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에 로봇이 택배나 음식을 배달해주는 모습을 상상해 본적이 있나요? 머지 않아 이런 광경을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게 될 것 같습니다. 로봇 배송의 실외 주행 등 상용화를 가로막던 ‘규제’가 빠르게 해소되며 실내·외를 아우르는 로봇 배송 사업이 연내 시작될 전망입니다. ‘지능형 로봇법(지능형 로봇 개발 및 보급 촉진법)’이 지난 4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되었고, 5월 공포되어 시행을 앞두고 있죠. 이 외에도 배달 로봇과 드론을 생활 물류 업무에 활용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려는 움직임도 보입니다. 생각보다 가까워진 배송 로봇과 함께할 미래, 이 미래를 열기 위해 지금 우리가 당면한 과제를 함께 살펴볼까요?
그간 규제로 막혀 있던 시장이 풀린다는 것은 새로운 ‘기회’가 만들어짐을 의미하죠. 하나증권이 지난 5월 발행한 리포트 「지금 물류 로봇에 투자해야 하는가」에 따르면 물류 로봇은 최근 2차전지, 반도체, 자동차 등 대형 제조 산업에서 활용이 증가하고 있는데요, 뿐만 아니라 배송 등 서비스용 로봇으로의 확장성도 분명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본격적인 수주가 시작된다면 단기간 이익 회수 가능성 또한 높게 평가된다고 해요.
로봇 배송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기업들의 움직임이 한창인 지금, 대표적으로 1위 배달앱 ‘배달의 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아파트 단지에서 공동 현관문을 열고, 엘리베이터 탑승이 가능한 D2D(Door to Door) 배달로봇 ‘딜리드라이브’를 성공적으로 실증했죠.
또한 카카오는 지난 2021년 7월 사내벤처캐피탈 카카오인베스트먼트를 통해 자율주행 배달로봇 스타트업 ‘뉴빌리티’에 전략적 투자자로 참가했는데요. 카카오모빌리티와 연계하여 로봇배송 서비스를 상용화하기 위한 협력에 박차를 가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더불어 현대차그룹의 사내벤처 ‘모빈’은 계단을 오르내릴 수 있는 기술 역량을 강조한 로봇을 발표하며 배달 시장에서의 가능성을 살피고 있죠.
LG전자 역시 실내·외를 이동할 수 있는 로봇을 소개하며 빠르게 확대되고 있는 배송로봇시장에 적극 대응하고 있습니다. 실내·외 제한을 두지 않고 자유롭게 이동하며 바퀴 사이 간격을 조정해 지형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최적화된 주행 모드로 이동하는 것이 특징이죠. 주행하는 동안 낮은 턱을 만나거나 지면이 다소 불규칙 할 경우에도 진동을 줄이며 이동할 수 있어요. 이 로봇이 상용화 될 경우, 물건을 배송하기 위해 수행됐던 각종 작업들이 단순해지면서 차원이 다른 물류 혁신이 기대됩니다.
배송 로봇이 넘어서야 할 숙제
하지만 배송 로봇이 넘어서야 할 거대한 숙제가 있습니다. 지금껏 개발된 로봇이 안전을 이유로 ‘사람의 걷는 속도’에 속도를 맞추고 있는 추세를 감안한다면, 주로 10km 이상의 중장거리 물류를 수행하는 ‘퀵서비스’ 현장의 로봇 투입은 기존 오토바이 배송과 비교하여 효율성을 찾기 어려워 보입니다.
배송 로봇이 상용화 된다면, 현재 아파트 단지를 도는 ‘실버 택배’나 도보 음식배달원들이 주로 처리하는 1km 이내 단거리 배달 현장에 적용될 가능성이 높은데요. 실버 택배는 택배기업들이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차원에서 진행하는 사업으로, 그 시장 규모가 상당히 작다는 평가를 받고 있죠. 로봇이 투입된다면 ‘지역 실버 인력’ 고용이라는 CSR 측면의 가치가 퇴색될 우려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최근 몇 년 사이 대단지 공원형 아파트 주민들이 안전을 이유로 택배차량의 단지 내 출입을 막아 택배 대란이 다발하는 이슈가 발생하고 있죠. 이런 현장에 ‘배송 로봇’을 투입할 수 있다면 택배기사와 주민 모두가 환영할 만 한 일이겠죠? 실제 한진과 자율주행 로봇 개발사 ‘트위니’가 협력하여 아파트 단지 내 배송 로봇을 활용한 배송사업을 실증한다고 밝힌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중간 거점을 활용한 로봇 택배 서비스는 그간 지불하지 않았던 ‘비용’이 추가됨에 따른 논란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미 택배기사들은 건당 800~1,000원 정도의 수수료를 받고 고객 문 앞까지 택배 상자를 배송해주고 있기 때문이죠. 중간에 로봇이 투입된다면 택배 갈등지역 조정이라는 의미는 있겠지만 결국 로봇 투입에 따른 비용을 누군가는 감당해야 합니다. 택배사, 택배기사, 아파트 입주민 등은 전에 없던 추가 비용을 분담해야 하는데, 누구도 돈을 더 내고 싶지 않은 상황에서 교통정리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1km 이내 음식배달 시장은 어떨까?
1km 이내 음식배달 시장 규모는 결코 작지 않습니다. 실제 커넥터스 콘텐츠 「 ‘현대차 모빈’이 무조건 집 밖에 나와야 하는 배달로봇 시장에 울린 경종」에 따르면 모빈은 배달시장에서 로봇이 진입할 수 있는 1km 이내 단거리 배달시장 규모를 1조8700억원 규모로 추산했는데요.
여기서도 숙제가 있죠. 로봇이 사람처럼 음식점 안까지 들어가 음식을 픽업 후, 주문자의 문 앞까지 배송을 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사물인터넷 기술 연동으로 스스로 자동문을 개폐하고 엘리베이터를 탑승하거나, 스스로 계단을 오르내릴 수 있는 ‘모빈’같은 배달 로봇이 이미 출시됐지만, 이를 위해서는 부수적인 연동 작업과 비용이 필요하죠.
자동문이나 엘리베이터가 없는 건물 고층이나 지하에 위치한 음식점이나 목적지까지는 D2D 로봇 배달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치명적인 한계가 있습니다. 커넥터스가 서울 선릉역 500m 인근 음식점과 소비자 사이의 완벽한 D2D 배달이 가능한 시장 규모를 추산해본 결과 전체 배달 주문의 1.9%에 불과하다는 결과가 나온 바 있죠.
결국 현재 배송 로봇은 규제가 풀리더라도, 여러 환경 제약으로 사람만큼 완연한 D2D 배달 서비스는 불가능합니다. D2D 로봇 배달이 불가능한 음식점에서는 음식점주나 직원이 음식을 픽업하러 온 로봇에 대응해야 하죠. D2D 로봇 배달이 불가능한 목적지에서는 음식을 배달 받는 소비자가 1층까지 내려와 로봇에서 음식을 픽업해야 합니다. 기존 사람 라이더의 배달 서비스에 비해 불편한 로봇 배달 서비스가 등장하는 셈이죠. 이러한 불편을 감수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 동시에 이러한 불편함을 감수하게 할 정도의 인센티브를 음식점 혹은 소비자에게 제공하면서 로봇의 수익성을 담보할 수 있느냐에 따라 로봇 배송의 상용화 속도는 갈릴 것입니다.
당장 보이는 기회는 ‘실내’에 있다
현재 많은 로봇기업들이 배송 로봇을 테스트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당장 배송 로봇이 침투할 수 있는 시장은 제한적이라 보는 이들이 많습니다. 엘리베이터와 자동문이 설치된 제한적인 환경에서 테스트를 진행하며 기술을 검증하고, ‘스마트시티’처럼 통제된 환경 안에서 구축된 계획도시에서의 상용화 등 장기적인 맥락에서 기회를 준비하는 상황이라 볼 수 있습니다.
로봇기업들이 지금 당장 보고 있는 시장의 기회는 오히려 ‘실내’에 있습니다. 앞서 배송 로봇을 테스트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던 여러 기업들 대부분은 실내 로봇 영역에서는 이미 상용화에 성공하여 확산가도를 밟고 있죠. LG전자의 클로이의 경우 음식점과 호텔, 병원 등 실내 운반 용도로 활용되는 배송 로봇을 한화리조트, 테이크호텔, 강원랜드 등에 보급한 바 있습니다.
특히 물류 영역에서 새로운 기회가 보이는 영역은 물류센터 내부에서 활용되는 ‘피킹 지원 로봇’인데요. 쿠팡과 무신사, CJ대한통운으로 대표되는 초대형 유통, 물류사업자들이 최근 몇 년 사이 물류센터 내부에 로봇을 도입해 활용을 시작함에 따라 업계의 관심이 뜨겁습니다.
여기서 넘어야 할 가장 큰 숙제는 여전히 존재하는 투자 대비 수익률(ROI: Return on Investment)에 대한 업계의 의문입니다. 피킹 로봇 한 대의 가격이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만큼, 많은 물류 운영사들이 투자비용에 대한 부담은 물론 향후 회수 가능성에 대해 의문을 품고 있습니다.
이는 ‘성공 레퍼런스’가 확산됨에 따라 해소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비교적 초기부터 물류로봇을 도입하여 테스트한 일부 유통 및 물류업체들 사이에서 로봇 투자비용을 이미 회수하고, 수십여명 분의 인건비를 절감하고 있다는 사례들이 하나 둘 공유되고 있는데요.
동시에 로봇을 물류현장에 구독 형태로 보급하는 ‘RaaS(Robotics as a Service)’ 비즈니스 모델의 확산에서도 기회를 찾을 수 있습니다. RaaS를 통해 수요기업은 변동성이 큰 이커머스 물량의 오르내림에 맞춰 유연하게 로봇 도입을 결정할 수 있습니다. 로봇 구매 이후 물량이 떨어져 투자 회수 기간이 늦어지는 것과 같은 위험도 회피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이런 사례들이 점차 늘어나고 ROI에 대한 산업의 확신이 생긴다면, 결국 로봇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물밀 듯 물류현장에 들이닥칠 것입니다. 이런 시대가 다가올 것을 기대하며 물류 로봇 비즈니스 고도화에 매진하는 이들의 도전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