 허물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단순히 화상회의를 넘어 자신만의 아바타로 마치 회사가 아닌 놀이공원에 있는 것처럼 일과 라이프스타일을 합친 서비스에 사람들의 관심이 커질 수밖에 없었죠.
이는 기존 메타버스에서 가장 우려했던 부분입니다. 수많은 기업들과 기관들이 우후죽순으로 메타버스 서비스를 구축했지만 정작 이용률은 저조했습니다. 모두가 ‘ZOOM’을 이용했던 이유는 하나, 바로 ‘강제성’인데요. ‘ZOOM’을 이용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 사람들이 사용하면서 점차 ‘편의성’을 느끼게 되었죠. 반대로 메타버스는 ‘강제성’을 부여할 수 없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수많은 공공기관들이 만든 메타버스는 처음 경험했을 땐 신기하지만 그 이후로는 굳이 들어갈 필요를 느끼지 못하면서 방치되었고, 이로 인해 수많은 비용과 시간을 낭비했습니다.
2023년부터는 다시금 AR과 VR, 즉 가상현실 붐이 일어날 전망입니다. 실제로 2022년부터 중국 기업들이 하나 둘씩 AR 글래스들을 선보이기 시작했는데요. 중국 기업 오포(Oppo)는 뿔테 안경 형태의 Air Glasses를 출시했고, 이를 증강 현실(AR-Augmented Reality)이 아닌 보조현실(AR-Assisted Reality)이라고 정의했습니다. 휘황찬란한 가상현실이 눈 앞에 펼쳐지지 않더라도, 일상생활에서 필요한 일정, 내비게이션, 프롬프트, 번역 등의 서비스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에서였습니다. 이어 엑스리얼(X-real)과 같은 회사들은 가볍고 세련된 선글라스 형태의 엑스리얼 에어(X-real Air)와 같은 기기로 눈 앞에 스마트폰 화면을 그대로 띄워줄 수 있는 빔 프로젝터 기능 및 증강현실 상호작용 기능을 선보였습니다.
여기에 애플 또한 개발에 뛰어들면서 불을 질렀습니다. 애플은 2023년 6월 ‘WWDC(Apple Worldwide Developers Conference) 2023’에서 ‘비전 프로(Vison Pro)’라는 이름의 새로운 MR 기기를 공개하면서 AR도 VR도 아닌 ‘공간 컴퓨터’라는 새로운 개념을 내세웠습니다. 거의 7-8년간 개발 중이라는 소문만 무성했던 제품이었기에 사람들의 기대는 매우 컸지만 그에 따른 실망도 컸는데요. 이는 대부분 애플이 아니더라도 이미 기존 VR 기기에서 제공하던 기능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는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기존의 메타버스와 지금부터 시작되는 메타버스에서의 성공여부는 단 하나, 바로 ‘활용성’입니다. 앞서 이야기했듯 강제적으로 메타버스에 접속해야하는 상황이 아닌 이상 사람들에게 메타버스는 단순히 ‘옵션’에 불과합니다. 아무리 좋은 VR기기를 구매하더라도 한달만 지나면 먼지가 쌓일 정도로 방치하거나 가끔 ‘리듬 액션 게임’을 플레이할 때에나 사용하는 것처럼 말이죠. 하지만 Air Glasses나 엑스리얼 에어, 비전 프로와 같은 기기들은 전혀 다른 이야기인데요. 일상에서의 활용성이 주가 되기 시작하면 사용 범위가 넓어지기 때문입니다. 앞서 Vison Pro의 ‘공간 컴퓨팅’은 노트북을 가지고 다닐 필요 없이 언제나 자신의 사무실을 가지고 다닐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여러 대의 모니터를 통한 작업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이보다 더 좋은 것은 없습니다.
엑스 리얼의 제품 또한 마찬가지로 다양한 상호작용을 위한 AR 기능들이 있지만 정작 사람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기능은 휴대용 스크린입니다. 노트북과 연결하여 3대의 모니터를 동시에 띄워 일할 수 있고, 모바일 기기와 연결하면 자신만의 영화관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사람들이 굳이 잘 사용하지 않는 수많은 부가 기능들이 아닌, 우리의 일상을 조금 더 편리하게 만들어주는 ‘활용도’가 앞으로 메타버스의 성공여부를 결정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것이 더욱 우리가 2024년의 메타버스를 기대하게 만드는 것이죠.
메타버스와 생성형 AI의 결합
애플이 비전 프로를 출시하기로 한 2024년 초를 기점으로 앞으로 반년간 무수히 많은 기술적 경쟁이 예상됩니다. 하드웨어 제조업체들은 비전 프로를 뛰어넘는 MR 기기를, 소프트웨어 회사들은 실생활에 더욱 사용하기 편한 앱들을 제작하게 되겠죠. 이는 곧 생성형 AI1) 의 발전으로 인해 더욱 가속화되면서 우리들은 현실세계보다 메타버스에서 더욱 철저히 고립될 수도 있습니다. 생성형 AI 는 뭘 해야할지 모르는 사람들에게 ‘인공지능 비서’와 같은 역할을 하거나 메타버스에서 필요한 프로그램과 각종 사물을 제작할 수도 있습니다. 로블록스는 이미 생성형 AI를 활용해 코딩이 아닌 말로 게임 속 요소를 제작할 수 있는 시스템을 선보였습니다. 이처럼 누구나 생성형 AI를 통해 자신만의 사물을 제작할 수 있는 시기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1) 생성형 AI : 사용자가 요구하는 대로 텍스트, 이미지, 음악, 영상 등의 원하는 결과물을 생산해 내는 AI.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세계보다 더 큰 가상의 세계와 이에 따른 새로운 서비스, 새로운 사업 기회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데요. 이 기회를 지켜만 볼 것인지, 아니면 적극적으로 뛰어들 것인지 선택의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