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고속도로(LG Highway)와 Life’s Good way 도로표지판이 안내하는 미국의 이 곳은?
10여 년 전 미국 첫 출장 갔을 때를 생생하게 기억합니다.
출입국 심사를 앞두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입국 심사관과 마주한 순간, 출장 왔다는 제게 그는 어느 회사에 다니는지 물어봤고 저는 당당히 “LG Electronics(LG 전자)”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리고 그가 제게 남긴 마지막 한 마디.
“우리 집에 LG 세탁기 쓰고 있어!”
그 말을 듣는 순간 제게 찾아 온 안도감은 감동과 비슷한 감정이었던 것 같습니다.
지난 1월 9일, 저는 ‘LG 세탁기’를 생산하는 LG전자 테네시 공장에 방문했습니다. 위치는 미국 남동부 테네시주(州) 내슈빌 국제공항에서 차로 1시간 가량 떨어진 ‘클라크스빌(Clarksville)’이라는 한적한 동네였는데요. 공장으로 향하는 길에 발견한 ‘LG 고속도로(highway)’와 ‘Life’s Good way’라고 적힌 표지판은 LG인의 자부심을 불러 일으키기 충분했죠.
2018년 말 준공된 테네시 공장은 준공 초기에 세탁기 생산라인 2개를 가동하다가 지난해 9월부터 건조기 라인을 신설해 현재 총 3개 라인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연간 세탁기와 건조기를 합쳐 180만 대 정도를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올해 상반기부터는 LG전자 대표 주방가전 중 하나인 일체형 세탁건조기, ‘LG 워시타워’까지 이 곳에서 생산할 예정입니다. 주요 세탁가전 3총사를 모두 책임지는 글로벌 핵심 생산기지로서 북미 생활가전 사업 성장의 주춧돌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기대할 수 있죠.
테네시 생산법인에 도착하자마자 우선 차를 타고 공장 외부를 한 바퀴 둘러봤습니다. 이전에 창원 LG 스마트파크에 방문한 경험이 있어 가전제조공장이 다 비슷하겠지 싶었는데, 테네시 공장의 규모는 상상 이상으로 압도적이었습니다. 차를 타고 돌아도 꽤 오랜 시간이 소요됐는데, 이 공장의 연면적은 9만4천제곱미터, 대지면적은 125만제곱미터로 이는 축구장 150개 이상의 크기라고 하네요. 직접 보니 그 규모를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공장 외부를 둘러본 뒤 본격적인 세탁기 생산라인 투어에 참여했습니다. 테네시 공장은 대부분의 공정이 자동화되어 각종 디지털 기술과 로봇들이 활용된 첨단 제조 기술을 라인 곳곳에서 살펴볼 수 있었는데요. 들어가자마자 우선 자기 몸보다 10배 이상 큰 짐을 가뿐히 옮기고 있는 여러 대의 ‘무인 운반차(Automated Guided Vehicles, 이하 AGV)’가 눈에 띄었습니다. AGV는 인공지능 기반 실시간 시뮬레이션을 통해 가야 할 목적지를 최적의 동선으로 분주하게 이동하고 있었습니다.
AGV의 효율적인 물류 업무 비결 중 하나는 바닥에 빼곡히 붙은 3만 개의 QR코드였습니다. QR코드 기반의 물류 동선에 따라 이동하다가 사람이 있으면 충돌하지 않도록 스스로 멈추고, 주변 사람들이 주의할 수 있도록 큰 노랫소리를 흥얼거리며 근무인원들과의 완벽한 팀워크를 보여줬습니다. 현재 테네시 공장은 LG전자 생산기술원에서 자체 제작한 AGV 총 166대를 도입해 운행하고 있는데요. 하나의 AGV는 최대 600kg의 적재함을 옮길 수 있습니다. 기존에 사람이 하루에 6천 번 이상 수행했던 부품 나르는 힘든 작업을 도맡아 해주는 든든한 업무파트너라고 할 수 있죠.
제품에 필요한 부품 제조부터 포장까지, ‘완결형 통합생산체계’
라인을 따라가다 보면 다관절 로봇을 포함한 다양한 로봇을 쉬이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많은 로봇이 도입돼 공정자동화가 이뤄진 덕분에 라인에서 근무하는 사람은 거의 보이지 않았는데요. 로봇은 목적에 맞게 무거운 철판을 ‘휙’ 꺾어 세탁기와 건조기의 본체를 만들고, 얇고 평평한 스테인리스 스틸을 둥글게 말아 세탁통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테네시 공장에선 완성된 제품을 정교하게 포장하고, 포장이 완료된 제품을 가뿐히 들어 쌓아 올리는 것도 온전히 로봇의 몫이죠.
로봇이 하기 어려운 나사 체결이나 공정 관리 등 사람이 직접 수행하는 일부 업무 외에는 ‘공정 자동화율 63%’ 라는 것에 걸맞게 많은 공정이 사람 손을 거치지 않고 진행되었습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테네시 공장은 올 연말까지 자동화율을 70%까지 높이는 것을 목표하고 있는데요. 이를 통해 더욱 신속하고 정확한 생산으로 고객들에게 보다 빠르게 제품을 공급할 예정입니다.
테네시 공장의 또 다른 특징 중 하나는 금속 프레스 가공, 플라스틱 사출 성형, 도색 등 제품에 필요한 부품 또한 직접 제조한다는 것입니다. 그 덕분에 마치 붕어빵을 찍어 내듯이 사출기에 레진을 넣어 동일한 형상의 부품을 만드는 사출 과정, 철판을 ‘쾅’하고 눌러 원하는 제품 골격을 만들어내는 프레스 가공 등 부품을 별도 공급받는 방식이었다면 절대 볼 수 없었던 과정까지도 이번 투어에서 모두 볼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제조 과정들을 테네시 공장 한 공간에서 지켜보다 보니 저를 비롯한 고객들의 삶을 더욱 편리하게 해주는 세탁기와 건조기가 만들어지기까지 정말 많은 과정과 노력이 필요함을 새삼 실감했습니다.
美 생활가전 공장 중 최초의 등대공장, LG 테네시 공장이 고객들에게 보여줄 미래
한국에 돌아와 테네시 공장 방문의 여운이 채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또 다시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는데요. 바로 테네시 공장이 세계경제포럼(WEF, World Economy Forum)이 발표한 ‘등대공장(Lighthouse Factory)’에 선정된 것입니다.
등대공장은 밤하늘에 등대가 불을 비춰 길을 안내하는 것처럼 첨단 기술을 적극 도입해 세계 제조업의 미래를 이끄는 공장이라는 뜻으로 세계경제포럼(WEF)이 2018년부터 매년 두 차례에 걸쳐 뛰어난 스마트 제조경쟁력을 갖춘 공장들을 선정하는데요. LG전자는 이번 테네시 공장 선정으로 창원 LG스마트파크와 함께 2개의 등대공장을 보유하게 된 쾌거를 이뤘습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지능형 자율 공장을 구축해 글로벌 가전 시장을 선도하는 기반을 마련한 창원 LG스마트파크는 국내 가전업계 최초 WEF 등대공장으로 선정되었는데요. 국내에 이어 미국 현지에 있는 테네시 공장이 한국 기업이 해외에 세운 생활가전 공장 중 최초로 등대공장에 선정되어 더욱 뜻깊었습니다.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제조기술은 결국 LG전자의 가전제품을 직접 사용한 고객들이 가치를 인정해 줄 때, 확실한 경쟁력이 생기겠죠? LG전자 생활가전은 美 시장조사업체인 ACSI(American Customer Satisfaction Index)는 물론 유력 소비자매체 ‘컨슈머리포트’ 등으로부터 우수한 평가를 받으며 북미 소비자들에게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는데요.
ACSI가 생활가전을 판매하는 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올해 소비자 만족도(2022 American Customer Satisfaction Index Household Appliance)’평가에서 당당히 1위를 차지했고 컨슈머리포트는 ‘올해 최고의 냉장고·세탁기·건조기’에 LG전자 제품을 잇따라 선정하기도 했습니다.
이와 같이 북미에서 인정받는 LG전자 생활가전이 테네시 공장의 현지 생산과 시너지를 내며 시장 영향력을 더욱 높이게 될 미래를, 나아가 더 많은 글로벌 고객들의 가전생활이 ‘Life’s Good’에 더욱 가까워지길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