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3월 16일 ,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3년만에 개최된 LG그룹 최대 기술 콘퍼런스 ‘LG TECH CONFERENCE 2023(LG 테크 콘퍼런스 2023)’. 2012년 처음 시작한 ‘LG 테크 콘퍼런스’는 국내 이공계 R&D 인재들을 초청해 LG의 기술과 비전을 전하는 행사입니다. LG전자도 AI, 로봇, 미래 자동차 등 다양한 분야의 미래 기술 전문가들이 강연을 진행했죠. 과연 이들이 현장에서 전한 미래의 모습은 무엇일까요?
지구온난화로 지구 곳곳에 대규모 산불, 폭우, 이상 기온 현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갈수록 높아지는 지구 기온으로 남극의 빙하가 녹아 100년 뒤에는 해수면이 1.1m까지 상승해 뉴욕, 상하이 등 세계적인 대도시가 물에 잠길 수 있다는 예측이 있죠.
지구 온난화를 억제하기 위해 세계 각국에서 ‘탄소중립’을 선언, 법을 제정하고 다양한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이산화탄소를 배출한 만큼 흡수해 총량을 0으로 만드는 것이죠. 이 같은 탄소중립에 기업들도 동참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LG전자 역시 ‘Better Life Plan 2030’이란 이름으로 ESG 목표를 공표했죠. 그 중 하나로 2030년까지 ‘탄소중립’을 실현하고자 합니다. LG전자 CTO부문 역시 탄소 중립을 위한 다양한 친환경 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지난 LG 테크 콘퍼런스 2023에서 그중 일부를 살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1. ‘귀금속 제로’로 그린수소를 생산하는 미래 에너지 기술은?
지구 온난화의 주범이 ‘온실가스’인 것은 상식처럼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온실가스는 열을 잘 흡수하나 방출은 하지 않는 가스로, 산업화 이후 온실가스 과잉 생산이 환경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죠. 그 중 화석 연료 연소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합니다. 때문에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지 않는 대체 에너지원이 개발되고 있는데요, 그 중 하나가 ‘수소에너지’입니다.
수소에너지 중 물을 전기분해하여 수소를 만들어내는 ‘그린수소’가 있습니다. 이산화탄소 배출 없이 수소를 만들어 내기 때문에 탄소 중립의 핵심기술로 주목받고 있죠. 문제는 생산 비용입니다. 그린수소 생산 비용은 그레이 수소1) 대비 2~5배까지 비싸다는 단점이 있죠. 바로 그린수소 생산 과정에 촉매 역할을 하는 값 비싼 귀금속 때문입니다. 금, 백금, 이리듐 등 귀금속은 매장량과 생산량이 매우 적어 그린수소의 가격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결정적 요인입니다.
1) 그레이 수소 : 천연가스의 주요 성분인 메탄을 고온·고압 수증기와 반응시켜 추출한 수소. 1Kg의 그레이수소 생산시 10kg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귀금속, 특히 이리듐의 사용량을 대폭 줄이는 것이 관건입니다. 동시에 촉매의 효율을 향상시켜 그린수소 생산 시스템의 운영비를 낮추어야 합니다.
이리듐과 백금 등 귀금속 촉매 반응은 금속 표면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표면적을 늘리기 위해 주로 ‘나노입자’형태로 사용이 됩니다. 하지만 나노 입자에서 반응에 사용되는 표면의 비율은 몇 퍼센트 밖에 되지 않습니다. 반응에 참여하는 표면의 비율을 늘리기 위해서는 금속 입자의 크기를 작게 만들어야 하죠.
이때 귀금속을 0.2나노미터 크기의 ‘단원자’ 형태의 안정한 상태로 만들게 되면 이용 효율을 거의 100%까지 늘려 귀금속의 사용량을 크게 줄일 수 있죠. 반응 효율도 극대화 할 수 있습니다. 동일한 원리를 귀금속이 아닌 철과 아연, 망간 등의 일반 금속에 적용하게 되면 촉매 효율이 극대화되어 궁극적으로는 귀금속 대체가 가능할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이 촉매의 친환경화 및 성능 극대화를 위해 LG전자 소자재료연구소는 ‘단원자 고정 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앞서 그린수소 생성에 활용된 전기 화학 소자 반응을 활용해 수소 생성 이외에도 다양한 기술을 구현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수돗물에 일부 존재하는 염소 이온을 산화하면 차아염소산수(HOCl)를 만들어 세균과 바이러스를 제거할 수 있고, 산소를 환원하는 반응을 유도하면 오염물을 제거하는 과산화수소수(H2O2)를 생성합니다. 이를 반대로 활용하면 산소를 생성하는 기술로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2. 탄소 배출량 50% 저감, 재생 스티로폼 포장재
LG전자는 생산사업장 폐기물 재활용률을 2030년까지 92%에서 95%까지 증가시키고, 재활용 플라스틱 누적 사용량을 2.7만톤에서 60만톤까지 확대하고자 하는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LG전자 환경팀이 운영 관리하고 있는 칠서리사이클링 센터에선 PCR(Post Consumer Recycled Material) 플라스틱을 생산하는데요. 이는 소비자가 사용하고 버린 플라스틱을 재활용해 만든 플라스틱 소재를 말하죠. 해당 플라스틱은 LG전자의 다양한 제품에 사용되고 있습니다.
▶︎ PCR 플라스틱으로 생산된 LG 전자의 다양한 제품 살펴보기
여기서 더 나아가, 가전 포장재로 사용된 스티로폼을 재활용한 친환경 완충 포장재인 ‘EPS스티로폼’을 올해 적용을 목표로 개발 중입니다. 지난 CES2023 LG전자 부스의 ESG존에서도 공개됐죠. 기존 스티로폼은 동일 재질로 재활용하는 것이 어려웠으나, LG전자는 버려지는 포장재를 수거에서 재활용까지 아우른 선순환 시스템을 거쳐 재자원화 하고자 합니다. 이는 이전 포장재와 동일한 완충성능을 가지면서도 높은 폐스티로폼 재사용률로 이어져 탄소 배출량을 50% 가까이 저감할 수 있죠.
3. 냉매를 사용하지 않는 ‘열전소자’기술
열전기술은 한마디로 반도체 소재를 이용해 열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혹은 그 반대 방향으로 변환하는 기술입니다. 소재에 온도차가 발생했을 때 전압이 발생하는 ‘제백 효과(Seebeck effect)’와 반대로 전력을 공급하였을 때 온도차가 발생하는 ‘펠티어 효과(Peltier effect)’를 이용해 발전, 냉난방 등에 활용하는 기술의 총칭이죠.
열전소자3)는 앞의 열전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P형 반도체와 N형 반도체를 전기적으로는 직렬, 열적으로는 병렬로 연결한 전기 모듈로, 발전량 및 냉난방 효과를 실제로 이용할 수 있는 형태로 구현합니다.
열전소자의 장점으로는 발전에 활용할 시 낮은 온도 차이로도 발전이 가능하다는 것이고, 냉난방으로 활용 시 냉매를 사용할 필요가 없다는 점입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발전을 하려면 고온의 열원이 필요한데요. 발전소의 경우, 에너지 자원을 통해 발전을 하지만 미처 사용하지 못한 낮은 온도의 열원은 그냥 버려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열을 ‘폐열’이라고 부르는데 100%의 에너지 자원 중에 60%은 폐열의 형태로 버려지게 됩니다. 하지만 열전소자는 이런 낮은 온도의 폐열로부터 발전이 가능하기 때문에 에너지 사용의 효율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죠. 또한 우리가 냉난방에 사용하는 냉매는 지구온난화지수4)가 1,000~10,000정도로 매우 큽니다. 하지만 냉매를 활용하는 기존 압축기 방식에 비해 열전소자는 냉매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기후변화 대응에 적합한 기술이라고 할 수 있죠.
3) 열전소자 : 온도 차이로 전기 생산하거나 전기로 열을 흡수 또는 방출할 수 있는 소자
4) 지구온난화시수 : CO2가 지구 온난화에 기여하는 정도를 1로 정의했을 때 지구 온난화에 미치는 영향을 나타낸 척도
열전소자는 기존의 냉난방 기기에 비해 가볍고 작으며, 빠른 응답속도가 장점입니다. 가장 큰 차별점은 휴대용 기기에도 적용이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장점을 잘 살려 다른 기술과 융복합하여 사용이 가능하죠. 대표적인 예가 헬스케어, 포터블/웨어러블 디바이스입니다.
헬스케어의 경우, 황반 변성 치료를 하는 안구질환자들이 마취 시 겪는 고통과 공포를 줄이는데 도움되는 ‘소형 열전소자 팁’이 대표적 사례입니다. 안구의 치료 부위를 영하 15도로 순간 냉각시켜 마취시키는 기술이 개발되어 현재 상용화를 앞두고 있죠. 또한 체온을 적정온도로 조절하여 수면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마사지 베개, 스마트 베드 등에 활용될 수 있습니다.
웨어러블 디바이스의 경우 최근 열전소자의 차갑게 냉각된 표면을 목 뒷 부분에 접촉시켜 냉감을 주는 웨어러블 에어컨을 소니(SONY)에서 출시했죠. 기존 목걸이형 선풍기보다 작지만 더 큰 시원함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VR의 고글이나 인터페이스용 장갑에 적용하여 가상 현실 속 뜨거움과 차가움을 현실에서도 구현하여 더욱 큰 현실감과 몰입감을 느끼게 할 수 있는 디바이스도 개발되고 있죠.
4. 친환경 기술이 그리는 미래
LG전자는 친환경 소재를 이용한 가전을 통해 고객이 지구를 살리는 일에 동참하고, 모두에게 더 나은 삶을 실현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귀금속 제로 친환경 촉매를 이용한 친환경 가전으로 재생 에너지를 가정에서 활용하고, 폐스티로폼을 재활용한 친환경 포장재로 ‘제로 웨이스트 가전 포장’을 실현할 것입니다. 그리고 열전소자를 이용한 무냉매 온도제어 및 고효율 가전을 통해 제품 사용 단계에서 탄소배출을 저감하고 환경에 기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앞으로의 LG전자의 친환경 여정에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 주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