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물건을 만들어 운명을 개척해왔고 환경을 변화시켜왔으며, 어떤 물건은 역사를 바꾸기도 했습니다. 도구를 이용해 유∙무형의 물건을 만드는 인간의 본질을 철학자 베르그송은 ‘호모 파베르(Homo Faber)’라고 소개하기도 했죠.
최근 ‘디자인 포럼 핀란드(Design Forum Finland)’에서 발간한 「사람들이 원하는 물건」 보고서에 의하면, 물건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와 태도가 바뀌고 있다고 해요. 소비자로서 스스로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관점이 변화하면서, 물건이 ‘제품’을 벗어나 더 넓은 맥락의 ‘물건(Stuff)’으로 리포지셔닝되고 있다고 언급합니다. 이제 기업의 제품 생산 방식과 시장을 바라보는 시각에 새로운 도전이 필요하게 된 것이죠.
필요하진 않지만 사고 싶은
좋은 물건이 넘쳐나고 다른 물건으로 이동하기 쉬워지면서, 사람들의 소비는 ‘필요(Needs)’를 넘어 ‘욕구(Wants)’에 반응하기 시작합니다.
보통 고객 마음에는 ‘필요’와 ‘욕구’가 뒤엉켜 있습니다. ‘신발을 사야지’ 생각할 때 이미 머릿속에 특정 브랜드가 함께 떠오르듯 말이죠. 게다가 시대에 따라 어떤 제품은 사치품으로 출발해 필수품이 되기도 하고, 관심 없던 제품이 새로운 기능이 더해지면서 사고 싶은 기호품이 되기도 합니다.
이처럼 ‘필요’ 와 ‘욕구’는 끝없이 순환하지만, 고객이 선택해줄 때에야 비로소 ‘수요(Demand)’가 되어 기업이 ‘생산(Supply)’할 명분을 얻습니다. 따라서 기업은 고객의 가장 근원적인 ‘필요’를 파악하고, 그 기업만이 채워줄 수 있는 ‘욕구’를 개발해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욕구(Wants)는 변한다
‘욕구’는 ‘필요’로부터 발생하며, 시대적 트렌드와 개인의 취향/경험에 따라 변화합니다.
불황기에 이어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특히 MZ세대에서 ‘만족’의 기준이 바뀌었습니다. 만족이란, 다른 누구의 기준보다 ‘나’로부터 시작된다는 ‘자기 의식’이 높아진 겁니다. 따라서 MZ세대는 성공의 ‘결과’보다 성장해가는 ‘과정’에 집중해 매일 더 괜찮은 일상을 안내하는 소비를 선택합니다. 예를 들면, 가격이 높더라도 나에게 중요한 것에 집중할 수 있다면 사치가 아니라는 생각이 식기세척기와 로봇청소기를 MZ의 신혼 필수템으로 등극시킨 것이죠.
또 취향이 여러 갈래로 나뉘는 N극화로 고객을 평균으로 설명하는 것이 의미가 없어지면서, 고객 ‘욕구’를 세심하게 살핀 제품과 메시지가 필요하게 되었습니다. 대중이 아닌 ‘나’ 개인에게 집중한 제품이 더 의미를 가지는 것이죠. 이는 기업이 상품의 대상과 컨셉을 뾰족하게 고민해야 함을 의미하는 동시에, 새로운 고객을 얻는 것이 점차 어려워짐을 시사합니다. 따라서 이미 우리 제품을 선택해 준 고객에게 더 나은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기업이 ‘경험 자산’을 쌓는 것이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에 중요한 전략이 됩니다.
왜 경험이 중요할까?
매일 수백 개의 브랜드와 광고를 접하는 고객은 기업의 마케팅보다 실제 경험 사례를 더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스펙과 가격을 넘어, 경험을 비교하는 것이 차세대 배틀 그라운드가 되고 있는 것이죠. 이제 경험은 비즈니스 자산입니다.
경험 중심으로 재편하는 LG전자
제품에서 경험 중심으로의 비즈니스 변화는 대기업부터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LG전자는 고객경험 슬로건이자 지향점으로 F.U.N (First: 최고의, Unique: 차별화된, New: 세상에 없던) 경험을 정의하고, 상품이 아니라 경험을 설계하는 조직으로 관점을 바꾸었습니다. 또, 고객경험이라는 하나의 목표 아래 직원들이 소통할 수 있는 사내 CX(Customer Experience) 소통 플랫폼을 만들어 기존의 직능 중심 조직에서 논의하기 어려웠던 고객 혁신을 다양한 구성원들과 함께 논의하고 있습니다.
디바이스에서 플랫폼으로의 경험 확장
그 동안 디바이스는 사용 시점을 제외하면 고객과 접점이 전혀 없었습니다. 하지만 디바이스에 서비스가 결합한 플랫폼으로의 확장은 고객과 기업의 관계를 바꾸고 더 확장된 경험을 제공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자동차를 플랫폼으로 접근한 북미 유명 전기차 기업이 좋은 사례인데요. 이 회사는 안전벨트 알림 경고음에 이슈가 생기자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OTA, over the air)로 미국 내 80만대 가량 자동차의 문제를 단번에 해결했습니다. 수 천대 차량이 스스로 와이파이(Wi-Fi)로 OTA를 진행하는 모습은 흡사 SF 영화 같았죠. 플랫폼이 된 자동차는 구매 후의 경험으로 고객과의 관계를 영속합니다.
CX의 핵심은 디지털 전환(DX, Digital Transformation)
그 동안 LG전자는 의류관리기, 식물생활가전 등 시장에 없던 새로운 영역으로 신(新)가전을 개척하고, 공간을 인테리어 하는 공간 가전으로 글로벌 가전 시장을 리드해왔습니다.
LG전자가 올해 1월 선포한 ‘UP가전’은 구매 후 고객과의 접점이 단절되는 디바이스의 한계를 뛰어넘어, 고객 경험을 구매 전 – 사용 중 – 사용 후까지 여정 전반으로 확장하는 ‘플랫폼’으로 정의됩니다. 이제 LG전자 생활가전을 구매한 후, LG ThinQ 앱과 연동해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하면 새로운 기능의 제품으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것이죠.
뿐만 아니라, 빅데이터로 고객의 사용 패턴을 분석해 고객이 불편하게 느끼는 지점을 파악하고 필요한 기능과 서비스를 맞춤형으로 업그레이드합니다. 같은 기능을 모두에게 일괄 업데이트하던 개념과는 차원이 다른 진화입니다.
데이터 기반의 맞춤화 경험을 제공하려면 반드시 디지털 전환(DX)이라는 과제를 거쳐야 하는데요. UP가전이 DX를 활용해 고객경험을 혁신한 사례가 바로 세탁기의 ‘종료 후 세탁물 케어’ 기능입니다.
올 초 LG전자는 약 20만 건의 세탁기 사용 데이터를 분석하면서, 세탁 후 바로 세탁물을 꺼내지 못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는 불편함을 파악했습니다. 사용고객의 25%가 세탁 후 1시간 뒤, 10%는 3시간 뒤까지 세탁물을 세탁통에 방치하는 것으로 나타났죠. 1) 이 때문에 옷에는 구김이 가고 다시 세탁해야 하는 경우도 생깁니다.
‘종료 후 세탁물 케어’ 기능은 세탁이 끝난 뒤 세탁물이 뭉쳐있지 않도록 주기적으로 세탁통을 회전시키는 기능입니다. 현재 LG ThinQ앱에 등록된 UP가전 세탁기의 절반 2)이 이 기능을 추가했을 정도로 호평 받았습니다. 고객이 제품을 사용할 때 뿐만 아니라, 사용을 종료한 이후의 경험까지 혁신한 사례입니다.
1) 고객 경험 콘텐츠 발굴 목적으로 수집된 고객 행동 데이터
2) 2022.11.14~11.20 중 UP가전 고객 반응 분석 목적으로 수집된 서비스 데이터
UP가전과 LG ThinQ 가 그리는 미래
사실 지금까지 가전이 제공해온 서비스는 스마트폰과 달리 ‘연결’과 ‘제어’에 집중되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UP가전과 LG ThinQ(LG 씽큐)는 일상의 모든 접점에서 경험 전반을 케어하는 토탈 솔루션을 지향합니다. 구매 이후에도 고객의 사용 패턴에 맞는 경험을 제안하는 것이 경험 전략의 핵심인 것이죠.
플랫폼으로서 LG ThinQ는 UP가전에 대한 고객 참여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현재 LG ThinQ앱 가입자 중 절반 이상이3) UP가전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고객이 가전 분야에서도 점차 플랫폼 사용을 익숙하게 생각한다는 것을 유추해 볼 수 있습니다. 또 ‘UP가전 센터’를 통해 고객은 아이디어 단계부터 참여해 제품∙서비스 진화에 함께 하고 있습니다.
플랫폼으로서 LG ThinQ는 UP가전에 대한 고객 참여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현재 LG ThinQ앱 가입자 중 절반 이상이3) UP가전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고객이 가전 분야에서도 점차 플랫폼 사용을 익숙하게 생각한다는 것을 유추해볼 수 있습니다. 또 ‘UP가전 센터’를 통해 고객은 아이디어 단계부터 참여해 제품∙서비스 진화에 함께 하고 있습니다.
3) 2022.11.14~11.20 중 UP가전 고객 반응 분석 목적으로 수집된 서비스 데이터
앞으로 LG ThinQ는 생활경험 플랫폼으로 생태계를 더욱 확장해 나갈텐데요. 어쩌면 가까운 미래에 요리사, 배달 서비스와 연결되며 비슷한 취향을 가진 고객 커뮤니티가 생길지도 모르겠습니다. 재미있는 경험들이 쌓여, UP가전과 LG ThinQ가 우리를 상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이끌어가지 않을까요? 플랫폼으로 패러다임이 바뀐 UP가전의 미래는 무궁무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