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바람이 불자, 옷차림이 가벼워지고, 발걸음도 덩달아 가벼워진다. 비단 가벼워지는 것은 주머니 사정까지 마찬가지겠지만, 그런 부담없이 골목여행을 즐길 수도 있다. 지하철을 타고 손쉽게 귀에 익숙한 이름 ‘영등포역’과 ‘문래역’. 지하철을 타고 가면서 자주 듣는 곳이지만 그냥 지나치기만 하는 곳 중 하나다. 롯데백화점, 타임스퀘어 등 화려한 건물 뒤편에 서울시 5대 쪽방 밀집지역 중 주거환경이 가장 열악하다는 영등포 쪽방촌이 있어서 그럴지도 모른다. 어두운 분위기의 노숙자와 무서운 조선족들만 있을 것 같은 그곳에는 우리와 똑 같은 서민들이 살고 있고, 그들의 골목에는 삶의 희망을 전하는 그림들이 곳곳에 그려져 있다. 영등포에서 문래역까지 이르는 3km정도의 길을 걸으면서 곳곳에 숨겨진 벽화를 찾아보고 있노라면, 내가 몰랐던 사람들, 내가 얼마나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지를 깨닫게 된다. 물론, 혼자가 아닌 둘이, 둘보다는 셋이서 걸으면 그 길이 안전하고 풍요롭다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