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당근이세요?”
익숙한 한 마디죠? 올 한 해, 중고거래가 성황을 이루면서 중고거래 앱의 이름은 국민 유행어가 됐습니다. 이 유행은 생각보다 큰 긍정 효과를 불러왔습니다.

자발적인 비움과 나눔으로 자원은 선순환되고, 절약은 이제 생활이 되었죠. 당근마켓은 그동안 중고거래를 통한 온실가스 감소 효과가 누적 19만 1,782톤(t)에 달한다고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금전 소비는 일어나지만 소비되는 ‘자원의 총량’은 오히려 줄어드는 현명한 소비 활동을 ‘후기 소비주의(Post Consumerism)’라고 합니다. 이 역설적인 소비는 비단 중고거래에 한정되지 않습니다.

후기 소비주의는 왜 생겨났으며 어떻게 변화할까요? LG전자 LSR실 2021 트렌드 리포트 다섯 번째 키워드는 ‘소비하지 않는 소비(Post Consumerism)’입니다.
팬데믹 시대, 소비를 해석하다
자본주의는 소비가 소비의 꼬리를 무는 ‘소비의 고리’에 의존하는 경제 시스템입니다. 이 시스템이 무너지고 업사이클링, 중고거래, 공유경제 등 새로운 소비 방식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금전 소비와 자원 소비의 고리가 끊어진 이유는 무엇일까요?

첫 번째는 팬데믹이 불러온 경제 문제입니다. 세계적으로 대량 실업 사태가 이어지고, 무인매장 등 로봇 노동력 도입이 촉진되면서 초양극화가 현실로 다가오며 소비는 억제됩니다.
두 번째는 소비 환경의 변화입니다. 넘쳐나는 공급은 소유물로 자신을 표현하려는 욕망을 겸연쩍은 것으로 만들었습니다. 경제 패러다임도 수요자가 필요로 할 때 공급자가 즉각 대응하는 온디멘드(On-demand)로 바뀌었습니다.

마지막 이유는 환경 문제입니다. 호주 산불, 동아시아의 홍수, 유럽의 가뭄 등 끊이지 않는 기후 재난이 지구의 위기를 말해주고 있습니다. 환경 보호가 개인의 생존을 위한 현실적 과제로 바로 눈앞에 닥쳐온 것입니다.
소비하지 않기 위한 소비, 후기 소비주의 부상

후기 소비주의(Post-Consumerism) 혹은 반소비주의(Anti-Consumerism)는 과잉 소비에 대한 반성에서 처음 출발했습니다. 2000년대 ‘아무것도 사지 않는 날(Buy Nothing Day)’을 기점으로 널리 확산된 개념입니다.
뉴노멀 시대를 맞으며 오늘날 후기 소비주의는 ‘쿨(Cool)’한 소비 습관이 되었습니다. 소비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구현하려는 성향이 강한 MZ세대가 이 변화를 이끌고 있죠.
필립 코틀러가 분류한 후기 소비주의 소비자 유형
1. LIFE SIMPLIFIERS 간소한 생활가
비우기의 즐거움, 소유물의 축소, 라이프스타일의 단순화 추구
2. DEGROWTH ACTIVISTS 역성장 활동가
성장보다는 복지, 사회적 불평등 해결과 생태 회복 추구
3. CLIMATE ACTIVISTS 기후 활동가
탄소발자국 줄이기를 통해 기후 위기 극복을 추구
4. FOOD CHOOSESR 식품 선택자
비건, 잔혹한 공장식 축산에 대한 반발, 축산으로 인한 탄소 발생 반대
5. CONSERVATION ACTIVISTS 보존 활동가
소유물의 재사용, 수리, 중고, 나눔 추구
*출처 : Philip Kotler, The Consumer in the Age of Coronavirus, 2020년
혹시 ‘포켓팅’이나 ‘만능 양파볶음’에 대해 들어보셨나요? 왜 MZ세대는 판로를 잃은 강원도 저장감자, 값이 폭락한 양파 등 우리 농가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설까요? 그 바탕에는 힘을 모아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버려지는 자원과 탄소 배출량을 줄이고자 하는 후기 소비주의 성향이 깔려 있습니다.
패션 업계를 휩쓴 후기 소비주의, 컨셔스 패션

“이 자켓을 사지 마세요.” 파타고니아는 옷을 오래 입는 것이 곧 환경운동이라고 주장합니다. 평생 수선을 보장하고 수선키트와 영상을 제공했고 이후 매출은 더욱 성장했습니다.
이 변화는 패션 업계 전체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소재 선정부터 제조 공정까지 친환경적이고 윤리적인 의류를 소비하는 트렌드를 뜻하는 ‘컨셔스 패션(Conscious Fashion)’이 등장했죠.

수많은 재고와 의류 폐기물을 만들어 내던 패스트 패션 기업도 이 흐름을 거스를 수 없었습니다. H&M은 친환경 소재로 컨셔스 컬렉션을 출시했고, 2030년까지 모든 제품을 친환경 소재로 제작하겠다는 목표를 밝혔습니다.
가구 업계의 새 바람, 리퍼비시 제품과 재생 소재
리퍼비시(Refurbish) 제품을 구매해본 적 있나요? 리퍼비시 제품이란 반품되었거나 미세한 하자가 있는 제품을 수리 및 재포장해 저렴하게 판매하는 것을 말합니다.
홈퍼니싱 대표기업 ‘이케아(IKEA)’는 이전부터 리퍼비시 제품을 판매하는 알뜰 코너를 운영 중입니다. 중고 가구를 매입하고 재판매하는 바이백(Buy-Back) 서비스를 도입하며 리퍼비시 제품을 하나의 카테고리로 성장시키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재생 소재’입니다. 전체 제품 중 60%를 재생가능 소재로 만드는 이케아는 향후 2030년까지 전체 제품군을 재활용 및 재생가능 소재로 생산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구매한 제품 그대로 활용도는 새롭게, 전자제품의 최적화
모든 제품의 디자인과 기능은 필연적으로 구식이 됩니다. 유행에 따라 도태되는 ‘사회적 마모’를 방지하고 오래 쓸 수 있는 제품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어떤 변화가 필요할까요?

LG전자는 라이프스타일과 유행에 따라 변화할 수 있는 ‘유연성’을 가전제품 디자인에 반영하기 시작했습니다. 디자인의 확장과 변경이 자유로운 ‘LG 오브제컬렉션(LG Objet Collection)’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제품의 수명 연장을 위해서는 기능 업그레이드도 중요하겠죠? IoT 가전관리 앱 ‘LG 씽큐(LG ThinQ)’에는 케어(Care) 서비스를 추가해 가전제품의 활용 폭을 더욱 넓혔습니다. 고객 맞춤형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고 가전 리포트도 제공합니다. 사용 중이던 공기청정기, 정수기, 건조기 등을 씽큐 앱에 연결하면 새 기능을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하나씩 살펴보면 우리 주변에도 ‘소비하지 않기 위한 소비’를 지향하는 제품과 서비스가 많습니다. 변화에 발맞춰 ‘쿨’한 소비 습관을 들여보는 건 어떨까요? 내년에는 LSR실에서 소개한 다섯 가지 트렌드와 함께 더 나은 삶이 되기를 바라며 2021 트렌드 리포트를 마치겠습니다. 다음 주에는 LSR실 비하인드 에필로그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