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ditor’s Talk : 산업현장의 기술혁신을 장려하고 기술자 우대 풍토를 조성하기 위해 수여하는 ‘대한민국 엔지니어상’ 4월 수상자에 LG전자 엔지니어가 선정된 사실 알고 계신가요? 서현석 연구위원은 세계 최초로 세탁기 동작 알고리즘에 딥러닝 기술을 접목했죠. K-가전제품의 수출 경쟁력 향상에 기여한 서현석 연구위원을 만나 가전의 진화 트렌드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Q. 수상을 축하 드립니다. 세탁기 분야에서 20년 넘게 연구하면서 남긴 성과들을 인정받았네요. LG전자에서 세탁기 연구를 시작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감사합니다. 대한민국 엔지니어상은 한 분야에서 어떤 연구를 했고 어떤 성과가 있었는지 평가하더라고요. 세계 최초로 세탁기 동작 알고리즘에 딥러닝 기술을 활용한 인공지능 세탁기, 대용량·고효율 24인치 드럼 세탁기를 개발한 것이 주효했던 것 같습니다.
저는 기계공학 전공을 시작으로 석사 과정에서 신경회로망, 이른바 딥러닝을 이용한 로봇 제어를, 박사 과정에서 구조 해석/최적 설계 분야를 연구했고, LG전자 세탁기 연구팀에 들어왔습니다. 오랜 기간 연구한 것을 세탁기 R&D에 활용해야겠다 생각했죠. 입사 당시는 LG전자가 세탁기를 북미 지역에 수출하기 시작해 성장하는 시기였는데요. 사업의 도약과 기술의 발전, 구성원들의 활기와 열망을 바탕으로 지금까지 한 길을 걸어오게 된 것 같습니다.
Q. 세계 최초로 세탁기 동작 알고리즘에 딥러닝 기술을 적용한 인공지능 세탁기 개발이 이번 수상에 결정적이었던 것 같은데, 어떤 원리로 작동되는 것일까요?
LG전자 세탁건조가전에 적용된 인공지능 DD(Direct Drive) 기술은 딥러닝으로 의류 재질을 인식해 어떤 옷인지 감지하는 기술입니다. 옷감에 따라 LG전자만의 세탁·건조방법인 ‘6모션’ 중 최적의 모션을 선택해 옷감 손상을 최소화하죠. 예를 들어, 섬세한 의류 재질은 옷감을 보호하는 모션인 흔들기와 주무르기를 선택해 세탁합니다. 건조기도 의류 재질에 따라 건조 시간과 최적의 동작을 결정하죠.
기존 세탁기에도 세탁물 양에 따른 세탁 시간을 결정하기 위해 옷감의 무게를 측정하는 기능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저희는 ‘옷감마다 세탁 방법이 다르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10년 전만 해도 세탁기는 깨끗하게 세탁하는 것이 가장 중요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옷이 섬세하게 보호되는 세탁방법에 대한 요구가 커졌죠. 이에 2009년 6모션을 개발하게 되었습니다. 딥러닝 기반 서비스에서 AI에 학습시키듯, 방대한 전류 데이터를 학습한 딥러닝 모델을 세탁기에 탑재시켰습니다.
여기서 AI 세탁기의 원리인 ‘전류 데이터’는 세탁통을 굴릴 때 들어가는 전류의 크기 뿐만 아니라 전류 파형의 모양을 가지고 판단하는 것입니다. 똑같은 무게라도 청바지, 셔츠 등 옷의 소재에 따라 그래프 상 전류 파형이 미세하게 서로 다르기 때문이죠. 이 같은 전류 패턴 데이터들을 세탁기가 구분할 수 있게 학습시켜, 세탁기가 옷감에 따라 알아서 세탁 모션을 선택하게 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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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지금까지 세탁기를 개발해오면서 주요 초점이 어떻게 변해왔나요?
세탁기는 기본 품질에 충실해야 하는 제품입니다. 또한 집 안에 들어갈 수 있는 사이즈는 정해져 있기 때문에, 수십 년 동안 세탁기의 외관 크기는 최대한 유지하면서 내부 용량을 키워왔어요. 용량을 늘리면서 진동은 줄이기 위해 대용량 설계를 어떻게 할 지가 중요한 경쟁력이었죠. 더 나아가 AI를 도입해 새로운 고객경험을 제공하는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개인의 서로 다른 필요사항을 어떻게 충족시킬 지에 대해 초점을 맞추게 되었죠. 과거 상품 기획 단계에서 조사한 내용과 최근 사용자의 기기 사용 데이터를 분석해보면, 어떤 사람은 표준 코스만 쓰고, 어떤 분은 표준코스 외에도 다양한 코스를 쓴다고 합니다. 이렇게 고객마다 사용 양상이 다르기 때문에, 개인 맞춤형 기능을 제공하는 것이 경쟁력이 되고 있습니다.
Q. 세탁기를 비롯한 가전 기술의 최근 트렌드로 ‘개인화’를 말씀했는데, 앞으로의 가전은 어떻게 변화할 것으로 예상하나요?
가전 제품은 대량 생산하기 때문에 대다수의 사람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기능을 적용합니다. 그런데 실제 고객들은 다양하며, 필요한 요구들도 다릅니다. 이런 점에 주목한 LG전자는 지난 해 UP가전을 선포하여 개인에게 맞춘 제품을 출시하고 있는데요. UP가전은 구매하는 순간 구형이 되는 기존 가전의 한계를 넘어, 구매 후에도 새로운 기능과 성능을 추가로 제공해 고객에게 맞춰 계속 진화하는 가전을 의미합니다. 스마트폰이 업데이트를 통해 새로운 기능을 누릴 수 있게 해주는 것과 같습니다. 이는 사용자가 보다 성능 좋고 편리한 가전을 사용하고, 인지 노동을 줄여주는데 기여할 것입니다. 또 에너지 절약, 친환경 관점에서 더욱 향상된 제품이 앞으로의 가전이 제시할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Q. 최근 진행되는 연구 중 가볍게 소개할 만한 부분이 있다면?
UP가전과 관련한 세탁기의 업그레이드 기능이 계속 개발 중입니다. 가장 최근 가시적 성과로 나온 것이 바로 ‘미세 플라스틱 케어 코스’입니다. 일부 옷들의 경우, 세탁 과정에서 마찰에 의해 미세 플라스틱이 옷에서 떨어져 나옵니다. 바다로 배출된 미세 플라스틱은 해양 생태계를 오염시키고, 최종적으로 인체에까지 영향을 미치죠. ‘미세플라스틱 케어 코스’는 환경보호에 동참하길 원하는 고객을 위해 개발되었습니다. 이 코스는 옷감의 마찰을 줄이는 섬세한 세탁을 구현하여, 세탁 시간은 늘어나지만 미세플라스틱 배출을 감소시켰습니다.
Q. UP가전에 대한 연구나 설계 시 어려웠던 부분이 있을까요?
2022년 1월, UP가전을 선포했지만 기존 소프트웨어 구조로는 기능 구현이 어려운 부분들이 많았습니다. 때문에 소프트웨어 구조도 많이 바꿨고 그 구조 속 서버 통신과, 앱 연결 방식도 바꿔야 했습니다. 제품 업그레이드를 위해 제품 본체에 추가 부품을 꽂았을 때, 이에 맞게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동작할 수 있도록 하드웨어 측면의 호환성 문제도 해결해야 합니다. 3년, 5년, 중장기적으로 보고 구상해야 하는 측면이 있어 계속 연구하며 풀어나가고 있지요.
Q. 앞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백색 가전이 발명되고 100여 년이 지난 지금, 스마트 가전, 인공지능 가전 등 십 여 년간 정체되이 있던 가전의 개념이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현재 AI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UP가전이 등장하면서 개인 맞춤에 대한 연구도 하고 있죠. 이를 통해 전통적인 백색 가전이 스마트해지고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고객들이 체감할 수 있는 결과물을 만들고 싶습니다.
또 LG전자는 현재 세계 가전 시장의 탑 플레이어지만, 그 위치가 주는 불안함 역시 있습니다. 이를 일종의 기회로 생각하고 UP가전 등을 통해 새로운 고객 경험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저 역시 미래 가전의 방향을 제시하고 고객 경험을 사로잡는 연구를 했다고 평가 받는 연구원으로 남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